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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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고 불행한 소년기를 보낸 히야마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보험금으로 커피전문점을 차린다. 히야마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자신의 가게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쇼코에게 반해 그녀와 사귀게 되고,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청혼한다. 망설이던 쇼코가 청혼을 받아들여 딸 마나미를 낳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13세의 소년 3명이 집에 침입하여 아직 갓난아이인 마나미가 보는 앞에서 쇼코를 처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형법 41조의 '14세 미만인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는 규정에 의해 3명의 소년은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으로 끝이 난다. 법에 의하면 히야마는 범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2001년에 개정된 소년법으로 히야마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지만 법적인 시스템은 여전히 소년들의 갱생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피해자인 히야마와 유족의 아픔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았다.

4년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범행을 저지른 세 명의 소년 중 한 명이 히야마의 가게 인근 공원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4년 전 히야마가 법이 심판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그들을 죽이겠다고 공언한 점에 주의를 기울여 히야마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히야마는 4년 전 사건에 다시 뛰어들어 그들이 어떤 갱생의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소년인 마루야마 준이 전철 플랫폼에서 누군가에 의해 밀쳐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은 히야마를 더욱 의심하게 된다.

히야마는 당시 가장 죄질이 나빴던 야기 마사히코와 연락이 닿고 마사히코는 히야마에게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시각에 마나미가 아파 히야마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고, 야기는 약속장소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가 배달된다. 비디오 테이프에는 세 명의 소년이 유아를 상처입히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다. 히야마는 제3의 인물이 있었음을 알고 쇼코의 과거 누군가에게 원한 살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를 시작한다.

쇼코의 과거를 조사하던 중 히야마는 쇼코가 어렸을 때 쇼코의 친구가 손에 흉터가 있는 인물에게 살해당했고 목격증언을 했다는 점, 그리고 쇼코 역시 중학생 때 우발적인 살인에 휘말린 것을 알게 된다. 히야마는 쇼코가 살해한 남자의 집에 찾아가 사죄를 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집 부근에 만화경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발견하고, 쇼코가 마나미에게 남겨준 만화경이 그 가게에서 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쇼코는 사죄를 위해 이 곳을 찾았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 경찰은 야기가 사망하던 날의 CCTV 분석 결과 마루야마가 바로 야기를 죽인 범인임을 알게 된다. 마루야마는 중학교 시절 할머니 병원에 문병을 갔다가 아유미와 친해진다. 아유미는 바로 쇼코가 죽인 남자의 딸이었다. 아유미는 심장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쇼코에 대해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쇼코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데 대해 법의 심판도 받지 않았고 결혼하여 아기까지 낳아 살고 있다는 내용의 사진과 편지를 받자 마루야마와 공모한다. 마루야마는 야기의 강요로 유아를 칼로 상처 입히고 이 장면을 아유미가 몰래 비디오로 촬영한 후 테이프로 세명을 협박한 것이다. 협박의 내용은 쇼코를 살해하지 않는다면 테이프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었고, 마루야마는 나머지 둘을 충동질해 범행을 저지르도록 만든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분명히 인지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된 사와무라 가즈야가 비디오의 존재를 공개하고 사죄하겠다고 하자 사와무라와 야기를 죽인 것이다.

하지만 복수심으로 쇼코를 죽인 후 우연히 마나미가 목에 걸고 있는 만화경을 본 아유미는 쇼코가 사죄를 하기 위해 자신의 집 부근까지 왔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수술비를 몰래 대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유미는 속죄를 위해 히야마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보냈던 것이다. 

히야마는 소년 3명을 감싸며 아무리 극악 무도한 죄를 저질렀더라도 갱생할 수 있다는 것을 외치며 피해자의 아픔은 외면했던 변호사 아이자와를 찾아간다. 히야마는 그의 손에 남아있는 흉터를 통해 쇼코가 그에게 자신의 친구를 살해한 것에 대해 사죄해 줄 것을 부탁했고, 과거의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아이자와가 아유미에게 편지를 보낸 장본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범죄자가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현대 국가는 사사로운 복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사로운 복수를 법이라는 공식적인 시스템이 대신하고, 집행하는 주체를 공권력이라 이름 붙여 최대한 공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물론 공권력은 역사적으로 이름과는 달리 사사로운 권력 주체를 위해 봉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쨌든 시스템의 기본 구조는 그러해야 하고 그것이 권력의 정당성을 보장해준다. 복수를 공권력이 대신해 주었을 때, 사회는 예측가능한 것이 되고 개인의 복수심도 어느 정도 해소된다.

다른 한편, 형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를 교화시켜 사회에 헌신할 기회를 부여해 주는 갱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범죄의 이유가 온전히 개인의 범죄적 특성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고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 사회적 책임과 같은 외부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의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기본 관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편지>에서 범죄자의 가족이 받게 되는 비난과 피해자의 아픔을 대비시켜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야쿠마루 가쿠는 <천사의 나이프>를 통해 13세 소년범들의 살인과 피해자의 아픔을 대비시킨다. 작가는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뒤늦게 속죄를 하려 했던 쇼코나 가즈야가 있었던 반면, 애초부터 악마와 같은 본성으로 살인을 계획했던 마루야마도 있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소년들의 갱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피해자의 아픔이고 일본의 법 시스템에는 이것이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375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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