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노시보는 강남의 번듯한 건물에서 전화로 땅을 파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팀은 부장 한 명과 입사와 동시에 과장이 된 열 명의 팀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팀원들은 가슴에 사표를 비수나 부고처럼 품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제2의 달이 출현하자 사람들은 왠만한 일에 놀라지 않게 되었고 출근을 하지 않거나 중력을 거부하려는 것처럼 자살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무중력자들이 커밍아웃하기 시작했고, 노시보의 어머니도 쪽지만 남겨둔 채 달 구경을 하러 간다. 엄마가 사라지자 고시 준비를 하던 노시보의 형 노대보는 '모두가 위기면 아무도 위기가 아니란 얘기'라며 태연히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여성들은 달 때문인지 생리 주기가 불순해졌고, 사무실의 이 과장과 홍일점 홍 과장은 달의 새로운 출현에 맞추어 무중력 운동과 우주적 섹스에 탐닉한다.

매일같이 인터넷을 뒤지며 자신이 느끼는 몸의 이상 증상을 스스로 진단하고 병원으로 달려가곤 하던 노시보는 <심플라이프>라는 잡지의 기자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기자 이름이 기억 나지 않아 노시보는 그녀를 '퓰리쳐'라 부른다. '퓰리쳐'는 기사에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사건, 증거, 타이밍이 그것이고, 노시보는 지금 타이밍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라며 갖가지 검사를 받게 한다.

두 번째 달에 이어 세 번째 달이 뜨고, 엄마가 돌아온다. 돌아온 엄마는 무중력 미용실을 개업해 호황을 맞는다. 한편, 사무실의 이 과장과 홍 과장은 부장에게 사표를 집어 던진 후 티베트로 중력을 거부하는 비법을 배우겠다고 떠나버린다. 소설을 쓰던 친구 '구보'는 섹스머신을 파는 회사에 들어가 돈을 마구 벌어들인다. 

네 번째 달이 떴고, 사장은 이제 최고의 세일즈 키워드는 우주라며 부동산을 파는 대신 달을 파는 일에 골몰하며 우주인들이 먹는 스피룰리나를 상식하기 시작한다. 퓰리쳐는 노시보의 지갑에 콘돔을 끼워주며 유혹한다. 그나마 균형감각을 유지한다고 생각했던 형 노대보는 고시공부를 때려치우고 요리에 골몰하고 있고, 닭 패티시가 있다고 고백한다.

'구보'가 이상형이라던 커피숍의 어리버리한 알바생은 '구보'가 섹스머신을 팔며 서랍 속에 멈춰버린 사이 다른 소설가가 쓴 <21세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있었고, 노대보는 아버지에게 고시공부 때려치운 것을 고백한다. 섹스머신은 이제 유행에 뒤쳐져 '구보'는 노시보에게까지 마케팅을 했고, 엄마의 무중력 미용실 역시 장사가 되지 않게 된다. 퓰리쳐는 나를 비롯한 피실험자들의 증상을 모아 '무중력 증후군'이라는 있지도 않은 병을 만들어 내어 히트를 친다.

계속 되던 새로운 달의 출현이 일곱번째에 접어 들었지만, 달은 뜨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전에 떴다던 달도 모두 가짜라고 했다. 그렇게 달의 환락이 끝나고, 구보는 남의 차를 긁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었으며, 퓰리쳐는 '만년필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특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아버지는 형이 고등어찌개를 끓일 줄 알까 궁금해하며 화해를 시도하고, 노시보는 새로 찍은 가슴의 엑스레이 사진에 하얀 원형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이 의심할 나위 없는 달이라고 생각한다.

 

달이 하나뿐이 듯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정상임을 믿어 의심치 않던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달이 출현하자 모두들 비정상적인 양태를 보인다. 사람들은 그동안 가치 있다고 믿어왔던 것을 주저 없이  내팽개치거나 '무중력 판타지아'로 상징되는 쾌락에 탐닉하며 순간을 즐기는가 하면, 내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바리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언론은 그런 행동들의 패턴을 적절히 엮어 새로운 증후군들을 만들어내어 확대 재생산에 여념이 없다.  

 

꽤나 참신한 소재로 소설의 출발은 산뜻하나 엉성한 구성과 반복적인 중언부언으로 집중이 되지 않고 산만하다. 새로운 달이 뜬 후 중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양태가 현대 사회의 피곤함과 소외감에서 나온 필연적인 일탈이라고 느껴지기 보단 그 사람들의 개인적 특성으로 읽혀지고, 이를 균형잡아 줄 인물의 부재(혹은 인물 설정의 실패)는 정제되지 못한 느낌을 가중시킨다. 

한겨레문학상의 권위에 기댄 독서였기에 실망감이 크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7339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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