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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그저 그런 전문대 야간을 다니는 화자 '나'는 엄마와 대화가 단절된 상태이고, 강이라는 남자친구와 '섹스를 주로 하는 관계'를 이어오다가 이제는 '섹스만 하는 관계'가 되어 있다. 어느 날 여령, 미주와 함께 노래바에 가서 남자 도우미들을 부르는데 그곳에서 '제리'를 알게 된다.
'나'는 '제리'에게서 위로받고 싶다는 느낌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얼마 후 여관에 든다. 여관에서 제리가 '나'의 휴대폰을 보고 강의 존재를 알게 된다. 관계를 가진 그날 이후 제리는 나의 연락을 피한다. 제리에게 잠시 집착을 보이던 '나'는 제리와 자신의 관계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코와 귀에 피어싱을 잔뜩 한 '나'는 통증을 참으며 여령, 미주와 노래바에 간다. 그곳에서 제리를 만난 '나'는 노래바를 나간다. 밖에서 다시 만난 제리와 '나'는 노래방에서 관계를 갖고, 깨어난 옆자리에 제리는 없었다. 수족관을 쳐다보며 '나'는 수없이 많은 내가 안으로 들어온다고 느낀다.
위와 같은, 매우 단선적 스토리의, 천박한 자의식으로 충만한 소설이다.
왜 소설은 천박하고, 조악한 느낌을 주는가?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 때문인가, 아니면 호스트바라는 자극적인 소재 때문인가. 그 해답은 바로 작가 자신으로부터 연원한다.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끼며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의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인공 '나'와 밑바닥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제리의 고통이 자의식 과잉에 의한 허위의식이므로, 노골적인 성행위와 자극적인 소재는 그 허구를 가리는 장치로 전락하고 만다. 작가가 삶에서 느끼는 고통의 깊이가 피상적이고 즉자적이라는 것은 소설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마루야마 겐지는 "문학이란 혼의 문제를 다루는 것입니다. 혼의 문제를 다룬다 함은 외로움이 전제 조건입니다. 혼이란 깊은 우물이나 구멍 같은 것으로 성격적으로 파탄이 난 사람들이 그 구멍을 들여다 봅니다. 문제는 그 구멍의 어느 정도 깊이까지 내려갈 수 있는가인데, 중요한 것은 반드시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김혜나는 혼의 문제를 다루지도 않았지만, 외로움과 고통의 우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소설을 써내려간다. 작가 스스로 이것이 무척 걸렸던지 작가 후기에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여지 없이 드러난 '사유 없음'을 가릴 수는 없다.
김혜나가 바라본 것은 우물의 표면이다. 따라서 작중의 '나'와 '제리'의 고통은 기껏해야 '권태롭다'든가, '연애인이 되고 싶지만 얼굴이 못나서 불가능하다'가 그 실체이다. 그것을 가리기 위해서는 약발이 비교적 잘 받는 것으로 소문난 장치가 필요하다. 바로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이다.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는 '젊은이들의 슬픈 자화상', '우리 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고발' 등의 수식어를 평론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거들 수 있다.
작가의 밑천이 다 드러난 <제리>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별로 놀랍지 않은 것은 <철수사용설명서>를 이미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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