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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평점 :
류요섭 목사가 사십여년 만에 고향인 황해도 신천 찬샘골 방문을 앞두고 형인 류요한 장로를 찾아간다. 요한은 동생의 고향 방문 소식을 마뜩치 않아 하면서 최근들어 귀신이 보인다고 말한다. 요섭이 고향으로 떠나기 사흘 전에 요한이 사망한다. 브루클린의 집으로 돌아가던 요섭은 한밤중에 길을 잃고, 한 낯선 노파에게서 가죽 주머니를 받는다. 요섭은 요한의 뼈조각 하나를 가죽 주머니에 갈무리한다.
비행기를 타고 황해도로 가는 도중 요섭은 요한의 환영을 본다. 여행 내내 환영은 요한에서 그치지 않고 죽었던 자들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고향에 방문은 하지만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하던 요섭은 북한쪽 안내원의 다그침과 권유에 조카 단열을 만나게 되고, 형수와 소메 삼촌도 만난다. 그리고 신천에서 일어난 그 끔찍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환영들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한 동리의 사랑방에서 너나들이 없이 지내던 그들은 해방 직후 혼란한 와중에 토지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놓고 편이 갈린다. 개신교를 중심으로한 지주 세력, 그리고 소작농과 머슴살이를 하던 공산당쪽 인사들은 전황에 따라 서로를 죽이기 시작한다. 처음의 신념은 삶의 피로로 바뀌어 상대편과 가족을 몰살시키고, 강간도 서슴지 않는다. 급기야 같은 개신교 세력들 사이에서도 공산당쪽과 연계가 있는 가족을 찾아내 살해한다. 요한은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편에 서서 상대편 가족을 몰살시켰던 그들 환영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낸 후 저 세상으로 떠나고, 요섭은 요한의 뼈를 고향에 묻어준다.
황석영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삼포 가는 길> 이후로 그의 소설을 읽고 싶었고, 벼르고 벼르다 <장길산>을 읽었는데 뭔가 구성이 허술하다고 느꼈다. 초반에 비중있게 다루어졌던 인물과 사건이 흐지부지 되고, 길산과 최형기의 개인적인 대결 부분에서는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던 것도 같다. 그러다 <손님>을 재작년에 읽기 시작했었는데 100여 페이지를 읽다가 이상스럽게 잘 읽히지 않아 중도작파했었는데 이번에 완독하게 되었다.
이번주는 감사 기간이어서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속 출근하며 힘들게 일했다. 하지만 황석영의 <손님> 을 조금씩 읽으면서 지루하고 긴장된 시간을 잘 견뎌냈다. 떠도는 영혼들이 나타나 과거의 한 자락을 얼핏 얼핏 비추는가 싶더니 종장에 모든 것들이 해소되는 구성은 마치 한풀이와 같았다. 황석영은 해방 직후 개신교와 마르크스주의를 우리 사회의 <손님>으로 보고, 그 손님의 장단에 서로를 무참하게 살해했던 신천 지역 사건을 장인의 솜씨로 빚어내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0855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