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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5
해리 케멜먼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평점 :
<금요일, 랍비는 늦잠을 잤다> - 해리 케멜먼
랍비 데이비드 스몰은 원칙주의자로 책을 좋아하고 겉모습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인물이다. 그래서 일부 신도들은 랍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 즈음 자동차 고장으로 사이가 벌어진 슈워츠와 라이히를 화해시키기 위해 '딘 토라(일종의 청문회)'를 열었는데, 랍비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동차 자체의 결함으로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상 알 베커가 곤란해지자 알 베커는 신도들을 충동질하여 랍비의 계약 연장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모로 일하는 엘스페스 블리치라는 아가씨가 교회 마당에 세워진 랍비의 차 옆에서 목이 졸린 시체로 발견되었고, 핸드백은 랍비의 차 안에 떨어져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던 날 밤, 랍비는 주문한 책이 왔다는 얘기에 교회 2층에 있는 서재에 머물렀고 이 때문에 의심을 살 만한 상황이었다. 랍비는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경관을 만났다고 증언하지만, 경관은 랍비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해서 의혹은 더욱 랍비에게 쏠린다.
그때 알 베커의 동료 멜빈 브론스타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는 엘스페스가 죽던 날 식당에서 그녀에게 접근했었고, 목요일마다 엘스페스와 비슷한 여성과 모텔에 투숙한 사실이 있었다. 하지만 랍비는 브론스타인에게 걸린 혐의가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엘스페스의 방을 조사하던 중 라디오를 본 랍비는 그녀가 라디오에서 무언가 뉴스를 듣고 뛰쳐나갔음을 추리한다. 범인은 랍비가 그날 밤 만났던 경관이고 임신중이던 엘스페스는 경관의 약혼 소식을 듣고 사실 확인을 위해 그를 만나러 갔다가 살해당한 것이다.
<미드나이트 블루> - 로스 맥도널드
빈 산장으로 때때로 사격연습을 하러 가는 사립탐정 루 아처는 어느 날 산장에 낯선 노인이 머물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노인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루 아처는 사격 연습을 하러 골짜기로 가다가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다. 가까운 고속도로 순찰대에 신고를 한 루 아처는 살해당한 소녀의 이름이 지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니의 아버지는 담임선생 코너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니가 살해당했다며 화를 내고, 낯선 노인이 분명히 범인일 것이라 지레짐작한 끝에 노인을 총으로 쏴죽이고 만다.
루 아처는 코너와 지니 사이에 관계가 있었음을 눈치채고 코너와 코너의 부인을 범인으로 추정하여 몰아부친다. 하지만 코너가 얼마전까지 놀아났던 여자는 여순경 애니타였고 그녀는 루 아처가 모든 사실을 알아내자 자살하고 만다.
해리 케멜먼은 랍비 시리즈와 <엘러리 퀸즈 미스터리 매거진>에 가끔 기고한 닉 웰트 시리즈로 유명한데, 작품수는 많지 않고 느긋하게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랍비 시리즈를 통해 해리 케멜먼은 유대 사회 풍속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 가톨릭교와 개신교, 유대교의 차이점을 상호 비교하거나 유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그는 <9마일은 너무 멀다>를 통해 고전 미스터리소설이란 본래 단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사건의 수수께끼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인물이나 배경 설정은 자연히 부수하여 나타나는 것이고, 그와 같은 이야기를 장편소설의 길이로 잡아늘인다면 주인공이 해결할 때까지의 더듬어가는 과정의 길고 지루한 묘사에 독자들이 말려들 뿐 아니라 하나의 복잡한 수수께끼를 제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리 케멜먼의 이러한 진술은 본격파 미스터리의 딜레마, 즉 최초의 수수께끼와 마지막 해결 사이의 여러가지 사건 전개는 어찌 보면 필요없는 잡아늘이기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하는 문제의식과 닿아 있다. 나 역시 셜록 홈즈 시리즈야 말로 본격미스터리로서 적당한 길이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여러번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사회파 미스터리의 등장은 어쩌면 본격파 미스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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