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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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남동생 프란스를 도제 수업에 보내기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한 후 아버지가 불행한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어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리트는 화가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 살이를 간다.

그 집에서 원래 일하던 하녀 타네커는 베르메르의 장모이자 큰 마님으로 불리는 마리아 틴스에게 복종을 취하였고, 마리아 틴스는 현명한 노마님이었다. 그녀는 사위인 베르메르와 후원자인 반 라위번을 적절히 조율하여 사위가 그림을 그려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했다. 베르메르의 아내 카타리나는 많은 아이를 낳았고 거의 언제나 임신중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화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과 남편이 자신을 그리지 않는 사실에 대해 불만이었고, 새로 온 그리트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푸줏간의 피터는 고기를 사러 온 그리트에게 한눈에 반해 관심을 나타내지만 그리트는 그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한다. 피터가 그리트의 부모에게 친절히 대하고 팔기 위한 고기를 가져다 주는 등 물질적인 도움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는 없었지만 그리트의 관심은 베르메르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반 라위번이 그리트에게 노골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그녀와 자신을 함께 그려달라고 요구한다. 그 요구는 곧 그리트의 육체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베르메르는 그 요구를 거절한 대신 그리트만을 그려주겠다고 한다. 그리트는 모자를 쓴 하녀로도, 모자를 벗은 채 온전한 머리카락을 드러내 모습으로도 그려지기를 거부한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천으로 감은채 모델이 된다.

베르메르는 완성된 그리트의 그림이 반 라위번은 만족시키겠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아해한다. 그리트는 그 이유가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언제나 시선을 잡아끄는 빛이, 이번 그림에는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빛을 위해서는 카타리나의 진주 귀고리를 걸어야 하고, 그랬을 경우 모두가 불행해지리라 느낀다.

카타리나의 진주 귀고리를 거는 날 베르메르는 그리트의 얼굴을 만진다. 그리트는 피터에게 몸을 허락하고 카타리나는 어떤 예감에서 완성된 그림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화실에 들어선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리트가 일하는 푸줏간에 타네커가 찾아 와 베르메르 집으로 오라는 전갈을 전한다. 그리트는 손님들의 이야기로 베르메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손을 벤다. 예전 집으로 돌아간 그리트는 자신을 부른 것이 큰 마님이 아닌 카타리나이며, 그녀는 남편의 유언을 집행하기 위해 그리트를 불렀다고 말한다. 베르메르의 유언은 진주귀고리를 그리트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리트는 귀고리를 받는다. 귀고리를 보관할 수도, 하고 다닐 수도 없음을 깨달은 그리트는 귀고리를 20길더에 판다. 베르메르 집안이 피터의 푸줏간에 진 빚은 15길더였다. 그리트는 5더를 숨겨둘 것이고,그 돈은 영영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일명 <터번을 두른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17세기 네델란드의 화가 베르메르는 몇 가지 행적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남긴 작품 역시 완성품 35점 외에는 없다고 한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이런 점을 오히려 작품을 쓰는 데 행운이라 생각하고 <진주 귀고리 소녀>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그리트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데 진주귀고리를 거는 시기에 피터에게 몸을 허락하는 심리와 베르메르에 대한 정념을 그린 장면, 진주귀고리로 표상되는 다른 세계를 포기하는 그리트를 그리는 대목이 빼어나다.

2003년 피터 웨버 감독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The Girl With Pearl Earring> 로 영화화 하였고 스칼렛 요한슨이 그리트 역을 맡았다.

 

책에는 베르메르의 작품이 중간 중간 실려 있어 소설을 읽는 재미와는 또 다른 만족감을 선사한다. 수록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델프트 풍경(1660~1661)>, <골목길(1657~1658)>, <신앙의 알레고리(1671~1674)>,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1664)>, <우유 따르는 여인(1658~1660)>, <천문학자(1668)>, <저울질하는 여인(금을 다는 여인)(1662~1664)>, <물주전자를 든 여인(1664~1665)>, <포도주 잔을 든 여인(1659~1660)>, <류트를 연주하는 여인(1664)>, <편지를 쓰고 있는 여인(1665~1670)>,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1654~1655)>, <음악 레슨(1662~1665)>, <신사와 포도주를 마시는 여인(1658~1660)>, <세 사람의 연주회(1665~1666)>, <레이스를 뜨는 여인(1669~1670)>,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1657)>, <빨간 모자를 쓴 소녀(1666~1667)>, <뚜쟁이(1656)>, <진주 귀고리 소녀(터번을 두른 소녀)(1665~1666)>, <소녀의 초상(1666~1667)>, <화가의 아틀리에(예술로서의 회화)(1662~1665, 혹은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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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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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범을 수용하는 이치하라 교도소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의 얼굴과 손가락은 황산으로 훼손되어 있고, 현장에서 발견된 모조지에는 '이시즈카, 죽어 마땅하다 - 미야자키' 라 쓰여 있다. 교도소 측이 48시간 이내에 도주한 미야자키를 잡지 못할 경우 수사권은 경찰에 넘어가도록 되어 있다. 교도관 노다 등은 미야자키의 본가로 가 잠복하지만 정해진 48시간이 지나도록 미야자키를 잡지 못하고 결국 경찰이 개입하게 된다.

조사 결과 살해당한 쪽은 이시즈카가 아니라 사체가 훼손된 미야자키라는 것, 살해 방법은 브롬화 판크로니움이라는 마취제의 일종을 정맥에 주사한 것이었다. 또한 도주한 이시즈카는 재판 과정 중 바꿔치기 된 제3의 인물이며 살인 현장은 밀실이었다.

살해 당한 미야자키는 제3섹터인 아즈미 토마토 팜의 실질적인 경영자로, 장인이 사장이면서 시장이었다. 그는 음주운전으로 료코라는 여성을 치어 죽인 후 항소를 포기하고 죄값을 받겠다면서 복역중이었다.

경찰은 이시즈키와 바꿔치기 된 인물을 추적하던 중 이시즈카에게 법원등기를 배달한 집배원이 죽은 료코의 남편임을 알게 되고 그를 주요 용의자로 추적한다.

 

밀실 트릭, 뒤바뀐 피해자, 바꿔치기 된 가해자, 권력형 비리와 음모 등 흥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또한 작가가 손해보험회사에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교통사고의 처리와 배상 문제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설 초반의 이치하라 교도소의 일상을 그리는 장면은 독자가 실제 교도소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주인공 또는 화자라 부를 만한 인물이 없는 탓에 시점 변화가 잦고 이로 인해 난삽한 느낌이 들어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반전은 충격적이나, 그 반전 때문에 작가가 차곡차곡 쌓아 올린 살해 동기와 수법에 대한 명쾌함 역시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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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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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하자. 싫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명호 씨의 디스 담배를 훔쳐 피우면서 명호씨도 숙경씨의 담배를 피우니 괜찮다며 자위하는 주인공 준호는 수능 시험을 치른 고3이다. 명호씨는 외삼촌이고 숙경씨는 엄마, 그리고 아버지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명호씨는 서울대 법대를 나왔지만 10년째 일정한 직업 없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거나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며 소일하고 있고, 숙경씨는 동네 미장원 아줌마에서 시내 번화가로 가게를 옮기면서부터 헤어 디자이너가 되었다.

친구 영석과 경식이 미아리에 가서 동정을 떼고 와 어른 행세를 하자 준호 역시 여자친구 서영과 한번 하는 일에 골몰한다. 시도 때도 없이 한번 하자는 준호의 요구에 서영이 번번히 거절하다가 마침내 응낙한 날은 정작 사전 지식과 경험 부족으로 실패하고 만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자 집안에 서울대 출신만 있는 영석은 재수를 하러 가고 경식은 중장비 학원에 등록한다. 서영은 특차로 일류대에 붙었고 준호는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다. 숙경씨는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하고, 명호씨는 준호에게 야설로 썼던 글을 소설로 고쳐 써보라고 권한다. 준호는 야설을 고쳐 써보고, 그 일이 뜻밖에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 공부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서영과 원서를 내러가기 전, 진지한 대화를 하려던 준호의 입에서는 엉뚱한 대사가 튀어나온다. 한번 하자.

 

아침 나절에 읽기 시작했는데 속도감 있게 읽혔다.

1989년에 제작된 에릭 로샹 감독의 영화 <동정(同情) 없는 세상>을,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로서의 '동정(童貞) 떼기'로 재치있게 치환하여 그린 성장기 소설이다. 소설은 한껏 밝은 이미지로 가득하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나왔지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용히 지켜보며 할 도리를 구하는 현자 스타일의 명호씨, 아들이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대학생 아들이 아니어도 좋다는 숙경씨, 그리고 편모 슬하에서 컸지만 자신이 어떻게 자라야 할지 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준호 등. 

얼마 전 김려령 원작의 <완득이>를 영화로 보았는데, 굳이 한 쪽에 점수를 주라면 <완득이> 쪽에 점수를 주고 싶다. <동정 없는 세상>에서의 밝은 에너지는 작가의 가치관과 바람이 빚어낸 밝은 가정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 어떤 질곡이나 모순은 없다. 작품이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닐까. 반면, <완득이>에서는 부조리하고 아픈 현실을 딛고 일어서려는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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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징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83
요꼬미조 세이시요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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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징살인사건>

쇼와(昭和) 12년(1937년), 혼징(本陳 : 귀족이나 고관들이 묵는 공인된 여관)의 후예인 이찌야나기 집안의 장남 겐조가 교사인 구보 가스꼬를 신부로 맞아 혼례를 치른다. 그날 밤, 무서운 비명이 들리고 거문고 소리와 미닫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소리가 난 사랑채 쪽으로 몰려가는데 서쪽의 석등 밑에 일본도 하나가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안으로 잠긴 사랑채 문을 도끼로 부수고 들어간 사람들은 방 안의 처참한 광경을 보고 멈춰서고 만다. 겐조와 가스꼬는 토막토막 잘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고, 거문고는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으로 뜯은 듯 피가 엉겨 있다. 줄 하나가 끊겨 있고 잘라진 줄의 굄목이 없어졌으며 병풍에는 세 개의 손가락 자국이 나 있다. 게다가 눈 위에는 범인의 발자국이 남아 있지 않아 완벽한 밀실 살인이다.

가스꼬의 삼촌인 긴조는 다음과 같은 전보를 보낸다. "가스꼬 죽음. 긴다이찌 씨를 보내라"

경찰은 현장 조사를 하여 사랑채 서쪽에서 거문고 줄의 굄목을 발견하고 나무에 낫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또한 겐조가 죽기 직전 받아 찢어버린 쪽지를 복원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음을 알아 낸다.

'섬의 약속, 근일 이루겠다. 어둠을 타서 치거나, 기습을 하거나, 어떤 수단을 취해도 좋다는 약속이었지. 소위 너의 평생의 원수로부터'

용의자는 수상쩍은 세 손가락의 사내와 겐조가 평생원수라 지칭했던 인물로 압축되는데, 이때 가스꼬의 동료 교사가 가스꼬가 한때 사귀던 남자가 있었고 그에게 몸까지 허락했으나 그 남자의 사기성 짙은 행태 때문에 헤어졌다는 점, 그리고 가스꼬가 모든 과거를 겐조에게 털어놓았다는 점을 긴다이찌 등에게 알린다.

긴다이찌는 겐조의 성격상 가스꼬의 과거를 듣고 용납할 수 없어 그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사건이 복잡하게 꼬인 이유는 바로 겐조의 동생이자 미스터리 소설광인 사부로의 개입 때문이었음을 증명해낸다.

 

<나비부인 살인사건>

세계적인 소프라노 하라 사꾸라 여사가 살해당해 콘트라 베이스 케이스에 장미꽃과 함께 담겨져 발견된다. 하라 사꾸라 여사는 극단 단원들보다 일찍 기차를 타고 오사카로 떠났는데 메니저인 쓰찌야 교조가 마중 나가는 것을 잊는다. 쓰찌야 교조는 그녀가 호텔에 들렀다가 곧 어딘가로 외출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다음 날 연습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다가 콘트라 베이스 케이스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녀는 모래 주머니에 맞아 기절당한 뒤 교살당한 것으로 보였다.

하라 사꾸라 여사는 역에서 출발하기 전 악보 한 장을 줍는데, 그 악보가 노래하기 위한 악보가 아니라 일종의 암호였음이 밝혀진다. 암호를 받은 하라 사꾸라 여사는 자신의 제자인 지에꼬에게 자신처럼 행동해 줄 것을 부탁한 뒤 다음 기차를 타고 오사카에 가기로 했었다. 암호 해독을 통해 아파트의 위치를 알게 된 경찰은 과연 아파트에서 콘트라 베이스와 모래 주머니를 발견한다.

하지만 전직 경찰관이자 탐정인 유리는 조사를 통해서 범인이 그녀가 살해당한 지역을 도쿄와 오사카 사이에서 혼동을 시키기 위한 의도로 큰 트렁크에 사람이 들어있었던 것처럼 모래주머니를 채워 넣었었고 시체 등에 묻은 모래를 제거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모래에 맞아 죽은 것처럼 꾸몄음을 밝혀낸다. 또한 아마미야가 건물에서 떨어져 죽었을 때의 알리바이 역시 줄을 꼬아서 풀릴 때까지 범인이 시간을 벌었다면 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모든 것이 계획된 살인이었지만, 5만엔에 달하는 목걸이를 충동적으로 훔친 범인의 저속함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언대로 범인을 밝혀낸다.

 

우리나라에 김전일로 더 유명한 긴다이치고스케(金田一耕助)가 최초로 등장하는 소설이란 점을 빼면 헛점 투성이의 조잡한 작품이며, 엘러리 퀸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크로포츠 등에 대한 동경(혹은 표절)도 그다지 숨기지 않는다.

<혼징살인사건>에서 백번을 양보해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 형의 자살 동기와, 역시나 이해가 가지 않는 동생의 자살 방조는 둘째로 치더라도 그 복잡한 기계적 밀실의 파해(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어 보아도 도대체 어떻게 칼이 날아가고 낫이 나무에 꽂히는지 선명히 그려지지도 않는다)는 꿰어 맞추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엘러리 퀸을 흉내내어 '독자에의 도전'을 한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인용했기 때문에 '설마 일기 작성자가 범인은 아니겠지?'라는 불안한 의문이 슬며시 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요코미조 세이시가 다른 답변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는 실망하고 만다.

사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수법에 대해서는 찬반 격론이 벌어졌었고 현대에 와서는 서술 트릭, 심리 트릭이라는 형태로 받아들여 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반 다인은 이에 대해 후안무치한 트릭이고 1페니 동전을 5달러 금화라고 속여 건내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분개한다.

이러한 비난을 의식한 듯 세이시는 <혼징 살인사건>의 말미에 자신은 정당하게 독자에게 서술했다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본격파의 태생적 한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작가는 수수께끼 풀이가 나오는 종장에 이르기까지 긴장감 고조를 위해 여러가지 장치를 하고, 사건들을 꼬아 나가는데 종장의 풀이 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독자는 풀이부분에서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며 과정의 지루함이나 과장 등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러한 경향은 <팔묘촌> 등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소설의 시작을 사건이 얼마나 기이한지 설명하는데 할애하여 독자를 한껏 들뜨게 만들다가 맥빠진 결말을 내놓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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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노예들 - 잭 런던, 보르헤스 기획 세계문학전집 01 바벨의 도서관 29
잭 런던 지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김훈 옮김 / 바벨의도서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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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이의 집>

히쿠에루 환초의 마푸이가 대단히 귀한 진주를 발견하자 라울이 진주를 사고자 한다. 마푸이는 흥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은 집이라면서 집에 대해서 설명할 뿐이다. 라울 역시 진주의 값어치를 잘 몰랐기 때문에 거래는 금세 결렬되고 만다. 

얼마 후 토리키가 마푸이에게 진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푸이에게 받을 빚이 있었던 토리키는 마푸이에게 반강제로 진주를 빼앗은 후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말한다. 진주를 빼앗기다시피 한 마푸이를 가족들은 바보라 부르며 원망한다. 토리키는 진주를 매우 비싼 값으로 레비에게 넘긴다.

잠시 후 허리케인이 닥쳐 와 섬 전체를 강타하여 섬이 물에 잠겨 수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는다. 마푸이의 어머니 나우리 역시 물에 빠졌다가 우연히 레비의 시체를 보게 되고 진주를 되찾아 온다. 라울은 진주를 집짓는 비용에 천 프랑스 달러를 더해서 사기로 하고, 나우리는 흡족해 한다.

 

<삶의 법칙>

코스쿠시 노인은 시력이 약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손녀인 시트컴투하가 개들의 어깨에 굴레를 씌우는 소리가 들리고, 아들이 다가와 곁에 땔나무가 있음을 상기시켜주며 눈이 오니 떠나겠다고 말한다. 코스쿠시는 어느 해 겨울 자기가 아버지를 클론다이크 오지 지방에 버렸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늑대에게 쫓겨 죽음이 예정되었음에도 필사적으로 저항했던 사슴에 대해서 생각한다. 코스쿠시는 잠깐 아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일순간 늑대가 주변에 있음을 깨닫는다.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빼들던 코스쿠시는 어째서 삶에 연연하는지 자문한 후 나뭇가지를 눈밭에 떨어뜨린다. 피로감을 못 이겨 무릎에 머리를 떨어뜨린 코스쿠시는 이런 게 삶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체면>

인디언들을 지배하고 군림했던 수비엔코프는 그들의 반란으로 잡힌 신세가 되었다. 카자흐 출신의 거인 이반이 고문당하는 것을 본 수비엔코프는 용감하고 의연하게, 웃음을 머금고 농담을 하면서 여유 있기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수비엔코프는 추장에게 어떤 무기에도 상처를 입지 않게 해줄 약을 만드는 조제법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추장은 목숨을 살려주겠다며 조제법을 알려달라고 하지만 수비엔코프는 목숨 뿐만이 아니라 갖은 재물과 추장의 딸까지 달라고 한다. 결국 추장은 이에 응낙하고 수비엔코프는 약물의 효능을 시험해 보라며 자신의 목을 도끼로 내리치라고 한다. 수비엔코프는 고문 당하지 않고 원하는 죽음을 얻을 수 있었고, 추장은 원래 이름 마카무크가 아니라 <잃어버린 체면>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마이더스의 노예들>

부유한 에벤 헤일에게 어느 날 <마이더스의 노예들>이라는 단체로부터 편지가 온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적 프롤레타리아의 일원으로 에벤 헤일에게 이천만 달러를 요구하며 만일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자신들의 진지함을 알리기 위해 누군가를 살해하겠다고 말한다. 에벤 헤일이 요구사항을 무시하자 그들의 경고대로 한 사람이 살해 되었고, 계속되는 거부에 살인도 계속된다. 에벤 헤일은 압박감을 느껴 경호를 강화하고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들은 사회 곳곳에 암약하는 조직원이 있는지 자신들의 경고사항을 실행해 가고 잡히지도 않는다.

그들은 에벤 헤일에게 자살을 하더라도 자신들의 요구 사항은 가족에게 유효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에벤 헤일은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신의 오른팔인 웨이드 에츨러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웨이드 에츨러 역시 이상의 이야기를 유언으로 남긴 채 자살하고 만다.

 

<그림자와 섬광>

로이드 인우드와 폴 티츨론은 생김새가 비슷했고, 모든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는 사이였다. 하루는 강에 잠수하여 오래 버티는 내기를 했는데, 둘 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인데도 먼저 물 밖으로 나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란히 화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물질을 투명하게 하는 연구 주제를 두고 경쟁한다. 폴은 물질의 분자 구조를 변형하여 투명하게 하는 방법으로 접근하였고, 로이드는 극한의 검은색을 발견하여 물질이 보이지 않게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폴은 물질을 투명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물질에서 무지개빛 섬광이 나타나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고, 로이드는 극한의 검은색 도료를 만들어내 물질에 칠한 후 보이지 않게 만들수는 있었지만 그림자가 생기는 문제는 극복하지 못했다.

어느 날 섬광 상태가 된 폴과 그림자만 있는 로이드가 테니스장에서 만나 싸움을 벌여 서로를 죽이는 지경에 이르고, 둘의 연구 성과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

 

1994년 대학교 1학년 때 <강철군화>를 통해서 잭 런던을 처음 알게 되었다. 혁명가 어니스트 에버하드와 가상의 시카고 코뮨 이야기로 "너희 혁명분자들을 우리의 강철 뒷굽으로 갈아서 뭉갤 것이다"라는 지배계급의 섬찟한 대답이 기억난다.

그러다가 1997년 무척 더웠던 여름날로 기억되는데, 인하대학교 생활도서관에서 책을 한무더기 내버린다고 하여 도와주러 갔던 일이 있다. 그 책들 중에서 책배에 곰팡이가 조금 핀 <마틴 에덴>을 주워서 읽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마틴 에덴>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애의 전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이더스의 노예들>은 보르헤스가 기획한 세계문학전집의 제1권으로 보르헤스의 간략한 해설이 덧붙어 있고, <강철군화>나 <마틴 에덴>과는 또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잭 런던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 작가이기도 했지만 <화이트팽>이나 <바다의이리>와 같은 부류의 소설도 썼고, 한때는 우리나라에 동화작가로 소개되기도 했었다.

그의 자전적 소설인 <마틴 에덴>에서 주인공이 자살을 하고, 그 역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공식 사인은 요독증이라고 한다) 보르헤스 역시 해설에서 잭 런던이 자살한 것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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