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비전향장기수였다가 '떡공이'들에 의해 강제전향 당한 박동건은 소련의 붕괴와 북한 실태 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헛 산 것은 아니었는지 윤혁에게 묻는다. 박동건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전향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음을 윤혁에게 밝히고 끝내 숨을 거둔다.

마찬가지로 비전향장기수였다가 신경정신증을 견디지 못하고 전향서를 쓴 윤혁은 박동건의 쓸쓸한 장례식을 마친 후 보호관찰 담당인 김 형사에게 약속시간을 어겼다는 이유로 한동안 시달린다. 김 형사는 공산권 붕괴가 곧 자본주의의 정당성을 보증해 준 것처럼 소련과 북한의 모순을 윤혁에게 떠들어 댄다. 하지만 윤혁은 김 형사의 말에 예전과 같은 반박을 할 수가 없고 오히려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

윤혁은 부모를 잃은 기준과 경희를 돌보는 한편 감옥에서 알게 된 강민규가 주선해 주는 번역일을 하며 살아간다. 지나간 일들을 글로 남겨보라는 강민규의 권유로 윤혁은 남한에 간첩으로 잠입했던 때부터 담담히 수기를 써내려가는데 그 책이 뜻밖에 잘 팔린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한 여인이 6.25 전쟁 당시 자신도 큰 상처를 입었으면서 부하를 먼저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던 인민군 장교와 이름이 같다며 윤혁에게 편지를 보낸다. 윤혁이 그 장교는 아니었지만 윤혁 역시 초기 공산당들의 자기희생 정신을 높이 사고 있었고 여인 역시 윤혁에게서 그 장교와 같은 품성을 느낀다.

여인의 권유로 윤혁은 기준과 경희를 데리고 보육원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노동을 하면서 삶의 의욕을 느낀다.

 

소련의 붕괴, 특히 북한의 처참한 실상은 일부 반제반봉건주의자들에게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난제였을 것이다. 박동건은 주위 사람에게 민폐만 끼치고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이 '나는 내 의지로 전향을 한 것이 아니었다' 이다. 박동건에게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이념이었기에 소련의 붕괴와 북한의 처참한 실상에 신념이 흔들리고 건강이 악화되었으면서도 변절자로서 죽고 싶지는 않았고, 그 점을 윤혁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윤혁은 '살아남은 자'로서 이념은 만신창이가 되어 일개 형사에게도 해줄 말이 없었고, '과거의 한 때', 즉 공산당원들이 자기희생을 자랑처럼 여기던 때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강민규가 시민단체를 만드는 곳에 기부하고, 기준과 경희와 같은 어린아이들로부터 위안을 얻는다.

 

작가 조정래의 이념적 한계와 궤를 같이 하는 소설인 것 같다. 소설에는 경제학이 없다. 경제학이 없으니 인간 본성의 문제에 천착한다. 가장 손쉬운 설명이면서 가장 진실과 동떨어진 설명이다. 그 결과 작가는 시민단체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암암리에 고백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35625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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