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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금강불괴 (총4권/완결)
좌백 / 새파란상상 / 2018년 11월
평점 :
광동성 불산에 있는 진가장은 강남 팔대세가에 속한다. 100세가 넘은 진자룡은 무림 십대 고수의 하나였으며, 그의 아들이자 현 장주인 광마(狂馬) 진삼산 역시 아버지에 미치지는 못해도 고수 반열에 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 진가장에 하나의 근심이 있었으니, 바로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는 것이다. 진삼산은 오십줄에 접어든 아내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출산을 불가할 것이니 대가 끊기리라 생각하고 씁쓸해 했다.
어느 날, 성질이 불같은 아내가 등가산 아래서만 파는 음식을 먹고 싶다하여 부른 배를 하고 가마를 몰아가는데, 하필이면 산 중턱에서 통증이 시작되었다. 진삼산이 도와줄 사람을 찾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고대랑은 아이를 출산한다. 아이가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확인하기 직전, 가마 밖에서 아들이냐고 묻는 집사의 말에 고대랑은 도박판에서 원하는 패가 나오길 기원하듯 '아들이다!' 라고 외친다. 물론 확인은 못한 채였다. 고대랑이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바로 그 시점, 소삼중이라는 사내가 부근에서 사람을 찾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삼중이 찾는 사람은 그와 정을 통한 비구니였다. 사실 비구니는 불계를 깨뜨린 것에 괴로워하다 소삼중이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자살하고 마는데, 자살 직전 출산을 한 터였다. 그녀는 출산한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소나무에 아이 하나가 메달려 있었다. 그녀는 그 아이 옆에 자신이 낳은 아이도 메달아 놓은 뒤 자살하고 만다.
그렇다면 다른 아이는 누가 메달아 놓은 것인가? 그는 바로 궁서생 증자릉이라는 사람으로 진자룡의 절친이었다. 박학다식하고 경공에 능한 그가 보물을 찾으러 등가산에 왔다가 고대랑이 출산과 함께 의식을 잃은 것을 발견, 아이를 구하기 위해 데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때 붉은 비늘에 검은 뿔이 있는 거대한 구렁이(독각화린망)를 발견하고 아이를 잠시 나무에 걸어놓은 것인데 그 사이 비구니가 또 한 명의 아이를 걸어놓은 것이다. 증자릉은 아이들 모두 어미로 부터 떨어져 기력이 없어 보였으므로 사내아이에게는 독각화린망을, 여자아이에게는 독각화린망이 먹으려다 증자릉에게 잡혀 뜻을 이루지 못한 푸른 과일 세 개를 먹인다.
사내아이는 고대랑이 '아들이다!'라고 외친것을 얼핏 들었으니 진삼산과 고대랑의 아이인 것이 분명했으나, 여자아이는 누가 낳은 아이인지 알 수 없었던 증자릉은 마침 지나가던 비구니에게 여자아이를 떠맡긴 후 사내아이는 진가장에 데리고 간다.
아이를 찾은 진삼산의 기쁨은 누구 못지 않게 컸다. 대를 이을 아들이 무사히 나타난 것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고대랑은 그렇지 못했다. 사실 고대랑은 아이의 성별을 정확히 확인 못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내아이가 자신의 아이일 확률은 50%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이의 이름은 진자앙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진자앙은 자라면서 진삼산과 고대랑 누구도 닮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다. 굼뜨고 느렸을 뿐 아니라 무공에 전혀 소질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증자릉이 먹인 독각화린망 때문인지 가전의 내공심법을 운용하려고만 하면 주화입마에 빠졌으므로 내공도 수련할 수 없었다.
결국 진가장은 후계자를 외부에서 데려오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진자앙은 시골장터에 돌아다니는 약장수 소삼중의 무술을 배우기로 한다. 바로 외공만 무지막지하게 단련하여 매를 맞아도 아프지 않다는 그 무술을. 문제는 소삼중의 무술은 금강불괴라는 지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무술이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무술비급은 1/3만 있는 불완전한 것이었다는 데 있다.
대본소용으로 마구 양산되던 구무협에서 탈피하여 책꽂이에 꽂아둘 가치가 있는 무협소설을 쓰겠다는 운동이 90년대에 일었다. 이 시기 작품들을 크게 신무협이라 통칭하는데, 주요 작가로 서효원, 야설록, 용대운, 좌백, 풍종호, 진산 등이 있다. 좌백은 진산과 부부 사이다.
구무협이 양산형으로 마구 찍어낸다는 단점은 있지만, 얼음에 박밀듯 술술 읽어 한 질을 몇 시간 내에 끝내는 맛이 나름 장점이다.
반면 신무협은 나름 탄탄한 구성과 전개, 우연과 기연을 최소화 한 점, 역사적 고증에 대한 할애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작품이 완결 되기까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은 약점으로 작용했다.
결국 구무협과 판협지의 가교 역할을 하며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 신무협 소설은 90년대 향수를 원하는 나같은 독자들에 의해 향유되며 미약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작품은 진자앙이 금강불괴의 경지에 오르는 지난한 과정과, 바뀐 아이 중 하나인 염정과의 러브라인을 축으로 전개된다.
진가장은 자신의 친아버지 소삼중에게 외공을 배우고, 염정은 가짜 비구니에게 딸려 갔다가 천하제일 고수의 양녀가 된다.
성인이 된 후 그들은 다시 재회하는데 과거 염정이 비구니들로부터 탈출할 때 진자앙이 도와준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다.
9대 문파, 8대 세가 해가며 큰 그림을 그리던 초반부의 각종 떡밥들의 회수가 원활하지 못하고, 드래곤볼의 천하제일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비무대회가 다소 조잡하게 그려지고 있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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