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루크레시아 부인이 맞는 마흔번째 생일 날 알폰소가 어린애다운 편지를 쓴다. 루크레시아 부인은 리고베르토씨와 재혼할 때 의붓아들인 알폰소와의 관계를 가장 걱정했었다. 하지만 알폰소는 루크레시아 부인을 잘 따랐고 부인 역시 알폰소를 귀엽게 여긴다.
리고베르토씨는 자신만의 법칙에 따라 몸의 각 부위를 요일별로 씻었는데 그 작업을 통해 종교를 통해 맛볼만한 희열마저 느낀다. 몸을 다 씻은 이후에는 루크레시아 부인과의 에로틱한 정사를 벌이는데 그림과 상상을 통해 희열을 배가시키는데 매번 성공하였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이는 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알폰소의 태도가 루크레시아 부인이 느끼기에 성적인 행동으로 여겨지자 부인은 천사와 같은 알폰소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을 것이고 자신이 음탕한 상상을 했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하녀인 후스티니아나가 알폰소가 부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본다고 고자질하자 루크레시아부인은 알폰소에게 의도적으로 냉담하게 대한다. 알폰소가 자살소동을 일으킨 이후 루크레시아 부인은 알폰소의 신체적 접촉에 에로틱한 상상을 거듭하고, 마침내 둘은 관계를 갖기에 이른다.
관계를 갖고 난 후에도 알폰소는 천진난만하게 행동하는데, 어느 날 루크레시아 부인이 집을 비운 사이 알폰소가 리고베르토씨에게 오르가즘이 무슨 뜻인지 묻는다. 그 말이 루크레시아 부인에게서 나왔다는 알폰소의 진술과 학교에 낼 <새엄마 찬양>이라는 제목의 작문 숙제에서 부인과 알폰소 사이의 일을 알게 된 리고베르토는 부인을 헌신짝처럼 버린 후 수도자와 같은 태도로 변한다. 후스티니아나는 알폰소를 책망하지만 알폰소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녀는 알폰소가 아무것도 몰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직후에 알폰소가 후스티니아나의 몸을 탐하는 듯한 행위가 이어지자 후스티니아나는 경악한다.
이상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이야기이고, 그 사이 사이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데 인용된 그림은 다음과 같다.
<심복 기게스에게 아내를 보여주는 리디아의 왕 칸다올레스>, 1948, 야코프 요르단스
<목욕 후의 디아나>, 1742, 프랑수아 부셰
<아모르와 오르간 연주자와 함께 있는 베누스>, 1548, 티치아노 베첼리오
<머리Ⅰ>, 1948, 프랜시스 베이컨
<멘디에타로 가는 길 10>, 1977, 페르난도 데 시슬로
<수태고지>, 1437년경, 프라 안젤리코
작가는 인용된 그림에 관해 자신의 해설을 덧붙이거나, 그림과 관련된 기존의 스토리를 변형하여 원래 이야기와 연관 지음으로써 독자의 상상 범위를 확장시킨다. 원 줄거리는 마치 신화적인 색채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필연적인 분위기를 띠기도 한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사실 작가 스스로의 발언을 통해 짐작할 수가 있다. 작가는 "<새엄마 찬양>은 그림에서 느껴지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언급하는 유희적 글쓰기이다.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기존 작품에서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능적 역할을 위한 언어를 사용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주 풍요롭고 암시적이며, 이전 작품에서 결고 사용하지 않았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관한 언급에서 "성(性)은 이 소설의 중심 소재이다. 그것은 바로 그 소재가 인생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엄마 찬양>은 작가가 <마담 보바리>의 성(性)이 인생의 중심이라는 데에 동의하며 20세기적인 성(性), 혹은 에로티시즘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은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장인의 솜씨로 빚어낸 외설 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따져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성(性)이 인생의 중심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작가가 풀어놓은 언설들이 외설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 소설을 잘 쓰여진 한 편의 외설 소설로 볼 것인가, 아니면 에로티시즘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볼 것인가는 온전히 독자가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 혹은 삶의 구심점과 관련된 문제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6644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