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컨 브리프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2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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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홉명의 연방 대법원 판사 중 두 명이 살해 당한다. 한 명은 로젠버그라는 이름의 판사로 그는 공화당과 보수주의자에게 있어 재앙과 같은 존재이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분명하지만, 그를 살해할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다른 한 명의 이름은 젠슨, 하지만 그와 로젠버그와의 접점이 모호하다. 젠슨은 오락가락 하는 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공화당과 보수쪽에 가까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좌지우지하는 콜은 로젠버그의 죽음을 쌍수 들고 환영할 입장이었다. 두 명의 새로운 법관을 자신들 구미에 맞는 판사로 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위기를 잘 관리한다면 내년 재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FBI는 그동안 협박편지를 보내던 테러리스트 그룹을 용의선상에 놓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법대생이던 다비 쇼라는 여학생이 짤막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그녀는 그 보고서의 내용이 황당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폐기하려 한다. 하지만 애인인 법대 교수 캘러헌은 보고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친한 친구이자 FBI 소속 변호사 버히크에게 전한다. 보고서는 결국 윗선으로 올라가 FBI국장 보일즈의 손에까지 가게 되는데 보일즈는 그 보고서를 가지고 대통령과 콜을 곤란하게 해주고 싶어한다. 단순한 스캔들 문제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한 행동으로 보기엔 과한 '수사중지' 명령을 대통령이 내리고, 다음 날 캘러헌의 차가 폭발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다비에게는 살해 위협이 끊이지 않고 그를 도와주려던 FBI의 버히크마저 살해당하자 펠리컨 브리프가 진실을 지적했음이 드러난다.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를 죽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브리프는 루이지애나에서 석유를 발견한 매티스라는 사업가가 석유 발견 사실을 숨기고 주변 땅을 갖가지 법인을 통해 사들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막대한 재산을 그 땅에 투자한 후 몇 배로 회수하려는 순간, 매티스에게 뜻밖의 난관이 닥친다. 녹색연합이라는 곳에서 그 땅이 펠리컨들의 서식지라는 이유로 법원에 개발 중지 소송을 낸 것이다. 수백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소송에 임했지만 개발 허가는 나지 않았고 소송은 대법원에서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매티스는 대법원에서 환경문제에 민감한 두 명의 법관을 제거하면 공화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금, 당연히 보수적인 판사가 재임될 것을 예상하고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그래섬에게 익명의 변호사가 제보하려 했던 것이 바로 제거할 판사 명단을 추려내는 것, 즉 로젠버그와 젠슨을 죽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 바로 자신의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이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월요일부터 천안의 교육원에 내려와 있다. 명목상은 청소년 금융캠프의 인솔자 자격으로의 출장이지만, 실상 아이들은 이벤트회사 직원들이 관리하고 있어 인솔자에게 부여되는 정식 업무는 없다. 그렇다고 천안을 벗어나 다른 곳에 가도 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어서 할 일이 아이들 주변을 맴돌면서 책 읽는 것밖에 없다.

대학 1학년 때였나, 이 영화를 누가 보러가자고 했었는데 안 봤었다. 그런데도 책 제목은 잊지 않았다. 당시에 라디오에서 하도 선전을 해댔기 때문이다. 그 성우 목소리마저 기억이 날 지경이다. 너무나 선전을 들어서 나중엔 안 읽으면 큰일날 것 같고, 모두가 읽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더 기를 쓰고 동아리방에 굴러다니던 책을 거들떠도 안 봤다. 이제 읽었다. 나도 조금은 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그 성우에게 가서 '저도 이제 읽었어요' 하고 보고라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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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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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였다가 '떡공이'들에 의해 강제전향 당한 박동건은 소련의 붕괴와 북한 실태 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헛 산 것은 아니었는지 윤혁에게 묻는다. 박동건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전향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음을 윤혁에게 밝히고 끝내 숨을 거둔다.

마찬가지로 비전향장기수였다가 신경정신증을 견디지 못하고 전향서를 쓴 윤혁은 박동건의 쓸쓸한 장례식을 마친 후 보호관찰 담당인 김 형사에게 약속시간을 어겼다는 이유로 한동안 시달린다. 김 형사는 공산권 붕괴가 곧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보증해 준 것처럼 소련과 북한의 모순을 윤혁에게 떠들어 댄다. 하지만 윤혁은 김 형사의 말에 예전과 같은 반박을 할 수가 없고 오히려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

윤혁은 부모를 잃은 기준과 경희를 돌보는 한편 감옥에서 알게 된 강민규가 주선해 주는 번역일을 하며 살아간다. 지나간 일들을 글로 남겨보라는 강민규의 권유로 윤혁은 남한에 간첩으로 잠입했던 때부터 담담히 수기를 써내려가는데 그 책이 뜻밖에 잘 팔린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한 여인이 6.25 전쟁 당시 자신도 큰 상처를 입었으면서 부하를 먼저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던 인민군 장교와 이름이 같다며 윤혁에게 편지를 보낸다. 윤혁이 그 장교는 아니었지만 윤혁 역시 초기 공산당들의 자기희생 정신을 높이 사고 있었고 여인 역시 윤혁에게서 그 장교와 같은 품성을 느낀다.

여인의 권유로 윤혁은 기준과 경희를 데리고 보육원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노동을 하면서 삶의 의욕을 느낀다.

 

소련의 붕괴, 특히 북한의 처참한 실상은 일부 반제반봉건주의자들에게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난제였을 것이다. 박동건은 주위 사람에게 민폐만 끼치고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이 '나는 내 의지로 전향을 한 것이 아니었다' 이다. 박동건에게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이념이었기에 소련의 붕괴와 북한의 처참한 실상에 신념이 흔들리고 건강이 악화되었으면서도 변절자로서 죽고 싶지는 않았고, 그 점을 윤혁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윤혁은 '살아남은 자'로서 이념은 만신창이가 되어 일개 형사에게도 해줄 말이 없었고, '과거의 한 때', 즉 공산당원들이 자기희생을 자랑처럼 여기던 때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강민규가 시민단체를 만드는 곳에 기부하고, 기준과 경희와 같은 어린아이들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작가 조정래의 이념적 한계와 궤를 같이 하는 소설인 것 같다. 소설에는 경제학이 없다. 경제학이 없으니 인간 본성의 문제에 천착한다. 가장 손쉬운 설명이면서 가장 진실과 동떨어진 설명이다. 그 결과 작가는 시민단체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암암리에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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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영역의 확장
미셸 우엘벡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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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정보 기술자인 주인공 '나'는 회사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으며 취미로 글을 쓰고 있다. 잘생긴 외모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사귀던 여자친구와는 헤어진지 2년이 되었다. 회사에서 농림부에 내다 판 프로그램과 관련한 출장을 명하고 '나'는 관찰자와 같은 태도로 출장을 다닌다.

28살의 못생긴 동료 티스랑과 함께 출장을 다니면서 티스랑이 여자에 대해 끊임없는 갈망하는 상태를 옆에서 지켜본다. 자신은 여자에 대해 별 관심을 나타내지도 않으면서 티스랑을 도와준다. 티스랑이 절대 성공하지 못하리란 것을 아는 '나'는 어느날 티스랑이 관심을 두었던 여성을 가로채간 남자를 죽이라며 칼을 쥐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티스랑은 남녀가 관계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자위를 했을 뿐이고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사망한다.

우울증이 심해진 '나'는 사회 부적응이 점점 심해지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2개월간의 병가가 끝나면 회사는 나를 쫓아낼 것이고 요양소에서 의사는 내가 2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요양소를 나온 나는 마자스 국유림으로 하이킹을 떠나며 무언가 새로운 가능성을 느낀다.

 

줄거리를 써놓긴 했지만 줄거리가 명확한 소설은 아니다. <규칙>의 영역과 <투쟁>의 영역을 상정하고 모든 영역에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과, 그것을 잘 해 낼 수 없는 상태에서 오는 병리적인 현상을 모자이크식으로 처리했다. 작가는 기존 소설 형식을 벗어났으니 더 잘 해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모자이크가 되는 여러 얘기들 사이의 관계가 느슨하고, 주인공의 의식이 조울증 환자의 그것처럼 널뛰기를 한다. 좋은 평이 많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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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말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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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라는 커피숍에서 토머시나 앤이라는 아가씨와 루이지라는 아가씨가 싸움을 벌인다. 둘 사이를 갈라 놓았을 때 루이지의 손에는 토머시나의 머리칼이 한 움큼 뽑혀 있었으나, 토머시나는 그리 아프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토머시나 앤의 사망 기사가 신문에 실린다.

한편 데이비스라는 이름의 여인이 폐렴에 걸려 임종이 다가오자 고먼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그녀는 신부에게 자신이 알게된 악행의 흔적과 사람들의 명단을 남기고 사망한다. 그리고 그날 밤 신부 역시 살해된다. 공교롭게도 주머니가 터져 신부는 명단을 구두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 명단을 조사해보니 거기 적힌 사람들 중 일부는 최근에 병에 걸려 사망한 사람들이다. 경찰은 사건 당일 신부를 목격한 사람을 찾자 마을 약사인 오즈번이 증언한다. 그는 꽤 자세히 신부를 뒤따르던 사람에 대해 목격한 바를 이야기하고 경찰은 그 사람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리고 비너블스라는 부유한 인물이 사건 당일 오즈번이 목격한 사람임이 밝혀지는데, 그는 소아마비 환자였으며 믿을 만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어 오즈번이 목격한 사람과 동일인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즈번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창백한 말(the pale horse)>이라는 이름의 여관에 사는 세 명의 노파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들은 강령술을 빌어 사람을 원격에서 살해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들과 고객을 중개하는 자는 전직 변호사인 브래들리라는 인물로 그는 고객과 내기를 하는 형식으로 사건을 의뢰 받는다. 누군가 사망하길 바라는 자가 브래들리를 방문하면 브래들리는 그 사람이 일정 기간 내에 사망한다는데 돈을 걸고 의뢰인은 오래 사는 쪽에 돈을 거는 것이다. 곧 사망하길 바라는 사람은 자연사 하고 브래들리는 내기에 이겨 돈을 받게 된다

주인공 마크 이스터브룩은 이들의 음모를 파해치기 위해서 진저라는 여성과 실제 살인을 의뢰하기에 이른다. 이미 예전에 사망한 이스터브룩의 부인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자신과 이혼해 주지 않는 상황을 설정하고 진저가 그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스터브룩은 <창백한 말>여관에 가서 그녀들의 강신술을 지켜보고 으스스함을 느낀다. 그런데 얼마 후 진저가 지독한 독감에 걸리는 일이 일어나자 이스터브룩은 혼동에 빠진다.

비너블스가 용의자라는 의심을 품은 이스터브룩은 그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즈번을 그 집에서 만난다. 오즈번은 자신이 아직도 비너블스가 범인임을 확신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다. 비너블스가 소아마비라고 하며 저명한 의사가 진찰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그를 실제 진찰한 마을 의사는 얼마전 외국으로 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런던의 저명한 의사는 시골 의사의 진찰을 바탕으로 약만 조제하는 식이었다면 얼마든지 비너블스가 소아마비 환자로 행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의 말을 들은 이스터브룩은 비너블스가 <창백한 말>여관의 노파들이 강령술을 하여 원격살인을 하는 연극을 하고 브래들리를 중개인으로 하는 살인조직의 수괴가 아닐까 의심한다.

진저의 병세가 악화되는 가운데 이스터브룩은 사망한 사람들이 모두 설문조사원의 방문을 받았다는 사실과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이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그들이 바륨 중독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설문조사원은 살해당한 사람들을 방문하여 그들이 먹는 음료수와 약, 사용하는 샴푸와 비누 등을 조사하고 그 후 수도검침원 등이 방문하여 바륨이 들어있는 동일한 제품으로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바륨에 중독된 사람들은 의사에게 평상시와 달리 이상한 음식은 먹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고 의사는 중독에 의한 외적 발현에 근거하여 폐렴 등의 진단만을 하여 그들은 자연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결국 르죄느 경감과 이스터브룩은 오즈번을 대동하고 비너블스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곳에 놀라운 사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오즈번 자신이 범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그 살인조직을 운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고, 이에 자신이 언젠가 버스에서 보았던 사람을 신부가 죽던 당일 목격하였다는 진술을 하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버스에서 본 사람이 소아마비환자였기 때문에 그는 더욱 일을 교묘하게 꾸미려 하였고 스스로 꼬리를 드러내고 만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서는 여러 면에서 독특한 면이 있다. 범인 한 사람이 아닌 일련의 범죄조직이 나오는 점, 포와로나 마플이 아니고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한 추리소설가 올리버 부인이 나온다는 점 등이다.

번역이 좀 이상해서 짧은 분량을 읽는데 꽤 오래 걸렸다. 비너블스가 진저에게 뜬금없이 "당신은 살아있는 오리를 내게 줄 뻔했죠, 아가씨"라고 하는데 도통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관용적인 표현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원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구절이 몇몇 보인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창백한 말(the pale horse)은 성서에서는 청황색말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이의 영문과 구번역, 신번역은 다음과 같다.

 

요한계시록 6장 8절

 

I looked, and there before me was a pale horse! Its rider was named Death, and Hades was following close behind him. They were given power over a fourth of the earth to kill by sword, famine and plague, and by the wild beasts of the earth.

 

구번역 성서

 "내가 보매 "청확색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음부가 그 뒤를 따르더라. 저희가 땅 사분 일의 권세를 얻어 검과 흉년과 사망의 땅의 짐승으로써 죽이더라" 

 

대한성서공회에서 편 표준새번역 성경전서

"그리고 내가 보니, 청황색 말 한 마리가 있는데, 그 위에 탄 사람의 이름은 '사망'이고, 지옥이 그를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칼과 기근과 죽음과 들짐승으로써 사분의 일에 이르는 땅의 주민들을 멸하는 권세를 받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역자의 작품 해설에 추리소설의 성격상 분류가 흥미롭다.

o 본격물 - 수수께끼 풀이 소설이라고도 하며 'Mystery'라고 흔히 표현한다.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 반 다인 등이 흔히 여기에 속함

o 범죄물 - 범죄자, 범죄행위에 중점을 둠. 아이러 래빈의 <죽음의 키스>나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낯선 승객> 등. Crime으로 표시

o 서스펜스 - 공포물이라고도 함. 작품을 읽어나감에 따라 독자가 주인공이라도 된 양 위기의식을 느낌.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

o 하드보일드 - 비정파. 실제 사건 해결을 위해 현장에 뛰어들어 갖가지 경험을 하는 현실적 감각의 탐정 등장

그외 스파이물, 법정물, 코미디물 등이 있으나 분류는 형식적인 것이며 주관적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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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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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그리라'는 화제로 도화서 생도들이 치르는 외유사생에서 하나의 그림이 화원들 사이에서 문제시 된다. 여인이 화면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것 만으로도 파격일 것인데 그 여인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승려들이 쓰는 송낙이라는 모자이다. 화원들은 이 그림이 춘화(春畵)나 다름없다며 분개하고 그림 그린자를 찾아내라는 분부를 단원 김홍도에게 내린다. 김홍도는 그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거꾸로 뒤집힌 그림을 모사하라는 과제를 생도들에게 내는가 하면 아홉개의 점을 한정된 직선으로 이어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단원은 범인이 혜원 신윤복임을 확신하지만,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 윤복의 자유분방함과 재능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윤복의 형 영복이 자신이 범인이라며 거짓 자백을 하고 형은 단청실로 자진하여 쫓겨간다. 영복은 단청실에서 조선 제일가는 조색법을 알아내어 윤복의 그림에 화려한 색을 더해주고자 한다.

그 후 정조는 10년 전에 두 화원이 피살당한 사건을 재조사하라는 명을 단원에게 내린다. 십 년 전 수석화원 강수항과 그 수종화원 서징이 당한 영문 모를 사건인데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수항의 화실에서 범인이 그림을 훔쳐갔다는 사실과 서징이 범인을 그렸을지 모를 얼굴 없는 초상화를 남겼다는 사실을 끝으로 벽에 부딪히고 만다.

한편 윤복은 기방에서 가야금을 기막힌 솜씨로 연주하는 정향이라 기생을 알게되고 정향은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윤복에게 마음을 허락한다. 그리고 정식 화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앞두게 되는데 홍도는 윤복에게 이갑전로(二甲傳蘆)라 쓰고 이갑전려라 읽는 해탐노화(蟹貪蘆花) 그림을 주며 '두 번의 과거에 급제하여 임금의 상을 받는다'는 뜻을 지녔다며 화원에 합격하길 기원한다. 화원이 되는 시험에서 다시 한번 윤복은 화려한 색을 사용하여 여인들이 단오날 그네를 타고 몸을 씻는 단오풍정(端午風情)이라는 그림을 그려 논란에 휩싸인다. 화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조가 손수 합격자를 가려내는데 그 명단에는 윤복이 끼어있다.

정조는 홍도와 윤복의 재주를 높이 평가하고 아꼈기에 그들에게 같은 화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동제각화(同題各畵)의 경쟁을 시킨다. 그들이 그려온 그림들은 정조를 감탄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서로를 감탄하게도 만든다. 정조는 이들의 그림을 통해 백성들의 삶을 더욱 이해하게 되고, 홍도와 단원은 서로의 재능을 더욱 정려하게 다듬는다.

입추가 지나고 임금의 용안을 그리는 어진화사가 예정되어 도화서가 들썩였으나 정조는 홍도와 단원을 어진화사를 치를 화원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한쪽으로 비스듬이 앉은 구도와 웃는 얼굴의 용안을 그린 홍도와 단원의 그림은 도화서 화원과 조정 대신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결국 윤복이 도화서를 나가 중인으로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김조년에게 몸을 의탁한다. 아버지 신한평의 화실이 자신의 잘못으로 몰락의 길을 걷는다는 점과 정향이 바로 김조년에게 팔려갔다는 사실 역시 의탁의 이유가 된다. 도화서를 나선 윤복의 그림은 양식을 벗어나 더욱 화려하고 파격적인 모습을 띤다.

윤복의 그림자 놀이하는 버릇을 통해 윤복이 신한평의 친아들이 아니고 죽은 서징의 자식임을 알게 된 홍도는 벽에 부딪혔던 살인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고 윤복을 통해 서징이 죽기 전 종이를 만드는 공장에 드나들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얼굴이 없는 초상화는 사실 얇은 종이를 네 장 겹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종이를 박리하자 눈을 제외한 인물의 초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대화원 강수항의 벙어리 제자가 눈을 그려넣자 서징을 살해한 범인의 얼굴이 완성된다. 강수항을 조사하던 중 우연히 강수항이 몇몇에게 자진하여 초상화를 그려주겠노라고 제안하였으나 초상화가 얼굴의 한군데가 잘못 그려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이들은 잘 못 그려진 초상화의 잘 못 그려진 부분만을 모아 초상화를 하나 더 완성한다. 그리고 그 초상화가 죽은 사도세자의 용안을 그린 것임을 알게된다. 마지막으로 서징이 죽기전 도화서의 그림 보관소에서 특정 그림을 지목한 것으로 강수항과 서징을 살해한 범인이 다름아닌 김조년임을 안다.

한편 김조년은 정향이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는 사실과 윤복이 그림을 통해 자신을 도발하는 것을 눈치채자 홍도와 윤복을 그림대결에 끌어들인다. 윤복이 이겼을 경우에는 정향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이라는 것과 홍도가 이겼을 경우에는 윤복이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풍문을 잠재워 주기로 하는 이 내기에 김조년은 막대한 재산을 내깃돈으로 건다. 하지만 누가 이기든 양쪽다 상처 투성이가 될 뿐이다. 김조년은 판을 키우고자 하나 유독 박안식 대감만 내기에 참여하지 않는다. 김조년은 박안식 대감을 찾아가 내기에 참가하게 만들고 대결은 성사된다. 하지만 김조년의 예측과 달리 내기는 무승부로 끝나고 마는데 홍도와 윤복은 그림에 무수한 비밀을 숨겨 어느 한쪽이 이길 것 같은 상황이 되면 그림의 비밀을 밝혀 판세를 뒤집음으로서 끊임없는 균형을 이루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림은 무승부가 되고 박안식이 돈을 건 경우는 무승부였으며, 무승부가 될 경우 김조년은 내기에 참가한 자들의 내깃돈을 모두 물어주기로 하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박안식은 마지막 발악을 하며 정향을 내놓지 않으려 하지만, 윤복과 정향이 불이 잠깐 꺼진 사이 서로 옷을 바꿔입고 밖에서 보이는 그림자에 현혹된 문지기는 정향을 놓치고 만다. 그리고 김조년은 살인죄로 의금부에 끌려간다.

여인으로 돌아온 윤복은 자신의 초상화를 그린 후, 홍도를 떠난다. 그리고 윤복의 소식은 홍도에게 풍문으로만 들려올 뿐이다.

 

드라마는 못 보았지만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원과 혜원의 그림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어 그림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사도세자의 용안을 그린 초상화를 둘러싼 살인 사건 역시 추리소설 못지 않는 탄탄한 구조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 대결에서 두 화원이 그림에 숨겨둔 비밀들 역시 작가는 솜씨 좋게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너무 잘 들어맞고 해석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걸까. 기록된 것이 거의 없는 혜원의 삶을 작가의 가정과 상상 속에서 풀어내어 하나의 가설을 제시하고 이야기로 풀어나가니 독자는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난데 읽어나갈수록 하나의 가정으로 출발한 이야기가 추리소설을 능가할 만큼 맞아 떨어지고 마치 동시대의 일처럼 읽히다보니 '과연 역사가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져도 되는 것일까', '역사 자체의 안개와 같은 모호함은 어찌된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다 보니 너무나 구성이 조밀하고 나무랄데 없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는 '이것은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로군' 하는 생각을 갖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마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역사소설의 태생적 한계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피해가는 것 역시 작가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윤복이 기생 정향을 애틋해 하는 설정은 윤복이 남성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트릭으로서는 그 기능을 다했다 할 것이지만, 실상 윤복이 여성이라 했을 때는 고개가 갸웃해 진다. 홍도가 윤복을 마음에 두면서 왜 그럴까 괴로워 한 것은 실상 윤복이 여성이기 때문에 해소가 되지만, 윤복이 여성임에도 정향을 향한 정념에는 과도한 면이 있다. 윤복이 아들로 행세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성에 대한 동성애적 성향이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권말에 윤복은 자신의 초상을 그리고 여성으로서 스스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물론 동성애적 성향에서 여성성으로 복귀하는 과정으로 억지로 짜맞출 수도 있겠으나 성긴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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