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복수 - 시스티나 천장화의 비밀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4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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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을 방문한 화자에게 새하얀 수염의 수도자가 휠체어를 밀며 다가온다. 그는 화자에게 "나를 어떻게 찾아냈느냐, 아들아?" 라며 말을 건낸다. 그리고 예언자 예레미야를 아는지 묻는다. 수도자는 자신이 예언자 예레미아이고 진실을 알고 있는 까닭에 수도원에 감금당해 있다고 말한다. 수도자는 화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화자는 그 말을 아래와 같이 글로 옮겨 적는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복원하던 중 그림 층 사이에서 문자가 발견된다. 교황청은 미켈란젤로가 이교적 성향이 있었고 댓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려했던 교황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상기하며 이 문제를 조사할 사람으로 교리 담당 추기경 옐리넥을 지목한다. 옐리넥 추기경은 대학교수와 추기경, 도서관 사서로 구성된 위워회를 구성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노련한 도서관 사서인 아우구스티누스가 발견된 글자에 관한 의미있는 추리를 제시하지만 그는 곧 국무장관 추기경으로부터 사서 자리를 내놓을 것을 종용당하고 후임으로 피오 세고니 신부가 임명된다.

한편 옐리넥은 누군가로부터 소포를 받게 되는데, 소포의 내용물은 요한 바오로 1세의 실내화와 안경으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요한 바오로 1세가 암살당했다는 것과 옐리넥이 문자의 비밀을 계속 캐낼 경우 마찬가지로 살해당할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피오 세고니 신부가 더 이상 조사하지 말아야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자살하고, 아우구스티누스 신부가 사서 자리를 되찾는다. 옐리넥은 아불라피아(ABULAFIA)라는 카발라 신봉자의 이름이 뜻하는 바를 계속 추적하다가 뜻 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한 미켈란젤로 연구자가 시스티나 천장화에 남겨진 글자의 비밀 일부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모든 비밀을 알기 직전 나치에 의해 제지 당한다. 나치는 글자의 비밀을 모두 풀어낸 뒤 이를 바탕으로 교황청을 협박하여 자신들의 신분 세탁 장소로 삼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후 비밀의 내용을 알게 된 요한 바오로 1세가 이를 공표하려 하자 모종의 세력이 교황을 암살하고 글자의 비밀은 묻혀졌는데 이제 복원 과정에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카발라 신봉자 아불라피아는 예수가 죽은 후 시신이 탈취당하였는데 이를 <루가복음>에서 부활한 것으로 날조한 후 진실이 왜곡되었다는 내용을 책에 남겼고, 이를 알고 있던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 ABULAFIA라는 글자를 남김으로서 교황청에 복수를 의도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옐리넥 추기경은 투신 자살을 시도하고 그때 그의 입에서는 예레미야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추기경은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자신이 예언자 예레미야라는 착각에 빠진다. 교황청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옐리넥 추기경지만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이 두려워 그를 감금하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화자는 이 내용을 책으로 남긴다.

 

역사소설의 대가 헨릭 시엔키에비츠는 "역사가는 문헌과 기록의 틈새를 '추리'로 메우지만, 소설가는 그것을 '직관'에 의해서 메운다"라고 하였다. 반덴베르크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문헌과 기록의 틈새를 온통 '거짓'으로 메워 놓았다. 거기에는 '추리'나 '직관', 하다 못해 '허구'도 아닌 '거짓'으로 잔뜩 메워져 있기에 소설은 매우 저급하다.

음모론은 독자를 흥미롭게 만들고 그중 둘째 가라면 서로운 것이 교황청과 관련된 것이다. 내가 <푸코의 진자>를 이런 음모론을 다룬 소설 중 으뜸으로 치는 이유는 음모론을 다루면서도 현실의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까소봉 일파의 음모론이 아이러니하게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까소봉들이 도리어 현실로부터 추방되는 과정은 지적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만든다. 한편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그 표절 여부에 관한 논쟁은 논외로 치고, <푸코의 진자>와는 달리 음모론을 독자에게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갖가지 기교를 부린다. 그 기교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빈치 코드>는 중(中)은 간다 할 수 있다. 반면 <미켈란젤로의 복수>는 음모론을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거짓에 기반하고 있어 그 수준을 논하기가 어렵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034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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