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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징살인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83
요꼬미조 세이시요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혼징살인사건>
쇼와(昭和) 12년(1937년), 혼징(本陳 : 귀족이나 고관들이 묵는 공인된 여관)의 후예인 이찌야나기 집안의 장남 겐조가 교사인 구보 가스꼬를 신부로 맞아 혼례를 치른다. 그날 밤, 무서운 비명이 들리고 거문고 소리와 미닫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소리가 난 사랑채 쪽으로 몰려가는데 서쪽의 석등 밑에 일본도 하나가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안으로 잠긴 사랑채 문을 도끼로 부수고 들어간 사람들은 방 안의 처참한 광경을 보고 멈춰서고 만다. 겐조와 가스꼬는 토막토막 잘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고, 거문고는 피투성이가 된 손가락으로 뜯은 듯 피가 엉겨 있다. 줄 하나가 끊겨 있고 잘라진 줄의 굄목이 없어졌으며 병풍에는 세 개의 손가락 자국이 나 있다. 게다가 눈 위에는 범인의 발자국이 남아 있지 않아 완벽한 밀실 살인이다.
가스꼬의 삼촌인 긴조는 다음과 같은 전보를 보낸다. "가스꼬 죽음. 긴다이찌 씨를 보내라"
경찰은 현장 조사를 하여 사랑채 서쪽에서 거문고 줄의 굄목을 발견하고 나무에 낫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또한 겐조가 죽기 직전 받아 찢어버린 쪽지를 복원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음을 알아 낸다.
'섬의 약속, 근일 이루겠다. 어둠을 타서 치거나, 기습을 하거나, 어떤 수단을 취해도 좋다는 약속이었지. 소위 너의 평생의 원수로부터'
용의자는 수상쩍은 세 손가락의 사내와 겐조가 평생원수라 지칭했던 인물로 압축되는데, 이때 가스꼬의 동료 교사가 가스꼬가 한때 사귀던 남자가 있었고 그에게 몸까지 허락했으나 그 남자의 사기성 짙은 행태 때문에 헤어졌다는 점, 그리고 가스꼬가 모든 과거를 겐조에게 털어놓았다는 점을 긴다이찌 등에게 알린다.
긴다이찌는 겐조의 성격상 가스꼬의 과거를 듣고 용납할 수 없어 그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사건이 복잡하게 꼬인 이유는 바로 겐조의 동생이자 미스터리 소설광인 사부로의 개입 때문이었음을 증명해낸다.
<나비부인 살인사건>
세계적인 소프라노 하라 사꾸라 여사가 살해당해 콘트라 베이스 케이스에 장미꽃과 함께 담겨져 발견된다. 하라 사꾸라 여사는 극단 단원들보다 일찍 기차를 타고 오사카로 떠났는데 메니저인 쓰찌야 교조가 마중 나가는 것을 잊는다. 쓰찌야 교조는 그녀가 호텔에 들렀다가 곧 어딘가로 외출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다음 날 연습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다가 콘트라 베이스 케이스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녀는 모래 주머니에 맞아 기절당한 뒤 교살당한 것으로 보였다.
하라 사꾸라 여사는 역에서 출발하기 전 악보 한 장을 줍는데, 그 악보가 노래하기 위한 악보가 아니라 일종의 암호였음이 밝혀진다. 암호를 받은 하라 사꾸라 여사는 자신의 제자인 지에꼬에게 자신처럼 행동해 줄 것을 부탁한 뒤 다음 기차를 타고 오사카에 가기로 했었다. 암호 해독을 통해 아파트의 위치를 알게 된 경찰은 과연 아파트에서 콘트라 베이스와 모래 주머니를 발견한다.
하지만 전직 경찰관이자 탐정인 유리는 조사를 통해서 범인이 그녀가 살해당한 지역을 도쿄와 오사카 사이에서 혼동을 시키기 위한 의도로 큰 트렁크에 사람이 들어있었던 것처럼 모래주머니를 채워 넣었었고 시체 등에 묻은 모래를 제거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모래에 맞아 죽은 것처럼 꾸몄음을 밝혀낸다. 또한 아마미야가 건물에서 떨어져 죽었을 때의 알리바이 역시 줄을 꼬아서 풀릴 때까지 범인이 시간을 벌었다면 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모든 것이 계획된 살인이었지만, 5만엔에 달하는 목걸이를 충동적으로 훔친 범인의 저속함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언대로 범인을 밝혀낸다.
우리나라에 김전일로 더 유명한 긴다이치고스케(金田一耕助)가 최초로 등장하는 소설이란 점을 빼면 헛점 투성이의 조잡한 작품이며, 엘러리 퀸이나 아가사 크리스티, 크로포츠 등에 대한 동경(혹은 표절)도 그다지 숨기지 않는다.
<혼징살인사건>에서 백번을 양보해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 형의 자살 동기와, 역시나 이해가 가지 않는 동생의 자살 방조는 둘째로 치더라도 그 복잡한 기계적 밀실의 파해(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어 보아도 도대체 어떻게 칼이 날아가고 낫이 나무에 꽂히는지 선명히 그려지지도 않는다)는 꿰어 맞추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엘러리 퀸을 흉내내어 '독자에의 도전'을 한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인용했기 때문에 '설마 일기 작성자가 범인은 아니겠지?'라는 불안한 의문이 슬며시 드는데, 아니나 다를까 요코미조 세이시가 다른 답변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는 실망하고 만다.
사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수법에 대해서는 찬반 격론이 벌어졌었고 현대에 와서는 서술 트릭, 심리 트릭이라는 형태로 받아들여 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반 다인은 이에 대해 후안무치한 트릭이고 1페니 동전을 5달러 금화라고 속여 건내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분개한다.
이러한 비난을 의식한 듯 세이시는 <혼징 살인사건>의 말미에 자신은 정당하게 독자에게 서술했다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본격파의 태생적 한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작가는 수수께끼 풀이가 나오는 종장에 이르기까지 긴장감 고조를 위해 여러가지 장치를 하고, 사건들을 꼬아 나가는데 종장의 풀이 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독자는 풀이부분에서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며 과정의 지루함이나 과장 등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러한 경향은 <팔묘촌> 등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소설의 시작을 사건이 얼마나 기이한지 설명하는데 할애하여 독자를 한껏 들뜨게 만들다가 맥빠진 결말을 내놓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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