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즈의 시모다에서 남쪽으로 해상 7리쯤 떨어진 곳에 지도에도 없는 작은 섬이 있어, 그 이름을 월금도라고 한다. 한때 밀무역의 근거지였던 이 섬은 중국풍 건물이 여기 저기 들어서고 이국 손님들이 북적였지만 메이지 신정부에 의해 쇄국제도가 해제됨과 동시에 차츰 과거의 영광을 잃고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쇼와 5, 6년(1930, 31년) 무렵, 이 섬의 이름이 중앙신문 지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적이 있는데, 이따금 섬에 놀러 오는 학생이 중앙신문에 다음과 같은 다소 진위가 미심쩍은 글을 기고했기 때문이다. "섬에 스스로 우대장 미나모토노 요리토모의 후예라 일컫는 일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현재 다이도지 가문으로 섬 최고의 재산가이다" 운운.

어찌 되었건 간에 이 다이도지 가문에는 외동딸 고토에가 있었는데 무척 아름다왔다. 쇼와 7년(1932년) 두 명의 학생이 이 섬에 놀러왔다. 체류기간은 2주였는데, 이 체류 중 고토에는 은밀히 학생 중 한 명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섬을 떠난 후 고토에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깨닫는다.

쇼와 8년(1933년) 고토에는 무사히 여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그전에 아이의 아버지인 학생이 무참히 변사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쇼와 26년(1951년)이 되었다.

고토에의 딸 다이도지 도모코는 어느 새 장성해 18세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어서 어머니 고토에를 뛰어 넘을 정도였다. 어머니가 다섯 살 때 죽었기 때문에 조모인 마키, 가정교사인 가미오 히데코와 함께 섬에서 단촐하게 살던 도모코는 이제 18세 생일을 맞이하면 양아버지가 사는 도쿄로 가서 결혼을 할 운명인데, 이 때 한 통의 협박장이 배달된다.

경고.

월금도에서 그 아가씨를 불러내는 것을 그만두어라.

그 아가씨가 도쿄에 오면 좋은 일이 생길 리 없을 터.

그 아가씨 어머니의 경우를 상기해보라.

19년 전 참극을 회상하라.

...

그녀는 여왕벌이다.

접근하는 남자들을 차례차례 죽음에 이르게 할 운명이다.

...

그리고 협박장의 예언대로 그녀의 남편감 후보 세명이 차례로 살해당하는데...

과연 긴다이치 코스케는 범인을 찾아내고, 19년 전 코토에와 정을 통했던 학생의 신분과 사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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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범인은 다이도지 긴조, 과거 이름은 하야미 긴조인 도모코의 양아버지이다.

쇼와 7년에 섬에 놀러간 학생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쿠사카베 타츠야, 본명 기누가사노미야 도모아키라이다. 이 사람이 고토에와 정을 통한 인물인데, 그는 자신의 신분이 황족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신분을 숨긴 것이다.

다른 또 한명의 학생이 바로 다이도지 긴조이다. 그 역시 고토에를 사랑했기 때문에 쿠사카베 타츠야를 살해하는데, 고토에는 자신이 발작증이 도져 그를 살해한 것으로 오인한다.

이 오해로 인해 가족들은 고토에를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비밀에 붙이, 쿠사카베 타츠야가 살해된 방은 폐쇄된다.

도모코가 장성하여 성인이 되자 다이도지 긴조는 이제 자신의 정념을 도모코에게로 쏟는다. 그래서 그는 도모코의 신랑 후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다.

한편 '박쥐'는 학생시절 다이도지 긴조가 월금도에 유랑극단으로 찾아갔다가 친구 구사카베 다쓰야에게 들키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월금도 사람들에게는 유랑극단 사람으로, 유랑극단 사람들에게는 월금도 사람으로 오인받았기 때문이다.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 중 <팔묘촌>과 함께 가장 많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여왕벌>은 1951년 6월부터 1952년 5월까지, 고단샤에서 발간된 잡지 <킹>에 연재됐던 작품이다.

폐쇄된 섬에서 일어난 사건과,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시점에 도쿄에서 일어난 사건이 연관되면서, 시공간을 달리하는 두 개의 사건을 관통하는 하나의 살의가 드러나며 소설은 종장을 향해 달려간다.

사용된 트릭은 알리바이 시간을 잘 못 추정한 알리바이 트릭과, '박쥐'를 모티프로 하여 제시되는 일인 이역 트릭.

역시나 무능한 긴다이치 코스케는 죽을 사람은 다 죽고 난 뒤에야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뒤늦게 사건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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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대니 월러스 지음, 오득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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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의 대니 월러스는 3년 사귄 여자친구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은 뒤 집 안에 틀어박혀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었다. 친구들의 초대에도 "No", 새로운 시도도 "No", 그는 어느새 "No Man"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전철이 운행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탄 대니는 옆 자리 남자와 대화를 하게 되는데, 그가 대니에게 "좀 더 자주 Yes라고 말하세요" 라고 했다. 수염을 기른 아시아계 남자의 이 말에 대해 대니는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현재 상태가 No를 너무 많이 사용해 일어난 일은 아닌지 의심했고, 마침내 앞으로는 모든일에 Yes를 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다음 날부터 대니는 각종 광고와 스팸 메일에 적극 응답했는데, 그 결과 성기 확장 패치 사용자가 되었고, 어르신을 두 분을 지원하게 되었다. 또 의례적인 초대에도 일일히 Yes라고 응답했기 때문에 각종 파티와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치 조지 코크로프트의 1972년 소설에 나오는 Dice Man이 주사위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것처럼 대니는 Yes에 운명을 맡겨 버린 사람 같았다.

Yes가 거듭된 결과 대니는 갖가지 사기수법에 걸려드는데 오만의 술탄 아들이 4천만 파운드를 이동시켜달라는 허위 메일에 속는가 하면 스타버스트라는 괴짜 모임에 속아 미륵부처를 찾으러 다닌다. 또 온갖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가짜 목회자 자격과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한다.

물론, 체험과 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에 좋은 일도 물론 있었다. 복권에 당첨될 뻔 하기도 했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들이 주위 사람들이 보기엔 위태로워 보였다. 이를테면 누구든 거절하기 마련인 전 여친의 현 남친이 인사치례로 권유한 저녁 초대에 응한다던가 하는 행동들이 그렇다.

어쨌든 그렇게 Yes Man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를 하는 대니에게 어느 날 도전자가 나타난다. 도전자는 대니가 Yes Man 신념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 도발하며 갖가지 미션 -스톤 헨지에 가라던가- 을 제시한다. 대니는 이를 악물고 거듭해 Yes를 외치며 도전자에게 응답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과 같이 Yes를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또한, 과거에 소극적인 태도로 놓친 인연-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여자친구 리지-을 다시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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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대니 월러스는 다소 엉뚱한 사람이다. 1976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는데, 22살에 BBC 역사 상 최연소 프로듀서로 입사하여 라디오 코미디 쇼를 제작했다. 또, 각종 일간지에 글을 기고하고, TV 프로그램과 퀴즈쇼 진행자로도 일했다. 텔레비젼 쇼에서 자신의 아파트를 독립국가로 선언하는가 하면, 소설 Yes Man에서도 자신을 실명 주인공으로 하여 현실과 가공을 교묘히 뒤섞어 재기발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살면서 우리는 No를 말하는 데 익숙해 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No는 편안함을 준다. 기존의 것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No는 그래서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No만을 외치면 필연적으로 보수적인 사고틀에 갇혀 '좋았던 한 때' 만을 회상하게 되고, 변화를 거부하며, 새로운 경험과 인간관계로 부터 멀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Yes를 말할 필요하 있는 것 같다. Yes는 개방적인 태도, 긍정적인 태도와 이어진다. 그럴수도 있다고 인정하니 타인의 삶과 사고관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게 된다.

짐 캐리 주연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영화는 Yes를 통해 갖가지 좋은 일들이 반복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반면, 소설은 Yes로 인한 웃지 못할 곤란한 상황들과 '도전자 찾기' 에피소드로 곁들여 있어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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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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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마루 밑 남자 >

어느 날 아내가 '집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고 '나'에게 말한다. '나'는 아내가 피곤한 탓이라며 진지하게 상대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피곤한 것은 '나'였다. 아내가 무리해서 교외에 집을 사자고 하는 바람에 편도 세 시간 가까이 출퇴근 해야 했고, 회사 내 입지도 좋지 못했다.

얼마 뒤 '나' 역시 집에서 누군가를 발견한다. 머리가 긴 선인풍의 남자였다. 그 남자는 '나'를 발견하고도 놀라지 않았고, 신문을 조용히 정리한 뒤 마룻바닥 밑으로 내려갔다.

아내는 '마루 밑 남자'와 점차 친밀한 관계가 된다. 그러더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죽도록 고생하는 '내'가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고 힐난하더니 급기야 집에서 쫓아낸다.

잘 곳이 없어 전철역 부근으로 가니 '나'와 비슷한 처지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나'처럼 집을 빼앗긴 사람이 많다면서 하루 빨리 '나'도 다른 집 빼앗을 궁리나 하라고 충고한다.

< 튀김 사원 >

밤 늦도록 잔업을 해서 친 보고서가 한순간에 날아가버린다. 옆에 앉은 다도코로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컴퓨터 코드를 건드린 탓이다. 한껏 짜증이 났지만 험하게 응대하진 않는다. 다도코로 씨는 자신이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하지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는 오십대에 컴퓨터도 잘 못 다루는 일개 평사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날 어찌된 일인지 과장은 '나'를 질책하지 않았다.

얼마 뒤 '나'는 실적에 쫓겨 회사의 주류 실력자 소네자키 전무의 '함정' 테크닉에 관여한다. '함정' 테크닉이란 이렇다. 거래할 회사 담당자에게 뒷돈을 주기로 하고 계약을 성사시킨 뒤 1회분 몫을 이체한다. 얼마 뒤 2회분을 이체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의 상사를 찾아가 계속해서 중간 마진을 떼어주기는 어렵다며 하소연을 한다. 담당자는 처분되고, 계약은 유지되는 악랄한 수법이다.

그런데 이 '함정'에 가담한 결과가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진행되는 줄 몰랐던 '나'는 고뇌에 휩싸이고, 이 즈음 다도코로 씨가 자신은 사실 '튀김 사원'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소네자키의 술수에 말려들어 회사가 날아간 복수를 하기 위해 해커이자 아들에게 부탁해 전산을 위조한 뒤 회사에 잠입한 것이다. 내부에 잠입한 뒤에는 내부망에서 주고받는 메일을 해킹했고, 이를 통해 직원들의 갖가지 비리를 알게 된다. 소네자키는 결국 다도코로 씨의 술수로 몰락한다.

여자친구 쿄코는 회사를 그만 둔 나와 소네자키에게 '튀김사원을 활용한 복수 대행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 전쟁관리조합 >

뉴욕에 촬영을 갔다 아파트에 돌아오니 아파트가 여자들로 점령 되어 있었다. 엽총으로 무장한 그녀들은 남자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 사회에 전쟁을 선포한 상태였는데, 아파트가 애초 여자들을 위주로 분양한 탓에 주민 중 남자는 '나'와 '늙은이' 두 사람 뿐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사태를 호전시키려 했지만 '늙은이'는 그녀들이 자멸할 것이라며 가만히 지켜보라고 했다.

얼마 뒤 여자들이 회사에서 입수한 각종 비리정보를 언론을 통해 유출시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언론이 이미 남자들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 아무도 받아 써 주지 않은 것이다.

여자들은 내분에 빠져 자멸한다.

< 파견사장 >

파견사원에 이어 파견사장 시장이 활성화 된다. '경영 환경이 복잡화, 다양화의 일로를 걷고 있고, 한 사람의 전능한 리더십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단순한 시대가 아니'라는 말에 디자인 회사 사장 야마자키는 홀딱 넘어가고 만다.

파견사장은 한 달에 한 번 바뀌었는데, 그들의 경영방침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어 정사원들이 차츰 못 견디고 회사를 그만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파견사원으로 정사원을 대신하면서 견실하게 유지된다.

얼마 뒤, 회사는 파견 사장과 파견 사원만으로 굴러가게 된다. 파견업체는 이 시점에 경영권 마저 교묘한 수법으로 빼앗는다.

< 슈샤인 갱 >

어느 날 길거리에서 앳된 여자애가 다가오더니 구두를 닦기 시작한다. 구두를 닦는 사이 가슴을 접촉하기도 하고 슬쩍슬쩍 허벅지도 보여준다. 혼미해 있는 사이 구두는 깨끗해 지고 여자애는 돈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었다. 아내와 아이는 실직한 '나'를 가차없이 쫓아냈고, '나'는 현재 노숙자나 다름없는 처지다.

이런 '내' 처지를 딱하게 여긴 여자애는 동업을 제안한다. 다음 날 부터 '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여자애 옆에서 바람을 잡는다. 여자애는 중년 사내들의 구두를 닦아준 뒤 돈을 천엔에서 이천엔 가량 받는다.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이들의 사업 아이템을 동네 양아치와 조폭들이 카피하는 바람에 오래 가진 못했다. 하지만 어느 새 서로에게 깊은 정을 느낀 유사 '아빠와 딸'은 다른 사업을 통해 천만엔을 모으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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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서점의 영향력이 큰데 <마루 밑 남자>는 유린도 서점의 한 직원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2007년도에 케이분도 서점 추천 문고 대상으로 뽑힌 덕에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다.

변화하는 가정과 사회를 주제로 하여 '소프트한 스티븐 킹' 풍의 소설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마루 밑 남자>에서 '나'는 가족을 위해 죽도록 일하지만 정작 아내는 '나'에게 가족을 외면한다고 말하며 '마루 밑 남자'를 끌어들인다. '아니 그렇다면 돈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하는 내 의문에 지하철 역 남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여자란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된 대로 씩씩해서 말입니다. 내 집과 마루 밑 남자를 위해서라면, 억척같이 일하기 시작하죠."

<튀김 사원>에서 '튀김'은 튀김 옷을 입혀 겉만 번드르르 한 상태를 말한다. 가짜 사원이 침투해 한 회사를 몰락시키는 과정이 다소 현실성 없이 전개되지만 나름의 유쾌한 맛이 있다.

<전쟁관리조합>은 남성 헤게모니에 대항해 일어선 여성들의 투쟁이 대자적 반대 입장에 머무는 한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정당성 자체는 올바른 문제의식인데 작가는 이를 잘 풀어나가기 보다는 하나의 헤프닝으로 처리하고 있다.

<파견사장>은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시장질서를 무자비하게 재편해 '플랫폼' 외에는 모두가 패자가 되는 요즈음을 날카롭게 예견하는 작품이다. '파견'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노동자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부속품처럼 여긴 사회가 치뤄야 할 댓가는 '안전'과 '안정'이다.

<슈샤인 갱>은 단독으로 장편을 만들어도 꽤 재밌을 것 같은 내용이다. 사람에게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사람에게서 위로받는 과정도 마음에 들고, 상처입은 사람들의 투쟁이 승리로 귀결되길 바라는 마음도 적절하게 투사되어 따뜻한 울림을 자아낸다.

대전에서 소방안전 교육 받는 네번 째 날 재미있게 읽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1335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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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 김소진 문학전집 5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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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자로 소방안전관리자에 선임되는 바람에 일주일간 대전으로 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주차난이 심각해서 새벽부터 서둘러 길을 줄여 나가면 8시 이전에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사에 도착한다. 그때부터 한시간 가량 책을 읽고, 오전 수업을 마치면 바로 맞은 편 골목에 있는 한식부페에 가서 잽싸게 점심을 먹는다. 음식은 짜고, 반찬은 부실하다. 그래도 가장 빨리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 마음에 든다. 다시 강의실로 돌아오면 한 시간 가량 시간이 비는데 다시 책을 읽는다. 재미가 쏠쏠하다.

<바람부는 쪽으로 가라>는 작가가 타개하기 1년 전인 96년에 발간되었으며, 90년 중반의 세태를 가볍게 그린 꽁트집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거개가 샐러리맨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로, 시트콤에 나올 법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전원일기>의 도시 버전 쯤이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듯 하다. 
엉뚱한 장소에서 낯익은 가족이나 이웃을 만나고, 거기서 오해가 시작되며,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커지지만, 종장엔 오해가 풀리면서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는 식이다. 가벼운 이야깃거리들 사이사이 작가의 시대인식과 세태평들이 가볍게 녹아들어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10757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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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러브스 유 - 도쿄 밴드 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7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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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쿄밴드왜건> 발매 후 독자들의 후속편 출간 요청이 쇄도하자 쓰여진 작품이다.

전편 줄거리 참조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96253449

이번 <쉬 러브스 유>에서도 성불하지 못한 훗타 사치가 화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겨울'은 이웃에 사는 대학생이 <고사류원>이라는 60권 짜리 백과사전을 팔면서 시작된다. 메이지 시대에 발매된 이 백과사전은 꽤나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기 때문에 고서점 당주 칸이치 영감은 10만엔에 사들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 한 권이 훼손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속지를 파내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숨겼던 것도 같았다.

한편, 이 즈음 서점과 함께 경영하는 카페에 어린 여성이 아이를 두고 달아나는 사건도 벌어진다.

두 번재 에피소드 '봄'은 아내의 유품이라면서 헌책 50권을 판매한 사내가 매일 매일 헌책방에 변장을 하고 돌아와 한 권씩 되사가는 이야기이다. IT 기업 사장이면서 아이코를 사랑하는 후지시마의 아픈 과거도 곁들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세 번째 에피소드 '여름'은 집안의 막내 켄토와 카요가 친척 집에 놀러갔다가 어떤 할머니로부터 고서적을 받아 오면서 시작된다. 칸이치 영감은 고서적을 보고 '유령이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며 사뭇 심각해지는데... 영감에 따르면 그 서적은 일종의 해적판이었고 60년 세월을 건너온 책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온 사진에는 칸이치 영감이 <도쿄밴드왜건> 을 배경으로 찍혀 있었다.

네 번째 에피소드 '가을'에서는 훗타 가가 관리했던 소장도서 목록과, 이와 관련한 어두운 과거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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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두운 과거를 조금 채색하긴 했지만 역시나 기본적으로 작품의 성향은 대가족이 나오는 농촌 소설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삶은 기본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는 작가의 막연한 기대가 투영된 느낌이라고 할까.

'겨울' 에피소드의 파인 홈에는 이만엔 짜리 지폐가 들어 있었다. 대학생은 헌책을 팔기 전 골동품 가게에 먼저 들렀었는데 거기서 오래된 지폐는 슬쩍하고 책은 <도쿄밴드왜건>에 팔라고 되돌려준 것. 아이를 두고 도망간 여자는 책을 판매한 대학생의 동생으로 친정어머니에게 사기를 쳐 돈을 우려낸 남편을 피해 잠깐 몸을 피한다는 것이 아이를 두고 간 것이다. 남편이 야쿠자에게 협박 당하는 것은 헌책방 남자들의 지인이 어찌어찌 처리해준다.

'봄' 에피소드의 책을 되사가는 노신사는 전직 형사로, 와세다 대학 출신 작가들의 책을 사들이는 것을 일종의 공양으로 생각했던 아내의 유지를 이어가려고 책을 한 권씩 되샀던 것이다. 상당한 편법임에도 나름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변장을 하고 헌책방에 간 것.

'여름' 에 등장하는 '유령'은 칸이치 영감의 여동생. 60년 전 미군과 결혼해 의절했던 동생이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가을' 에피소드에서 작품은 풀어 두었던 여러가지 떡밥을 회수하는데 아이코와 머독이 결혼하고, 아미와 스즈미가 아이를 낳는다.

마지막으로, 영국인 머독이의 부모가 일본까지 쫓아와 '결혼할 여식을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예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아들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은 굳이 넣었어야 했을까 싶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209770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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