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 - 모르는 영역
권여선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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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영역 - 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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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덕이 딸 다영에게 전화하니 '도자 비엔날레 때문에 여주에 있다'고 한다. 명덕은 잠깐 들러 밥을 사겠다고 했다. 다영은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며 명덕의 갑작스런 방문을 시쁘게 여겼다.

둘의 대화는 자꾸 엇나간다. 명덕이 '팀원 모두 고기 한 번 사주고 싶다' 하니, '그렇게 하는 게 괜히 멋있어 보일 것 같아 그러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당 주인이 밥값 더 받은 것을 두고 명덕이 '한 번이니까 괜찮다, 그냥 넘어가자'고 하니, 다영이 '왜 해도 됩니까? 한 번은' 이라고 따져 묻는다. 그 질문은 어쩐지 전처와의 일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언젠가 낮달이 찍힌 걸 전처는 UFO라고 했는데 다영은 그게 낮달이었을 거라고 했다. 명덕은 그건 모르는 영역이라고 했었다. 다영이는 이제 명덕에게 모르는 영역이다.

엇나간 둘의 대화가 빚어낸 어색한 분위기가 저녁까지 이어졌다. 명덕은 다영의 날 선 태도가 섭섭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영은 그것도 모르고 먹을거리를 사왔다.

다음 날 명덕이 출발하려 할 때 다영이 낮달 좀 보라고 말한다. 명덕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다영이 한바탕 지청구를 쏟아낸다. 명덕은 왜 낮달은 아침달 낮달 저녁달이 아니고 죄다 낮달인가 생각하다, 해 입장에서는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거니 낮달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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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의 맛 - 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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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삼 년 만에 만난 그는 성대낭종 수술 때문에 한동안 말을 못했다고 했다. 나는 어쩐지 '말 못하는 시기'를 건너온 그가 달라진 것 같아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그는 지금 강의도 하지 않고, 박사 논문을 포기했으며, 사서 준비를 한다고 했다. 말을 '하지 못해서' 겪는 불편함이 아니라 말을 '하지 말아야' 해서 겪는 불편함을 견디는 과정에서 예민한 감각이 생겨났다고 했다. 타인의 표정에서 수많은 스펙트럼을 구분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신 자폐감이 엄습해 왔다. 눈과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그렇게 감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통해서' 나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화를 배웠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나만의 말'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말을 하는 시스템이 망가지고 나니 자신 속의 자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전갱이를 먹고 나서 천천히 입꼬리를 늘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나는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나눈 첫 대화' 였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나 역시 나만의 말들의 목록을 가지게 되었고 때때로 묵언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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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 - 김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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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한 때 김영미 선배의 자취방에서 두어 달 신세 진 적이 있었다. 고마운 일이었지만 김영미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짜리몽땅한 몸매의 그녀는 조심성 없이 자위 했고, 겨털 뽑기 같은 내밀한 일도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원어민 강사 윌리엄과의 관계도 과장하기 일쑤였던 그녀를 과 사람들은 뒤에서 놀려댔다.

그런 그녀가 집안이 어려워지고 자신이 왕따라는 사실을 깨닫자 휴학한 뒤 종적을 감추었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남도 산속 빈집에서 무연고자로 발견 된다. 그녀는 자신을 발견한 시사고발 프로그램 기자에게 '대학 동료들이 자신의 소식을 들으면 찾으러 올 것' 이라 말했다. 하지만 다들 그녀를 외면했고, 선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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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지 포크 - 김봉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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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와 헤어진 뒤로도 이 년 넘게 함께 살았다. 지금은 교토조형예술대학에 적을 두고 있지만, 역시 그의 집은 나의 집이다. 그런데 올해 초 그에게 애인이 생겼다.

'나'는 에하라 교수의 창작 수업을 신청하고 이번 학기 목표를 책을 만든다, 소설을 읽고 쓴다, 라고 정했다. 에하라 교수와는 말이 잘 통했다.

7월 첫 월요일, 에하라 교수의 방에 갔다가 교수의 외설스러운 사진이 문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발기한 성기를 내놓은 채 양각으로 찍힌 사진, 항문까지 드러내놓은 외설스러운 사진. 누군가 그를 조롱할 목적으로 붙여 놓은 사진이었고, '나'는 그 사진들을 모두 떼어냈다. 얼마 뒤 '나'는 그와 자게 되고, '안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와 헤어진 뒤 <컬리지 포크>라는 제목의 소설을 과제로 제출할 것이고, 에하라 교수는 가을이 시작되기 전에 pass or fail로 답신해올 것이었다. 포스트잇에 나는 모르겠다. 나는 알고 싶다. 두 줄 단순하고 자명한 문장을 썼다. 창문을 닫고 눈을 감자 그와 함께했던 봄과 여름이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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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과 마음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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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白石의 본명)은 기차를 타고 가면서 자신이 번역한 <이사콥스키 시집>을 다시 보고 있다. 1949년 초판, 1954년 재출간. 당은 이 시집을 다시 출간한다고 했다. 번역자는 다른 사람. 원고를 살펴보니 기행이 본래 번역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저 기행의 이름을 지워 없애고 싶은 것 뿐이리라.

작가동맹은 1959년 1월 1일부터 기행에게 삼수군 관평리 관평협동조합으로 출근하라고 했다. 찾아가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막막해 하는 기행 앞에 이십대 초반의 젊은 여자가 싹싹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인민학교 교원이고, 말하지 않아도 왜 삼수까지 왔는지 알만 하다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며 시를 낭송해보였다.

삼수에서도 조금 떨어진 독골에서 모진 추위를 견디며 지내던 기행은 평양의 친구 준에게 자살한 백계 러시아인들이야 말로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우울한 편지를 보낸다.

사무실에서 기행은 '가즈랑집', '祭古夜', '女僧', '伊豆國太街道', '銃營'을 쓰고 또 썼다. 예전에 썼던 시들을 쓰다가, '館坪의 羊'을 썼다. 한 번도 쓴 일이 없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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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기원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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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에 군함이 들어오고 영국 수병이 가지고 놀던 공이 한 소년에게 굴러갔다. 소년은 빠른 속도로 공 다루는 기술을 배웠고 수병들은 공을 선물로 주고 떠났다.

훗날 굿맨 앤드 박 볼 컴퍼니의 박흥수는 어떤 사진 앞에서 '토마스 굿맨R'이라는 상표가 씌여진 공을 들고 찍은 겉늙은 청년을 가르키며 자신의 증조부임에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토마스 굿맨은 1872년 남아도는 소가죽과 천연고무를 이용해 현재와 유사한 축구공을 만들어냈다. 유명인사가 되어 돈도 많이 번 굿맨은 그러나 정치에 뛰어들어 재산을 탕진했고, 앤더슨이란 이름의 기자가 그의 공장에서 자행되는 참혹한 아동노동 현장을 고발하는 통해 파국을 맞고 만다.

그 앤더슨이 상선에 승선해 향한 곳이 제물포였다. 그리고 공과 혼연일체가 된 박흥수의 증조부를 발견하여 사진을 찍게 된다. 물론 축구공의 제작도면이 흘러들어간 경위라든가 여러가지 다른 버전의 이야기도 있는데, 어쨌든 박흥수는 자신의 자동화된 공장으로 안내하며 최고의 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부심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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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 - 최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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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의 싸움에서 끝내 패배하리라는 결말을 예감한 그는 자신의 대표작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를 생각한다. 그녀와 헤어지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가야 하지만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

그는 오랫동안 의자에 집착했다. 자신의 몸을 얹을 수 있는 우주 하나를 창조하는 기분이었다. 4년 전 에디슨이 사형수를 위한 전기의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업 연수가 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무와 돌과 쇠 같은 고전재료에 흥미를 잃고 에이포용지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 죽는 순간의 고독을 줄이기 위해 의자 두개를 붙여서 제작했다.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만 상대를 전부 다 볼 수 있는 건 아닌 자세로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

죽음은 기정사실이다. 암세포가 뇌나 뼈나 림프선 같은 치료가 곤란한 부위에 전이되는 것이 두렵다. 몸이 감옥이라는 사실, 무엇을 해도 이 몸 안에서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프게 깨달아진다.

앉을 수 없는 의자, 그것은 의자의 유령이다. 기능할 수 없는 의자를 만듦으로써 의자에게서 생명을 빼앗았다. 그때부터 그에게서도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 그는 다음 생의 첫 장면으로 동반을 꿈꾸었음을 스스로 고백한다. 이인용 의자의 수수께끼가 이제야 풀린다. 오늘 아침 그의 몸을 꼼짝 못하게 쓰러뜨린 것은 평생 자신의 삶을 사보타주했다는 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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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디에서 -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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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인과의 짧은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나'는 아일랜드로 무턱대고 비행기를 타고 갔다. 일레인과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아 '나'는 브라질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퍄들라이외퀴들 화산 폭발로 더블린 공항이 폐쇄되었다. 스물여섯 대학 중퇴생으로 엄마에게 얹혀 살고 있던 '나'는 엄마와 누나가 내 대책없음에 넌덜머리를 내 카드를 정지시키는 바람에 아치디라는 마을의 사과 과수원에서 일하는 신세가 된다.

그곳에서 하민을 만났다. 하민은 키가 크고 무뚝뚝했다. 그녀는 말을 돌봤다.

영어 말하기 모임 따위에서 하민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지자 점차 말을 트게 되었고 어느 정도 내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하민은 어떤 간호사 이야기를 해주었다. 손이 빠르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아 업무 평가를 좋게 받던 간호사. 하지만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감정적인 요구를 하면 등을 돌려버리던 간호사. 그 간호사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삼 교대를 하고 많은 일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마음 속에서 작은 블록 하나가 빠져 버렸다고 했다. 환자와 감정을 섞지 않게 되고, 환자들 앞에서 벽이 되어버린 간호사. 하민은 그 간호사가 자신이었다고 고백했다. 하민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던 선배가 자신을 간호사로 보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지막 끈이 끊어져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아치디에서 헤어진 뒤로 '나'와 하민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때로 한국인을 보거나 한국 드라마 방송에서 하민이 노트에 쓰곤 하던 그림 같은 글자를 볼 때, '나'는 내가 이제 어떤 감정의 짓눌림도 없이 하민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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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부_이후 - 강영숙

9월의 산동성 제남 공항은 몸시 더웠다. 정 대리가 이곳에서 실종되자 회사에서는 진석을 출장 보내 그를 찾아 오라고 했다. 현지 보험업체는 열악했고, 이틀이 지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 아닌지 걱정 되었다.

정 대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정 대리는 과장인 진석이 성공했다면서 자기는 회사만 가면 겁이 나고 회사 사람들이 좀 무섭다고 했다. 술 먹고 같은 집에서 자고, 피자를 시켜 먹고 했지만 마음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런 건 불필요한 일이고 소통의 피로만 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진석과 정 대리가 친하다고 생각했다.

곡부는 공자의 생로병사와 연관된 도시였다. 공자의 묘를 돌아보고 온 그 밤에 진석은 정 대리의 말을 떠올렸다. "당신들은 그렇게 힘들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뭘 하는지 알아야 해요. 우리를 몰아세우는 거 말고 뭘 하나요. 겨우 먹고 죽지 않을 만큼의 급여를 주면서 매일 우리를 몰아붙여요", "난 그냥 여기 내던져진 것 같아요 과장님".

정 대리는 끝내 찾지 못했다. 진석은 정 대리가 길을 찾고 있다고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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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작품들 중 권여선의 <모르는 영역>이 단연 돋보인다. 해 입장에서는 낮에만 보이는 낮달, 그리고 '모르는 영역'을 부녀 관계에 투영하여 매끄럽게 써냈다. <전갱이의 맛>도 좋다. '자신만의 말'을 하고 싶다면 침묵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진부한 테제이지만 권여선이 다루니 괜찮은 소설이 되었다.

<연말 특집>은 어딘지 모르게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연상 시킨다. 익숙한 도덕적 결말이 편안하면서도 아쉽다.

<컬리지 포크>는 불편한 소설이다. 좋은 소설은 불편하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인데 <컬리지 포크>는 불편하기만 하다.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누군가의 성기와 항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사진을 먼저 본 뒤 사랑에 빠지는 것이 일반적인가? 그것이 이성애든 동성애든 말이다. 잘 모르는 영역이다.

<그 밤과 마음>은 백석이 죽음으로 경도되던 한 시기의 절망과 좌절, 그리고 '관평의 양'이라는 시를 쓰게 된 사연을 음울한 필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기존의 김연수 소설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공의 기원>은 재기발랄한 소설이지만 그에 걸맞는 유머와 짜임새가 뒷받침 되지 않다 보니 밋밋한 느낌만 준다.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의 작가 최옥정은 이 소설을 마무리 한 뒤 영면에 들어갔다.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의 이 소설은 삶의 마지막 순간의 고통과 공포, 그리고 체념과 수용에서 오는 삶에 대한 자각 등이 담겨 있다.

<아치디에서>는 최은영표 소설이다. <몫>의 또 다른 버전을 읽는 기분.

<곡부_이후>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과장급에게 경영진을 대하듯 해대는 정 대리의 절망도 잘 와닿지 않고, 정 대리의 실종(또는 죽음) 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전망의 모색으로 치환하는 과정도 억지스럽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430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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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방동네 사람들 ㅣ 한국시나리오걸작선 42
배창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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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꼬방동네에 해가 조용히 솟아오르면, 공중변소 앞에 장사진을 치고 줄을 선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과 함께 아침이 시작된다.

이곳에 언제나 한쪽 손에 '검은장갑'을 낀 아낙 명숙이 열 살 난 아들 준일, 그리고 정식 혼례를 치르진 않았지만 사실상 남편이라 생각하고 함께 지내는 태섭이 살고 있다. 태섭은 명숙의 두 번째 남편이 되는 셈이다.

명숙은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썼지만 태섭은 도박으로 허송세월하며 '한달만' 타령을 했다. '한달만' 지나면 정식 혼례도 치르고 돈도 많이 벌어온다는 것이다. 명숙은 속이 타들어갔지만 꾹 참고 가게를 얻어 삶을 꾸려가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택시 기사가 명숙과 눈이 마주친다. 기사는 명숙을 알은 체 한다. 그는 주석이었다.

주석은 명숙의 첫번째 남편이었고, 준일의 친부였다. 주석은 배운 것 없이 가난하게 살다 소매치기로 호를 날렸다. 경찰에 첫번째로 달려갔을 때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명숙은 번번히 감옥에 가는 주석을 기다리며 하세월할 수 없어 그와 헤어졌다. 그리고 검은 장갑은 그와 살 때 준일이를 홀로 키우다 뜨거운 물을 쏟아 생긴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꼈던 것이다.

준일이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엇나가다 급기야 도둑질을 일삼기 시작한다. 주석은 준일이를 자기가 제대로 키우겠다면서 명숙이도 다시 돌아와주었으면 한다. 한편 태섭 역시 명숙이 없인 못 산다며 속울음을 운다.

준일에게 친부의 존재를 알린 명숙이 주석을 떠나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태섭이 명숙에게 '자신이 과거에 누구를 죽인 뒤 도망자의 삶을 살아왔다'고 고백한 뒤 경찰에 자수한다. 한달 뒤면 공소시효가 만료되는데도 불구하고 태섭은 과거 자신이 죽인 자의 아내가 자신을 알아보고도 용서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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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이동철의 소설이다. 이동철은 필명인데 본명은 이철용이다. 그는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13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후엔 신한국당 지역구위원장을 지낸 다소 오락가락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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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배창호가 원작을 시나리오로 각색하고 연출했는데 김보연(검은장갑), 안성기(주석), 김희라(태석), 공목사(송재호) 등 상당히 화려한 배우들이 함께했다. 데뷔작인데도 1982년 대종상, 여우주연상(김보연), 남우주연상(김희라), 특별상 신인부문 감독(배창호)을 휩쓸어 상 복도 적지 않았다.

배창호는 이후 고래사냥(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깊고 푸른 밤(1985),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시대를 풍미한 작품들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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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링 룸 ㅣ 스토리콜렉터 80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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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교사상을 받을 정도로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은 교사 코라가 다량의 휘발유를 실은 차량을 호텔로 돌진시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다. 동료들과 이웃은 그녀가 그런 짓을 벌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했다.

마을 보안관 루서 틸먼은 코라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오랫동안 써 온 소설을 발견하고 수사에 참고하기 위해 집으로 옮겨 놓는다. 한편, 그날 밤 코라의 집에 누군가 불을 질러 증거들이 깡그리 사라져버린다.

겨우 건진 소설을 조사하던 보안관은 그녀가 발작적으로 적어내려간 문장들을 통해 그녀가 최근 교사상을 받았던 장소에서 무언가 일이 있었음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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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노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인류의 뇌를 통제하고자 하는 소시오패스 집단은 매년 위험인물 8천 4백명만 제거하면 평화로운 세계가 유지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유일한 골칫덩이는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전직 FBI 요원 제인 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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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서 틸먼과 제인 호크는 각자의 사건을 따라 가다 '아이언 퍼니스'라는 곳에서 만나게 된다. 둘은 의기투합하여 사건 해결을 함께 하기로 하는데, 문제는 이 마을 주민 전체가 소시오패스 집단에게 뇌를 지배당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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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딘 쿤츠는 초기에는 여러 필명으로 SF소설과 스릴러를 발표했으나 1986년 부터 본명인 '딘 쿤츠'라는 이름으로 책을 출간해오고 있다.

딘 쿤츠는 종종 스티븐 킹과 비교되곤 하는데 플레이보이지에서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롤링 스톤스라면, 딘 쿤츠는 비틀스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두 작가 모두 공포와 스릴러 계통 소설을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점, 딘 쿤츠가 공화당 지지자인데 반해 스티븐 킹이 민주당 지지자라는 점 등 대중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점을 잡지가 포착하여 언급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딘 쿤츠의 소설은 스티븐 킹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원만한 플롯과 안전한 전개, 예측 가능한 복선과 튀지 않는 결말 등이 진부한 느낌을 주는데 <위스퍼링 룸>도 <맨츄리안 캔디데이트>의 세뇌("입후보자(만주 Manchu)놀이 하지")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미래 범죄 가능성 측정 아이디어를 적당히 버무려 만든 그저그런 서스펜스 소설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193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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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설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 교과서 문학으로 떠나는 스토리 기행
정명섭.이가희.김효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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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국어교과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소설을 찾아 읽었다. 당시엔 소설이 좋았다기 보다 지루한 학교에서 시간 때울 무언가가 필요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소설 읽는 재미에 빠져들었고, 시사영어사에서 나온 영한대역문고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엔 영어, 한쪽엔 한글이 나온 그 책은 자율학습 시간에 떳떳하게 소설을 읽을 수 있는 방편이 되어 주었다. 그때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이나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축약본,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 같은 것들을 매일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 가서 책 한 권씩 읽고 집에 돌아오는 삶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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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설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교과서 문학으로 떠나는 스토리 기행'이라는 테마로 소설 줄거리를 요약하고, 배경이 된 곳을 답사하는 형식으로 꾸며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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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나목>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교과서에 실린 것은 몰랐다. 내가 대학 1학년 때 읽었던 책이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두 권 모두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별로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라디오에 소개되는 사연들처럼 자연스럽고 소박한 맛은 있지만 그 이면에 '배운 작가'의 자의식이 느껴져서 싫었다. 물론 박완서 보다 한 술 더 뜨는 공지영도 있긴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서울이 배경이다. <나목>의 주인공 이경이 다녔던 미군PX는 미쓰코시 백화점이었다가 현재는 신세계 본점이다. 나는 2007년 부터 4년간 신세계 본점 바로 옆에 위치한 중앙우체국 6층에서 근무했는데 당시엔 매일 관광가는 기분으로 회사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서대문 뒤편의 달동네로 추정되는데 이곳도 나와 약간의 인연이 있다. 그 달동네 위쪽에 예전 사직사라 부르던 곳이 있었다. 우체국 공무원들의 숙사로 사용 되다가 후에 우체국공익재단이 인수하여 현재는 암환자 숙소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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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금보라가 영희로 분하는 그 영화를 보고 대단한 충격을 받았던 나는 대학 1학년 때 조세희의 작품집을 사서 읽었다. 사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외에는 다소 난해한 작품들이 많아 읽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서울 중림동으로 일제 시대 때부터 유명한 빈촌이었으며 현재는 성요셉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다 한다.

작은 에피소드가 하나 소개되어 있는데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훗날 <난쏘공>의 조세희 작가와 만난 일이 있다고 한다. 조세희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김중미 작가가 읽고 빈민운동에 투신하였다는 말을 듣고 "제가 몹쓸 짓을 하였네요"라고 말했다 한다. 자신의 작품이 오랜 기간 읽히고 공감 받는 사회 현실이 안타까웠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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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자전거 도둑> 배경은 세운상가다. 세운상가에서 크래프트 어쿠스틱 기타를 사고 인터넷 보다 싸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악기는 인터넷 보다 오프라인이 쌌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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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나에게 충격과 전율을 안겨줬던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다. 작품의 배경은 세브란스 병원과 그 인근에 난립하던 포장마차로 짐작된다. <무진기행>을 필사하는 것이 유행이었던 1990년대 초중반의 분위기가 작품의 배경과 함께 오롯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역사>는 동대문과 창신동 일대가 배경이라고 하는데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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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미스터 방>은 전광용의 <꺼삐딴 리>를 연상케 하는 소설이다. 채만식은 일제 말기에 깨끗한 이름을 더럽혔는데 이를 부끄러워 했다고 전해진다. 소설의 배경은 피난민들이 모여들던 현저동과 서촌 일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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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광주대단지 사태, 즉 1971년 8월 10일 현재 성남시 수정구 일대에서 벌어진 봉기사건이 배경이다. 작가 윤흥길은 1973년 성남 숭신여자중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사건 2년 뒤 부임한 터라 학생들의 얼굴이 어둡고 소심했다 한다. 그러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광주대단지사건을 겪은 청년을 우연히 만나 자초지종을 알게 된 뒤 학교를 그만 두고 소설을 썼는데 바로 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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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랑했던 작가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가 뒤를 잇는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1990년대만 해도 지금과 같이 정비된 곳이 아니었다. 2000년 들어서 인천시가 대대적으로 손을 보아 지금과 같은 외형이 되었다. 월미도와 자유공원, 북성포구, 화도진 공원... 1990년대 초중반 까지 인천의 중심은 동인천이었고, 시위도 동인천 백화점 앞에서 벌어지던 시기였다. 그때의 추억이 아직도 생각 나 인천에 가면 꼭 자유공원을 중심으로 한 바퀴 휘 돌아보지만 쇠락한 도시 이미지는 감출 수가 없어 아쉬울 뿐이다. 오정희는 박근혜 정부 최악의 블랙리스트 사태에 관여하여 스스로 자신의 명성을 흙탕물에 버린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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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다. 이문구의 <관촌수필>과 더불어 가장 많이 사고, 많이 선물하고, 읽었던 작품이다.

부천에서 3년간 근무할 때 가끔 원미동을 가보았다. 부천 내에서도 1기 신도시인 신중동과 그 이후 건설된 상동 일대에 밀려 상대적으로 낙후된 있는 곳. 지금도 전철역이 멀고 단독/다가구 주택이 밀집해 있어 개발이 더딘 탓에 과거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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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은 인천 만석동이다. 대학 다닐 때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봉사 동아리에서 매년 여름이면 만석동으로 빈활을 갔다. 주거환경이 낙후되고 철거 위협이 있는 곳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이다. 당시 나는 등에 들통을 짊어지고 재래식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소독하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중학교 2학년 어름의 여자아이가 자기집 화장실을 안내한 뒤 매우 창피해 하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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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은 황석영의 <개밥바라기 별>이다. 황석영 작품 중 유독 손이 안 가서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인데 서울역과 용산 일대가 배경이라고 한다. 기회가 되면 일독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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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집어든 책인데 소설의 배경들이 대학시절 돌아다녔던 곳이거나 직장과 연관이 있는 곳이어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인천과 서울 뿐 아니라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한 2편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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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윤경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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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위장의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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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를 운영하여 재벌급 부를 축적한 마사키 도지로의 희수 축하연이 그의 저택에서 개최된다. 파티 도중 주인공인 도지로가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뒤 서재로 도지로를 부르러 갔던 사람들은 그가 천장에 메달린 채 대롱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세번째 부인 에리코는 아직 정식 혼인을 못 했기 때문에 유산을 못 받을까봐, 부사장이자 사위인 마사키 다카아키는 지분 상속 결과 후계에서 밀려날까봐, 그의 사망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기로 결정한다.

시체를 산으로 옮겨 한달 쯤 후에 발견되게 만들되, 그 사이 이혼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혼인관계를 만들려는 속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시체가 사라져 버린다. 범인은 왜 도지로의 시체를 숨겼을까? 현장은 어떻게 밀실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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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덫의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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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자이자 사채업자인 야마가미 고조가 욕조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 사망한다. 아내 미치요는 고조의 평소 행동거지와 너무 다르다며 그가 타살당했다고 주장한다. 정황을 보니 그는 감전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범인은 어떤 계획을 세워 그를 죽이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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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인의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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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가 집에 와보니 경찰이 와 있다. 2층에는 엄마 다에코가 심장을 칼에 찔려 사망한 채였다. 경찰은 사망 추정 시각 아버지 요스케가 처제 오쓰카 노리코를 만난 사실을 확인하고 용의자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 다에코의 최근 행적을 조사하다 보니 문화센터의 나카노 오사무라는 남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그가 집 주변을 서성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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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 활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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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코라는 여성이 남편 아베 사치오의 뒷조사를 의뢰한다. 탐정이 남편과 불륜 관계로 추정되는 여자의 사진을 찍어서 가져다주자 후미코는 흠칫 놀라더니 조사 중단을 요청한다.

얼마 뒤 후미코의 20년 지기 마나베 부부와 후미코의 남편 아베 사치오가 한 호텔에 묵는다. 마나베는 아내 아키코에게 후미코도 온다고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오지 않았다.

마나베와 아베가 맥주를 마셨는데 둘 다 죽고 만다. 마나베의 아내인 아키코는 남편이 따라준 맥주가 잔을 넘치려 해 남편 잔에 따랐다고 진술한다.

경찰은 아베 사치오의 불륜 상대가 마나베 아키코였고 이를 알게된 마나베가 둘을 독살하려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마나베가 안주를 가지러 간 사이 아내가 맥주를 먹지 않고 자신에게 따라주는 바람에 모르고 이를 마신 마나베가 어이없이 죽게 되었다는 것이 경찰의 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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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와 나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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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에이 대학 교수이자 이공학부 학부장인 오하라 다이조 교수는 둘째 딸 유리코가 임신한 것 같다는 주치의 하야마의 말에 분개한다. 딸에게 아이 아빠를 대라고 겁박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다이조 교수는 조교들 중 한 녀석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그런데 얼마 뒤 큰 딸 나오코가 술에 취해 유리코의 침대에서 자다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황상 그 날 알리바이가 없었던 조교 간자키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간자키도 자살하고 만다.

이것으로 사건은 끝나는가 싶었지만 탐정들은 전혀 다른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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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발매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그다지 재미가 없다. <용의자 X의 헌신>이나, <백야행>, <유성의 인연>과 같은 공전의 히트작들이 소진되자 다소 재미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초기 작품들까지 번역 발간하여 그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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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에 등장하는 탐정클럽은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이름이나 특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남녀 한쌍이 등장한다. 이들은 독자에게 수수께끼 풀이를 대신 알려줄 뿐 추리 과정을 공유하지 않는다. 개성 없는 무색무취의 인물들이 소설 진행을 도와주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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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의 밤>의 범인은 다카아키다. 그는 횡령을 추궁하는 마사키 도지로를 충동적으로 살해한 뒤 자살로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시체를 발견한 사람 중 하나가 '요새 경찰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금방 알아낸다'는 말에 타살이 드러날까봐 부랴부랴 시신을 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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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의 내부>는 채무관계를 해결하지 못한 자들이 작당하여 야마가미 고조를 살해한 것이다. 이들은 일부러 싸움을 일으켜 세탁기에 부딪혔고 나중에 야마가미 고조가 누전된 세탁기에 감전된 것으로 처리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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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딸>의 노리코는 살해된 것이 아니라 자살한 것이다. 남편은 이를 알면서도 미유키에게 '엄마가 바람 피우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자살했다'고 사실대로 알려줄 수 없었다. 바람 상대에 대한 원한까지 겹친 남편은 처제를 설득해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언니인척 전화를 걸어 내연남을 집으로 유인하여 그가 범인인 것처럼 몰아가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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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활용법>은 이중 트릭이다. 범인은 친구 사이인 아키코와 후미코. 아키코는 남편에게 바람 피우는 것을 들켜 이혼을 강요 당하고 있었고, 후미코는 주식에 손을 댔다가 폭락하여 수습해야 할 상황이었다. 후미코는 자신의 친구 아키코와 남편 아베 사치오가 불륜인 것처럼 정황을 만든 뒤 아키코의 남편 마나베가 둘을 죽이려다 아키코만 극적으로 살아난 것처럼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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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의 범인은 유리코다. 유리코는 다이조 교수의 친딸이 아니라 혼전에 교제하던 기쿠이 교수의 딸이었다. 기쿠이의 조교 간자키가 이를 알고 유리코를 협박하자 유리코는 평소 미워하던 배다른 언니 나오코와 기쿠이를 한 번에 제거한 것이다. 임신중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었고 공범은 주치의인 하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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