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이해명의 아버지는 '어짜피 뺏길 땅' 기꺼이 일본인에게 갖다 바쳐 일제의 환심을 산 뒤 아들을 조선총독부에 취직시킨다. 이해명은 조선총독부에서 갖가지 사건 사고를 기록하고, 이런 저런 자료들에 밑줄 긋는 일 따위를 했다.
그는 최근 애인 조난실의 실종으로 목하 괴로워하고 있다. 참하고 조신했던 그녀가 실종된 뒤 백상허라는 자를 시켜 뒤를 캐보니, 조난실은 자신이 알던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테러 박'이라는 자를 남편으로 두고 갖가지 테러 행위를 계획하는 한편 이 남자 저 남자 후리고 다니는 자유부인이었다. 게다가 조난실은 '이십세기모던이미지댄스구락부'로 위장한 '사애단' 조직을 독려하여 총독 취임식에 일을 벌일 예정이었다.
이해명이 조난실을 추적하여 마침내 다시 만나지만 그녀는 냉담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해명은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얇디 얇은 자존심으로 그녀에게 들이대고, 어느 날인가는 숲 속에서 정사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해명의 옹졸한 말로 인해 또 다시 헤어지게 되고, 낙심한 이해명에게 우애하는 선배 신스케의 내연녀 유키코가 접근해 관계를 맺음으로써 모종의 '공범'이 된다.
총독 취임식 전날 조난실이 이끄는 사애단 조직원과 맞닥뜨린 이해명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닫게 된다. '테러 박'이라는 인물은 조난실이 자신의 권위를 드높이고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임에 틀림 없었다. 이해명은 이런 저런 소품으로 분장을 하고 자신이야말로 '테러 박'이라고 선언한다. 처음엔 미심쩍은 눈으로 지켜보던 사애단원들도 폭탁연미복이 딱 들어맞자 그가 진짜였음을 인정한다.
이해명은 사랑을 위해 조선총독부로 가서 조선 총독과 함께 폭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다가 '아무래도 연미복을 입고 총독보다 멋있게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나의 둥그런 푸른 무덤'인 조선총독부는 나 하나만의 무덤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테러를 포기하고 본래의 소심한 이해명으로 돌아온다.
제5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 도정일, 임철우, 최윤이 호평을 쏟아냈고, <모던보이>감독 정지우, 조선일보 김광일 등이 찬사를 보낸다. 굳이 이름을 나열한 이유는 이 작품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데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찬사를 보냈기 때문에 기억하기 위해서다. 특히 <봄날>의 임철우가 끼어 있다는 데 다소 참담함을 느낀다.
<모던보이>에서 스와니라는 여급이 이해명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나라도 잃어버린 판국인데 그까짓 애인쯤이야 뭐 대수겠어요?"
그러자 이해명은 "나라를 찾는 것보다 애인을 찾는 게 더 어렵습니다."라고 답한다.
여급은 이해명을 대단한 로멘티스트라고 추켜세우면서 이렇게 답한다.
"잃어버린 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지 않나요......"
2000년 언저리 일부 작가들이 '쿨함'이라는 외피를 쓰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죄다 건드리며 비틀어댔다.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고' 하며 아무거나 까대면 평론가들이 '엄숙주의의 경계', '재기발랄한 문체',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 운운 하면서 띄워 주었다.
'수구'는 '쿨함'의 몰역사적인 불가지론이 자신들에게 도움 된다는 사실을 귀신 같이 포착해냈다. 뭐든지 반반 싸움으로 몰아가면 결국 기득권만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구'가 '쿨함'과 결합하니, 하늘 아래 정의로운 것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돼지고기를 올려 놓고 '단원'한다는 멘트를 남겨 세월호 희생자를 비아냥거리는 만화가, '5.18. 탱크데이 이벤트' 기획은 '생각의 다름'이라고 눙치려 드는 대기업 총수. 이들은 걸리기 전까진 낄낄 대다가 걸리면 과민하네, 정치병자네, 엄숙주의네, 쿨하지 못하네 하며 손가락질한다.
이런 패륜적인 작태들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들의 세계관에 인간의 도리나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식투쟁을 하는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고, '세월호 사고와 교통 사고가 뭐가 다르냐'는 인간 이하 발언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것이다.
뉴라이트 논리라고 별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니다. 이상의 저급한 인식을 확장하다 보면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사람도 죽이고 곡물도 강탈하고 위안부 문제도 일으켰지만, 철도도 깔아주고 건물도 올려주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느냐 따위의 되도 않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7795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