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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94
제임스 M. 케인 지음, 박기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길 위를 떠도는 프랭크 챔버즈가 '트윈 오크스 태번' 식당으로 들어가 돈이 없는 것을 감추기 위해 허풍을 떨며 식사를 주문 한다. 그리스인 사장 니조 파파다키스는 사람을 구하는 중이었고, 달리 갈 곳이 없던 챔버즈는 그곳에서 일하기로 한다. 파파다키스의 아내 콜라는 자신을 파파다키스라는 성으로 부르는 것을 싫어했고, 챔버즈는 한 눈에 남편과 지긋지긋한 식당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욕망을 알아차린다.
파파다키스가 가게를 비운 사이 둘은 관계를 맺게 되고 사장을 살해할 모의를 시작한다. 사장을 욕조에서 둔기로 내려쳐 죽인 후 사망케 하려는 그들의 계획은 콜라가 파파다키스의 머리를 내려치는 순간 고양이가 퓨즈함을 건드려 정전이 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챔버즈와 콜라는 둘이 함께 도망치려 하지만 콜라의 변심으로 챔버즈만 떠나게 된다. 콜라는 비루한 삶일지언정 붙박이로 살고 싶어했기에 떠돌이 삶을 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챔버즈는 당구 도박으로 이백 오십달러를 벌게 되자 좀 더 벌어 콜라와 함께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벌었던 돈을 도박에서 모두 잃고, 우연히 파파다키스와 다시 조우한다. 파파다키스는 다시 가게에서 일해줄 것과 산타 바바라로 함께 여행을 갈 것을 제안한다.
다시 돌아온 챔버즈를 본 콜라는 또다시 자신을 뒤흔드는 그에게 쌀쌀맞게 대하지만 곧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두번째 살해 모의를 한다. 산타 바바라 피에스타를 보고 난 후 파파다키스를 취하게 한 후 콜라가 운전하여 자동차 사고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술에 취한 파파다키스를 둔기로 내려쳐 죽게 하고 콜라가 지나가는 차에 도움을 요청하는 계획은 챔버즈도 차에 탄 채 추락하는 변수가 생긴다. 파파다키스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의심한 검사 새키트는 챔버즈를 협박하여 콜라에게 불리한 증언에 사인을 한 후 콜라가 보험금을 노리고 둘을 살해하려 했다고 몰아간다. 챔버즈는 유능한 변호사 카츠를 선임하여 변호를 맡기는데 카츠는 뜻밖에도 법정에서 콜라의 모든 죄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다. 분개한 콜라는 경찰관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하는 문서를 구술한다.
모든 것이 끝장났다고 생각한 둘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다. 카츠는 파파다키스의 보험에 대해 콜라가 몰랐다는 점, 콜라가 둘을 살해하려 할 경우 보험사에서는 챔버즈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보험사와의 회합을 주도하여 합의를 이끌어내고 분개한 콜라의 분풀이를 위해 가짜 경찰관에게 자백을 시킨 것이었다.
범행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지만 콜라는 챔버즈는 서로를 배신했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워질 수가 없었다. 콜라는 트윈 오크스 태번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하고, 가게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정착을 원한다. 하지만 챔버즈는 가게를 팔아치우고 그곳을 뜨고 싶었기 때문에 둘은 자주 싸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범행을 자백받았던 가짜 경찰관이 자백 문서를 이용해 협박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콜라는 자신들이 떠나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음을 깨닫는다.
챔버즈가 콜라가 어머니 장례식으로 가게를 비운 사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자 콜라는 모든 자료를 새키트에게 넘기려 한다. 하지만 배 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갈등한다.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콜라가 유산의 징후를 보이자 챔버즈는 자동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간다. 트럭을 추월하려는 순간 사고가 일어나고 콜라는 앞유리 창 밖으로 튕겨져 나가 죽는다. 경찰은 챔버즈가 그리스인을 살해하고 그후 콜라도 살해했다고 보고 그를 기소한다. 콜라가 챔버즈에게 쓴 애정이 담긴 편지, 그렇지만 그리스인을 살해한 사실이 담긴 그 편지로 인해 챔버즈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 글은 그가 남긴 기록이며 '나를 위해서, 콜라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들이 어디에서건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중보상>
유능한 보험판매원 허프는 너들링거씨의 보험을 갱신하러 갔다가 그의 아내 필리스로부터 사고보험도 다루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허프는 그녀의 말과 태도에서 너들링거를 그녀가 살해하려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관능적인 면에 매료된 허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험지식을 이용하여 범행한다면 완전범죄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여 그녀와 공모하여 너들링거를 죽이고 그녀와 돈을 차지하기로 마음먹는다.
허프는 너들링거를 기만하여 상해보험에 가입하게 한 후 보험금을 초과하여 수납하였다고 속여 현금을 거슬러주고 정확한 수표 금액을 받아낸다. 또한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필리스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너들링거가 보험 가입을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증인을 세운다. 필리스는 증인으로 의붓딸 롤라를 데려오는데 허프는 그녀가 증인으로 개입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기차에 너들링거를 태우는 것이 어려워 계획의 실현이 멀어질 무렵 공교롭게 그의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허프와 필리스는 너들링거를 차에서 살해하고 허프는 다리가 부러진 필리스로 변장하여 기차에 탄다. 필리스는 허프를 전송한 후 너들링거의 시체를 철로로 옮기고 허프는 기차가 출발하자 뛰어내려 사라짐으로서 너들링거가 실족사한 것처럼 꾸민다.
보험회사의 사고 조사 담당인 케이즈는 이 사건이 사고사나 자살이 아니라 범죄임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한편 허프는 범행 후 롤라에게 자꾸만 끌리고 롤라 역시 남자친구인 사셰티가 자신을 떠나자 허프에게 의존한다.
롤라는 허프에게 자신이 필리스를 의심하고 있고 그녀의 친어머니도 수상한 사유로 사망했음을 알려준다. 사셰티 역시 한패로 의심한 롤라는 그들을 미행하던 중 우연히 엿들은 대화를 통해 사셰티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게 된다. 사셰티가 혹시라도 범죄에 개입되었을까봐 망설였던 롤라는 법정에서 필리스와 관련된 수상쩍은 죽음에 대해서 폭로하겠다고 말하고, 자신들의 범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허프는 필리스를 죽이기로 마음 먹는다.
사셰티의 차를 타고 가 필리스를 죽인 후 사셰티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던 그의 계획은 필리스가 권총으로 선수를 치는 바람에 무산된다. 부상을 입은 허프는 롤라와 사셰티가 경찰에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셰티 역시 필리스가 의사인 자신의 아버지와 일할 때에 모종의 범죄를 저질렀음을 알고 그녀를 의심하여 접근했던 것이고, 허프와 만나기로 한 날 수상쩍은 점을 느껴 범행 장소에 가봤다가 경찰에 잡힌 것이다. 롤라는 사셰티의 차를 발견하고 따라갔다가 현장에서 마찬가지로 경찰에 잡힌 것이다.
허프는 롤라가 경찰에게 모진 짓을 당할 것을 우려하여 케이즈에게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 케이즈는 허프에게 모든 자백을 공증한 문서로 작성하여 등기로 부쳐준 후 남쪽으로 떠나라고 한다. 남쪽으로 가는 배에서 허프는 그 배가 자신이 자유로워지는 배가 아니라 죽음으로 인도하는 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배 안에는 필리스 역시 타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은 자신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에서 챔버즈와 콜라는 파파다키스를 죽인 데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가 비극으로 결말이 난 것, 그것 자체를 후회하고 슬퍼한다. 이는 <이중배상>도 마찬가지인데 허프는 너들링거를 죽인 것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피묻은 손을 한 채 롤라에게 다가갈 수 없어진 상황을 후회한다. 그들은 욕망의 실현을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몰 듯이 달려가지만, 그들의 능력과 예측을 넘어선 운명이 그들을 파멸로 내동댕이친다.
<이중배상>에서 케인은 허프와 필리스의 살인 공모를 끝내고 키스를 한 후 허프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가? ...... 보험이 미망인과 고아, 곤경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친구라는 이유로 당신이 하는 일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보험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도박판이다......당신은 당신 집이 불타 주저앉으리라는 데 돈을 걸고, 그들은 불이 나지 않는 데 돈을 건다. 그뿐이다. 불이 나리라는 데 돈을 걸면서도 집에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돈을 걸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으니 당신은 얼마나 멍청한다......하지만 어쩌면 당신도 당신 집이 불타 주저앉기를 바라는 때가 온다......그리고 바로 거기서 문제가 시작된다(194p)
공적부조의 속성을 가진 보험을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을 건 도박판으로 묘파하는 케인은 욕망의 끝에 비극을 배치하고 주인공들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부쳐 파멸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잠깐씩 드러나는 그들의 순수성은 욕망을 제어할 브레이크가 되지 못한다. 이들의 범죄가 성공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들은 행복해질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이들의 성공을 바란다. 그들의 욕망이 바로 독자의 욕망, 자본주의 사회가 심어준 욕망이기 때문이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M.케인은 생전에 문단으로부터 호평보다는 혹평을 많이 받았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는 그의 처녀작으로 레이몬드 챈들러는 '그(케인)이 만지는 것은 하나같이 숫산양처럼 냄새가 아주 지독합니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작가의 모든 점을 갖추고 있지요.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는 순진성, 기름 냄새 나는 작업복을 입은 플루트 연주자......그런 인간은 한마디로 문학의 비곗덩어리입니다. 더러운 것을 쓰기 때문이 아니라, 더러운 것을 아주 더럽게 쓰기 때문이죠'라는 지독한 험담을 했다고 한다.
챈들러를 좋은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케인에 대한 이러한 평가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읽는 내내 케인의 문체에 매료되었고, 범죄의 이면에서 읽히는 인간의 쓸쓸함에 전율할 지경이었다. 케인 역시 자신이 범죄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끝없이 주장하며 욕망을 만족시키는 '사랑의 시렁'에 몸을 올린 애인들의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케인은 내게 있어 하드보일드 작가가 아니라 슬픈 러브스토리를 쓴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0370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