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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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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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건강이 예전과 같지 않아 '나'와 동생이 김장에 차출된다. 동생이 일찌감치 올라가고 '외가를 통틀어 회사고 가게고 아무데도 안 가는 사람'인 나만 할머니 곁에서 며칠 더 머문다. 전쟁통에 할머니가 캔 뚜껑에 달린 고리를 줍다가 시체를 발견한 시내는 물이 말라 물줄기 몇 개가 갈라져 흐르고 있을 뿐이고, 옆옆집 손자 성철이는 그 며칠 새 목을 맸다. 하루에 자살하려는 사람 세 명을 기차로 친 삼촌의 방에서 김전일 만화를 보던 나는 끝내 범인이 누구였는지 생각해 내지 못한다. 산딸기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려던 '나'는 산딸기가 여름에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밤 맥주라도 마실까 하고 점방을 향해 걸어간다. 멀리서 보면 어둠을 향해 걸어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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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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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가 인간이다'

그 문장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있을 즈음 아티스트 네트워킹 이라는 이름의 판티에서 제이를 만난다. 파리에서 학사를, 교토에서 석사를, 마드리드에서 1년간 살다 최근 귀국한 캐나다 교포 2세라던가, 영어도 불어도 스페인어도 못하고 한국어 발음도 어눌한 제이라든가, 그런 자들의 파티였다. g라는 이혼녀도 있었는데 남편과 헤어진 뒤 고양이도 유기하고 아이도 학대하는, 술주정이 심한 여자였다.

그 즈음 '나'는 에어컨 배관 구멍 사이로 난쟁이가 '......엔 날개가 없다......은 추락'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황을 곱씹고 있었다.

프랜시스 퐁주의 시를 읽고 잠든 다음 날, 제이가 나에게 버선을 선물했다. 제이는 떠나기 전 그 선물과 함께 '미끄러져봐'라고 말했다.

나는 올여름엔 꼭 에어컨을 설치하리라 마음먹었다. 작은 것들에 잠식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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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은 애정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부초>를 쓰기 위해 그가 유랑극단을 따라 다니며 치열하게 취재한 대목 만큼은 높이 산다.

나는 책상에서 쓰여진 글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하는 관념적인 글들.

송지현의 글들을 읽다 보면 책상에서 쓴 글이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디테일에 대한 허술함에서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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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할머니가 캔 뚜껑의 고리를 모으다 뜬금없이 시체를 발견하는 대목. 그 당시엔 '캔 뚜껑의 고리'도 없었지만, 도대체 어떤 경우에 전쟁중인 촌 동네 시냇가 시체 위에 '캔 뚜껑 고리가 수북이 쌓'이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삼촌은 하루에 세 번 기차로 사람을 치었다는데, 기관사가 사람을 치면 사고 충격과 후속 절차를 위해 운전 업무에서 배제된다. 그러므로 세 번을 치고 싶어도 칠 수가 없다.

소아암 환자의 생존율은 생각보다 높아서 제이 혼자 생존한 어린이가 되는 상황은 꽤나 희박한 확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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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에서 여성은 음식으로 이어져 있다. 그들은 가족을 먹이고, 연결시키고, 화해하는 사람들이다. 딴 돈은 기꺼이 나누어 준다. 반면에 남성들은 누군가를 죽이거나(삼촌), 자신을 죽인다(성철). 그런데 남성들의 죽음을 묘사하는 방식이 사이코패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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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산보를 갔는데 말이다. 다리 밑에 있었어."

"뭐가?"

"성철이가."

"그게 누군데? 근데 성철이가 다리 밑에 뭐하고 있었는데?"

"목메고 죽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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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뻘 되는 이웃이 자살을 했는데 할머니가 이를 묘사하는 방식은 다리 밑에서 재활용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걸 봤다는 식이다. '나' 역시 죽은 이의 집에 김치통을 내려놓고 기껏 폐가 체험을 떠올리며 으스스할 뿐이다.

할머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인간의 죽음 앞에서 상식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어떤 '주의'에 경도되서일까, 아니면 작가의 마음 어느 부분이 고장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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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괜찮았던 대목은 '나'의 어머니가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카페 사장과 화해하는 에피소드였다. '나'의 어머니는 카페 여사장의 손자들이 너무 귀여워 과자와 사탕을 주었다가 걸려서 만두를 받고 화해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8022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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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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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명의 아버지는 '어짜피 뺏길 땅' 기꺼이 일본인에게 갖다 바쳐 일제의 환심을 산 뒤 아들을 조선총독부에 취직시킨다. 이해명은 조선총독부에서 갖가지 사건 사고를 기록하고, 이런 저런 자료들에 밑줄 긋는 일 따위를 했다.

그는 최근 애인 조난실의 실종으로 목하 괴로워하고 있다. 참하고 조신했던 그녀가 실종된 뒤 백상허라는 자를 시켜 뒤를 캐보니, 조난실은 자신이 알던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테러 박'이라는 자를 남편으로 두고 갖가지 테러 행위를 계획하는 한편 이 남자 저 남자 후리고 다니는 자유부인이었다. 게다가 조난실은 '이십세기모던이미지댄스구락부'로 위장한 '사애단' 조직을 독려하여 총독 취임식에 일을 벌일 예정이었다.

이해명이 조난실을 추적하여 마침내 다시 만나지만 그녀는 냉담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해명은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얇디 얇은 자존심으로 그녀에게 들이대고, 어느 날인가는 숲 속에서 정사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해명의 옹졸한 말로 인해 또 다시 헤어지게 되고, 낙심한 이해명에게 우애하는 선배 신스케의 내연녀 유키코가 접근해 관계를 맺음으로써 모종의 '공범'이 된다.

총독 취임식 전날 조난실이 이끄는 사애단 조직원과 맞닥뜨린 이해명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닫게 된다. '테러 박'이라는 인물은 조난실이 자신의 권위를 드높이고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임에 틀림 없었다. 이해명은 이런 저런 소품으로 분장을 하고 자신이야말로 '테러 박'이라고 선언한다. 처음엔 미심쩍은 눈으로 지켜보던 사애단원들도 폭탁연미복이 딱 들어맞자 그가 진짜였음을 인정한다.

이해명은 사랑을 위해 조선총독부로 가서 조선 총독과 함께 폭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다가 '아무래도 연미복을 입고 총독보다 멋있게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나의 둥그런 푸른 무덤'인 조선총독부는 나 하나만의 무덤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테러를 포기하고 본래의 소심한 이해명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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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 도정일, 임철우, 최윤이 호평을 쏟아냈고, <모던보이>감독 정지우, 조선일보 김광일 등이 찬사를 보낸다. 굳이 이름을 나열한 이유는 이 작품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데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찬사를 보냈기 때문에 기억하기 위해서다. 특히 <봄날>의 임철우가 끼어 있다는 데 다소 참담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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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에서 스와니라는 여급이 이해명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나라도 잃어버린 판국인데 그까짓 애인쯤이야 뭐 대수겠어요?"

그러자 이해명은 "나라를 찾는 것보다 애인을 찾는 게 더 어렵습니다."라고 답한다.

여급은 이해명을 대단한 로멘티스트라고 추켜세우면서 이렇게 답한다.

"잃어버린 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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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언저리 일부 작가들이 '쿨함'이라는 외피를 쓰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죄다 건드리며 비틀어댔다.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고' 하며 아무거나 까대면 평론가들이 '엄숙주의의 경계', '재기발랄한 문체',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 운운 하면서 띄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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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는 '쿨함'의 몰역사적인 불가지론이 자신들에게 도움 된다는 사실을 귀신 같이 포착해냈다. 뭐든지 반반 싸움으로 몰아가면 결국 기득권만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구'가 '쿨함'과 결합하니, 하늘 아래 정의로운 것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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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를 올려 놓고 '단원'한다는 멘트를 남겨 세월호 희생자를 비아냥거리는 만화가, '5.18. 탱크데이 이벤트' 기획은 '생각의 다름'이라고 눙치려 드는 대기업 총수. 이들은 걸리기 전까진 낄낄 대다가 걸리면 과민하네, 정치병자네, 엄숙주의네, 쿨하지 못하네 하며 손가락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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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패륜적인 작태들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들의 세계관에 인간의 도리나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식투쟁을 하는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고, '세월호 사고와 교통 사고가 뭐가 다르냐'는 인간 이하 발언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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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논리라고 별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니다. 이상의 저급한 인식을 확장하다 보면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사람도 죽이고 곡물도 강탈하고 위안부 문제도 일으켰지만, 철도도 깔아주고 건물도 올려주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느냐 따위의 되도 않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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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779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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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 와세다 대학 탐험부 특명 프로젝트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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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은이 다카노 히데유키는 와세다 대학교 탐험부 소속으로, 아프리카 콩고의 텔레호에 무벰베를 찾으러 간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무벰베는 네스호의 괴수처럼 목격자는 많지만 실제 존재가 증명된 적은 없는 환상의 괴수다.

다카노 히데유키는 아마추어 탐험가로서 그저 '가고 싶다', '확인하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사람들을 모집한 뒤,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 40일간 탐험 일정을 소화한다.

사람들이 말라리아에 걸려 픽픽 쓰러졌고, 마을 주민의 농간으로 식량이 부족했으며, 추장과 촌장의 대립과 인습 때문에 수시로 탐험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콩고는 사회주의 공화국이므로 땅은 모두의 것이라는 조력자 아냐냐 박사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고릴라와 침팬지, 그리고 수달을 잡아먹고 부족한 식량과 싸우던 탐험대원들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벰베의 존재 증명은 실패한다.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온 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탐험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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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을 쓴 미야베 미유키는 자신의 최종학력이 고졸이라고 밝힌 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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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동아리'란 어떤 거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그곳에서 모두 정말 멋진 체험을 했나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졸업하고 몇 년, 아니 몇십 년이나 지나고도 동아리 친구들을 그렇게 소중히 여기고 당시의 추억을 즐겁게 얘기할 수 있겠어요? 대학의 '동창회'나 '동아리'에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클럽 활동과는 완전히 다른, 뭔가 운명공동체 같은 게 느껴집니다. 거기서 공유한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청춘' 그 자체였다는 찬란함이 있습니다. '정말 부럽다!'고 계속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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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다닌 대학은 전국에서 동아리가 가장 많은 학교였다. 학생 수 1만 8천명, 동아리연합회 소속 동아리가 150개 남짓. 과 내 소규모 동아리나 동호회 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수가 많았을 것이다.

새학기가 다가오면 각 동아리에서는 어떻게 하면 신입생들을 더 많이 모집할까 골몰했다. OT에 따라가서 친분과 지연을 활용해 피라미드 회원 모집하듯 하는 동아리가 있는가 하면, 먹으로 일필휘지 휘갈긴 모집 대자보를 성의없이 붙여대는 무도 동아리도 있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온통 대자보가 휘날리던 그 시기의 학교 모습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초중고 12년 간의 구속과 속박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갖게 된 '자유의지'로 선택한 최초의 모임인 동아리. 그곳에서의 강렬한 경험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무려 10년간 동아리라는 공간에서 웃고, 울고, 뒹굴었고 그 때 배운 세계관과 태도가 나의 나머지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동아리'란 어떤 거죠? 라는 미야베 미유키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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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학교입니다.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면, 이미 등록금을 낸 값어치를 한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609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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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ㅣ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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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모큐멘터리 장르로 분류되는데, Mock과 Documentary의 합성어인 Mockumentary는 허구의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만든 일종의 Fake Documentary다.

작품은 세스지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에 의해 2023년 소설 투고 사이트 '가쿠요무'에 34화 까지 투고된 작품으로, 회를 거듭할 수록 인기가 높아져 2023년 8월 단행본이 출간되었고, 2025년 8월에 영화판도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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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배경은 긴키 지방인데, 긴키라 함은 과거 수도권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현재는 오사카부, 교토부, 효고현, 나라현, 와카야마현의 2부 5현을 가리킨다고 한다.

내용은 상당히 난잡한데 오컬트 출판물 담당자 오자와(행방불명)와 그의 친구인 세스지의 증언과 회상, 그리고 여러가지 괴담 등이 대중 없이 제시된다. 빨간 옷을 입은 여자, 목이 꺾인 아이, 점프하는 여자, 그리고 산으로 가자고 꾀는 괴상한 사람들이 모두 한 지방으로 연결되는데 그곳이 바로 긴키이다.

그리고 이 개별적인 사건들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이름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되는데, 마사루라는 장가 못간 지능 낮은 청년의 살인과 죽음, 그리고 그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세운 신사에서 기인한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마사루의 이름은 '마사라사마', '맛시로상' 등으로 바뀌고 그의 정체도 흰 원숭이 따위로 변경된다. 게다가 신흥종교 단체 등이 이러한 괴담을 교묘하게 바꾸어 포교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괴담이 현실과 이종교배되어 영향력이 증폭된다.

괴담은 현재의 사건과 얽혀들며 더욱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2000년에 아키라라는 아이가 맛시로상 놀이 때문에 목메달려 죽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어머니가 신흥종교에 빠져들면서 빨간 여자 귀신까지 등장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로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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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나름 다큐멘터리의 외양을 갖추기 위해 그림자료, 투고문, 흑백 사진 따위를 곁들어 놓았는데 상당히 난잡하다. 2024년 <이 호러가 대단하다> 국내편 1위를 차지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433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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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 - 모르는 영역
권여선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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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영역 - 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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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덕이 딸 다영에게 전화하니 '도자 비엔날레 때문에 여주에 있다'고 한다. 명덕은 잠깐 들러 밥을 사겠다고 했다. 다영은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며 명덕의 갑작스런 방문을 시쁘게 여겼다.

둘의 대화는 자꾸 엇나간다. 명덕이 '팀원 모두 고기 한 번 사주고 싶다' 하니, '그렇게 하는 게 괜히 멋있어 보일 것 같아 그러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당 주인이 밥값 더 받은 것을 두고 명덕이 '한 번이니까 괜찮다, 그냥 넘어가자'고 하니, 다영이 '왜 해도 됩니까? 한 번은' 이라고 따져 묻는다. 그 질문은 어쩐지 전처와의 일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언젠가 낮달이 찍힌 걸 전처는 UFO라고 했는데 다영은 그게 낮달이었을 거라고 했다. 명덕은 그건 모르는 영역이라고 했었다. 다영이는 이제 명덕에게 모르는 영역이다.

엇나간 둘의 대화가 빚어낸 어색한 분위기가 저녁까지 이어졌다. 명덕은 다영의 날 선 태도가 섭섭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영은 그것도 모르고 먹을거리를 사왔다.

다음 날 명덕이 출발하려 할 때 다영이 낮달 좀 보라고 말한다. 명덕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다영이 한바탕 지청구를 쏟아낸다. 명덕은 왜 낮달은 아침달 낮달 저녁달이 아니고 죄다 낮달인가 생각하다, 해 입장에서는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거니 낮달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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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의 맛 - 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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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삼 년 만에 만난 그는 성대낭종 수술 때문에 한동안 말을 못했다고 했다. 나는 어쩐지 '말 못하는 시기'를 건너온 그가 달라진 것 같아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그는 지금 강의도 하지 않고, 박사 논문을 포기했으며, 사서 준비를 한다고 했다. 말을 '하지 못해서' 겪는 불편함이 아니라 말을 '하지 말아야' 해서 겪는 불편함을 견디는 과정에서 예민한 감각이 생겨났다고 했다. 타인의 표정에서 수많은 스펙트럼을 구분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신 자폐감이 엄습해 왔다. 눈과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그렇게 감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통해서' 나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화를 배웠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나만의 말'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말을 하는 시스템이 망가지고 나니 자신 속의 자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전갱이를 먹고 나서 천천히 입꼬리를 늘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나는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나눈 첫 대화' 였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나 역시 나만의 말들의 목록을 가지게 되었고 때때로 묵언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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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 - 김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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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한 때 김영미 선배의 자취방에서 두어 달 신세 진 적이 있었다. 고마운 일이었지만 김영미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짜리몽땅한 몸매의 그녀는 조심성 없이 자위 했고, 겨털 뽑기 같은 내밀한 일도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원어민 강사 윌리엄과의 관계도 과장하기 일쑤였던 그녀를 과 사람들은 뒤에서 놀려댔다.

그런 그녀가 집안이 어려워지고 자신이 왕따라는 사실을 깨닫자 휴학한 뒤 종적을 감추었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남도 산속 빈집에서 무연고자로 발견 된다. 그녀는 자신을 발견한 시사고발 프로그램 기자에게 '대학 동료들이 자신의 소식을 들으면 찾으러 올 것' 이라 말했다. 하지만 다들 그녀를 외면했고, 선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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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지 포크 - 김봉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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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와 헤어진 뒤로도 이 년 넘게 함께 살았다. 지금은 교토조형예술대학에 적을 두고 있지만, 역시 그의 집은 나의 집이다. 그런데 올해 초 그에게 애인이 생겼다.

'나'는 에하라 교수의 창작 수업을 신청하고 이번 학기 목표를 책을 만든다, 소설을 읽고 쓴다, 라고 정했다. 에하라 교수와는 말이 잘 통했다.

7월 첫 월요일, 에하라 교수의 방에 갔다가 교수의 외설스러운 사진이 문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발기한 성기를 내놓은 채 양각으로 찍힌 사진, 항문까지 드러내놓은 외설스러운 사진. 누군가 그를 조롱할 목적으로 붙여 놓은 사진이었고, '나'는 그 사진들을 모두 떼어냈다. 얼마 뒤 '나'는 그와 자게 되고, '안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와 헤어진 뒤 <컬리지 포크>라는 제목의 소설을 과제로 제출할 것이고, 에하라 교수는 가을이 시작되기 전에 pass or fail로 답신해올 것이었다. 포스트잇에 나는 모르겠다. 나는 알고 싶다. 두 줄 단순하고 자명한 문장을 썼다. 창문을 닫고 눈을 감자 그와 함께했던 봄과 여름이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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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과 마음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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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白石의 본명)은 기차를 타고 가면서 자신이 번역한 <이사콥스키 시집>을 다시 보고 있다. 1949년 초판, 1954년 재출간. 당은 이 시집을 다시 출간한다고 했다. 번역자는 다른 사람. 원고를 살펴보니 기행이 본래 번역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저 기행의 이름을 지워 없애고 싶은 것 뿐이리라.

작가동맹은 1959년 1월 1일부터 기행에게 삼수군 관평리 관평협동조합으로 출근하라고 했다. 찾아가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막막해 하는 기행 앞에 이십대 초반의 젊은 여자가 싹싹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인민학교 교원이고, 말하지 않아도 왜 삼수까지 왔는지 알만 하다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며 시를 낭송해보였다.

삼수에서도 조금 떨어진 독골에서 모진 추위를 견디며 지내던 기행은 평양의 친구 준에게 자살한 백계 러시아인들이야 말로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우울한 편지를 보낸다.

사무실에서 기행은 '가즈랑집', '祭古夜', '女僧', '伊豆國太街道', '銃營'을 쓰고 또 썼다. 예전에 썼던 시들을 쓰다가, '館坪의 羊'을 썼다. 한 번도 쓴 일이 없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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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기원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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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에 군함이 들어오고 영국 수병이 가지고 놀던 공이 한 소년에게 굴러갔다. 소년은 빠른 속도로 공 다루는 기술을 배웠고 수병들은 공을 선물로 주고 떠났다.

훗날 굿맨 앤드 박 볼 컴퍼니의 박흥수는 어떤 사진 앞에서 '토마스 굿맨R'이라는 상표가 씌여진 공을 들고 찍은 겉늙은 청년을 가르키며 자신의 증조부임에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토마스 굿맨은 1872년 남아도는 소가죽과 천연고무를 이용해 현재와 유사한 축구공을 만들어냈다. 유명인사가 되어 돈도 많이 번 굿맨은 그러나 정치에 뛰어들어 재산을 탕진했고, 앤더슨이란 이름의 기자가 그의 공장에서 자행되는 참혹한 아동노동 현장을 고발하는 통해 파국을 맞고 만다.

그 앤더슨이 상선에 승선해 향한 곳이 제물포였다. 그리고 공과 혼연일체가 된 박흥수의 증조부를 발견하여 사진을 찍게 된다. 물론 축구공의 제작도면이 흘러들어간 경위라든가 여러가지 다른 버전의 이야기도 있는데, 어쨌든 박흥수는 자신의 자동화된 공장으로 안내하며 최고의 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부심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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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 - 최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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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의 싸움에서 끝내 패배하리라는 결말을 예감한 그는 자신의 대표작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를 생각한다. 그녀와 헤어지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가야 하지만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

그는 오랫동안 의자에 집착했다. 자신의 몸을 얹을 수 있는 우주 하나를 창조하는 기분이었다. 4년 전 에디슨이 사형수를 위한 전기의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업 연수가 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무와 돌과 쇠 같은 고전재료에 흥미를 잃고 에이포용지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 죽는 순간의 고독을 줄이기 위해 의자 두개를 붙여서 제작했다.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만 상대를 전부 다 볼 수 있는 건 아닌 자세로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

죽음은 기정사실이다. 암세포가 뇌나 뼈나 림프선 같은 치료가 곤란한 부위에 전이되는 것이 두렵다. 몸이 감옥이라는 사실, 무엇을 해도 이 몸 안에서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프게 깨달아진다.

앉을 수 없는 의자, 그것은 의자의 유령이다. 기능할 수 없는 의자를 만듦으로써 의자에게서 생명을 빼앗았다. 그때부터 그에게서도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 그는 다음 생의 첫 장면으로 동반을 꿈꾸었음을 스스로 고백한다. 이인용 의자의 수수께끼가 이제야 풀린다. 오늘 아침 그의 몸을 꼼짝 못하게 쓰러뜨린 것은 평생 자신의 삶을 사보타주했다는 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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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디에서 -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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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인과의 짧은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나'는 아일랜드로 무턱대고 비행기를 타고 갔다. 일레인과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아 '나'는 브라질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 화산 폭발로 더블린 공항이 폐쇄되었다. 스물여섯 대학 중퇴생으로 엄마에게 얹혀 살고 있던 '나'는 엄마와 누나가 내 대책없음에 넌덜머리를 내 카드를 정지시키는 바람에 아치디라는 마을의 사과 과수원에서 일하는 신세가 된다.

그곳에서 하민을 만났다. 하민은 키가 크고 무뚝뚝했다. 그녀는 말을 돌봤다.

영어 말하기 모임 따위에서 하민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지자 점차 말을 트게 되었고 어느 정도 내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하민은 어떤 간호사 이야기를 해주었다. 손이 빠르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아 업무 평가를 좋게 받던 간호사. 하지만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감정적인 요구를 하면 등을 돌려버리던 간호사. 그 간호사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삼 교대를 하고 많은 일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마음 속에서 작은 블록 하나가 빠져 버렸다고 했다. 환자와 감정을 섞지 않게 되고, 환자들 앞에서 벽이 되어버린 간호사. 하민은 그 간호사가 자신이었다고 고백했다. 하민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던 선배가 자신을 간호사로 보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지막 끈이 끊어져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아치디에서 헤어진 뒤로 '나'와 하민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때로 한국인을 보거나 한국 드라마 방송에서 하민이 노트에 쓰곤 하던 그림 같은 글자를 볼 때, '나'는 내가 이제 어떤 감정의 짓눌림도 없이 하민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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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부_이후 - 강영숙

9월의 산동성 제남 공항은 몸시 더웠다. 정 대리가 이곳에서 실종되자 회사에서는 진석을 출장 보내 그를 찾아 오라고 했다. 현지 보험업체는 열악했고, 이틀이 지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 아닌지 걱정 되었다.

정 대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정 대리는 과장인 진석이 성공했다면서 자기는 회사만 가면 겁이 나고 회사 사람들이 좀 무섭다고 했다. 술 먹고 같은 집에서 자고, 피자를 시켜 먹고 했지만 마음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런 건 불필요한 일이고 소통의 피로만 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진석과 정 대리가 친하다고 생각했다.

곡부는 공자의 생로병사와 연관된 도시였다. 공자의 묘를 돌아보고 온 그 밤에 진석은 정 대리의 말을 떠올렸다. "당신들은 그렇게 힘들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뭘 하는지 알아야 해요. 우리를 몰아세우는 거 말고 뭘 하나요. 겨우 먹고 죽지 않을 만큼의 급여를 주면서 매일 우리를 몰아붙여요", "난 그냥 여기 내던져진 것 같아요 과장님".

정 대리는 끝내 찾지 못했다. 진석은 정 대리가 길을 찾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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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작품들 중 권여선의 <모르는 영역>이 단연 돋보인다. 해 입장에서는 낮에만 보이는 낮달, 그리고 '모르는 영역'을 부녀 관계에 투영하여 매끄럽게 써냈다. <전갱이의 맛>도 좋다. '자신만의 말'을 하고 싶다면 침묵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진부한 테제이지만 권여선이 다루니 괜찮은 소설이 되었다.

<연말 특집>은 어딘지 모르게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연상 시킨다. 익숙한 도덕적 결말이 편안하면서도 아쉽다.

<컬리지 포크>는 불편한 소설이다. 좋은 소설은 불편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인데 <컬리지 포크>는 불편하기만 하다.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누군가의 성기와 항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사진을 먼저 본 뒤 사랑에 빠지는 것이 일반적인가? 그것이 이성애든 동성애든 말이다. 잘 모르는 영역이다.

<그 밤과 마음>은 백석이 죽음으로 경도되던 한 시기의 절망과 좌절, 그리고 '관평의 양'이라는 시를 쓰게 된 사연을 음울한 필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기존의 김연수 소설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공의 기원>은 재기발랄한 소설이지만 그에 걸맞는 유머와 짜임새가 뒷받침 되지 않다 보니 밋밋한 느낌만 준다.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의 작가 최옥정은 이 소설을 마무리 한 뒤 영면에 들어갔다.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의 이 소설은 삶의 마지막 순간의 고통과 공포, 그리고 체념과 수용에서 오는 삶에 대한 자각 등이 담겨 있다.

<아치디에서>는 최은영표 소설이다. <몫>의 또 다른 버전을 읽는 기분.

<곡부_이후>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과장급에게 경영진을 대하듯 해대는 정 대리의 절망도 잘 와닿지 않고, 정 대리의 실종(또는 죽음) 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전망의 모색으로 치환하는 과정도 억지스럽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430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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