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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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월 7일 오후 7시, 사카이 마사오라는 남자가 자기 집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부검의는 시신을 면밀히 살펴본 끝에 담당 조사관에게 청산가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론을 전했다. 집 문은 안쪽으로부터 잠겨 있었고 여벌의 열쇠도 내부에서 발견되었다. 사카이 마사오는 신인 추리소설가로 첫 작품 수상 후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찰은 사카이 마사오가 글이 써지지 않아 괴로워한 나머지 자살한 것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그는 최근에 그럴싸한 신작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였다. 전적으로 자살이라고 몰고 가기엔 그 부분이 의심스러웠다.

소설은 사카이 마사오의 애인이자 의학 전문 출판사 직원인 나카다 아키코, 그리고 추리소설가로 잡지사에 글을 기고하는 쓰쿠미 신스케가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추적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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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트릭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데, 동명의 사카이 마사오가 두 명이다. 그리고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추리소설을 썼다. 또, 둘 다 7월 7일 7시에 죽었는데, 한 명은 작년에 다른 한 명은 올해 죽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작년에 죽은 사카이 마사오는 작품 발표를 하지 못한 무명이고, 올 해 죽은 사카이 마사오는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점 정도.

나카다 아키코의 아버지는 이름 난 소설가 세가와 고타로이다. 작년에 죽은 사카이 마사오는 세가와 고타로를 존경해 때때로 원고의 평가를 부탁했다. 나카다 아키코는 집에 종종 오는 사카이 마사오를 좋아하게 되었고, 둘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자살해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나카다 아키코는 그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이것 저것 조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를 알게 된다.

그는 과거에 정을 통한 부자집 여자가 있었다. 한 번 뿐인 일탈이었지만 여자는 임신을 하게 된다. 여자는 남편의 아이라고 속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에게 심각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는 아이가 납치 당한 것처럼 꾸민 뒤 사카이 마사오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특수 병원에서 돌봐주도록 부탁한다. 하지만 아이가 수술 후 힘겹게 숨 쉬는 것을 본 사카이 마사오는 아이가 회복되더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할거라 생각하여 아이를 질식사 시킨다. 그리고 본인도 죄책감에 자살한 다.

문제는 그가 남긴 원고였다. 나카다 아키코의 아버지 세가와 고타로가 사카이 마사오의 원고를 표절하여 잡지에 발표한 것이다. 이 사건은 조용히 묻힐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사카이 마사오가 여관에 실수로 두고 간 원고를 여관 종업원이 착각해서 또 다른 사카이 마사오(추리소설가로 데뷔한)에게 우편으로 송부해 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추리소설가 사카이 마사오는 글이 써지지 않던 차에 뜬금없이 얻게 된 원고를 표절하여 잡지사에 발표하려 한다. 이미 나카다 아키코의 아버지 세가와 코타로가 표절한 상황에서 또다른 사카이 마사오가 또 표절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예정인 것.

물론 처음에는 대가인 세가와 고타로를 신인 추리소설가 사카이 마사오가 표절했다고 알려지겠지만 시일이 흘러 궁지에 몰린 사카이 마사오가 자신도 원고를 얻게 되었다는 것, 원고의 원래 주인은 또 다른 사카이 마사오라는 것 등을 밝히면 세가와 고타로 역시 말년에 표절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판이었다.

아버지의 표절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나카다 아키코는(왠일인지 또 다른 사카이 마사오도 그녀의 애인) 그런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으므로 사카이 마사오의 집으로 가 청산가리를 탄 사이다를 마시라고 권한 뒤 반찬거리를 사오겠다며 집을 나선다.

트릭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평가는 작가 나카마치 신이 작품 속에 나오는 소설을 평가한 말을 옮겨 적으면 적당할 것 같다. "잠이 올 정도로 재미없는 건 아니었지만, 적극적으로 읽을 정도로 매력적인 글도 아니었다."

물론 이 평가는 딱 트릭이 밝혀지기 전까지 해당하는 것이고, 트릭이 밝혀지면 일종의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끓어오름을 느낄 수 있다. 작가도 그런 독자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스스로 이 작품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트릭과 이해하기 어려운 플롯의 작품"이라고 진술한다.

아비코 다케마루가 '서술트릭 시론'에서 소설에서 작가와 독자 사이에 성립한 '암묵의 이해' 중 하나, 또는 여럿을 깸으로서 독자를 속이는 트릭이라고 표현하는데 나카마치 신은 독자를 대놓고 바보 취급한다.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된 해는 1971년이고 당시 제목은 <그리고 죽음이 찾아온다> 였다. 이후 부분적인 개작을 거쳐 <신인상 살인사건>, <모방살의> 등의 제목으로 변경된다.

사서 읽는 것은 물론이고 빌려 읽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0348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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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금강불괴 (총4권/완결)
좌백 / 새파란상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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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성 불산에 있는 진가장은 강남 팔대세가에 속한다. 100세가 넘은 진자룡은 무림 십대 고수의 하나였으며, 그의 아들이자 현 장주인 광마(狂馬) 진삼산 역시 아버지에 미치지는 못해도 고수 반열에 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 진가장에 하나의 근심이 있었으니, 바로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는 것이다. 진삼산은 오십줄에 접어든 아내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출산을 불가할 것이니 대가 끊기리라 생각하고 씁쓸해 했다.

어느 날, 성질이 불같은 아내가 등가산 아래서만 파는 음식을 먹고 싶다하여 부른 배를 하고 가마를 몰아가는데, 하필이면 산 중턱에서 통증이 시작되었다. 진삼산이 도와줄 사람을 찾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고대랑은 아이를 출산한다. 아이가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확인하기 직전, 가마 밖에서 아들이냐고 묻는 집사의 말에 고대랑은 도박판에서 원하는 패가 나오길 기원하듯 '아들이다!' 라고 외친다. 물론 확인은 못한 채였다. 고대랑이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바로 그 시점, 소삼중이라는 사내가 부근에서 사람을 찾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삼중이 찾는 사람은 그와 정을 통한 비구니였다. 사실 비구니는 불계를 깨뜨린 것에 괴로워하다 소삼중이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자살하고 마는데, 자살 직전 출산을 한 터였다. 그녀는 출산한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소나무에 아이 하나가 메달려 있었다. 그녀는 그 아이 옆에 자신이 낳은 아이도 메달아 놓은 뒤 자살하고 만다.

그렇다면 다른 아이는 누가 메달아 놓은 것인가? 그는 바로 궁서생 증자릉이라는 사람으로 진자룡의 절친이었다. 박학다식하고 경공에 능한 그가 보물을 찾으러 등가산에 왔다가 고대랑이 출산과 함께 의식을 잃은 것을 발견, 아이를 구하기 위해 데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때 붉은 비늘에 검은 뿔이 있는 거대한 구렁이(독각화린망)를 발견하고 아이를 잠시 나무에 걸어놓은 것인데 그 사이 비구니가 또 한 명의 아이를 걸어놓은 것이다. 증자릉은 아이들 모두 어미로 부터 떨어져 기력이 없어 보였으므로 사내아이에게는 독각화린망을, 여자아이에게는 독각화린망이 먹으려다 증자릉에게 잡혀 뜻을 이루지 못한 푸른 과일 세 개를 먹인다.

사내아이는 고대랑이 '아들이다!'라고 외친것을 얼핏 들었으니 진삼산과 고대랑의 아이인 것이 분명했으나, 여자아이는 누가 낳은 아이인지 알 수 없었던 증자릉은 마침 지나가던 비구니에게 여자아이를 떠맡긴 후 사내아이는 진가장에 데리고 간다.

아이를 찾은 진삼산의 기쁨은 누구 못지 않게 컸다. 대를 이을 아들이 무사히 나타난 것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고대랑은 그렇지 못했다. 사실 고대랑은 아이의 성별을 정확히 확인 못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내아이가 자신의 아이일 확률은 50%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이의 이름은 진자앙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진자앙은 자라면서 진삼산과 고대랑 누구도 닮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다. 굼뜨고 느렸을 뿐 아니라 무공에 전혀 소질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증자릉이 먹인 독각화린망 때문인지 가전의 내공심법을 운용하려고만 하면 주화입마에 빠졌으므로 내공도 수련할 수 없었다.

결국 진가장은 후계자를 외부에서 데려오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진자앙은 시골장터에 돌아다니는 약장수 소삼중의 무술을 배우기로 한다. 바로 외공만 무지막지하게 단련하여 매를 맞아도 아프지 않다는 그 무술을. 문제는 소삼중의 무술은 금강불괴라는 지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무술이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무술비급은 1/3만 있는 불완전한 것이었다는 데 있다.

대본소용으로 마구 양산되던 구무협에서 탈피하여 책꽂이에 꽂아둘 가치가 있는 무협소설을 쓰겠다는 운동이 90년대에 일었다. 이 시기 작품들을 크게 신무협이라 통칭하는데, 주요 작가로 서효원, 야설록, 용대운, 좌백, 풍종호, 진산 등이 있다. 좌백은 진산과 부부 사이다.

구무협이 양산형으로 마구 찍어낸다는 단점은 있지만, 얼음에 박밀듯 술술 읽어 한 질을 몇 시간 내에 끝내는 맛이 나름 장점이다.

반면 신무협은 나름 탄탄한 구성과 전개, 우연과 기연을 최소화 한 점, 역사적 고증에 대한 할애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작품이 완결 되기까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은 약점으로 작용했다.

결국 구무협과 판협지의 가교 역할을 하며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 신무협 소설은 90년대 향수를 원하는 나같은 독자들에 의해 향유되며 미약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작품은 진자앙이 금강불괴의 경지에 오르는 지난한 과정과, 바뀐 아이 중 하나인 염정과의 러브라인을 축으로 전개된다.

진가장은 자신의 친아버지 소삼중에게 외공을 배우고, 염정은 가짜 비구니에게 딸려 갔다가 천하제일 고수의 양녀가 된다.

성인이 된 후 그들은 다시 재회하는데 과거 염정이 비구니들로부터 탈출할 때 진자앙이 도와준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다.

9대 문파, 8대 세가 해가며 큰 그림을 그리던 초반부의 각종 떡밥들의 회수가 원활하지 못하고, 드래곤볼의 천하제일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비무대회가 다소 조잡하게 그려지고 있는 점이 아쉽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601639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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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 개정판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7
로알드 달 지음, 퀜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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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찰리는 대도시 변두리에 있는 허름한 판잣집에서 부모님, 조부모님, 외조부모님과 함께 산다. 식구 중 돈벌이를 하는 사람은 아버지 버켓씨 뿐이었기 때문에 찰리네는 아주 가난했다.

찰리네 마을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초콜릿 공장이 있었는데, 그 유명한 '웡카의 공장' 이었다. 그런데 이 공장은 베일에 쌓여 있었다. 일단 웡카씨 자신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일하는 사람이 드나드는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전세계에 초콜릿과 각종 과자를 공급했다. 사람들은 못내 궁금증을 참지 못해 공장을 기웃대기도 했지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 웡카가 광고를 낸다. 행운의 다섯 어린이를 뽑아서 공장을 견학 시켜주고, 모든 제조비법과 신기한 기술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견학이 끝나면 평생 먹을 초콜릿과 사탕을 기념품으로 준다고 했다. 웡카의 초콜릿 안에 들어있는 황금빛 초대장을 뽑을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전세계적인 이목이 쏠렸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뚱뚱한 아우구스투스 굴룹,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버루카 솔트, 하루종일 껌만 씹는 바이올렛 뷰리가드, 티비를 끼고 사는 폭력적 성향의 마이크 티비, 그리고 우리의 찰리가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침내 대망의 견학 날이 되자 괴팍한 웡카씨가 직접 공장 정문에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 다소 정신없는 웡카씨의 인도에 따라 다섯 명의 어린이와 보호자는 견학을 시작한다.

공장 지하의 광대한 공간에 놀란 이들은 초콜릿이 흐르는 강물과 폭포를 구경한 다음 움파룸파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움파룸파 사람들은 무릎 높이까지 밖에 안되는 작은 사람들이었는데,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를 무척 좋아하는 종족이었다. 그들은 공장에서 생활하며 마음껏 카카오를 즐겼고 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과자 제조 비밀이 유출될 것을 두려워한 웡카씨의 이해와 딱 맞아 떨어졌다.

견학은 계속되는데 아이들은 웡카씨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지 말라는 곳에 가거나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등 정신없이 굴다가 차례로 봉변을 당한다. 아우구스투스는 초콜릿을 맛보다가 투명 파이프에 빨려 들어가버렸다.

웡카씨는 나중에 만날 것이라는 식으로 일행을 설득하더니 곧이어 온갖 크림과 열매, 다양한 생나무 가지를 구경시켜주었다. 또 아무리 빨아도 작아지지 않는 사탕,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해어 태피, 3가지 정식을 맛볼 수 있는 껌 등을 소개했다.

껌 얘기에 흥분한 바이올렛 뷰리가드가 웡카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껌을 입 속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바이올렛은 몸이 부풀어 오르고 보라색으로 변해버렸다.

바이올렛은 주스 짜내는 기계에 돌리면 된다는 웡카씨의 설명에 이어 다시 견학이 시작되었다.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 베개, 핥아먹는 유아용 벽지, 추운 날씨용 따끈한 아이스크림, 초코 우유를 짜는 젖소, 마시면 몸이 뜨는 붕붕 주스, 빙그르르 돌아가는 네모 사탕.

그러다 호두까기 방에서 버루카가 호두를 까는 다람쥐를 갖고 싶다고 난리를 피우다 쓰레기 배출구에 빨려 들어가버린다. 웡카씨는 쓰레기 배출구가 이틀에 한번만 불을 피우니 별 탈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일행을 몰아 텔레비전 초콜릿 방으로 간다.

텔레비전에서 영상을 전송하듯 초콜릿도 전송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이크 티비는 만류할 새도 없이 카메라로 뛰어들고 결국 티비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크기가 줄어 2.5cm가 되고 만다. 이번에도 웡카씨는 껌 신축성을 검사하는 특수기계로 늘리면 된다고 말한다.

견학이 모두 끝나자 웡카씨는 행사 내내 얌전하게 말을 잘 들은 찰리를 승자라고 선언한다. 웡카씨가 황금 초대장 행사를 개최한 진짜 목적은 자신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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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영국에서 태어난 로알드 달은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투기 파일럿으로 참전했다. 생떽쥐페리도 그렇고 로맹 가리도 그렇고, 전투기를 조정하는 것과 글쓰는 것의 상관관계가 사뭇 궁금해진다.

그는 전투 중 이집트에서 격추 당하는 추락 사고를 당하는데 당시 입은 상처가 자신의 천재적 창조성의 원천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달의 동화는 아름답고 행복한 분위기라기 보다 기괴하고 어두운 편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도 말을 안 듣거나 안 좋은 습관을 가진 아이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사고를 당한다. 게다가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움파룸파 사람들이 매우 기뻐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사뭇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나중에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아이들은 공포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달은 <마틸다>,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멍청씨 부부 이야기>, <아북거, 아북거> 같은 동화 작가로 널리 알려졌으나 사실 성인용 미스터리 소설로 에드거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598138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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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11
최은영 지음,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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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은 대학 도서관 입구에서 정윤을 마주친다. 그녀의 결혼식 때 본 것이 마지막이니 꽤나 오랜만이다. 해진의 상념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진은 정윤을 글을 통해 먼저 알았다. 도서관 앞에 쌓인 교지에 실린 <A여자대학교에서의 집단 폭력, 일부 학생들의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기사. 그 글이 주는 반향에 이끌려 해진은 교지 편집부에 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글쓰기에 재능 있는 동기 희영을 만난다.

정윤은 해진의 글을 읽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희영의 글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윤은 희영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표현했다.

희영이 매 맞는 아내, 기지촌 문제 등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사로 쓰고자 하지만 편집부 분위기는 냉담했다. 반제반봉건 기치를 내건 남성중심 문화가 교지편집부를 장악하고 있었다. 여성문제에 대한 감수성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정윤은 처음에 희영의 편에 서서 옹호하는 발언도 했지만 희영의 주장이 강해지자 그녀를 비난하기에 이른다.

3학년이 된 희영과 4학년이 된 정윤이 교지편집부를 떠난 후에도 해진은 그곳을 지킨다. 그녀는 더 이상 더디게 글을 쓰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해진은 기자의 길을 가게 되고, 희영은 기지촌 활동가가 된다. 정윤은 대학원에 진학 했다가 같은 교지편집부 선배 용욱과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떠난다. 자신의 학업은 포기하고 용욱을 뒷바라지 한다고 했다.

정윤과 희영은 서로 만나지 않았다. 희영은 정윤이 했던 말들을 활동하는 내내 고민하고 반추하며 들여다봤다.

희영은 정윤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서른아홉의 희영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임종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해진은 슬픔 중에서도 작은 안도를 느꼈다. 해진은 희영이 남긴 말을 정윤에게 메일로 보냈다. 언니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것,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편지들에 답하지 않았던 것들이 미안했다는 말들을. 정윤은 답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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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도에 소련이 붕괴했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가 있던 시기만 해도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니 반제국주의 반봉건이니 해가면서 실존 모델(소련, 북한 등등)에 다가가기만 하면 되었는데, 소련이 붕괴되니 실재하는 모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떠올랐다.

계급갈등이나 남북분단 문제가 주요 갈등이니 모든 역량을 거기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논리에 희생되었던 모순들. 여성 문제, 환경 문제, 이주노동자 문제 등등

작품은 주요모순 해결을 위한 전략적 글쓰기를 남성적 어조로 이야기하는 편집부원과 고통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희영이 대립한다. 편집부원들의 선언적인 방향 제시에 희영의 항변은 힘을 받지 못한다. 붕괴된 사회주의의 망령이 살아있는 작은 아픔들을 누르는 것 같다.

정윤은 희영을 이렇게 찍어 누른다.

"본인이 돌아가신 분과 같은 여자라고 생각해요? 그거 오만한 생각 아닌가. 너무 다른 입장 아닌가. 희영은 그런 삶을 경험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그런 삶에 대해 모르면서... 희영이 그렇게 가난해 본 적 있어요? 몸을 팔아야 할 만큼?"

자격을 들먹이면, 한발 걸친 자는 답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정윤은 잘 안다. 희영이 알지 못했던 것은 정윤 역시 저런 말을 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특정 담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자격 운운'은 필연적으로 두 가지 빗나간 결과를 가져온다. 담론의로 부터의 이탈, 또는 권리 획득을 위한 투신.

희영은 졸업 후 기지촌 활동가가 된다. 21세기판 브나로드 운동에 투신하는 함정에 빠진 것일까? 하지만 희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작품에 등장하는 정윤의 기사는 아마도 96년도에 고대생 500여명이 이화여대에 난입해 깽판 친 사건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작품은 90년대 중후반 대학교 교지편집부가 배경이다.

교지편집부는 참 애매한 성격의 집단이었는데,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부류가 대게 그러하듯 한발짝만 걸친 자의 리버럴함이 느껴졌다. 그들은 집회 때도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보도>라고 쓰인 하이바를 쓰거나 완장을 차고 돌아다니며 스스로를 대열에서 소외시켰다.

희영의 고백은 어쩌면 교지편집부라는 공간, 혹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90년대를 건너온 작가의 자기고백인지도 모르겠다.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슬픔의 비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의 기로라고 부를 만한 사건은 그것이 자신에게 아무리 강렬했다 하더라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 모든 것이 우리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난 나만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인칭 시점으로 '당신'을 거듭 이야기하며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젊음을 견디는 소설'에서 적당한 전략인지 의문이다. 어딘지 모르게 도식적인 느낌을 주는 구성, 무리한 2인칭 전략, 다분히 장치로서 삽입된 듯한 희영이라는 인물 등으로 인해 소설은 그다지 매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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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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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2년 전, 도쿄 네리마구 주택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남편 히오키 다케시와 아내 유리는 칼에 찔려 살해 당했고, 중학생 아들 다이치는 독극물을 먹고 사망했다. 남편과 중학생 아들은 성인 남성에 의해 심하게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다.

아내 유리는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발견 당시 나체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의 시체 위에는 312개의 종이학이 흩뿌려져 있었다.

유일한 생존자는 벽장에서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 깨어난 열두 살 난 사나에 뿐이었다.

누군가 일부러 들어온 흔적도 없고, 출입문은 안으로부터 잠겨 있었다. 화장실의 환풍구는 성인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완벽한 밀실이었다.

경찰은 사나에에게 수면제가 든 쥬스를 건낸 정체 불명의 사나이와, 당시 그 동네를 주무대로 활동하던 빈집털이범 등을 주목하여 수사를 진행했지만 딱히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 와타리베란 사나이 역시 기소조차 하지 못한다. 결국 사건은 미결로 남게 된다.

주인공 '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일처리는 깔끔하게 해낸다. 사장이 부하직원이나 계약직 사원을 부당하게 대접하면 나름대로의 항의도 한다. 하지만 정렬이라든가, 신념같은 것은 없는, 어딘지 나사 빠진 일상이었다.

TV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뉴스가 온종일 흘러 나온다. 하지만 정치인은 피해회복이나 원인규명보다 복구를 둘러싼 이권에만 눈이 벌개져 있다. 그런 현실을 보며 '나'는 성실하고 차분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느낌으로 무료한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여자와 우연히 만나 하룻밤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나'에게 탐정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접근한다.

탐정은 '내'가 하룻밤 보낸 그녀와 동거했던 남자가 실종되었다, 그 남자는 경리부정을 저지른 뒤 행방이 묘연하다, 어쩌면 여성이 살해해서 자택의 큰 화분에 묻어버렸는지도 모르는데 조사에 협조해 줄 수 있는가, 따위의 말들을 했다.

'나'는 심드렁한 태도로 듣다 그날 여자를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탐정이 찾아왔더라는 말, 화분 속에 시체가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해주었으면 한다는 말을 솔직히 건넨다. 여자는 선선히 화분을 파해쳐 보여준다. 시체는 없었다.

다시 만난 탐정이 '나'의 답변을 들은 뒤 맥 빠진다는 듯 얼마간의 사례금을 건내준다. 받지 않으려 했지만 탐정은 어디든 가서 탕진해버리라고 했다. 탐정은 묻지 않은 말들을 해댔다. 그리고 알게된 여자의 정체. 여자는 22년 전, 도쿄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사나에라고 했다.

'나'는 탐정의 얘기를 들은 뒤부터 사나에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22년 전 살인사건을 조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당시 유력 용의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사건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재구성해 책을 내려 했던 프리라이터 등을 찾아간다. 그리고 알게된 추가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남편 히오키 다케시는 지나치에 아름다운 아내 유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한 열등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내 유리에게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륜이나 일탈의 징후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아들 다이치는 여동생인 사나에에게 성적 환상을 품었고, 실제로 사나에의 잠옷에서 다이치의 정액이 검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뿐, 사건을 풀 수 있는 열쇠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나'는 사나에가 자신의 뒷조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행방불명 되었던 사내도 사나에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는 사실도. 그런 사실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뜻밖에도 사나에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

그녀가 쏟아놓는 말들은 과거 사건의 실마리이면서 어둠에 의해 잠식당한 사람의 음울한 자기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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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후미노리는 1977년생으로, 자신의 말에 따르면 학업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후쿠시마대학 행정사회학부에 입학한다. 대학시절은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유쾌한 사람들 틈에서 즐겁게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않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을 썼다. 초기에는 대중들이 좋아할 법한 글들만 썼던 것 같다. 하지만 개성없고 맥빠진 글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자신만의 언어로 진지한 글들을 다시 썼고, 결국 2002년 <총>으로 신초신인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차광>으로 노마문예신인상, 2005년에는 <흑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상, 2010년 <쓰리>로 오에겐자부로상, 2016년 <나의 소멸>로 분카무라되마고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사나에의 고백에 의하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끊임없이 어머니를 의심하는 아버지, 아버지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연애에 실패한 뒤 자신을 내던지듯 결혼한 어머니, 사춘기에 들어서 여동생을 성적으로 원하는 오빠 등에 답답함을 느낀 사나에는 기묘한 가족 구성원 중 누구라도 사라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다이치 역시 여동생을 차지하는데 유일한 방해물이 부모라는 생각에 그들을 해칠 생각을 하며 어두운 상상을 키워 나갔다.

그러다 그 즈음 유행한 빈집털이범을 떠올린 사나에는 매일 밤 문을 몰래 열어 놓는다. 빈집털이범이 자신의 바람을 대신 실현시켜 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정말로 빈집털이범이 침입했고, 빈집털이범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묶어놓은 뒤 귀중품을 훔쳐 달아난다. 상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오빠인 다이치가 칼을 들고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찔러 죽인다. 다이치는 어머니의 옷을 벗겼다. 마치 성인이 된 뒤의 사나에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그리고 그 위에 학을 뿌렸다.

빈집털이범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빈집털이범은 어머니 유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단지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돌아왔다가 처참한 광경을 발견한 빈집털이범, 그리고 그에게 칼을 들고 달려든 다이치. 둘은 격투를 벌였지만 곧 다이치가 빈집털이범에게 제압된다. 그는 칼을 빼앗아 들고 도망친다. 격투 과정에서 빼앗다가 자신의 지문이 찍혔을 것이므로.

오빠 다이치는 독극물을 먹고 자살한다. 사나에는 이 모든 사건에 자신이 등장하지 않도록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던 것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사나에는 이후 오빠와 닮은 사람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라진 동거남, 그리고 '나'는 '오빠와 닮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사나에의 진술이 어느 정도의 진실은 알려준다고 생각하면서도 묘하게 튀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다이치는 이미 사나에에게 욕정하고 있는데 왜 성인이 된 사나에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의 옷을 벗긴단 말인가? 다이치가 독극물을 먹고 깜짝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 했는데 그것은 다이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먹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나에는 사건을 미궁에 빠지게 만들 여러가지 일들을 능숙하게 처리했는데 어쩌면 사건의 일부, 혹은 전부를 계획한 것은 사나에 아니었을까 등등... 하지만 '나'는 그렇더라도 사나에의 기묘한, 어두운 어떤 면에 끌리는 자신을 느낀다. '나' 역시 R이라고 불리는, 하이드씨와 같은 어둠을 강제로 분리한 전력이 있는 망가진 인간이라고 느끼고 있으니까...

<미궁>은 동일본대지진으로 삶이라는 것의 불안정성을 깨달은 일본인의 의식 변화를 바탕으로 어둠에 잠식당한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 파편화된 개인의 소외감 등을 건드린다.

착실하게 살아갈 필요가 과연 있는 걸까.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항상 건전하게 살라고? 뭘 위해서?

도덕과 윤리에 대한 기준이 대격변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 버린 일본. 재생가능성 조차 의문시되는 불안한 정세를 반영하듯, 작가의 말들은 날이 서 있고, 등장인물들은 균형을 잃은 채 흔들거린다.

요새 들어 부쩍 '개인의 어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아진 것 같다. 거대담론이 해체되고, 현실 극복을 위한 다양한 기획들이 실패로 돌아간 것 지금, '희망' 대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는 듯이.


https://blog.naver.com/rainsky94/223595580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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