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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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요섭 목사가 사십여년 만에 고향인 황해도 신천 찬샘골 방문을 앞두고 형인 류요한 장로를 찾아간다. 요한은 동생의 고향 방문 소식을 마뜩치 않아 하면서 최근들어 귀신이 보인다고 말한다. 요섭이 고향으로 떠나기 사흘 전에 요한이 사망한다. 브루클린의 집으로 돌아가던 요섭은 한밤중에 길을 잃고, 한 낯선 노파에게서 가죽 주머니를 받는다. 요섭은 요한의 뼈조각 하나를 가죽 주머니에 갈무리한다.

비행기를 타고 황해도로 가는 도중 요섭은 요한의 환영을 본다. 여행 내내 환영은 요한에서 그치지 않고 죽었던 자들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고향에 방문은 하지만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하던 요섭은 북한쪽 안내원의 다그침과 권유에 조카 단열을 만나게 되고, 형수와 소메 삼촌도 만난다. 그리고 신천에서 일어난 그 끔찍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환영들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한 동리의 사랑방에서 너나들이 없이 지내던 그들은 해방 직후 혼란한 와중에 토지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놓고 편이 갈린다. 개신교를 중심으로한 지주 세력, 그리고 소작농과 머슴살이를 하던 공산당쪽 인사들은 전황에 따라 서로를 죽이기 시작한다. 처음의 신념은 삶의 피로로 바뀌어 상대편과 가족을 몰살시키고, 강간도 서슴지 않는다. 급기야 같은 개신교 세력들 사이에서도 공산당쪽과 연계가 있는 가족을 찾아내 살해한다. 요한은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편에 서서 상대편 가족을 몰살시켰던 그들 환영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낸 후 저 세상으로 떠나고, 요섭은 요한의 뼈를 고향에 묻어준다.

 

황석영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삼포 가는 길> 이후로 그의 소설을 읽고 싶었고, 벼르고 벼르다 <장길산>을 읽었는데 뭔가 구성이 허술하다고 느꼈다. 초반에 비중있게 다루어졌던 인물과 사건이 흐지부지 되고, 길산과 최형기의 개인적인 대결 부분에서는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던 것도 같다. 그러다 <손님>을 재작년에 읽기 시작했었는데 100여 페이지를 읽다가 이상스럽게 잘 읽히지 않아 중도작파했었는데 이번에 완독하게 되었다.

이번주는 감사 기간이어서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속 출근하며 힘들게 일했다. 하지만 황석영의 <손님> 을 조금씩 읽으면서 지루하고 긴장된 시간을 잘 견뎌냈다. 떠도는 영혼들이 나타나 과거의 한 자락을 얼핏 얼핏 비추는가 싶더니 종장에 모든 것들이 해소되는 구성은 마치 한풀이와 같았다. 황석영은 해방 직후 개신교와 마르크스주의를 우리 사회의 <손님>으로 보고, 그 손님의 장단에 서로를 무참하게 살해했던 신천 지역 사건을 장인의 솜씨로 빚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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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94
제임스 M. 케인 지음, 박기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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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길 위를 떠도는 프랭크 챔버즈가 '트윈 오크스 태번' 식당으로 들어가 돈이 없는 것을 감추기 위해 허풍을 떨며 식사를 주문 한다. 그리스인 사장 니조 파파다키스는 사람을 구하는 중이었고, 달리 갈 곳이 없던 챔버즈는 그곳에서 일하기로 한다. 파파다키스의 아내 콜라는 자신을 파파다키스라는 성으로 부르는 것을 싫어했고, 챔버즈는 한 눈에 남편과 지긋지긋한 식당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욕망을 알아차린다.

파파다키스가 가게를 비운 사이 둘은 관계를 맺게 되고 사장을 살해할 모의를 시작한다. 사장을 욕조에서 둔기로 내려쳐 죽인 후 사망케 하려는 그들의 계획은 콜라가 파파다키스의 머리를 내려치는 순간 고양이가 퓨즈함을 건드려 정전이 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챔버즈와 콜라는 둘이 함께 도망치려 하지만 콜라의 변심으로 챔버즈만 떠나게 된다. 콜라는 비루한 삶일지언정 붙박이로 살고 싶어했기에 떠돌이 삶을 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챔버즈는 당구 도박으로 이백 오십달러를 벌게 되자 좀 더 벌어 콜라와 함께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벌었던 돈을 도박에서 모두 잃고, 우연히 파파다키스와 다시 조우한다. 파파다키스는 다시 가게에서 일해줄 것과 산타 바바라로 함께 여행을 갈 것을 제안한다.

다시 돌아온 챔버즈를 본 콜라는 또다시 자신을 뒤흔드는 그에게 쌀쌀맞게 대하지만 곧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두번째 살해 모의를 한다. 산타 바바라 피에스타를 보고 난 후 파파다키스를 취하게 한 후 콜라가 운전하여 자동차 사고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술에 취한 파파다키스를 둔기로 내려쳐 죽게 하고 콜라가 지나가는 차에 도움을 요청하는 계획은 챔버즈도 차에 탄 채 추락하는 변수가 생긴다. 파파다키스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의심한 검사 새키트는 챔버즈를 협박하여 콜라에게 불리한 증언에 사인을 한 후 콜라가 보험금을 노리고 둘을 살해하려 했다고 몰아간다. 챔버즈는 유능한 변호사 카츠를 선임하여 변호를 맡기는데 카츠는 뜻밖에도 법정에서 콜라의 모든 죄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다. 분개한 콜라는 경찰관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하는 문서를 구술한다.

모든 것이 끝장났다고 생각한 둘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다. 카츠는 파파다키스의 보험에 대해 콜라가 몰랐다는 점, 콜라가 둘을 살해하려 할 경우 보험사에서는 챔버즈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보험사와의 회합을 주도하여 합의를 이끌어내고 분개한 콜라의 분풀이를 위해 가짜 경찰관에게 자백을 시킨 것이었다.

범행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지만 콜라는 챔버즈는 서로를 배신했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워질 수가 없었다. 콜라는 트윈 오크스 태번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하고, 가게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정착을 원한다. 하지만 챔버즈는 가게를 팔아치우고 그곳을 뜨고 싶었기 때문에 둘은 자주 싸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범행을 자백받았던 가짜 경찰관이 자백 문서를 이용해 협박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콜라는 자신들이 떠나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음을 깨닫는다.

챔버즈가 콜라가 어머니 장례식으로 가게를 비운 사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자 콜라는 모든 자료를 새키트에게 넘기려 한다. 하지만 배 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갈등한다.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콜라가 유산의 징후를 보이자 챔버즈는 자동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간다. 트럭을 추월하려는 순간 사고가 일어나고 콜라는 앞유리 창 밖으로 튕겨져 나가 죽는다. 경찰은 챔버즈가 그리스인을 살해하고 그후 콜라도 살해했다고 보고 그를 기소한다. 콜라가 챔버즈에게 쓴 애정이 담긴 편지, 그렇지만 그리스인을 살해한 사실이 담긴 그 편지로 인해 챔버즈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 글은 그가 남긴 기록이며 '나를 위해서, 콜라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들이 어디에서건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중보상>

유능한 보험판매원 허프는 너들링거씨의 보험을 갱신하러 갔다가 그의 아내 필리스로부터 사고보험도 다루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허프는 그녀의 말과 태도에서 너들링거를 그녀가 살해하려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관능적인 면에 매료된 허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험지식을 이용하여 범행한다면 완전범죄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여 그녀와 공모하여 너들링거를 죽이고 그녀와 돈을 차지하기로 마음먹는다. 

허프는 너들링거를 기만하여 상해보험에 가입하게 한 후 보험금을 초과하여 수납하였다고 속여 현금을 거슬러주고 정확한 수표 금액을 받아낸다. 또한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필리스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너들링거가 보험 가입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증인을 세운다. 필리스는 증인으로 의붓딸 롤라를 데려오는데 허프는 그녀가 증인으로 개입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기차에 너들링거를 태우는 것이 어려워 계획의 실현이 멀어질 무렵 공교롭게 그의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허프와 필리스는 너들링거를 차에서 살해하고 허프는 다리가 부러진 필리스로 변장하여 기차에 탄다. 필리스는 허프를 전송한 후 너들링거의 시체를 철로로 옮기고 허프는 기차가 출발하자 뛰어내려 사라짐으로서 너들링거가 실족사한 것처럼 꾸민다.

보험회사의 사고 조사 담당인 케이즈는 이 사건이 사고사나 자살이 아니라 범죄임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한편 허프는 범행 후 롤라에게 자꾸만 끌리고 롤라 역시 남자친구인 사셰티가 자신을 떠나자 허프에게 의존한다.

롤라는 허프에게 자신이 필리스를 의심하고 있고 그녀의 친어머니도 수상한 사유로 사망했음을 알려준다. 사셰티 역시 한패로 의심한 롤라는 그들을 미행하던 중 우연히 엿들은 대화를 통해 사셰티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게 된다. 사셰티가 혹시라도 범죄에 개입되었을까봐 망설였던 롤라는 법정에서 필리스와 관련된 수상쩍은 죽음에 대해서 폭로하겠다고 말하고, 자신들의 범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허프는 필리스를 죽이기로 마음 먹는다.

사셰티의 차를 타고 가 필리스를 죽인 후 사셰티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던 그의 계획은 필리스가 권총으로 선수를 치는 바람에 무산된다. 부상을 입은 허프는 롤라와 사셰티가 경찰에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셰티 역시 필리스가 의사인 자신의 아버지와 일할 때에 모종의 범죄를 저질렀음을 알고 그녀를 의심하여 접근했던 것이고, 허프와 만나기로 한 날 수상쩍은 점을 느껴 범행 장소에 가봤다가 경찰에 잡힌 것이다. 롤라는 사셰티의 차를 발견하고 따라갔다가 현장에서 마찬가지로 경찰에 잡힌 것이다.

허프는 롤라가 경찰에게 모진 짓을 당할 것을 우려하여 케이즈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 케이즈는 허프에게 모든 자백을 공증한 문서로 작성하여 등기로 부쳐준 후 남쪽으로 떠나라고 한다. 남쪽으로 가는 배에서 허프는 그 배가 자신이 자유로워지는 배가 아니라 죽음으로 인도하는 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배 안에는 필리스 역시 타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은 자신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에서 챔버즈와 콜라는 파파다키스를 죽인 데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가 비극으로 결말이 난 것, 그것 자체를 후회하고 슬퍼한다. 이는 <이중배상>도 마찬가지인데 허프는 너들링거를 죽인 것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피묻은 손을 한 채 롤라에게 다가갈 수 없어진 상황을 후회한다. 그들은 욕망의 실현을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몰 듯이 달려가지만, 그들의 능력과 예측을 넘어선 운명이 그들을 파멸로 내동댕이친다.

 

<이중배상>에서 케인은 허프와 필리스의 살인 공모를 끝내고 키스를 한 후 허프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가? ...... 보험이 미망인과 고아, 곤경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친구라는 이유로 당신이 하는 일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보험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도박판이다......당신은 당신 집이 불타 주저앉으리라는 데 돈을 걸고, 그들은 불이 나지 않는 데 돈을 건다. 그뿐이다. 불이 나리라는 데 돈을 걸면서도 집에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돈을 걸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으니 당신은 얼마나 멍청한다......하지만 어쩌면 당신도 당신 집이 불타 주저앉기를 바라는 때가 온다......그리고 바로 거기서 문제가 시작된다(194p)

 

공적부조의 속성을 가진 보험을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을 건 도박판으로 묘파하는 케인은 욕망의 끝에 비극을 배치하고 주인공들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부쳐 파멸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잠깐씩 드러나는 그들의 순수성은 욕망을 제어할 브레이크가 되지 못한다. 이들의 범죄가 성공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들은 행복해질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이들의 성공을 바란다. 그들의 욕망이 바로 독자의 욕망, 자본주의 사회가 심어준 욕망이기 때문이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M.케인은 생전에 문단으로부터 호평보다는 혹평을 많이 받았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는 그의 처녀작으로 레이몬드 챈들러는 '그(케인)이 만지는 것은 하나같이 숫산양처럼 냄새가 아주 지독합니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작가의 모든 점을 갖추고 있지요.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는 순진성, 기름 냄새 나는 작업복을 입은 플루트 연주자......그런 인간은 한마디로 문학의 비곗덩어리입니다. 더러운 것을 쓰기 때문이 아니라, 더러운 것을 아주 더럽게 쓰기 때문이죠'라는 지독한 험담을 했다고 한다.

챈들러를 좋은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케인에 대한 이러한 평가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읽는 내내 케인의 문체에 매료되었고, 범죄의 이면에서 읽히는 인간의 쓸쓸함에 전율할 지경이었다. 케인 역시 자신이 범죄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끝없이 주장하며 욕망을 만족시키는 '사랑의 시렁'에 몸을 올린 애인들의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케인은 내게 있어 하드보일드 작가가 아니라 슬픈 러브스토리를 쓴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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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복수 - 시스티나 천장화의 비밀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4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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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을 방문한 화자에게 새하얀 수염의 수도자가 휠체어를 밀며 다가온다. 그는 화자에게 "나를 어떻게 찾아냈느냐, 아들아?" 라며 말을 건낸다. 그리고 예언자 예레미야를 아는지 묻는다. 수도자는 자신이 예언자 예레미아이고 진실을 알고 있는 까닭에 수도원에 감금당해 있다고 말한다. 수도자는 화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화자는 그 말을 아래와 같이 글로 옮겨 적는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복원하던 중 그림 층 사이에서 문자가 발견된다. 교황청은 미켈란젤로가 이교적 성향이 있었고 댓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려했던 교황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상기하며 이 문제를 조사할 사람으로 교리 담당 추기경 옐리넥을 지목한다. 옐리넥 추기경은 대학교수와 추기경, 도서관 사서로 구성된 위워회를 구성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노련한 도서관 사서인 아우구스티누스가 발견된 글자에 관한 의미있는 추리를 제시하지만 그는 곧 국무장관 추기경으로부터 사서 자리를 내놓을 것을 종용당하고 후임으로 피오 세고니 신부가 임명된다.

한편 옐리넥은 누군가로부터 소포를 받게 되는데, 소포의 내용물은 요한 바오로 1세의 실내화와 안경으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요한 바오로 1세가 암살당했다는 것과 옐리넥이 문자의 비밀을 계속 캐낼 경우 마찬가지로 살해당할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피오 세고니 신부가 더 이상 조사하지 말아야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자살하고, 아우구스티누스 신부가 사서 자리를 되찾는다. 옐리넥은 아불라피아(ABULAFIA)라는 카발라 신봉자의 이름이 뜻하는 바를 계속 추적하다가 뜻 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한 미켈란젤로 연구자가 시스티나 천장화에 남겨진 글자의 비밀 일부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모든 비밀을 알기 직전 나치에 의해 제지 당한다. 나치는 글자의 비밀을 모두 풀어낸 뒤 이를 바탕으로 교황청을 협박하여 자신들의 신분 세탁 장소로 삼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 비밀의 내용을 알게 된 요한 바오로 1세가 이를 공표하려 하자 모종의 세력이 교황을 암살하고 글자의 비밀은 묻혀졌는데 이제 복원 과정에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카발라 신봉자 아불라피아는 예수가 죽은 후 시신이 탈취당하였는데 이를 <루가복음>에서 부활한 것으로 날조한 후 진실이 왜곡되었다는 내용을 책에 남겼고, 이를 알고 있던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 ABULAFIA라는 글자를 남김으로서 교황청에 복수를 의도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옐리넥 추기경은 투신 자살을 시도하고 그때 그의 입에서는 예레미야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추기경은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자신이 예언자 예레미야라는 착각에 빠진다. 교황청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옐리넥 추기경지만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이 두려워 그를 감금하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화자는 이 내용을 책으로 남긴다.

 

역사소설의 대가 헨릭 시엔키에비츠는 "역사가는 문헌과 기록의 틈새를 '추리'로 메우지만, 소설가는 그것을 '직관'에 의해서 메운다"라고 하였다. 반덴베르크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문헌과 기록의 틈새를 온통 '거짓'으로 메워 놓았다. 거기에는 '추리'나 '직관', 하다 못해 '허구'도 아닌 '거짓'으로 잔뜩 메워져 있기에 소설은 매우 저급하다.

음모론은 독자를 흥미롭게 만들고 그중 둘째 가라면 서로운 것이 교황청과 관련된 것이다. 내가 <푸코의 진자>를 이런 음모론을 다룬 소설 중 으뜸으로 치는 이유는 음모론을 다루면서도 현실의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까소봉 일파의 음모론이 아이러니하게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까소봉들이 도리어 현실로부터 추방되는 과정은 지적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만든다. 한편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그 표절 여부에 관한 논쟁은 논외로 치고, <푸코의 진자>와는 달리 음모론을 독자에게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갖가지 기교를 부린다. 그 기교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빈치 코드>는 중(中)은 간다 할 수 있다. 반면 <미켈란젤로의 복수>는 음모론을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거짓에 기반하고 있어 그 수준을 논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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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눈뜰 때 장정일 문학선집 5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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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살,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턴테이블을 가장 가지고 싶었던 주인공 '나'는 원하던 대학에 미끄러진 후 재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고등학교 때 시화전에서 알게 된 여자친구 은선은 최승자 스타일의 시를 썼는데, 처음 관계를 맺던 날 '나'에게 앞으로 '아담'으로 부르겠다고 한다. 시험이 끝나고 발표가 날 때까지 둘은 서로의 몸을 탐한다.

87년 대선 기간 동안 비판적 지지의 편에 가담했던 주인공의 형은 스스로를 이기적인 사람이라 평가하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버린다. 은선은 이별을 통보하며 대학에서 좀 더 즐길 계획이고 시인으로 등단하겠다고 말한다.

어느 날 친구가 기도로 있는 디스코텍에서 만난 고등학생 현재와 관계를 맺게 되는데, 둘 다 스탠다드 록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은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딱히 만날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만나게 되면 서로 관계를 갖는다.

가지고 싶던 세 가지 중 턴테이블은 오디오 가게의 호모 사장과 하룻밤을 지낸 후 얻게 된다. 두번째 뭉크화집은 디스코텍에서 만난 중년의 여성 화가의 야릇한 모델일을 해주고 얻는다. 하지만 그 화집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춘기>가 찢겨져 나가고 없었다.

은선이 종북주의의 시를 발표하여 구속된다. 은선은 시인이 되고자 했으나 운동권 써클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박탈당한 채 집체 시에 이름을 빌려주었던 이야기를 한다. 우연히 만난 현재와 관계를 맺은 일주일 후, 그녀는 투신 자살한다. '나'는 현재에게 자기의 수치스러웠던 일을 모두 얘기한 것이 그녀를 존중하지 않았던 비겁한 행위었다고 생각한다.

공부에 매진한 나는 결국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지만 등록을 포기한다. 서울역에서 창녀를 사서 밤을 보내고, 창녀는 '나'를 배웅해준다. 등록금의 일부를 헐어 타자기를 산 나는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다.

 

표제작인 <아담이 눈뜰 때>는 다분히 자전적인 소설이다. 가지고 싶었던 세 가지는 램프의 지니가 들어 주는 소원을 연상시킨다. 타자기와 턴테이블, 화집은 각각 문학과 음악, 미술을 상징하는 것일까? 셋 중 주인공이 비교적 정상적인 의지로 얻게 되는 것은 타자기이고 타자기만이 생산을 해내는 도구이다. 턴테이블과 화집은 소비의 도구(매체)이다. 독학자인 장정일이 록음악의 연주자가 되거나 화가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작가의 의도가 개입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진로를 잡은 것은 작가의 길이다. 한편 뭉크 화집에서 <사춘기>만이 뜯겨져 나간 것은 사춘기를 겪지 못한 작가 자신, 혹은 시대 자체를 웅변하는 것 같다.

<아담이 눈뜰 때> 외에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을 읽은 남녀가 7일간 <창세기>의 조물주가 세계를 창조하듯이 갖가지 에로티즘의 이론을 그로테스크하게 체험하는 과정을 그린 <제7일>, 소설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뒤로 한 채 대가족을 책임지던 은행원 큰아들이 죽어버린 사건을 카프카의 <변신>과 같은 스타일로 그려낸 <아이>, 여관에서 살아가는 모기가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고발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임무는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모기>, 실크 커튼이라는 반투명한 막을 매개로 '다리가 예쁜' 창녀와 '폐병쟁이'가 관찰/피관찰 하는 모습을 그려낸 <실크 커튼은 말한다>, 어느 날 자기 집으로 날아 들어온 펠리컨을 학대한 죄로 공안 경찰에게 끌려가 고문 당하고 결국 죄를 내면화하는 <펠리컨>, 희곡 스타일의 세 가지 이야기인 <아버지를 찾아가는 긴 여행>이 함께 실려 있다.

 

장정일의 초기 작품집으로 자전적인 이야기와 실험적인 시도, 문학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져 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마찬가지로 성을 통한 탈출의 욕구, 운동권(혹은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혹은 부당한) 비아냥 등이 드러나 있다.

독학자는 종종 관심의 '폭'이 넓고, 그런 연유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문제는 독학자 특유의 자유로운 비판 의식이, 특정 권위의 내재적 관점을 도외시한 결과 비아냥과 조롱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장정일의 글들은 그가 정규 과정이 아닌 독학과 무지막지한 독서의 결과이므로 그만의 색깔이 있고, 신선함이 있다. 한편, 실천적 인식의 깊이가 아쉬울 때가 있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긴 여행>의 2번째 이야기인 <어머니>는 내가 연극으로 본 작품이었다. 나는 연극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즐기지도 않는 편인데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98년도나 99년도에 이 작품을 관람한 기억이 난다. 당시 '흰얼굴'로 출연한 배우가 함께 연극을 보러 간 친구와 고교 동창이었고, 그런 인연으로 관람했었는데 꽤 훌륭했다고 느꼈었다. 함께 연극 관람한 친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어떻게 사는지 모르고, 당시 관람했던 연극의 제목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이 책을 읽다가 당시 내가 본 연극이 장정일의 원작을 극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정일의 재기발랄하고 파격적인 사고가 흥미로워 <장정일의 독서 일기> 1권도 함께 샀다.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9958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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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의 1/4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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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공허의 1/4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린 주인공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며 '룹알할리, 룹알할리...... 나는 룹알할리에 갈 것이다'라고 주문을 건다. 오년 전 진단을 받은 후 점점 통증은 심해지고 있고 80퍼센트는 불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언니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요양원에 수용되어 있고, 현재는 엄마와 살고 있다. 남자같은 성격의 엄마는 아버지를 패대기쳐 허리를 주저 앉게 만들었고, 아버지는 시름시름 5년을 앓는 동안 엄마와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복수한다.

직장인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은 냄새에 민감한 사람으로 '나'는 언제나 걸레를 락스에 담궜다가 꺼내 청소를 한다. 단지 내 청소를 맡아 하는 '남자'는 정신에 조금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수레를 낙타라고 부르고,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건물에는 과학 학원이 있는데 그곳의 김선생과는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을 때엔 학원으로 간다.

과학 학원을 다니는 아이 중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는 걸 목격한 후 충격으로 1년간을 잠만 자려하다가 엄마가 안드로메다로 갔을 뿐 죽은 것은 아니라고 믿는 진우라는 아이가 있다. 진우는 언제나 사슴벌레를 어깨에 올린 채 외따로 다녔는데 사슴벌레가 어느 날 날아가버리고, 대신 올려 놓았던 토끼도 죽고 만다.

'나'는 어느 날 엄마가 행사장에 따라가 3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옥장판을 사온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와 악다구니를 쓰며 싸우던 '나'는 자신이 진짜 아버지의 딸인지 묻고, 얼마 후 엄마의 옥장판 값을 받으러 거친 사내들이 동사무소를 방문한다.

'남자'가 청소하는 아줌마들에게 '아랫도리'가 잡힌 채 모욕을 당하면서도 어쩔줄 몰라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산책하던 중 남자의 집을 발견한 '나'는 '남자'의 아버지가 룹알할리 사막에서 낙타와 찍은 사진을 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남자'와 몸을 섞는다.

'남자'는 진우의 청으로 죽은 토끼의 가죽 안에 솜을 채우고, 우주선을 만든다. 진우가 과학 학원에 빠져 김선생이 진우의 집으로 전화를 걸고 경찰은 진우가 유괴된 것으로 믿는다. 진우와 '나', 그리고 '남자'는 경찰을 뒤로 한 채 도망치고, '나'는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그 순간 '나'는 룹알할리고 가고 있다고 느낀다.

 

o 개와 늑대의 시간

 

저녁 무렵 그의 부음을 듣는다. '나'는 남편을 졸라 아이를 데리고 어느 바닷가로 간다. 공동 화장실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 후 여자 두명이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중년의 여자가 '미친년들!'이라고 욕한다. 그리고 '나'는 과거 그와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운동권 써클에 있던 '나'는 어느 날 가투에서 '그'와 함께 전투경찰을 피해 화장실로 숨는다. 그곳에서 '그'는 나에게 담배를 권했고, 나는 '그'와 키스를 한다. 어느 순간 전투경찰이 난입하여 둘을 끄집어내며 '미친년들!'이라 욕을 한다. 자신을 내던지는 형태의 사랑에 빠진 나와 달리 '그'는 자퇴한 후 공장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공장에 들어가기 전날 둘이 함께 갔던 곳이, 지금 '내'가 있는 이곳 바닷가이다. 공장 생활을 정리한 후 '그'가 프랑스로 떠났다. 그리고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불리는 시간대에 '그'의 부음을 듣는다.

남편과 아이가 갯벌에서 돌아오고 있고, 나는 남편과 아이가 나를 더 크게 불러주고 잡아달라고 속으로 말한다.

 

o 십일월

 

김노인은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손녀의 얼굴이 신통치 않다고 느낀다. 노인은 헛헛한 중에 뒤주를 바라본다. 먹감나무를 못을 박지 않고 짜맞춘 그 뒤주는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집안이 기울자 사람들은 오래된 먹감나무를 베어 만들어 동티가 났다고 했다. 세간살이가 팔려 나가는 중에도 뒤주만은 그대로 있었다.

김노인은 담배를 피우고 조각 헝겊을 바느질 하는 것으로 소일 한다. 남편은 역마살이 있는 양반이었는데 병이 들어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 대신 담배불을 붙여 주다가 담배를 배우게 되었다. 남편은 삼 남매와 나이 든 시어머니, 그리고 텅 빈 뒤주만 남겨주었다.

잠이 든 김노인을 손자 셋을 본 며느리가 깨워 밥을 차려준다. 김노인은 며느리에게 목욕이 하고 싶다고 말한다. 목욕 후 죽은 아들의 환갑 잔치 때 비디오를 보고 싶다고 한다. 아들은 힘들다는 소리 한번 안하고 가장 노릇을 했고 그것이 김노인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김노인은 무덤에 부어놓을 술, 지금 먼저 한잔만 달라며 며느리에게 술을 청해 마시고 뒤주를 열어본다. 뒤주에는 새까만 어둠이 고여 있고, 빈 뒤주에 노인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고인다. 비디오 화면에서는 이승과 저승이 얼크러진 춤이 계속되고 있다.

 

 

잘쓴 글이지만, 흥미롭지 않다. 구성은 탄탄하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을 때 가장 혼란스럽다.

흥미롭지 않은 것은 서사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이 어떻게 될지가 별로 궁금하지 않다. 다음이 궁금한 것이 이야기의 제일 미덕일텐데, 대충 짐작이 간다. <공허의 1/4>에서는 남자와 '내'가 관계를 갖게 될 것이고, 그 형태가 '나'의 절망과 맞닿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한치 어긋남 없이 맞아 떨어진다. 이쯤 되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일어난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오면 그 작위적인 느낌이 한층 강해진다.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현재와 과거를 절묘하게 배치시킨 구성은 좋았으나, 주인공이 운동보다는 담배를 가르쳐준 그녀와의 파국적 동성애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에 개연성이 없고, 남편과 아이로 표징되는 현재로부터 이탈하려는 주인공의 심리 역시 다분히 병리적으로 읽힌다.

오히려 <십일월>은 담백한 맛이 있어 좋았다. 

한수영이라는 작가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소설집이었다. 작품들은 유행이 조금 지난 옛날 소설 느낌이 난다. 작위적인 느낌은 몰개성과 진지함의 결합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흥미가 동하거나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이유도 바로 그때문이 아닌가 싶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9766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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