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방동네 사람들 한국시나리오걸작선 42
배창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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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방동네에 해가 조용히 솟아오르면, 공중변소 앞에 장사진을 치고 줄을 선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과 함께 아침이 시작된다.

이곳에 언제나 한쪽 손에 '검은장갑'을 낀 아낙 명숙이 열 살 난 아들 준일, 그리고 정식 혼례를 치르진 않았지만 사실상 남편이라 생각하고 함께 지내는 태섭이 살고 있다. 태섭은 명숙의 두 번째 남편이 되는 셈이다.

명숙은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썼지만 태섭은 도박으로 허송세월하며 '한달만' 타령을 했다. '한달만' 지나면 정식 혼례도 치르고 돈도 많이 벌어온다는 것이다. 명숙은 속이 타들어갔지만 꾹 참고 가게를 얻어 삶을 꾸려가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택시 기사가 명숙과 눈이 마주친다. 기사는 명숙을 알은 체 한다. 그는 주석이었다.

주석은 명숙의 첫번째 남편이었고, 준일의 친부였다. 주석은 배운 것 없이 가난하게 살다 소매치기로 호를 날렸다. 경찰에 첫번째로 달려갔을 때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명숙은 번번히 감옥에 가는 주석을 기다리며 하세월할 수 없어 그와 헤어졌다. 그리고 검은 장갑은 그와 살 때 준일이를 홀로 키우다 뜨거운 물을 쏟아 생긴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꼈던 것이다.

준일이가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엇나가다 급기야 도둑질을 일삼기 시작한다. 주석은 준일이를 자기가 제대로 키우겠다면서 명숙이도 다시 돌아와주었으면 한다. 한편 태섭 역시 명숙이 없인 못 산다며 속울음을 운다.

준일에게 친부의 존재를 알린 명숙이 주석을 떠나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태섭이 명숙에게 '자신이 과거에 누구를 죽인 뒤 도망자의 삶을 살아왔다'고 고백한 뒤 경찰에 자수한다. 한달 뒤면 공소시효가 만료되는데도 불구하고 태섭은 과거 자신이 죽인 자의 아내가 자신을 알아보고도 용서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원작은 이동철의 소설이다. 이동철은 필명인데 본명은 이철용이다. 그는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13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후엔 신한국당 지역구위원장을 지낸 다소 오락가락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배창호가 원작을 시나리오로 각색하고 연출했는데 김보연(검은장갑), 안성기(주석), 김희라(태석), 공목사(송재호) 등 상당히 화려한 배우들이 함께했다. 데뷔작인데도 1982년 대종상, 여우주연상(김보연), 남우주연상(김희라), 특별상 신인부문 감독(배창호)을 휩쓸어 상 복도 적지 않았다.

배창호는 이후 고래사냥(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깊고 푸른 밤(1985),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시대를 풍미한 작품들을 연출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30320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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