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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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저 그런 전문대 야간을 다니는 화자 '나'는 엄마와 대화가 단절된 상태이고, 강이라는 남자친구와 '섹스를 주로 하는 관계'를 이어오다가 이제는 '섹스만 하는 관계'가 되어 있다. 어느 날 여령, 미주와 함께 노래바에 가서 남자 도우미들을 부르는데 그곳에서 '제리'를 알게 된다.

'나'는 '제리'에게서 위로받고 싶다는 느낌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얼마 후 여관에 든다. 여관에서 제리가 '나'의 휴대폰을 보고 강의 존재를 알게 된다. 관계를 가진 그날 이후 제리는 나의 연락을 피한다. 제리에게 잠시 집착을 보이던 '나'는 제리와 자신의 관계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코와 귀에 피어싱을 잔뜩 한 '나'는 통증을 참으며 여령, 미주와 노래바에 간다. 그곳에서 제리를 만난 '나'는 노래바를 나간다. 밖에서 다시 만난 제리와 '나'는 노래방에서 관계를 갖고, 깨어난 옆자리에 제리는 없었다. 수족관을 쳐다보며 '나'는 수없이 많은 내가 안으로 들어온다고 느낀다.

 

위와 같은, 매우 단선적 스토리의, 천박한 자의식으로 충만한 소설이다.

 

왜 소설은 천박하고, 조악한 느낌을 주는가?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 때문인가, 아니면 호스트바라는 자극적인 소재 때문인가. 그 해답은 바로 작가 자신으로부터 연원한다.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끼며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의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인공 '나'와 밑바닥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제리의 고통이 자의식 과잉에 의한 허위의식이므로, 노골적인 성행위와 자극적인 소재는 그 허구를 가리는 장치로 전락하고 만다. 작가가 삶에서 느끼는 고통의 깊이가 피상적이고 즉자적이라는 것은 소설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마루야마 겐지는 "문학이란 혼의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혼의 문제를 다룬다 함은 외로움이 전제 조건입니다. 혼이란 깊은 우물이나 구멍 같은 것으로 성격적으로 파탄이 난 사람들이 그 구멍을 들여다 봅니다. 문제는 그 구멍의 어느 정도 깊이까지 내려갈 수 있는가인데, 중요한 것은 반드시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김혜나는 혼의 문제를 다루지도 않았지만, 외로움과 고통의 우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소설을 써내려간다. 작가 스스로 이것이 무척 걸렸던지 작가 후기에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여지 없이 드러난 '사유 없음'을 가릴 수는 없다.

김혜나가 바라본 것은 우물의 표면이다. 따라서 작중의 '나'와 '제리'의 고통은 기껏해야 '권태롭다'든가, '연애인이 되고 싶지만 얼굴이 못나서 불가능하다'가 그 실체이다. 그것을 가리기 위해서는 약발이 비교적 잘 받는 것으로 소문난 장치가 필요하다. 바로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이다.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는 '젊은이들의 슬픈 자화상', '우리 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고발' 등의 수식어를 평론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거들 수 있다.

 

작가의 밑천이 다 드러난 <제리>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별로 놀랍지 않은 것은 <철수사용설명서>를 이미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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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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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시아 부인이 맞는 마흔번째 생일 날 알폰소가 어린애다운 편지를 쓴다. 루크레시아 부인은 리고베르토씨와 재혼할 때 의붓아들인 알폰소와의 관계를 가장 걱정했었다. 하지만 알폰소는 루크레시아 부인을 잘 따랐고 부인 역시 알폰소를 귀엽게 여긴다.

리고베르토씨는 자신만의 법칙에 따라 몸의 각 부위를 요일별로 씻었는데 그 작업을 통해 종교를 통해 맛볼만한 희열마저 느낀다. 몸을 다 씻은 이후에는 루크레시아 부인과의 에로틱한 정사를 벌이는데 그림과 상상을 통해 희열을 배가시키는데 매번 성공하였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이는 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알폰소의 태도가 루크레시아 부인이 느끼기에 성적인 행동으로 여겨지자 부인은 천사와 같은 알폰소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을 것이고 자신이 음탕한 상상을 했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하녀인 후스티니아나가 알폰소가 부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본다고 고자질하자 루크레시아부인은 알폰소에게 의도적으로 냉담하게 대한다. 알폰소가 자살소동을 일으킨 이후 루크레시아 부인은 알폰소의 신체적 접촉에 에로틱한 상상을 거듭하고, 마침내 둘은 관계를 갖기에 이른다.

관계를 갖고 난 후에도 알폰소는 천진난만하게 행동하는데, 어느 날 루크레시아 부인이 집을 비운 사이 알폰소가 리고베르토씨에게 오르가즘이 무슨 뜻인지 묻는다. 그 말이 루크레시아 부인에게서 나왔다는 알폰소의 진술과 학교에 낼 <새엄마 찬양>이라는 제목의 작문 숙제에서 부인과 알폰소 사이의 일을 알게 된 리고베르토는 부인을 헌신짝처럼 버린 후 수도자와 같은 태도로 변한다. 후스티니아나는 알폰소를 책망하지만 알폰소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녀는 알폰소가 아무것도 몰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직후에 알폰소가 후스티니아나의 몸을 탐하는 듯한 행위가 이어지자 후스티니아나는 경악한다.

 

이상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이야기이고, 그 사이 사이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데 인용된 그림은 다음과 같다.

 

<심복 기게스에게 아내를 보여주는 리디아의 왕 칸다올레스>, 1948, 야코프 요르단스

<목욕 후의 디아나>, 1742, 프랑수아 부셰

<아모르와 오르간 연주자와 함께 있는 베누스>, 1548, 티치아노 베첼리오

<머리Ⅰ>, 1948, 프랜시스 베이컨

<멘디에타로 가는 길 10>, 1977, 페르난도 데 시슬로

<수태고지>, 1437년경, 프라 안젤리코

 

작가는 인용된 그림에 관해 자신의 해설을 덧붙이거나, 그림과 관련된 기존의 스토리를 변형하여 원래 이야기와 연관 지음으로써 독자의 상상 범위를 확장시킨다. 원 줄거리는 마치 신화적인 색채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필연적인 분위기를 띠기도 한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사실 작가 스스로의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가 있다. 작가는 "<새엄마 찬양>은 그림에서 느껴지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언급하는 유희적 글쓰기이다.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기존 작품에서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능적 역할을 위한 언어를 사용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주 풍요롭고 암시적이며, 이전 작품에서 결고 사용하지 않았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관한 언급에서 "성(性)은 이 소설의 중심 소재이다. 그것은 바로 그 소재가 인생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엄마 찬양>은 작가가 <마담 보바리>의 성(性)이 인생의 중심이라는 데에 동의하며 20세기적인 성(性), 혹은 에로티시즘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은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장인의 솜씨로 빚어낸 외설 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따져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성(性)이 인생의 중심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작가가 풀어놓은 언설들이 외설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을 잘 쓰여진 한 편의 외설 소설로 볼 것인가, 아니면 에로티시즘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볼 것인가는 온전히 독자가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 혹은 삶의 구심점과 관련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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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가 살아 있다면
김미진 지음 / 민음사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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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제1부 점

미국인들의 발음 편의 때문에 <쌍>이 되어버린 민상수는 어느 날 지니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는다. 그는 약속 장소로 향하다가 흑인에게 강도를 당해 가진 돈을 모두 털리고 만다. 오랜만에 만난 지니는 "만약에 옛날 애인이 갑자기 몇 년 만에 나타났는데, 가방 한 가득 돈을 가지고 나타나서 함께 멀리 가자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돈가방과 바꿀 수 없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뜬금 없는 질문을 한다.

질문에 대해 즉답을 하지 못하던 <쌍>은 문득 옛날 애인 선희가 생각 난다. <쌍>이 22살 때 선희가 갑자기 임신했다는 통보를 했고, <쌍>은 당연히 내 아이려니 라고만 생각했다. 앞이 막막하던 차에 아이 아버지가 자신이 아님을 알고 한시름 놓은 <쌍>은 내친 김에 선희에게 배신당한 남자의 역할까지 멋지게 해낸다. 얼마 후 선희의 여동생이 그를 찾아와 선희가 <쌍>에게 미안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는 유서와 함께 자살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온다. 과거의 회상에서 돌아온 <쌍>은 돈가방과 바꿀 수 없는 것은 운명이라고 답한다.

지니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 온 <쌍>은 집세를 독촉하는 주인 영감을 기막힌 연기로 따돌린다. 옆방에 사는 R이 술을 가져와 자신의 애인이 다른 남자의 애를 뱄다며 괴로워 한다. 잠시 후 방으로 돌아갔던 R이 <쌍>의 방문을 다시 두드린다. R은 <쌍>이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극약을 마신 뒤였고, <쌍>은 911에 전화를 건다.

o 제2부 선

4주 간의 중국 여행에서 돌아 온 지후는 두 통의 편지를 받는다. 한 통은 아내가 이혼을 통보하는 내용이었고 다른 한 통은 미국에서 온 편지였다. 미국에서 온 편지는 얼마 전 사망한 글라스가 그녀의 아이 제이 티의 법정 후견인으로 지후를 지목했다는 내용이었다.

지후는 열살 차이가 나는 형님이 떠밀듯이 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었는데 그곳에서 한국인 입양아인 글라스를 만났다. 글라스에게는 론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지후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글라스와 사귀게 되지만 론의 그림자는 항상 글라스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글라스의 양모가 죽고 그녀가 장례식장에 론과 함께 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지후는 글라스의 곁을 떠난다.

편지를 받은 지후는 미국의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다. 변호사는 제이 티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고 지후는 론이라는 사내가 아니냐고 묻는다. 변호사는 론 알렉산더가 글라스의 오빠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론도 제이 티처럼 색맹인지 묻는다. 지후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지후 자신이 색맹이었던 것이다.

o 제3부 면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한 윤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만다. 윤의 친구 쿠키는 그런 윤을 동정하여 삽화 일을 해볼 것을 권한다. 윤은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림을 그리려 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겼고 결국 삽화 일을 맡게 된다. 삽화가로서 윤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쿠키의 이름으로 얻어온 일들이었기에 그녀와 5:5로 수익을 배분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렉싱턴에 새로 생긴 출판사에서 쿠키의 삽화(윤이 작업한)를 비싼 값에 사려 한다. 성공을 기뻐하는 쿠키에게 윤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소설 쓰기 임을 밝힌다. 소설의 제목은 <보이지 않는 풍경>쯤이 될 것이다. 그 발언과 함께 쿠키와 윤의 관계는 끝난다.

o 제4부 보이지 않는 풍경

미국에서 10년간 그림 공부를 하고 마침내 한국의 대학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 지니는 며칠 후 한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4년 전 지니를 버리고 홀연히 사라진 류가 돈가방과 함께 나타난다. 류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지니를 데리고 추적자들을 피해 도망친다. 도망하는 중간 중간 얻어들은 설명에 의하면 류는 북한과 관련된 마약 밀매 조직의 돈을 가로챈 것이었다. 류가 옛 친구의 일로 뉴욕에 들를 일이 있었고 류는 지니에게 훔친 돈으로 쇼핑이나 하라고 권한다. 지니는 가난한 예술가를 모욕하지 말라고 말하며 그럼 뭘 할거냐는 류의 질문에 <쌍>이라는 옛 친구나 만나러 가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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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미술 대학을 다녔던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각각의 장에서 풀어나가고 있는데 인물들은 상호간에 관련이 있다. 그들은 직접 알고 있는 사이이거나, 풍문을 통해 들은 사이이다. 시간 순서대로라면 제4부에서 류의 돈을 지니가 가로채는 것이 가장 먼저이나 작가는 의도적으로 맨 마지막에 배치하여 구성상의 기교를 부린다. 돈가방과 지니는 각 장에서 조금씩 언급이 되며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4장 맨 마지막에 지니의 심상한 대사를 끼워 넣음으로서 소설을 완결 짓는다. 확실히 구성상의 기교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론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 글라스의 태도는 작가가 반전을 위해 무리수를 썼다는 느낌이 든다. 론의 정체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지후와 글라스의 관계는 삐그덕거리고 결국은 지후가 떠나게 되는데 글라스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뿐 론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는다. 글라스는 자신이 결백하다는 말만으로 지후를 납득시킬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론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소설 속에는 독자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데 이는 반전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자신이 죽자 지후를 제이 티의 법정후견인으로 지정한 글라스가 정신적 결함이 있는 인물로 보이게 된다. 또 류가 돈가방과 함께 나타나고 그가 관련된 마약조직이 '빨갱이' 북한과 연관되어 있는 설정은 소설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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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장조의 살인
몰리 토고브 지음, 이순영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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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등장하는 주요 음악가들

 

o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 Robert Alexander Shumann, 1810.6.8. ~ 1856. 7. 29.

 

작센 츠비카우에서 태어난 독일의 유명한 작곡가. 아버지는 서적상이었고 어머니는 신앙심과 음악적 감성이 깊은 사람으로 아버지의 문학적 취미와 어머니의 섬세한 감수성을 이어받았다고 전해진다. 라이프치히에서 당시의 명교사 프리드리히 비크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가곡과 피아노곡 등의 작곡도 시작하였다. 1832년 오른손 넷째손가락을 다쳐 피아니스트가 될 꿈을 단념하고, 이때부터 작곡과 평론에 집중한다. 잡지 <음악신보>를 발행하여 낭만주의의 새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비크의 딸인 클라라와 사랑에 빠져 비크 교수의 강력한 반대로 법정 제소까지 간 끝에 1840년에 결국 결혼에 성공하였다. 클라라와의 사랑은 너무나 유명해 오늘날까지도 '슈만과 클라라'라는 이름이 하나의 관용구처럼 굳어져 사용된다.

그의 정신장애의 징후는 이미 1833년경부터 보이기 시작하여 1844년경부터는 창작력이 왕성한 시기와 우울증에 빠진 시기가 서로 교차되어 나타났으며, 1854년에는 심한 망상에 사로잡혀 라인 강에 투신하기도 했다. 그 후 교외의 엔데니히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2년간의 투병 끝에 46세로 세상을 떠났다.

슈만의 작품은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뛰어나고 작품수가 많은 것은 피아노 독주곡과 가곡이다. 대부분 시적 서정성이 담긴 낭만주의의 향기가 풍기는 음악으로, 특히 가곡은 슈베르트가 개척한 리트 형식을 계승하고 시와 음악을 밀착시켜 보다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o 클라라 조제핀 비크 슈만 Clara Josephine Wieck Shumann, 1819.9.13. ~ 1896.5.20.

 

독일의 음악가. 오스트리아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유명한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이며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로도 유명하다. 낭만파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으며, 뛰어난 작곡가이기도 했다. 그녀의 연주회에는 언제나 경찰이 군중을 정리하곤 했으며 많은 시인들이 그녀에 대한 시를 썼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였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슈만과 결혼한 후에는 슈만의 부인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라 슈만이 클라라의 남편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남편과 함께 러시아, 빈 등지로 연주 여행을 하는 한편, 남편으로 하여금 수많은 걸작들을 낳게 하였다. 남편을 사별한 이후 37년 동안을 혼자 지내며 연주 여행을 계속해 리스트에 비견되는 명연주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77세 때 임종 시 남편인 로베르트 슈만의 곡들을 손자들에게 연주하게 하고 그 음악 속에서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o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5.7. ~ 1894. 4.3.

 

함부르크 출생. 5세 때부터 음악을 배웠으나 가정 사정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가계를 돕기 위해 술집, 식당 등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였다. 1850년 헝가리의 바이올리니스트 J. 요하임을 알게 되어 그와 함께 연주 여행을 하던 중 그의 생애를 통해 가장 큰 영향을 준 슈만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브람스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음악계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슈만의 부인이며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클라라와의 우정도 유명하다.

오페라 이외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작품을 남기고 있다. 그의 음악은 독일 음악의 전통을 존중하며 견고한 구성감을 보인다. 동시에 매우 풍부하고 다양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낭만주의의 화려한 시대를 살면서 고전파 음악의 전통을 지킴으로써 독자적 작풍을 견지한 작곡가로서 R.슈트라우스, A.드보르자크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o 프란츠 폰 리스트 Franz von Liszt, 1811.10.22. ~ 1886.7.31.

 

라이딩 출생. 한 귀족의 토지관리인의 아들로 태어나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9세 때 독주회를 열어 천재의 출현이라는 평을 받았다. 빈에서 K.체르니에게 사사하고 A.살리에리에게 작곡을 배웠다. 다음해 파리에서 데뷔한 후 프랑스 각지로 연주 여행을 다녔고, 런던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1847년 유럽 전역에 걸친 연주 여행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리스트는 바이마르에 정주하였다. 바이마르에서는 지휘자, 작곡가, 교육가, 사회활동가로 폭넓게 활동하였다. 1861년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 동안 흑의를 두르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의 작품에는 종교성이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869년 로마에서 바이마르로 돌아와서는 교육자로 활동하였다. 리스트는 피아노 연주상의 명기주의의 완성과 표제음악의 확립이라는 음악사상 매우 중요한 공적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편곡까지 포함하여 방대한 수에 이르며 악종도 다양한데, 그 중심이 되는 것은 '헝가리 광시곡'과 '순례의 해'를 포함한 피아노곡과 교향시이다.

 

프라이스 경위에게 어느 날 로베르트 슈만이 'A음이 계속 들려 견딜 수가 없다'며 사건을 의뢰한다. 슈만의 주변을 조사하면서 슈만과 갈등 관계에 있는 인물들이 드러난다. 먼저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는 나이 차이가 많고 신경증에 시달리는 슈만을 대신해 가계를 책임지고 있었고 독자적인 작곡가로서의 꿈이 좌절된 상태였다. 브람스는 슈만의 아내에 푹 빠져 있었고, 리스트는 슈만의 음악을 비아냥거렸다.

그러던 중 슈만이 갖고 있던 고가의 베토벤 악보가 분실되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자는 슈만의 전기를 쓰는 게오르그 아델만이었다. 그는 슈만이 동성애와 관련된 일을 함구하는 조건으로 악보를 떠넘기다시피 했다고 주장했다. 얼마 후 그가 아파트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그 옆에는 흉기로 사용된 소리굽쇠가 떨어져 있었다.

소리굽쇠를 단서로 사건을 재조사한 프라이스 경위는 조율사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A음을 일부러 다르게 조율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맨 앞장에 쓰여 있는 등장인물들에 관한 역사적 사실만 읽어봐도 누가 조율사를 사주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A음을 미세하게 다르게 조율해 놓았는데 일부 음악가들은 눈치를 못챘다는 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작가는 정말 모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는 절대음감을 갖고 있기에 A음을 다르게 조율한 것을 알아챘다고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절대음감이 아니라 상대음감만 갖고 있더라도 조율상의 실수는 바로 알아챌 수가 있다.

추천사를 쓴 박종호는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뒤셀도르프 도시의 거리 하나, 골목 하나, 가게 하나, 커피하우스 하나를 마치 다큐멘터리 필름이 돌아가듯이 섬세하게 묘사하였다'면서 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 하나라고 말하는데, 그런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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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페로 가는 사람 - 창비소설집
김승희 지음 / 창비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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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산타페로 가는 사람(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화자는 미국의 작은 도시 이블린의 세계예술가대회에 석 달 예정으로 참가한다. 참가자들 중 일부가 20세기의 문명이 오염시키지 않은 순수원초의 미가 남아있는 산타페에서 마지막 이별파티를 하자고 권했지만 아직 참가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으로 떠나오기 전 '나'는 유언과도 같은 '에미의 마지막 간청'이라는 말에 동생의 보증을 서 주었는데, 그 보증이 잘못 되어 집에 차압이 들어오기 직전이다. 돈을 가져다 쓴 동생은 뻔뻔스럽게 빚문제 해결을 종용해왔고, 그나마 빚을 가져다 쓴 것은 동생과 상관도 없는 엉뚱한 사람이었다.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CNN에서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산타페로 가겠느냐는 일행의 마지막 물음에 '나'는 뉴스와는 무관하게 집안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갈 수 없다고 답한다. 어두운 밤하늘의 색채가 정선아리랑을 부르는 것 같다고 느끼며 집으로 가야지라고 중얼거린다.

 

o 호랑이 젖꼭지(1994년 문학사상 12월호)

 

어머니 탈상을 마친 후 명수는 동생 명희와 백두산 호랑이를 보기 위해 과천에 간다. 아버지는 은행 지점장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명퇴를 당했고, 낙향해서 지내는 동안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어머니와 헤어졌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혼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아버지를 기다렸고, 죽는 순간까지 이혼을 해주지 않는 어머니를 아버지는 오히려 가해자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곰과 같은 여자라서 아버지를 빼앗겼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수차례 반복되는 심장 발작으로 결국 돌아가셨는데 119 구급대가 오기까지의 짧은 순간 동안 혹시 아버지가 오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화장을 했다. 그 화장은 '분가루를 바께쓰에 담아 마구 쏟아부은 것 같은 얼룩덜룩한 그런 것' 이었다.

명수는 곰처럼 사람이 되기 위해 인내의 세월을 견딘 것이 아니라 야성으로 뛰쳐나간 백두산 호랑이를 보고 싶어진다. 곰과는 대비되는 새로운 여성상인 호랑이를 보며 '정신의 비타민'을 섭취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공원에서 막상 대면한 호랑이는 서너살이 된 새끼 호랑이로 마냥 잠만 잤고, 우렁차게 울려퍼지던 호랑이의 울음소리는 녹음된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명수는 명희와 함께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며 명희가 알고 지내던 마이클이 사실은 동성애자이고, 명희가 동성애자로부터 느꼈던 관계의 안온함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둘은 백두산 호랑이처럼 리프트 위에서 '어흐응, 어흐응' 하고 울부짖어본다.

 

o 아마도(1995년 소설과사상 여름호)

 

오월, 아카시아 필 무렵이면 그녀는 언제나 봄을 앓는다. 아카시아꽃 덩어리는 언제나 악몽 같은 향기로 그녀에게 기억된다.

80년 5월의 봄날, 그녀와 숙경은 종로5가를 지나고 있었다. 고요한 침묵을 찢고 한사람이 무언가를 절박하게 외치며 건물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다. 남자가 뿌린 "동포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글에는 광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후로 그녀와 숙경은 평온한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그 일 이후로 숙경은 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1년 만에 헤어진 후 자신의 몸에 더러운 벌레가 있다며 비누와 살충제를 먹으며 수시로 병원 신세를 진다. 숙경은 여러차례 이름을 바꿔가며 가족들에게 백안시되며 살아간다.

그녀는 당시 만났던 성형외과 의사 미스터 리가 피력한 성형에 대한 견해, 신이 만든 인간 육체의 미완성을 보완하고 수정한다는,에 대해 5월 광주가 던진 거대한 충격에 비하면 너무나 하잘 것 없이 느껴져 끝질긴 구애를 거절한다.

이후 허균에 대해 연구하며 대학원을 보낸 그녀는 허균이 말한 율도국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있을 수도 있고, 아마도 없을 수도 있다", 다만 그 답변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이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80년으로부터 15년여가 흐르고, 미스터 리가 첫 아내를 사별하여 다시금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자 그녀는 약속을 잡는다. 약속 시간이 가까와올 무렵, 숙경이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녀는 미스터 리와의 약속장소를 지나치며, 조카가 호주로 번지점프를 하러 가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자신의 온 몸을 내던져 시대의 아픔을 고발했던 15년 전과, 이제는 자신의 몸을 던져 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간극에 대해.

 

o 회색고래 바다여행(1996년 문학사상 9월호)

 

10여년간 문화면 문학담당 기자로 일하던 유미환은 어느 날 가정면으로 발령이 난다. 90년대가 되면서 문학 지형은 '어서 빨리 역사니 민중이니 항쟁이니 구질구질한 것에서 탈출해서 좀 고급하게 포스트모던해지자'고 결정하기라도 한 80년대를 '청산'해 버리고 말초적 상업주의에 물들어가고 있던 때여서 유미환은 발령과 함께 많은 생각들을 한다.

이러한 고민과 일에 대한 불만족이 표정에 드러나기 시작하고, 문제적 인물이 되어가던 무렵에 회사에서 유미환에게 60년대에 히피운동이 일어났던 대학촌에 일년 간의 연수를 보내준다. 거친 파도가 보이는 바다로 가고 싶었으나, 유미환이 도착한 곳은 '베이'로 괄호 모양의 땅 안에 갖힌 온순한 바닷가 부근이었다.

어느 날 새벽에 레이 타호바라는 미국인의 전화를 받는다. 그는 몬트레이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는 강채청의 친구가 아니냐 묻더니, 그녀가 지금 무척 앓고 있으며 한국인 친구가 방문해 도움을 주길 바란다. 길을 잘 모르는 유미환은 미국에서 사귀게 된 경파를 동행해 채청의 집을 방문한다. 레이 타호바는 채청이 맥도널드 햄버거집에서 한 한국인과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 뒤 혼절한 후 계속 앓고 있다고 말하며, 그녀가 끄적인 글들과 말들을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채청은 80년 5월에 광주에 있었고, 당시 고3 학생이었다. 그녀가 그린 그림은 한 처녀가 대검에 한 쪽 젖가슴이 도려내지는 그림이었고, 광주민중항쟁 사망자 명단 54번 손옥례라 쓰여 있었다. 그리고 공책의 다음 페이지에는 옥례라는 이름의 무한 변주가 어지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유미환은 그것을 어떻게 레이 타호바에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고, 경파가 떠듬떠듬 설명해 주자 레이 타호바는 전쟁도 아닌 시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데 대해서 잘 이해 하지 못한다. 경파는 방글라데시에서는 대통령을 살인죄로 판결 확정지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남한에서는 내란음모죄라는 아리송한 단어로 책임자 처벌도 못하고 벌써 일부 국회의원이 사면 얘기를 꺼내는 상황에 분개한다.

되돌아오는 길에 유미환은 경파가 말한 고래들에 대해 생각한다. 고래는 바다 속에 있다가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상승한다. 생존을 위해 상승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작살에 꽂힐 수도 있다.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많은 것들은 자기 안에 품고 있다. 그녀는 고래들이 가는 방향이 곧 자신들이 가는 방향이며 고래들이 울리는 북소리를 느낀다. 그녀는 오늘은 익사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o 아나바스 스칸덴스(1994년 작가세계 봄호)

 

시카고의 어느 문화재단에서 주관한 '문학의밤'에서 화자인 '나'는 카렌-히로꼬-뮈컨헨라는 이름의 젊은 시인을 만난다. 그녀가 낭독한 <뜨게질하는 사람> 연작시를 듣고 '나'는 자신의 어머니가 수예점을 하며 어렵게 자신을 키운 과거를 떠올린다. 카렌의 시 속에서 한국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그녀에게 말을 붙이고, 카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카렌은 한국에서 입양되어 미국으로 왔고, 일본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난다. 어느 날 공원에서 뜨게질하는 여인을 본 순간, 입양되기 전 뜨게질하던 어머니의 영상 한 자락이 떠오른다. 카렌은 뜨게질하는 여인에게 영어로 질문을 하고, 여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답한다. 그녀가 '나'에게 건네준 명함에는 아나바스 스칸덴스라는 물고기에 관해 적혀 있었다. 그 물고기는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강에서 나와 언덕으로 올라 마른 육지를 이리저리 다니는데, 때로는 그 거리가 1킬로 반이나 된다고 한다. 물고기의 골에는 달팽이와 같은 뼈가 있어 그곳에 물이 저장되었다고 한다.

 

o 聖 브래지어, 1994년 7월 9일(1994년 문학정신 8월호)

 

아침 나절에 딸아이가 학교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가려했다가 남편이 딸아이의 뺨을 때리는 소동이 빚어진다. 아이는 중학 1학년 또래 치고는 큰 편이어서 남편과 '나'는 브래지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딸아이는 딸아이대로 자신만 브래지어를 하고 학교에 가서 당하는 놀림이 싫은 것이다. 남편이 손찌검한 이유가 딸아이가 정숙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져서인지, 아니면 가장인 자신의 말을 무시했다고 느껴서인지 생각해본다. 상념은 브래지어에서 더 이전의 속옷으로, 파운데이션이라는 단어의 어원으로 확장된다. 딸아이와 어설픈 화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호외를 보게 된다. 그리고 사회의 파운데이션에 대해 생각한다.

 

o 제목을 붙이지 않은 오페라(1994년 현대문학 9월호)

 

한여름의 저녁 무렵, 한강대교 난간에 한 여자가 서 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흰 원피스에 하얀 신발을 신은 그녀는 마치 강으로 뛰어들 것처럼 보였다.

에스페로에 타고 있던 남자는 그 여자를 보면서 자살해버린 자기 여동생을 생각한다. 여동생 옥연은 다섯살 난 아들이 아파트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발목을 잡으려 했으나 허공만 움켜쥐고 만다. 다행이 아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옥연은 며칠 후 심장마비로 죽고 만다. 그녀는 그림을 그렸는데, 민중미술을 하는 남편을 만난 후 남편의 그림 스타일로 바뀌더니 어느 날 절필하고 만다. 남자의 상념은 자기 자신으로 옮겨 간다. 남자는 거래선을 트기 위해 아프리카 이곳저곳을 갖은 고생을 해가며 돌아다닌 후 귀국했는데 출세는 커녕 최근 명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이 사회에서 빽과 줄이 없이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편 버스 위에서 졸다가 다리에 서 있는 아가씨를 본 아줌머니는 집나간 딸 명희를 생각한다. 아주머니는 외무부에 다니는 고위 공무원 집에 파출부를 다니고 있다. 그 고위공무원이 이탈리아로 발령을 받게 되자 음식 솜씨가 좋은 아주머니에게 같이 가자고 권했고, 8월이면 아주머니도 한국을 뜨게 된다. 그 전에 명희를 꼭 보고 싶었다. 명희는 무용을 공부하고 싶어했지만 집안 형편이 뒷받침 되지 못했고, 포악한 오빠에게 시달리기만 했다. 아주머니가 어느 날

 

o 13월의 이야기(1997년 소설과사상 봄호)

 

레모나 시티에서 살아가는 교포 1.5세 김성일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다. 경찰은 김성일에게 수십발의 총격을 가했고, 교포 사회는 동요에 휩싸인다. 하지만 언론은 경찰에게 유리한 발표만 거듭하였고, 법원은 판결을 미루다 결국 네 명의 경찰 모두가 불기소처분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낸다.

성일의 친구와 그들의 가족, 한인들과 흑인, 그리고 라티노들과의 관계, 미국 사회에서 황인종의 권리 수준 등이 이야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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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알고 있던 김승희의 소설집 <산테페로 가는 사람>이 나왔을 때 책을 사야지 사야지 하다가 2009년인가 샀었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2012년에 읽게 되었다. 좋았던 작품은 <호랑이 젖꼭지>와 <회색고래 바다여행>이었다.

<호랑이 젖꼭지>는 박진규의 <수상한 식모들>을 읽고 난 후에, 여성을 곰의 후예가 아닌 호랑이의 후예로 상정하여 전개시킨 점이 독창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박진규는 김승희의 소설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라 실피드> 이야기와 해석이 특히 흥미롭다. 제임스는 결혼식 바로 전날 날개 달린 실피드를 알게 된 후 약혼자 에피를 냉대한다. 결국 제임스는 에피를 버리고 실피드를 좇아간다. 하지만 실피드는 땅 위로 내려앉지 않았고, 제임스는 마녀에게 부탁하여 실피드를 인간으로 만드는 약을 받아 스카프에 바른다. 스카프를 두른 실피드는 땅으로 떨어져 죽어버린다. 한편 에피와 그녀의 충직한 숭배자인 거언은 결혼한다. 김승희는 실피드가 에피의 낭만적 자아, 제임스가 거언의 환상적 자아가 아닐까 생각하며 결혼은 에피와 거언과 같이 땅 위에 발 딪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결합이어야 한다는 걸 암시한다고 해석한다.

<회색고래 바다여행>은 예술에 대한 김승희의 탐구이다. 80년 광주를 간접 경험한 화가가 미국에서 그 기억 때문에 심하게 앓게 되는 상황과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기자가 느낀 90년대 문학 지형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한 사회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 나오는 '터널'과 같이 하나의 터널을 지나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올 것처럼 80년대 문학을 '청산' 해버리고, 상업주의에 물들어 유행에 편승하는 시류를 통탄한다.

작가는 후기에서 "우리를 자유롭고 평화롭고 순수하고 행복한 한 개인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여러 힘들......이 거대한 힘의 실체 - 그건 사회,정치적 억압과 역사적 악몽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 신화라는 정체 모를 당연성이기도 하고 성차별, 지역차별, 맹목적 가족중심 이데올로기, 연고주의와도 같은 몽매의 편견이기도 하였다"(318p)라고 하면서도, 권력이 연출하는 역사의 횡액은 어느 땅에서나 되풀이되는 보편적 구조를 가진 것(319p)이라고 말한다. 결국 일레인 킴의 말처럼 "한(恨)이 있는 곳에 집이 있다"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596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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