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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우륵(于勒)은 제자 니문(尼文)과 대숲에 금(琴)을 만들기 위한 오동나무를 말리면서 때때로 소리를 점검하러 간다.
가야의 가실왕(嘉實王)이 침전 바깥 출입조차 못 하며 시름시름 앓던 중 대장장이 야로와 악사 우륵을 불러들인다. 왕의 명을 받들어 궁으로 향하던 우륵은 우연히 야로가 신라군에 병장기를 공급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우륵은 제자 니문에게 저것이 쇠의 흐름이라며 야로의 일을 발설하지 못하게 한다.
왕이 죽기 전날 시녀 아라(阿羅)가 순장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을 친다. 우륵은 왕의 무덤에 불려가 소리를 베풀것을 명 받는다. 우륵은 소리는 본래 살아 있는 동안만의 소리이고, 들리는 동안만의 소리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는다.
대장장이 야로는 신라 군의 병장기를 연구하여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깨뜨릴 만한 무기를 만든다. 하지만 야로가 만들어낸 무기는 가야군만이 아니라 신라군, 백제군에게 까지 흘러들어갔고 그것이 곧 쇠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야로는 쇠붙이에 주인이 따로 없고, 지닌 자가 곧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도망 나온 아라는 우연히 야로에게 발견되어 몸을 허락한 후 야로의 주선으로 몸을 피한다. 다로마을에서 금을 찾아 연주하던 우륵과 니문이 신라군의 기습으로 도망을 치다가 바닷가 마을에서 아라를 만난다. 우륵은 아라를 껴안고 살아남은 것이 장하다며 눈물 흘린다. 우륵은 니문에게 아라를 취하라 하고, 아라는 니문에게 몸을 허락한 후 신분을 숨기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라가 집사장에게 발견되고 왕이 된 태자가 죽자 아라는 순장당한다. 태자가 된 왕이 신라와 화친을 위해 맞아들인 신라 여인으로부터 월광이 태어났으나 그는 신라로 귀순한다.
신라 장군 이사부는 이차돈의 순교로 칼을 가벼이 썼다며 후회하는 선왕과 달리 아수라를 거치지 않으면 정토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며 가야와 백제를 상대로 전쟁을 치루는 인물이다. 그는 월광을 중군장으로 삼아 가야를 깨러 온다. 백제와 가야 연합군은 신라를 상대로 항전하지만 결국 가야는 차례차례 무너진다. 전쟁이 끝나고 월광은 이사부에 의해 초막에 감금당하고, 어느 순간 사라진다.
야로와 우륵 모두 이사부를 통해 귀순한다. 이사부는 주인없는 쇠붙이를 만들고, 그 쇠붙이가 나라에 영향을 끼치므로 야로를 죽인다. 우륵은 대숲에서 오동나무를 거둬들여 열 두줄이 있는 금을 새로이 만든다. 그리고 신라로 가서 이사부를 만나 주인 있는 나라에서 주인 없는 소리를 펴게 해달라고 말한다. 이사부는 섬칫 놀라며 우륵이 자신의 적인지, 자신의 편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흥왕은 우륵에게 세 명의 악사를 보내 가야의 소리를 전수받도록 한다. 우륵은 가을에 객혈을 하다 기도가 막혀 죽는다.
<칼의 노래>를 읽고 김훈이 어떤 작가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문체는 건조했고, 단정적이었다. 단정적인 말은 단아했고, 단아함 속에서 오랜 숙고의 흔적이 보여 무거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고, 작가 김훈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의 정치적 성향도 나와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래도 좋지만, 당시엔 경원하는 마음이 앞섰다.
그러다가 <화장>을 읽었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었다. <화장>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또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은 <화장>에서와 같은 형태이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88년 <붉은방>과 <해변의 길손> 공동 수상 이후 가장 공감 가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라 느꼈다.
<현의 노래>를 읽는다. 역시나 작가는 어느 누구의 마음 속에도 들어가지 않고, 건조하게 읊조린다. 관중보다 먼저 흥분하지도 않지만, 관중보다 나중에 흥분하지도 않는 연사이다. 그래서 슬퍼하거나 기뻐할 시점을 잡지 못한다. 다만 책을 손에서 놓은 뒤 다시 한번 되새겨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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