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5
해리 케멜먼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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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 해리 케멜먼 

랍비 데이비드 스몰은 원칙주의자로 책을 좋아하고 겉모습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인물이다. 그래서 일부 신도들은 랍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 즈음 자동차 고장으로 사이가 벌어진 슈워츠와 라이히를 화해시키기 위해 '딘 토라(일종의 청문회)'를 열었는데, 랍비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동차 자체의 결함으로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상 알 베커가 곤란해지자 알 베커는 신도들을 충동질하여 랍비의 계약 연장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모로 일하는 엘스페스 블리치라는 아가씨가 교회 마당에 세워진 랍비의 차 옆에서 목이 졸린 시체로 발견되었고, 핸드백은 랍비의 차 안에 떨어져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던 날 밤, 랍비는 주문한 책이 왔다는 얘기에 교회 2층에 있는 서재에 머물렀고 이 때문에 의심을 살 만한 상황이었다. 랍비는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경관을 만났다고 증언하지만, 경관은 랍비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해서 의혹은 더욱 랍비에게 쏠린다.

그때 알 베커의 동료 멜빈 브론스타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는 엘스페스가 죽던 날 식당에서 그녀에게 접근했었고, 목요일마다 엘스페스와 비슷한 여성과 모텔에 투숙한 사실이 있었다. 하지만 랍비는 브론스타인에게 걸린 혐의가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엘스페스의 방을 조사하던 중 라디오를 본 랍비는 그녀가 라디오에서 무언가 뉴스를 듣고 뛰쳐나갔음을 추리한다. 범인은 랍비가 그날 밤 만났던 경관이고 임신중이던 엘스페스는 경관의 약혼 소식을 듣고 사실 확인을 위해 그를 만나러 갔다가 살해당한 것이다.

 

<미드나이트 블루> - 로스 맥도널드

빈 산장으로 때때로 사격연습을 하러 가는 사립탐정 루 아처는 어느 날 산장에 낯선 노인이 머물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노인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루 아처는 사격 연습을 하러 골짜기로 가다가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다. 가까운 고속도로 순찰대에 신고를 한 루 아처는 살해당한 소녀의 이름이 지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니의 아버지는 담임선생 코너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니가 살해당했다며 화를 내고, 낯선 노인이 분명히 범인일 것이라 지레짐작한 끝에 노인을 총으로 쏴죽이고 만다.

루 아처는 코너와 지니 사이에 관계가 있었음을 눈치채고 코너와 코너의 부인을 범인으로 추정하여 몰아부친다. 하지만 코너가 얼마전까지 놀아났던 여자는 여순경 애니타였고 그녀는 루 아처가 모든 사실을 알아내자 자살하고 만다.

 

해리 케멜먼은 랍비 시리즈와 <엘러리 퀸즈 미스터리 매거진>에 가끔 기고한 닉 웰트 시리즈로 유명한데, 작품수는 많지 않고 느긋하게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랍비 시리즈를 통해 해리 케멜먼은 유대 사회 풍속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가톨릭교와 개신교, 유대교의 차이점을 상호 비교하거나 유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그는 <9마일은 너무 멀다>를 통해 고전 미스터리소설이란 본래 단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사건의 수수께끼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인물이나 배경 설정은 자연히 부수하여 나타나는 것이고, 그와 같은 이야기를 장편소설의 길이로 잡아늘인다면 주인공이 해결할 때까지의 더듬어가는 과정의 길고 지루한 묘사에 독자들이 말려들 뿐 아니라 하나의 복잡한 수수께끼를 제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리 케멜먼의 이러한 진술은 본격파 미스터리의 딜레마, 즉 최초의 수수께끼와 마지막 해결 사이의 여러가지 사건 전개는 어찌 보면 필요없는 잡아늘이기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하는 문제의식과 닿아 있다. 나 역시 셜록 홈즈 시리즈야 말로 본격미스터리로서 적당한 길이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여러번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사회파 미스터리의 등장은 어쩌면 본격파 미스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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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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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륵(于勒)은 제자 니문(尼文)과 대숲에 금(琴)을 만들기 위한 오동나무를 말리면서 때때로 소리를 점검하러 간다. 

가야의 가실왕(嘉實王)이 침전 바깥 출입조차 못 하며 시름시름 앓던 중 대장장이 야로와 악사 우륵을 불러들인다. 왕의 명을 받들어 궁으로 향하던 우륵은 우연히 야로가 신라군에 병장기를 공급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우륵은 제자 니문에게 저것이 쇠의 흐름이라며 야로의 일을 발설하지 못하게 한다.

왕이 죽기 전날 시녀 아라(阿羅)가 순장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을 친다. 우륵은 왕의 무덤에 불려가 소리를 베풀것을 명 받는다. 우륵은 소리는 본래 살아 있는 동안만의 소리이고, 들리는 동안만의 소리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는다.

대장장이 야로는 신라 군의 병장기를 연구하여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깨뜨릴 만한 무기를 만든다. 하지만 야로가 만들어낸 무기는 가야군만이 아니라 신라군, 백제군에게 까지 흘러들어갔고 그것이 곧 쇠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야로는 쇠붙이에 주인이 따로 없고, 지닌 자가 곧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도망 나온 아라는 우연히 야로에게 발견되어 몸을 허락한 후 야로의 주선으로 몸을 피한다. 다로마을에서 금을 찾아 연주하던 우륵과 니문이 신라군의 기습으로 도망을 치다가 바닷가 마을에서 아라를 만난다. 우륵은 아라를 껴안고 살아남은 것이 장하다며 눈물 흘린다. 우륵은 니문에게 아라를 취하라 하고, 아라는 니문에게 몸을 허락한 후 신분을 숨기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라가 집사장에게 발견되고 왕이 된 태자가 죽자 아라는 순장당한다. 태자가 된 왕이 신라와 화친을 위해 맞아들인 신라 여인으로부터 월광이 태어났으나 그는 신라로 귀순한다.

신라 장군 이사부는 이차돈의 순교로 칼을 가벼이 썼다며 후회하는 선왕과 달리 아수라를 거치지 않으면 정토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며 가야와 백제를 상대로 전쟁을 치루는 인물이다. 그는 월광을 중군장으로 삼아 가야를 깨러 온다. 백제와 가야 연합군은 신라를 상대로 항전하지만 결국 가야는 차례차례 무너진다. 전쟁이 끝나고 월광은 이사부에 의해 초막에 감금당하고, 어느 순간 사라진다.

야로와 우륵 모두 이사부를 통해 귀순한다. 이사부는 주인없는 쇠붙이를 만들고, 그 쇠붙이가 나라에 영향을 끼치므로 야로를 죽인다. 우륵은 대숲에서 오동나무를 거둬들여 열 두줄이 있는 금을 새로이 만든다. 그리고 신라로 가서 이사부를 만나 주인 있는 나라에서 주인 없는 소리를 펴게 해달라고 말한다. 이사부는 섬칫 놀라며 우륵이 자신의 적인지, 자신의 편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흥왕은 우륵에게 세 명의 악사를 보내 가야의 소리를 전수받도록 한다. 우륵은 가을에 객혈을 하다 기도가 막혀 죽는다.

 

<칼의 노래>를 읽고 김훈이 어떤 작가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문체는 건조했고, 단정적이었다. 단정적인 말은 단아했고, 단아함 속에서 오랜 숙고의 흔적이 보여 무거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고, 작가 김훈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의 정치적 성향도 나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래도 좋지만, 당시엔 경원하는 마음이 앞섰다.

그러다가 <화장>을 읽었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었다. <화장>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또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은 <화장>에서와 같은 형태이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88년 <붉은방>과 <해변의 길손> 공동 수상 이후 가장 공감 가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라 느꼈다.

<현의 노래>를 읽는다. 역시나 작가는 어느 누구의 마음 속에도 들어가지 않고, 건조하게 읊조린다. 관중보다 먼저 흥분하지도 않지만, 관중보다 나중에 흥분하지도 않는 연사이다. 그래서 슬퍼하거나 기뻐할 시점을 잡지 못한다. 다만 책을 손에서 놓은 뒤 다시 한번 되새겨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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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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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고 불행한 소년기를 보낸 히야마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보험금으로 커피전문점을 차린다. 히야마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자신의 가게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쇼코에게 반해 그녀와 사귀게 되고,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청혼한다. 망설이던 쇼코가 청혼을 받아들여 딸 마나미를 낳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13세의 소년 3명이 집에 침입하여 아직 갓난아이인 마나미가 보는 앞에서 쇼코를 처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형법 41조의 '14세 미만인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는 규정에 의해 3명의 소년은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으로 끝이 난다. 법에 의하면 히야마는 범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2001년에 개정된 소년법으로 히야마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지만 법적인 시스템은 여전히 소년들의 갱생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피해자인 히야마와 유족의 아픔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았다.

4년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범행을 저지른 세 명의 소년 중 한 명이 히야마의 가게 인근 공원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4년 전 히야마가 법이 심판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그들을 죽이겠다고 공언한 점에 주의를 기울여 히야마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히야마는 4년 전 사건에 다시 뛰어들어 그들이 어떤 갱생의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소년인 마루야마 준이 전철 플랫폼에서 누군가에 의해 밀쳐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은 히야마를 더욱 의심하게 된다.

히야마는 당시 가장 죄질이 나빴던 야기 마사히코와 연락이 닿고 마사히코는 히야마에게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시각에 마나미가 아파 히야마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고, 야기는 약속장소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가 배달된다. 비디오 테이프에는 세 명의 소년이 유아를 상처입히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다. 히야마는 제3의 인물이 있었음을 알고 쇼코의 과거 누군가에게 원한 살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를 시작한다.

쇼코의 과거를 조사하던 중 히야마는 쇼코가 어렸을 때 쇼코의 친구가 손에 흉터가 있는 인물에게 살해당했고 목격증언을 했다는 점, 그리고 쇼코 역시 중학생 때 우발적인 살인에 휘말린 것을 알게 된다. 히야마는 쇼코가 살해한 남자의 집에 찾아가 사죄를 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집 부근에 만화경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 쇼코가 마나미에게 남겨준 만화경이 그 가게에서 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쇼코는 사죄를 위해 이 곳을 찾았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 경찰은 야기가 사망하던 날의 CCTV 분석 결과 마루야마가 바로 야기를 죽인 범인임을 알게 된다. 마루야마는 중학교 시절 할머니 병원에 문병을 갔다가 아유미와 친해진다. 아유미는 바로 쇼코가 죽인 남자의 딸이었다. 아유미는 심장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쇼코에 대해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쇼코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데 대해 법의 심판도 받지 않았고 결혼하여 아기까지 낳아 살고 있다는 내용의 사진과 편지를 받자 마루야마와 공모한다. 마루야마는 야기의 강요로 유아를 칼로 상처 입히고 이 장면을 아유미가 몰래 비디오로 촬영한 후 테이프로 세명을 협박한 것이다. 협박의 내용은 쇼코를 살해하지 않는다면 테이프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었고, 마루야마는 나머지 둘을 충동질해 범행을 저지르도록 만든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분명히 인지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된 사와무라 가즈야가 비디오의 존재를 공개하고 사죄하겠다고 하자 사와무라와 야기를 죽인 것이다.

하지만 복수심으로 쇼코를 죽인 후 우연히 마나미가 목에 걸고 있는 만화경을 본 아유미는 쇼코가 사죄를 하기 위해 자신의 집 부근까지 왔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수술비를 몰래 대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유미는 속죄를 위해 히야마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보냈던 것이다. 

히야마는 소년 3명을 감싸며 아무리 극악 무도한 죄를 저질렀더라도 갱생할 수 있다는 것을 외치며 피해자의 아픔은 외면했던 변호사 아이자와를 찾아간다. 히야마는 그의 손에 남아있는 흉터를 통해 쇼코가 그에게 자신의 친구를 살해한 것에 대해 사죄해 줄 것을 부탁했고, 과거의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아이자와가 아유미에게 편지를 보낸 장본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범죄자가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현대 국가는 사사로운 복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사로운 복수를 법이라는 공식적인 시스템이 대신하고, 집행하는 주체를 공권력이라 이름 붙여 최대한 공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물론 공권력은 역사적으로 이름과는 달리 사사로운 권력 주체를 위해 봉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쨌든 시스템의 기본 구조는 그러해야 하고 그것이 권력의 정당성을 보장해준다. 복수를 공권력이 대신해 주었을 때, 사회는 예측가능한 것이 되고 개인의 복수심도 어느 정도 해소된다.

다른 한편, 형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를 교화시켜 사회에 헌신할 기회를 부여해 주는 갱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범죄의 이유가 온전히 개인의 범죄적 특성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고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 사회적 책임과 같은 외부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의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기본 관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편지>에서 범죄자의 가족이 받게 되는 비난과 피해자의 아픔을 대비시켜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야쿠마루 가쿠는 <천사의 나이프>를 통해 13세 소년범들의 살인과 피해자의 아픔을 대비시킨다. 작가는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뒤늦게 속죄를 하려 했던 쇼코나 가즈야가 있었던 반면, 애초부터 악마와 같은 본성으로 살인을 계획했던 마루야마도 있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소년들의 갱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피해자의 아픔이고 일본의 법 시스템에는 이것이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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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타, 연인을 맞이하다
비르기트 반더베케 지음, 황규종 옮김 / 디오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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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체빌>

베트남 전쟁이 한참이던 시기에 알베르타와 나단은 체육대회를 위한 합숙소에서 만난다. 둘은 한밤의 하이킹에서 구덩이에 빠지지만 서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고, 알베르타와 나단은 각기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된다. 나단은 알베르타를 미체빌(재앙)이라 부른다.

삼 년이나 사 년에 한번씩 둘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승천일을 얼마 앞두고 알베르타와 나단은 도망친다. 도망의 이유는 열렬한 사랑에 굴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로 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찾아든 모텔에서 사소한 것들로 충돌한다. 가을에 나단은 천문학 일을 하기 위해 애리조나로 가고 알베르타는 리용으로 간다.

 

<장 필립>

프랑스에서 남편 장 필립, 딸 쎄실과 함께 사는 독일인 소설가는 '나'는 자신의 소설 <미체빌>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남편은 고약한 이야기라 평한다. 남편의 평에 알베르타와 나단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계속 머리속에서 전개시킨다. 딸 쎄실이 아파서 바닷가로 내려가 생활을 하며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은 바닷가 생활이 따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바닷가로 왔을 뿐이다.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반대편에서 차를 운전해 오는 수염 기른 나단을 발견한다.

 

<알베르타, 연인을 맞이하다>

알베르타는 나단의 아이를 낙태하고 둘은 헤어졌었다. 몇 년간 연락이 끊어졌었는데 어느 날 자동응답기에 나단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다. 잠시 뒤에 다시 전화하겠다는 그의 말에 알베르타는 여러가지 상념에 빠져든다. 그리고 나단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생각을 진행시킨다. 알베르타는 그와의 대화가 엇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말을 해선 안되는지, 어떤 말을 하는게 좋은지 고민한다. 마침내 나단이 집으로 찾아오는데 그는 자신이 결혼했고, 아내가 만삭이라는 말을 꺼낸다. 알베르타는 예전에 나단과 나두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것은 남자의 이중생활에 관한 이야기였다. 식사를 마친 후 나단은 "아, 헌데 말이지. 나는 물론 내 아내를 사랑해." 라고 말하며 관계를 갖고 싶어 왔지만 그 이상의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알베르타는 늦었다는 말로 나단을 내보낸다.

 

싫어하는 부류의 소설이다. 2장에서 소설가가 '소설 속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인 나단을 발견하는 장에서 극에 달했다. 남녀 사이의 미묘한 엇갈림에 관한 세세한 묘사도 별로 공감가지 않는다. 치약을 중간에서 짜느냐 끝에서부터 짜느냐로 싸우는 부부 이야기를 길게 늘여놓은 느낌이다. 의식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되기 때문에 독서행위는 긴장을 요하는데 반해 그려지는 그림은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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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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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벨은 헌츠빌에서 한 소년을 가스 처형실로 보냈다. 그는 소년의 말과 행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안톤 시거는 산소 탱크에 스턴건을 장착해 무기로 사용하는 자다. 그는 수갑을 찬 채로 부보안관 한 명을 살해한다.모스는 사막에서 영양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시체가 널부러져 있는 마약 거래 현장을 지나게 된다. 그는 240만 달러가 든 가방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한밤중에 죽어가던 멕시코인이 물을 달라던 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현장으로 갔다가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모스는 아내를 친정으로 보낸 후 도주하고, 안톤 시거는 모스가 가진 가방에 부착된 트랜스폰더를 추적하고, 벨은 모스와 시거를 추적한다.

 

모스는 베트남 참전 경험과 영리한 머리를 사용하여 신중하게 처신하지만 안톤 시거의 추적이 점점 좁혀 온다. 마약 거래의 다른 한쪽이 웰스라는 청부업자를 고용한다. 시거에게 총상을 입고 멕시코 병원에 입원한 모스를 찾아간 웰스는 자신에게 돈가방을 넘기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웰스 역시 시거에게 간단히 제거당하고 모스는 다시 도주한다. 길거리에서 만난 가출 소녀를 태우고 동행하던 모스는 결국 시거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한다. 벨은 모스와 어린 소녀 사이에 부적절한 일이 없었다는 점만이라도 모스의 아내에게 이해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녀는 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시거는 모스의 아내를 찾아가 그녀와 대화를 나눈다. 이미 모스가 죽었으니 자신을 죽일 필요는 없다는 그녀에게 시거는 자신의 약속은 변함이 없다며 살해한다. 마약을 먹고 질주하던 차가 시거의 차를 들이받아 시거는 심한 상처를 입지만 경찰이 오기 전에 사라진다. 벨은 보안관직을 그만 두기로 결심하고 아저씨를 찾아가 자신이 받았던 부끄러운 훈장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아버지 꿈을 꾸다가 깨어난다.

 

각 장의 시작은 보안관 벨의 상념으로 시작되고, 그후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로 잔혹한 사건들이 서술된다. 안톤 시거는 불가항력적이고 무적이고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벨은 그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정말로 존재하는 유령과 같다'고 말하고, '우리가 세상에서 어떤 특정한 일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결코 그것에 대적할 상대가 못 된다'고 깨닫는다고 생각한다.

모스와 웰스는 둘 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모스의 아내는 모스가 똑똑하기 때문에 일을 잘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웰스 역시 프로로 고용된 자다. 하지만 그들은 시거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고 시거는 부상도 사소한 일을 당한 것처럼 스스로 치료해 가면서 그들을 모두 죽이고 만다.

시거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인을 살려준다. 동전던지기를 맞추었기 때문이다. 모스의 아내는 죽인다. 그녀는 동전던지기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거는 운명을 관장하는 불가항력적인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련한 보안관 벨 역시 그를 잡지 못하고 유령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시거는 엉뚱하게도 마약에 취한 10대가 운전하는 차에 받혀 죽을 위기를 넘긴다. 죽음을 관장하는 시거 마저도 마약에 취해 날뛰는 10대에게는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일까?

작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이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Sailing to Byzantium>에서 따왔다고 밝히며 시의 전문을 권두에 싣고 있다.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봤지만 시 자체거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다만 '...늙은 사람이 하찮은 물건이고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다만...노래를 배울 곳은 어디에도 없다.../...한 번 자연에서 벗어난 후엔...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노래해 준/형상만을 취하리라' 하는 시구에서 생각해볼 여지는 있는 듯 하다.

소설의 매 장 첫머리가 벨의 상념으로 시작하고 벨은 은퇴를 앞둔 노인이다. 그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모스의 아내에게 위험을 경고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현실은 시거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운명이 휩쓸고 갈 뿐이고, 기껏해야 그런 운명을 변화시키는 것도 마약에 취한 10대의 질주와 같은 우연적인 사건 뿐이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제어불가능하고 우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끔찍한 세계가 아닌가? 그렇다면 영혼과 지혜를 갖춘 '노인'이 이런 광기와 우연을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을 지은 것일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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