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한 이치
코니 팔멘 지음, 이계숙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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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리 데니트는 1980년 자신이 아르바이트 하는 서점에서 점성술사를 만난다. 작가가 되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 믿고 있는 마리는 점성술사의 예언에 매혹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

두번째 남자는 간질병환자로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 대한 세미나에서 만나게 된다. 간질병환자는 자신의 질병을 자랑스러워 했고 마리의 피부병이 갖고 있는 은유와 상징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준다.

세번째 남자는 마리가 푸코에 매료되었을 때에 만난 철학자였고, 네번째 남자는 철학자의 소개로 만나게 된 신부이다. 신부는 마리가 푸코보다는 데리다쪽에 가깝다며 추근댔고 마리는 불구인 신부의 몸을 성적으로 충족시켜준다.

다섯번째 남자는 물리학자로 유부남인 그와 바람을 피운다.

여섯번째 예술가와의 사랑이 자기파괴적으로 끝난 후, 점성술사가 사고로 죽고 마리는 점성술사의 아버지인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20대의 여대생 마리 데니트가 1980년부터 1986년까지 자신의 지적 욕구를 남성들과의 만남을 통해 해소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녀의 지적 관심과 수준이 변화함에 따라 그녀가 만나는 남자들의 직업과 분야도 달라진다.

소설은 다분히 관념적이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리 저리 옮겨 다닌다. 철학자들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지만, 그 폭과 깊이는 소설에서 장식의 역할 이상이 아니다.

작가는 다분히 <마의 산>을 뛰어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었고, 그 작품에 어느 정도의 불만도 갖고 있었지만 <자명한 이치>는 <마의 산>이 이룬 문학과 철학의 지적인 융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지적 욕구와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주인공 마리의 남성 편력이 명품과 신상에 매료되는 여성의 행태와 별반 다르게 읽히지 않았다. 양자 모두 자신을 대상화 한다는 것에는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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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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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5월 8일, 서인도제도의 마르티니크 섬에서 화산 폭발이 일어난다. 이 폭발은 아름다운 도시 상피에르를 불과 2분 만에 쓸어버렸다. 그런데 그 아비규환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있으니, 루저 실바리스라는 죄수였다. 도시의 유일한 생존자인 그는 멕시코로 건너간 후 삼십년을 은둔해 살며 '상피에르 사람들'이란 책을 조금씩 써서 마침내 출판하는데, 책 속의 상피에르 사람들은 모두 기묘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고, 실바리스가 왜 그런 식으로 써내려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인공 '나'는 Y 공기업의 부속 연구소에서 일하는데, 딱히 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사정은 부장, 과장, 계장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는데 범선 모형 만들기나 무협지로 소일하거나 사우나에 가서 시간을 때우는 것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13호 캐비닛을 발견한다. 4자리 번호로 된 자물쇠를 단순 무식하게 하나씩 대입하여 연 나는 거기에 들어 있는 파일을 읽기 시작한다. 거기에 보관된 자료는 '심토머'에 관한 자료들인데, 종은 진화할 필요가 없는 동안은 거의 변화하지 않다가 바뀐 환경을 견딜 수 없을 때가 되면 갑자기 변종하는데 기존 인간의 종과 새로 태어날 신인류라는 종의 중간지에 있는 징후를 가진 인간을 '심토머' 라고 한다.

한편 13호 캐비닛의 파일을 읽었다는 사실을 권박사에게 들킨 '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13호 캐비닛의 자료를 정리하고 심토머들을 상담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손가락 끝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기억을 조작하여 현재의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메모리모자이커가 있다. 시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가버리는 타임스키퍼, 겨울잠 자듯 긴 잠에 빠져들어가는 토포러, 고양이로 변하고 싶어하는 사람 등 갖가지 증상의 심토머들을 상담하던 '나'에게 어느 날 기업의 K라는 자가 접근한다.

K는 '나'에게 13호 캐비닛의 파일 중 은행나무가 손가락 끝에서 자라나는 심토머에 관한 연구 자료를 20억에 사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팔고 싶어도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있기나 한건지 알 수가 없었고 권박사는 나에게 13호 캐비닛을 계속 지킨다면 매달 100만원을 지불하겠다는 한가한 제안이나 할 뿐이다.

권박사가 암으로 죽고, 연구 자료의 소재를 캐내기 위해 기업이 파견한 인물은 나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절단하는 고문을 가한다. 손정은의 집으로 피신한 나는 극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안전가옥을 요구하고 섬으로 떠난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고 구성은 억지스럽기도 하다. 심토머들의 병렬식 나열에 일관성이 없어서 소설 중반부는 조금 지루하다. 손정은의 역할이 애매하고, 후반부의 엽기적인 고문과 도피는 작가의 넘쳐나는 아이디어가 심토머들의 등장까지였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철수사용설명서>와 같은 조악한 소설은 아니다. 무엇보다 작가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이 곳곳에 느껴지고 기교에 치우쳐 말장난을 하려 하지 않으며 작가의 소설관이 일관되게 소설을 관통하고 있다.

루저 살바리스의 이야기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속에서 짤막하게 언급된 이야기라고 하는데 작가 김언수가 자신의 상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다. 살바리스가 책으로 펴낸 이야기 속 마을 주민은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희화화 되었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해 반박할 수는 없다. 생존자는 살바리스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살바리스의 이야기가 책이 되는데 30년이 걸렸다는 점과, 그의 이야기 속 마을 주민들이 모두 뒤틀려 있다는 점이다. 30년이 걸렸다는 것은 살바리스의 작업이 고통스러웠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주민들이 뒤틀려 있다는 것은 이야기의 내용과 진실은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묻는다. 도대체, 루저 실바리스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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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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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단체 여행을 떠나는 네 사람은 저마다의 아픔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 이소베는 아내가 암으로 죽어가며 "나......반드시 다시 태어날 거니까, 이 세상 어딘가에. 찾아요......날 찾아요......약속해요, 약속해요" 라는 말을 남기자 못내 그 말이 마음에 걸린다. 가정을 소홀히 하고 아내의 소중함을 몰랐던 이소베는 아내와의 소소했던 일상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환생에 관해 알아보던 중 인도의 어느 마을에 자신이 전생에 일본에 살았다는 여자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마쓰코는 대학 시절 <모이라 Moira>라는 소설에 빠져 그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산다. 그녀는 오쓰라는 가톨릭 신자를 모이라처럼 장난으로 유혹하여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려 한다. 그녀는 졸업 후 적당한 남편을 찾아 결혼하지만 알 수 없는 공허감에 <테레즈 데케이루 Thérèse Desqueyroux>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결국 자신은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신혼여행지인 프랑스에서 자신이 버린 오쓰가 신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알고 그를 만난다. 그리고 지금, 그 오쓰가 인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마쓰코는 그를 찾아서 인도로 떠난다.

기구치는 미얀마에서 퇴각하던 도중 극도의 굶주림과 전염병에 죽을 위기를 맞는다. 말라리아에 걸린 그를 전우인 쓰카다가 끝까지 함께 해준 덕에 그는 살아남지만, 쓰카다는 전후 일본에 돌아와 술로 괴로움을 달래다가 결국 죽고 만다. 쓰카다는 죽기 전 자신이 전우의 시체를 먹었고 그 전우의 아내와 아이를 본 일로 괴로워했음을 고백한다. 쓰카다를 돕던 가톨릭 자원봉사자 가스통은 비행기가 조난당했을 때 자신의 몸을 먹고 모두 살아남아달라고 했던 부상자 이야기를 해주며 그를 위로한다. 기구치는 자신의 전우 쓰카다를 위해 인도의 절에 가서 명복을 빌어주려 한다.

동화 작가인 누마다는 여러차례 수술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구관조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털어 놓는다. 수술 도중 심장이 멈추기까지 했던 누마다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지만, 그의 목숨을 대신 하기라도 한듯이 구관조가 죽고 만다. 누마다는 인도에 가서 자연보호구역을 둘러보고 할 수 있다면 구관조를 한 마리 사서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은 마침내 바라나시의 갠지즈강으로 가게 된다. 이소베는 자신이 찾던 여자아이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는 말에 절망적인 심정으로 그곳 점쟁이를 찾아가고, 점쟁이가 알려준 곳에는 똑같은 이름의 아이들이 여러 명 살고 있었다. 이소베는 어느 순간 아내가 자신의 내부에 환생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기구치는 자신이 그곳에서 말라리아와 증세가 비슷한 질병에 다시 걸리고 꿈 속에서 가스통이 쓰카다를 끌어안고 있는 꿈을 꾼다. 그는 쓰카다가 가스통의 위로로 편안히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누마다는 구관조를 한 마리 사서 풀어주고, 죽음의 냄새가 가득한 바라나시와 도쿄에서 새들은 신나게 노래한다는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동화를 쓰게되리라 생각한다. 미쓰코는 오쓰가 바라나시에서도 여전히 자신만의 예수님을 찾으며 이단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오쓰는 바라나시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창녀들의 시체를 옮기며 만약에 예수님이 이곳에 있었더라도 자신과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상인 인디라 간디가 암살당해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신 촬영을 금지하는 힌두교도의 터부를 무시하고 여행의 일원인 산조가 카메라를 꺼내다가 성난 힌두교인들에게 쫓기자 오쓰는 그들을 막아서다 폭행당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이미 다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 중 한명에게 마더 테레사 수녀회의 수녀들이 도움을 주고 그들에게 미쓰코는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지 묻고, 수녀는 그것밖에 이 세계에서 믿을 게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미쓰코는 급히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어 오쓰의 용태를 물어달라고 가이드에게 부탁한다. 가이드는 오쓰가 위독한 상태가 되었다고 전해준다.

 

엔도 슈사쿠의 마지막 작품으로 작가의 나이 일흔에 발표되었다. 대표작인 <침묵>에서 인간과 함께 아파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렸던 작가는 이번에는 좀더 보편적인 신의 모습을 탐구한다. 소설에서는 힌두교, 불교, 가톨릭 등 여러 종교를 통해 인간이 구원을 탐색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신의 본성은 결국 사랑임을 이야기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오쓰는 작가 자신의 종교관을 반영한 인물이다. 오쓰는 프랑스의 신학교에서 자신의 범신론적 견해 때문에 선배 수도사들에게 이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인도에서도 힌두교 신자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갠지즈강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강으로 옮겨주는 행위로 백안시 된다. 오쓰는 미쓰코에게 그리스도를 무엇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며 양파라 불러도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버리라는 미쓰코의 말에 "내가 신을 버리려고 해도......신은 나를 버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쓰코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에 인간에게 버림받은 그리스도의 고뇌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오쓰는 끊임없이 유럽의 합리적인 신이 아니라 동양적인 어머니 같은 동양적인 그리스도의 모습을 추구하였고, 그런 그의 모습이 범신론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오쓰는 그리스도가 지금 이곳에 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를 생각하며, 그가 했을 법한 일을 하며 후회하지 않는다.

 

 

얼마 전 이런 글을 읽었다. '기독교도는 자신들과 비슷한 종교를 가톨릭이라 생각하고, 가톨릭교도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종교를 불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10여년간 기독교도가 가톨릭으로 개종한 사례는 통계적으로 많으나, 가톨릭교도가 기독교도로 개종한 사례는 드물다' 라는 글이었다. 가톨릭은 1962년에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타종교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엔도 슈사쿠가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소설 속에서 힌두교, 불교, 가톨릭이 동등한 수준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가 된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가톨릭 신부인 오쓰가 <마하트마 간디 어록집>을 읽는 대목에서 간디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한다. "나는 흰두교도로서 본능적으로 모든 종교가 많건 적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종교는 똑같은 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어느 종교건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우리에게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여러 차례 반복하여 등장하는 성경 구절은 이사야서 53,2-4의 일부분이다.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비참하고 초라하도다

사람들은 그를 업신여겨, 버렸고

마치 멸시당하는 자인 듯,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의 조롱을 받도다

진실로 그는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고

우리의 슬픔을 떠맡았도다

 

엔도 슈사쿠의 비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르릅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어쩐지 '그렇구나 너희들이 그토록 슬픈데, 바다는 너무도 푸르구나' 하고 답해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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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콜릿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75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손정원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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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초콜릿 사건> - 앤소니 버클리 콕스

 

평판이 그다지 좋지 못한 유스티스 펜퍼더 경이 항상 오전에 들르는 레인보우 클럽에서 초콜릿이 들어 있는 소포를 받는다. 소포는 대규모 초콜릿 제조회사인 '메이슨 부자(父子)' 상회에서 보낸 것으로, 새로 만들어낸 특제 초콜릿 봉봉을 시식용으로 보내니 의견이나 감상을 말해주면 좋겠다는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다. 유스티스경은 초콜릿을 버리려 했고, 마침 곁에 있던 그레엄 벤딕스가 그 초콜릿을 얻게 된다. 벤딕스는 아내인 조안과 연극을 보러 갔다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추는 내기를 했는데, 그 내기에 지게 되어 초콜릿을 한 상자 선물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초콜릿을 먹은 조안이 사망하고 아내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먹은 벤딕스는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경찰은 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했지만 범인을 밝혀내는데 실패했고, 이에 런던 경시청 주임경감인 모리스비는 로저 셀링검이 이끌고 있는 범죄연구회에 사건의 해결을 의뢰한다. 로저 셀링검은 자신을 포함한 여섯 명의 회원들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자유롭게 활동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하는 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o 찰스 와일드먼 - 변호사인 찰스는 누가 이익을 얻는가 하는 동기에 주목하여 편지용지를 집중 조사한다. 찰스는 펜퍼더 경이 아내와 이혼 소송중이라는 점과 펜퍼더 부인이 하녀를 시켜 알리바이를 조작했다는 사실로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동기와 기회를 증명한 것일 뿐 그녀가 범인이라는 추리는 전혀 증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o 필더 플레밍 - 극작가인 플레밍은 유스티스경이 돈을 목적으로 찰스 와일드먼의 딸에게 접근한 점에 주목하여 숨겨진 삼각관계 설을 들고 나온다. 그녀는 찰스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소중한 딸이 유스티스경과 같은 망나니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범행을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녀의 추리 역시 직감에 의존한 불완전한 추리라는 비판을 받는다.

o 모턴 핼로게이트 블래드리 - 미스터리 소설작가인 블래드리는 범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나열하고, 그 특성에 맞는 인물을 찾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는 니트로벤젠과 인쇄용지에 쓰여진 만년필 등 여러 가지 단서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가는데 그 모든 것을 충족할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그러나 그 모든 확률에 접근한 인물은 다름아닌 블래드리 자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따라서 알 수 없는 어떤 여성의 범죄라는 애매한 결론을 짓는다.

o 로저 셀링검 - 범죄연구회 회장인 로저는 우연히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조안이 내기를 한 연극을 이미 보아 범인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안의 평상시 성품으로 미뤄볼 때 범인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내기를 할리가 없으므로 내기 자체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인은 의도하지 않게 조안을 죽인 것이 아니라 애초 의도대로 범행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편지용지와 타자기를 사간 사람이 벤딕스라고 점원들이 확인해 주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o 엘리시어 더머즈 - 소설가인 엘리시어는 편지용지와 타자기를 사간 사람이 벤딕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점원들은 고객의 열망에 응답하는 쪽으로 반응하므로 로저의 열망에 긍정적인 답을 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진짜 범인은 유스티스 경이며 유스티스와 조안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o 앰블러즈 치터윅 - 치터윅은 진짜 범인은 질투심에 사로잡힌 여성이라며 회원들이 제시한 추리들을 재평가 한다. 그리고 논리적 귀결로 엘리시어가 진범이라고 밝혀내지만, 그것은 심리적인 귀결일 뿐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엑셀시오의 참극> - P.G.우드하우스

 

미세스 피케트가 운영하는 하숙 집에서 전직 선장인 가나가 시체로 발견된다. 시신의 곁에는 불던 하모니카가 떨어져 있어 자살은 아니었는데 검시 결과 코브라에게 물려 사망한 것으로 판명된다. 피케트는 자신의 하숙집의 평판 회복을 위해 유명한 탐정회사에 사건을 의뢰한다.

탐정회사의 사장 스나이더는 신참인 오크스에게 사건을 맡긴다. 오크스는 자신만만한 젊은이지만 너무 자만심에 빠져있는 것이 흠이었고 그에게 어려운 사건을 맡겨 실패를 경험시켜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스는 가나 선장이 선물로 받은 바나나 상자에서 코브라가 나왔고 그 코브라가 선장을 물어 죽인 후 개를 죽였다며 사건이 다 해결되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하지만 피케트는 오크스가 해결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가나 선장은 마라가 살해했다고 말한다. 마라는 고양이가 하모니카 소리를 싫어하여 가나 선장이 연주할 때 발톱으로 할퀴려는 것을 보고 고양이의 발톱에 독을 발랐다는 것이다.

 

앤소니 버클리 콕스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살의(殺意)>의 작가 프랜시스 아일즈(Francis Iles)의 본명이다. <독초콜릿 사건>은 1925년에 발표된 <우연한 재판 The Avenging Chance)>라는 단편에서 출발하는데 이 단편은 <EQMM>의 베스트 12이고, 엘러리 퀸이 뽑는 베스트 10 안에 드는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독초콜릿 사건>은 <우연한 재판>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인데, 기존 미스터리 소설을 비판하며 새로운 시도를 대담하게 펼친 것이 특징이다.

치터윅은 작품 중 "작가 편인 탐정 말고는 아무도 추론을 끌어낼 수 없으며, 더욱이 탐정이 끌어낸 추론은 - 유감스러우나 탐정이 추론해 낼 수 있도록 몇몇 작품 속에서 말입니다만 - 늘 정답으로 정해져 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작품 속에서 회원들의 추리가 다름 사람에게 비판 받기 전까지는 일면 그럴싸한 결론으로 비춰지도록 구성한 것은 이러한 비판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로저의 추리에서 멈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엘리시어의 추리는 억지스럽고 치터윅은 다른 회원들의 추리를 정리한 공로 외에는 지분거리는 느낌만 준다. 게다가 진범 엘리시어를 잡아 넣을 증거는 밝혀내지 못한다.

 

<엑셀시오의 참극>은 결함이 많은 작품이다. 오크스가 2층에서 코브라가 뛰어내렸다는 증거로 개의 사망을 들이대자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스나이더도 우스꽝스럽고, 뜬금 없이 고양이가 등장하여 독자와 사건을 공유하지 않은 것도 반칙이다. 게다가 고양이가 개를 발로 할퀴었다는 설정도 지극히 희박한 일이며, 무엇보다 살인의 동기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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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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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2008년 6월 하나와 낡은 카메라>

비가 내리는 저녁, 한 남자가 주인공 하나(花)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하나는 '내 남자'라고 지칭한다. 그가 다가와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을 건낸다. 

키가 크고 계속 담배를 피워대며 모든 것에 지친 듯한 그 남자를 하나는 요시로에게 소개시킨다. 요시로는 내일 하나와 결혼할 남자이다. 하나는 내 남자 준고를 요시로에게 아빠라고 소개한다.  

결혼할 때 신부가 네 가지 물건을 가져오면 행운이 온다고 하는데 준고는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 된 것을 건내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가 가져온 것은 낡은 소형 필름 카메라로 주인은 이미 죽었다고 한다. 하나는 이제는 내 남자를 떠날 수 있을지 생각한다. 하나와 준고는 딸과 아버지 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뜻 모를 대화를 나눈다.

결혼식 당일, 준고가 예식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나타나 식이 시작된다. 하객은 하나의 아빠가 너무 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하나와 준고는 15년 동안 단둘이 살았고, 후반의 8년 동안은 숨어 지내는 죄인이었다. 1993년 해일로 가족을 모두 잃은 하나는 먼 친척인 준고가 데려다 키웠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하나는 준고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뚱뚱해진 고마치는 준고가 죽었을 것이라는 제멋대로의 추측을 하나에게 말하고 하나는 고마치를 폭행한다.

 

<2장 2005년 11월 요시로와 오래된 시신>

도쿄의 마루노우치의 대기업을 다니는 요시로의 아버지는 모회사 간부이다. 귀하게 자란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에게 여자들이 이상할 정도로 달라 붙는다. 그에게는 5년째 사귀어 온 나호코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녀와 관계는 습관적인 만남을 갖는 시들해진 상태이다.

요시로는 선배가 안내 창구 여자를 꼬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마지 못해 승낙하고 안내 창구 아가씨 둘과 요시로, 요시로의 선배는 저녁을 함께 한다. 선배가 찍은 여자만 부르기 뭐해 함께 초대한 구라시노 하나라는 아가씨에 대해서는 기둥서방이 있다는 흉악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추운 겨울 밤, 늦게 끝난 저녁 모임 장소를 나서자 키가 큰 어두운 분위기의 남자가 구라시노 하나에게 다가온다. 요시로는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의 분위기에 압도된다.

알 수 없는 구라시노 하나의 분위기에 끌린 요시로는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고 제안한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요시로는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에 관해 털어 놓는데, 모든 것에 철저하고 성공한 아버지에게 억눌린 감정을 이야기 한다. 눈이 내리는 그날 밤 요시로는 하나를 택시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그녀의 집은 구치소 부근에 있었다. 요시로는 택시에서 내려 환청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듣는다. - '그것'은 숨어서 살고 있어. 잠시 후 오십 줄의 당당한 체구의 남자를 보게 된다. 그의 이마 오른쪽에는 커다란 사마귀가 있었다.

하나의 아버지는 여전히 검은 코트를 입고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요시로에게 얼어죽고 싶지 않다면 집에 함께 갔다가 첫 열차를 기다리라고 권한다. 요시로는 준고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한때는 북쪽 지방에서 공무원 비슷한 일을 했고, 현재는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밤중에 깨어난 요시로는 벽장 문을 열었다가 이마에 사마귀가 난 사내의 시체를 발견한다. 요시로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시로는 준고가 무섭다고 생각한다.

 

<3장 2000년 7월 준고와 새로운 시신>

준고의 현재 직업은 퀵서비스 일이다. 회사에서 준고는 성실한 청년으로 알려져 있다. 딸 하나가 쇼핑을 하기 위해 8천엔을 달라고 하자 준고는 가불을 위해 사무실에 들른다. 사무원이 준고에게서는 늘 여자 냄새가 난다고 한다. 급료를 쑤셔 넣고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객이 찾아온다. 50줄의 당당한 체구에 사마귀가 있는 그 남자의 이름은 다오카, 그와의 대화로 준고의 옛날 직업은 해상보안부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다오카는 오시오 어르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어르신을 죽인 '그것'은 숨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카메라를 꺼낸다. 카메라에는 범인이 찍혀 있을 것 같다며 준고에게 하나는 언제 돌아오는지 묻는다. 다오카는 자신이 범인을 본다면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고 말한다. 준고는 다오카를 식칼로 살해하고, 집에 돌아온 하나에게 "너는 오시오 할아버지를 죽였고, 나는 다오카 씨를 죽였구나. 이제 우린 똑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하나는 뼈가 되서도 절대 아빠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한다. 둘은 지칠때까지 관계를 갖는다.

 

<4장 2000년 1월 하나와 새 카메라>

열 여덟살이 된 구라시노 하나. 몸베쓰에서 준고와 함께 산지 6년 반이 흘렀다. 준고의 직업은 해상보안관이어서 집을 비우는 때가 많다.

같은 마을에 사는 오시오 할아버지는 재력가로 아키라의 할아버지이다. 한때는 도시 이곳저곳에 꽤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사업을 했었지만 이제는 모두 정리하고 사진으로 소일을 하고 있다.

준고가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자 하나와 준고는 서로의 몸을 탐한다. 다음 날 유빙이 밀려와 준고에게 비상이 떨어진다. 또다시 서로의 몸을 탐하던 중 플래시가 터진 느낌이 든다. 창 밖에는 오시오 할아버지가 있었던 것 같다.

준고가 배를 타고 전파도 닿지 않는 곳으로 며칠을 기약하고 떠난 후, 하나는 오시오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게 된다. 오시오 할아버지는 준고가 하는 짓은 짐승이나 하는 짓이며 모든 것을 잊고 몸베쓰를 떠나 다른 친척 밑에서 살 수 있도록 조처를 해 두었다고 했다. 하나는 오시오 할아버지를 발로 차 유빙으로 밀어넣는다. 유빙은 계속 흘러가고, 오시오는 준고가 사실은 하나의 친아버지라고 말한다. 하나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준고와 관계를 맺어 왔음을 눈치챈 오시오는 경악하고, 그런 오시오에게 하나는 부모 자식간에 해서는 안 될 일이 어딨냐며 부르짖는다. 오시오는 유빙에 밀려 떠내려가면서 하나의 사진을 찍는다.

오시오 할아버지의 시체가 발견되고 하나는 자신이 그랬음을 준고에게 이야기한다. 둘은 몸베쓰를 떠나 도쿄로 이사한다.

 

<5장 1996년 3월 고마치와 잔잔함>

고마치는 준고가 데려온 하나를 3년 전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느낌이 불길했다. 하나가 오게 된 후로 준고는 고마치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준고에게서 느껴지는 다른 여자의 기색과 그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싫다. 준고는 아사히카와에 쇼핑을 하러 갔다 왔다고 말했고, 그가 사온 물건이 다이아몬드 피어스란 것을 우연히 알게 된다.

준고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바다에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 후로 엄격하게 변했다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준고는 해상 보안 학교에 공부하러 2년간 몸베쓰를 떠났다가 돌아오는데 준고를 동경하던 고마치 역시 그가 돌아올 즈음 몸베쓰에 돌아와 은행에 취직한다. 둘이 사귀기 시작한 후 하나가 부모를 해일로 잃자 준고가 그 아이를 데리고 온다. 준고가 고아가 되었을 때 하나의 집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오시오 할아버지 댁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던 날 밤, 고마치는 준고와 하나의 관능적인 장난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준고는 무슨 말 끝에 마을 어르신들에게 딸만 있으면 충분하며 마누라는 필요 없다고 하는 말을 듣는다. 그후 우연히 준고가 하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에게 '엄마'라고 말하는 것을 얼핏 든는다. 길거리에서 만난 하나가 사탕인 듯 빨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니라 준고가 사온 다이아몬드 귀걸이라는 것을 알고 고마치는 도쿄로 떠난다.

 

<6장 1993년 7월 하나와 태풍>

초등학교 4학년인 하나는 해일로 중학생인 오빠와 동생, 그리고 부모님을 잃는다. 아빠와 함께 해일을 피해 언덕을 올르던 중 하나를 지나가던 경트럭에 실어주며 꼭 살아남으라는 말을 한 후 엄마와 동생이 있는 곳으로 뛰어 내려간다. 오빠 역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이들을 발견하고 합류한다. 잠시 후 바닷물이 이들을 삼켜버린다.

임시 대피소에서 고아가 되어 버린 하나를 제복을 입은 키큰 사내가 찾아온다. 그는 오시오 할아버지와 함께 하나를 데리러 왔고 하나는 단번에 준고를 좋아하게 된다. 오시오씨는 준고가 하나를 키우는 것을 어쩐지 못미더워하지만 준고가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실제로 하나와도 원만하게 지내는 것을 보자 그때부터는 준고가 키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준고가 일을 나가 없는 사이 하나는 상자 안에서 자신을 찍은 사진들을 발견한다. 그 사진들은 준고가 선배를 시켜 찍어온 사진이었고, 하나는 준고의 친딸임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준고는 하나의 온 몸을 애무하고 하나에게 "엄마"라고 부른다. 하나는 준고에게 "그래, 왜......?"라고 답한다. 둘은 밤에는 하나가 엄마가 되고 준고가 아이가 된다.

정식으로 하나를 입양하고 보안부의 관사로 이사를 가는 날, 하나는 준고의 손을 영원히 놓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내 남자 준고에 관해 알 수 없는 설명으로 시작된 소설은 순차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옮겨가고 마침내 모든 것이 밝혀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작가는 한국 영화 <박하사탕>에서 힌트를 얻어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말한다. 줄거리를 순차적으로 바로잡으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버지가 죽고 홀로 된 어머니가 자식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엄격한 면만을 보이자 준고는 순식간에 부모 모두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되버린다. 어머니 마저 죽자 친척집에 맡겨지게 되는데 여기서 준고는 어머니에 대한 비뚤어진 관념으로 친척 아주머니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사건으로 태어난 아이가 하나이다. 하나 역시 부모를 해일로 잃고 하나를 그리워하던 준고는 하나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한다. 준고와 사귀던 고마치는 이 일로 상처를 입어 도쿄로 떠난다. 하나는 오시오가 준고와 자신을 떼어내려 한다고 생각하여 그를 살해하고, 오시오를 살해한 것이 하나일 것이라 짐작한 형사 다카오를 준고가 마찬가지로 살해한다. 5년간 자신들의 범죄로부터 도망치며 관계를 맺던 어느 날, 하나에게 요시로라는 남자가 접근하고 피곤에 절은 하나는 결혼을 통해 그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자 한다. 신혼여행을 다녀 온 하나는 준고가 사라졌음을 알게 되고, 준고의 집을 찾아온 고마치를 폭행한다.

그로테스크한 내용을 정교한 구성으로 엮어 놓았다. 책을 덮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질문은 '준고는 어디로 갔을까' 였고, 하나는 '준고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였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 사람의 중요한 점을 알려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 준고는 피로한 인생을 지속할 이유를 찾지 못해 폐인이 되거나 죽을 것이고, 하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어쩌면 인생을 즐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뼈가 되서도 함께 하겠다던 맹세'는 진심이었지만,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 또한 진심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문제는 그런 진심들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남자들의 어리석음이었다. 다행히 준고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떠난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이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어린 여자아이와 어른의 성관계, 그것도 근친상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준고 쪽은 굳어진 인물이라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문제 삼는 것은 하나이다. 하나는 열한살에서 스물 여섯까지 변화하는 인물이었어야 했다. 하나는 단 한번, 결혼하겠다는 결심밖에 하지 않는다. 그 점이 비현실적이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될 때 독자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불편함은 도덕적 잣대를 꺼내게 만든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8417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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