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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가 살아 있다면
김미진 지음 / 민음사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o 제1부 점
미국인들의 발음 편의 때문에 <쌍>이 되어버린 민상수는 어느 날 지니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는다. 그는 약속 장소로 향하다가 흑인에게 강도를 당해 가진 돈을 모두 털리고 만다. 오랜만에 만난 지니는 "만약에 옛날 애인이 갑자기 몇 년 만에 나타났는데, 가방 한 가득 돈을 가지고 나타나서 함께 멀리 가자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돈가방과 바꿀 수 없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뜬금 없는 질문을 한다.
질문에 대해 즉답을 하지 못하던 <쌍>은 문득 옛날 애인 선희가 생각 난다. <쌍>이 22살 때 선희가 갑자기 임신했다는 통보를 했고, <쌍>은 당연히 내 아이려니 라고만 생각했다. 앞이 막막하던 차에 아이 아버지가 자신이 아님을 알고 한시름 놓은 <쌍>은 내친 김에 선희에게 배신당한 남자의 역할까지 멋지게 해낸다. 얼마 후 선희의 여동생이 그를 찾아와 선희가 <쌍>에게 미안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는 유서와 함께 자살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온다. 과거의 회상에서 돌아온 <쌍>은 돈가방과 바꿀 수 없는 것은 운명이라고 답한다.
지니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 온 <쌍>은 집세를 독촉하는 주인 영감을 기막힌 연기로 따돌린다. 옆방에 사는 R이 술을 가져와 자신의 애인이 다른 남자의 애를 뱄다며 괴로워 한다. 잠시 후 방으로 돌아갔던 R이 <쌍>의 방문을 다시 두드린다. R은 <쌍>이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극약을 마신 뒤였고, <쌍>은 911에 전화를 건다.
o 제2부 선
4주 간의 중국 여행에서 돌아 온 지후는 두 통의 편지를 받는다. 한 통은 아내가 이혼을 통보하는 내용이었고 다른 한 통은 미국에서 온 편지였다. 미국에서 온 편지는 얼마 전 사망한 글라스가 그녀의 아이 제이 티의 법정 후견인으로 지후를 지목했다는 내용이었다.
지후는 열살 차이가 나는 형님이 떠밀듯이 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었는데 그곳에서 한국인 입양아인 글라스를 만났다. 글라스에게는 론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지후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글라스와 사귀게 되지만 론의 그림자는 항상 글라스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글라스의 양모가 죽고 그녀가 장례식장에 론과 함께 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지후는 글라스의 곁을 떠난다.
편지를 받은 지후는 미국의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다. 변호사는 제이 티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고 지후는 론이라는 사내가 아니냐고 묻는다. 변호사는 론 알렉산더가 글라스의 오빠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론도 제이 티처럼 색맹인지 묻는다. 지후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지후 자신이 색맹이었던 것이다.
o 제3부 면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한 윤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만다. 윤의 친구 쿠키는 그런 윤을 동정하여 삽화 일을 해볼 것을 권한다. 윤은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림을 그리려 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겼고 결국 삽화 일을 맡게 된다. 삽화가로서 윤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쿠키의 이름으로 얻어온 일들이었기에 그녀와 5:5로 수익을 배분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렉싱턴에 새로 생긴 출판사에서 쿠키의 삽화(윤이 작업한)를 비싼 값에 사려 한다. 성공을 기뻐하는 쿠키에게 윤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소설 쓰기 임을 밝힌다. 소설의 제목은 <보이지 않는 풍경>쯤이 될 것이다. 그 발언과 함께 쿠키와 윤의 관계는 끝난다.
o 제4부 보이지 않는 풍경
미국에서 10년간 그림 공부를 하고 마침내 한국의 대학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 지니는 며칠 후 한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4년 전 지니를 버리고 홀연히 사라진 류가 돈가방과 함께 나타난다. 류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지니를 데리고 추적자들을 피해 도망친다. 도망하는 중간 중간 얻어들은 설명에 의하면 류는 북한과 관련된 마약 밀매 조직의 돈을 가로챈 것이었다. 류가 옛 친구의 일로 뉴욕에 들를 일이 있었고 류는 지니에게 훔친 돈으로 쇼핑이나 하라고 권한다. 지니는 가난한 예술가를 모욕하지 말라고 말하며 그럼 뭘 할거냐는 류의 질문에 <쌍>이라는 옛 친구나 만나러 가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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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미술 대학을 다녔던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각각의 장에서 풀어나가고 있는데 인물들은 상호간에 관련이 있다. 그들은 직접 알고 있는 사이이거나, 풍문을 통해 들은 사이이다. 시간 순서대로라면 제4부에서 류의 돈을 지니가 가로채는 것이 가장 먼저이나 작가는 의도적으로 맨 마지막에 배치하여 구성상의 기교를 부린다. 돈가방과 지니는 각 장에서 조금씩 언급이 되며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4장 맨 마지막에 지니의 심상한 대사를 끼워 넣음으로서 소설을 완결 짓는다. 확실히 구성상의 기교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론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 글라스의 태도는 작가가 반전을 위해 무리수를 썼다는 느낌이 든다. 론의 정체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지후와 글라스의 관계는 삐그덕거리고 결국은 지후가 떠나게 되는데 글라스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뿐 론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는다. 글라스는 자신이 결백하다는 말만으로 지후를 납득시킬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론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소설 속에는 독자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는데 이는 반전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자신이 죽자 지후를 제이 티의 법정후견인으로 지정한 글라스가 정신적 결함이 있는 인물로 보이게 된다. 또 류가 돈가방과 함께 나타나고 그가 관련된 마약조직이 '빨갱이' 북한과 연관되어 있는 설정은 소설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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