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초콜릿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75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손정원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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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콜릿 사건> - 앤소니 버클리 콕스

 

평판이 그다지 좋지 못한 유스티스 펜퍼더 경이 항상 오전에 들르는 레인보우 클럽에서 초콜릿이 들어 있는 소포를 받는다. 소포는 대규모 초콜릿 제조회사인 '메이슨 부자(父子)' 상회에서 보낸 것으로, 새로 만들어낸 특제 초콜릿 봉봉을 시식용으로 보내니 의견이나 감상을 말해주면 좋겠다는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다. 유스티스경은 초콜릿을 버리려 했고, 마침 곁에 있던 그레엄 벤딕스가 그 초콜릿을 얻게 된다. 벤딕스는 아내인 조안과 연극을 보러 갔다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추는 내기를 했는데, 그 내기에 지게 되어 초콜릿을 한 상자 선물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초콜릿을 먹은 조안이 사망하고 아내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먹은 벤딕스는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경찰은 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했지만 범인을 밝혀내는데 실패했고, 이에 런던 경시청 주임경감인 모리스비는 로저 셀링검이 이끌고 있는 범죄연구회에 사건의 해결을 의뢰한다. 로저 셀링검은 자신을 포함한 여섯 명의 회원들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자유롭게 활동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하는 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o 찰스 와일드먼 - 변호사인 찰스는 누가 이익을 얻는가 하는 동기에 주목하여 편지용지를 집중 조사한다. 찰스는 펜퍼더 경이 아내와 이혼 소송중이라는 점과 펜퍼더 부인이 하녀를 시켜 알리바이를 조작했다는 사실로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동기와 기회를 증명한 것일 뿐 그녀가 범인이라는 추리는 전혀 증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o 필더 플레밍 - 극작가인 플레밍은 유스티스경이 돈을 목적으로 찰스 와일드먼의 딸에게 접근한 점에 주목하여 숨겨진 삼각관계 설을 들고 나온다. 그녀는 찰스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소중한 딸이 유스티스경과 같은 망나니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범행을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녀의 추리 역시 직감에 의존한 불완전한 추리라는 비판을 받는다.

o 모턴 핼로게이트 블래드리 - 미스터리 소설작가인 블래드리는 범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나열하고, 그 특성에 맞는 인물을 찾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는 니트로벤젠과 인쇄용지에 쓰여진 만년필 등 여러 가지 단서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가는데 그 모든 것을 충족할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그러나 그 모든 확률에 접근한 인물은 다름아닌 블래드리 자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따라서 알 수 없는 어떤 여성의 범죄라는 애매한 결론을 짓는다.

o 로저 셀링검 - 범죄연구회 회장인 로저는 우연히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조안이 내기를 한 연극을 이미 보아 범인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안의 평상시 성품으로 미뤄볼 때 범인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내기를 할리가 없으므로 내기 자체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인은 의도하지 않게 조안을 죽인 것이 아니라 애초 의도대로 범행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편지용지와 타자기를 사간 사람이 벤딕스라고 점원들이 확인해 주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o 엘리시어 더머즈 - 소설가인 엘리시어는 편지용지와 타자기를 사간 사람이 벤딕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점원들은 고객의 열망에 응답하는 쪽으로 반응하므로 로저의 열망에 긍정적인 답을 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진짜 범인은 유스티스 경이며 유스티스와 조안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o 앰블러즈 치터윅 - 치터윅은 진짜 범인은 질투심에 사로잡힌 여성이라며 회원들이 제시한 추리들을 재평가 한다. 그리고 논리적 귀결로 엘리시어가 진범이라고 밝혀내지만, 그것은 심리적인 귀결일 뿐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엑셀시오의 참극> - P.G.우드하우스

 

미세스 피케트가 운영하는 하숙 집에서 전직 선장인 가나가 시체로 발견된다. 시신의 곁에는 불던 하모니카가 떨어져 있어 자살은 아니었는데 검시 결과 코브라에게 물려 사망한 것으로 판명된다. 피케트는 자신의 하숙집의 평판 회복을 위해 유명한 탐정회사에 사건을 의뢰한다.

탐정회사의 사장 스나이더는 신참인 오크스에게 사건을 맡긴다. 오크스는 자신만만한 젊은이지만 너무 자만심에 빠져있는 것이 흠이었고 그에게 어려운 사건을 맡겨 실패를 경험시켜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스는 가나 선장이 선물로 받은 바나나 상자에서 코브라가 나왔고 그 코브라가 선장을 물어 죽인 후 개를 죽였다며 사건이 다 해결되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하지만 피케트는 오크스가 해결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가나 선장은 마라가 살해했다고 말한다. 마라는 고양이가 하모니카 소리를 싫어하여 가나 선장이 연주할 때 발톱으로 할퀴려는 것을 보고 고양이의 발톱에 독을 발랐다는 것이다.

 

앤소니 버클리 콕스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살의(殺意)>의 작가 프랜시스 아일즈(Francis Iles)의 본명이다. <독초콜릿 사건>은 1925년에 발표된 <우연한 재판 The Avenging Chance)>라는 단편에서 출발하는데 이 단편은 <EQMM>의 베스트 12이고, 엘러리 퀸이 뽑는 베스트 10 안에 드는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독초콜릿 사건>은 <우연한 재판>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인데, 기존 미스터리 소설을 비판하며 새로운 시도를 대담하게 펼친 것이 특징이다.

치터윅은 작품 중 "작가 편인 탐정 말고는 아무도 추론을 끌어낼 수 없으며, 더욱이 탐정이 끌어낸 추론은 - 유감스러우나 탐정이 추론해 낼 수 있도록 몇몇 작품 속에서 말입니다만 - 늘 정답으로 정해져 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작품 속에서 회원들의 추리가 다름 사람에게 비판 받기 전까지는 일면 그럴싸한 결론으로 비춰지도록 구성한 것은 이러한 비판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로저의 추리에서 멈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엘리시어의 추리는 억지스럽고 치터윅은 다른 회원들의 추리를 정리한 공로 외에는 지분거리는 느낌만 준다. 게다가 진범 엘리시어를 잡아 넣을 증거는 밝혀내지 못한다.

 

<엑셀시오의 참극>은 결함이 많은 작품이다. 오크스가 2층에서 코브라가 뛰어내렸다는 증거로 개의 사망을 들이대자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스나이더도 우스꽝스럽고, 뜬금 없이 고양이가 등장하여 독자와 사건을 공유하지 않은 것도 반칙이다. 게다가 고양이가 개를 발로 할퀴었다는 설정도 지극히 희박한 일이며, 무엇보다 살인의 동기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는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8495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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