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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보안관 벨은 헌츠빌에서 한 소년을 가스 처형실로 보냈다. 그는 소년의 말과 행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안톤 시거는 산소 탱크에 스턴건을 장착해 무기로 사용하는 자다. 그는 수갑을 찬 채로 부보안관 한 명을 살해한다.모스는 사막에서 영양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시체가 널부러져 있는 마약 거래 현장을 지나게 된다. 그는 240만 달러가 든 가방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한밤중에 죽어가던 멕시코인이 물을 달라던 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현장으로 갔다가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모스는 아내를 친정으로 보낸 후 도주하고, 안톤 시거는 모스가 가진 가방에 부착된 트랜스폰더를 추적하고, 벨은 모스와 시거를 추적한다.
모스는 베트남 참전 경험과 영리한 머리를 사용하여 신중하게 처신하지만 안톤 시거의 추적이 점점 좁혀 온다. 마약 거래의 다른 한쪽이 웰스라는 청부업자를 고용한다. 시거에게 총상을 입고 멕시코 병원에 입원한 모스를 찾아간 웰스는 자신에게 돈가방을 넘기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웰스 역시 시거에게 간단히 제거당하고 모스는 다시 도주한다. 길거리에서 만난 가출 소녀를 태우고 동행하던 모스는 결국 시거에게 총격을 받아 사망한다. 벨은 모스와 어린 소녀 사이에 부적절한 일이 없었다는 점만이라도 모스의 아내에게 이해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녀는 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시거는 모스의 아내를 찾아가 그녀와 대화를 나눈다. 이미 모스가 죽었으니 자신을 죽일 필요는 없다는 그녀에게 시거는 자신의 약속은 변함이 없다며 살해한다. 마약을 먹고 질주하던 차가 시거의 차를 들이받아 시거는 심한 상처를 입지만 경찰이 오기 전에 사라진다. 벨은 보안관직을 그만 두기로 결심하고 아저씨를 찾아가 자신이 받았던 부끄러운 훈장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아버지 꿈을 꾸다가 깨어난다.
각 장의 시작은 보안관 벨의 상념으로 시작되고, 그후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로 잔혹한 사건들이 서술된다. 안톤 시거는 불가항력적이고 무적이고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벨은 그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정말로 존재하는 유령과 같다'고 말하고, '우리가 세상에서 어떤 특정한 일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결코 그것에 대적할 상대가 못 된다'고 깨닫는다고 생각한다.
모스와 웰스는 둘 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모스의 아내는 모스가 똑똑하기 때문에 일을 잘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웰스 역시 프로로 고용된 자다. 하지만 그들은 시거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고 시거는 부상도 사소한 일을 당한 것처럼 스스로 치료해 가면서 그들을 모두 죽이고 만다.
시거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인을 살려준다. 동전던지기를 맞추었기 때문이다. 모스의 아내는 죽인다. 그녀는 동전던지기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거는 운명을 관장하는 불가항력적인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련한 보안관 벨 역시 그를 잡지 못하고 유령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시거는 엉뚱하게도 마약에 취한 10대가 운전하는 차에 받혀 죽을 위기를 넘긴다. 죽음을 관장하는 시거 마저도 마약에 취해 날뛰는 10대에게는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일까?
작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이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Sailing to Byzantium>에서 따왔다고 밝히며 시의 전문을 권두에 싣고 있다.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봤지만 시 자체거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다만 '...늙은 사람이 하찮은 물건이고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다만...노래를 배울 곳은 어디에도 없다.../...한 번 자연에서 벗어난 후엔...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노래해 준/형상만을 취하리라' 하는 시구에서 생각해볼 여지는 있는 듯 하다.
소설의 매 장 첫머리가 벨의 상념으로 시작하고 벨은 은퇴를 앞둔 노인이다. 그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모스의 아내에게 위험을 경고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현실은 시거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운명이 휩쓸고 갈 뿐이고, 기껏해야 그런 운명을 변화시키는 것도 마약에 취한 10대의 질주와 같은 우연적인 사건 뿐이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제어불가능하고 우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끔찍한 세계가 아닌가? 그렇다면 영혼과 지혜를 갖춘 '노인'이 이런 광기와 우연을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을 지은 것일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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