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오나리 유코 그림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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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인 사키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사키의 엄마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어른들의 세계를 책으로 써내지만, 사키에게도 종종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사키가 잠들 기 전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자 엄마는 사나운 곰군 이야기를 들려준다. 곰군은 못된 녀석이었는데 신호등을 한 방에 부수기도 하고, 주위의 모든 걸 보라색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곰군 때문에 곤란해 하자 아라이네 아저씨가 곰군을 집으로 데려가 아들로 삼기로 한다. 그 뒤로 곰군은 양처럼 순해져서 매일 매일 시키는 대로 얌전히 빨래도 하면서 지내게 되었다. 사키가 왜 그런거냐고 묻자 엄마는 곰군이 아라이 아저씨네 집으로 갔으니 아라이곰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해준다.

(아라이 아저씨 성을 따서 쿠마가 아라이쿠마=빨래하는곰=미국너구리가 되었다는 언어유희)

다음 날 사키는 곰군이 아라이 아저씨한테 속아서 성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자 엄마는 사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성이 바뀐 곰 이야기에 사키가 동정심을 보인 것은 사키의 부모가 이혼해서 사키의 성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한 사키와 엄마의 이야기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 따뜻함이 녹아 있는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이어진다.

엄마가 하는 말을 아이다운 상상력으로 잘 못 들어 빚어진 오해, 무서운 이야기와 별자리 이야기, 동네 할머니와 나눈 식물 이야기,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엄마와 함께 집 안에서 정감 어린 대화를 나누다 잠드는 이야기 등등

그 중에 표제와 연관이 있는 이야기 하나.

가을로 들어선 어느 저녁 무렵입니다. 엄마는 고등어조림을 만드는 중이에요. 집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부엌 안은 된장 냄새가 그윽하고요. 사키는 식탁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 엄마가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달의- 사막을

사박- 사박-

고등어- 조림이

지나- 가네요-

그 노래에 사키가 연필을 쥔 손을 딱 멈추고 말했습니다.

"귀여워!"

"뭐?"

"방금 그 노래."

엄마는 고등어조림을 접시에 담으면서 말했어요.

"그래?"

"응. 넓디넓은 사막을 말야. 고등어가 종종거리면서 가는 모습이 되게 귀엽잖아요."

"...그렇고 말고"

교과서와 노트를 치우고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엄마는 말없이 조용합니다.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엄마, 왜 그래?"

"응. 있지 나중에 사키가 어른이 돼 부엌에서 고등어조림을 만들 때, 오늘 일이 생각날까... 해서."

"응... 그럴지도 몰라."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의 본명은 미야모토 카즈오로 1949년생이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 다닐 때부터 미스터리클럽에서 활동했고, 집안에 교육자가 많아 본인도 교편을 잡은 뒤 미스터리 소설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그러다 1989년 익명으로 투고한 미스터리 소설 <하늘을 나는 말>이 좋은 반응을 보인 뒤 <밤의 매미>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백로와 눈>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등 미스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은 작가가 '모녀' 가정을 보고 어린 친구들의 슬픔이라든지 두려움이라든지 기쁨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그 눈이 지켜보는 어린 사키를 써보고 싶어 집필했다고 동기를 밝힌 동화인데 오나리 유코의 귀여운 삽화와 잘 어울리는 울림 있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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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 세계를 바꾼 사소하지만 중요한 188가지 사건 하룻밤 시리즈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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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1942년 도쿄 출생으로 고등학교 교사, 대학 교수, NHK TV와 라디오 강사이며, 고교 <세계사> 편집과 집필에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이다.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1, 2>가 정사 위주라면, 이 책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에서는 일반 통사, 개설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흥미 본위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o 세계지도를 영어로 '아틀라스'라 부르는 까닭은?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의 신들이 세계를 지배하기 전 '티탄(거인족)'이라 불리는 신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있었다. 아틀라스는 엄청난 힘으로 하늘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퇴치하고 오는 길에 아틀라스에게 하룻밤 잠잘 곳을 청했다가 거절당한다. 화가 난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내보이자 아틀라스는 순간 바위산으로 변하여 현재의 지브랄탈 해협의 아프리카 북서부에 동서로 우뚝 솟은 아틀라스 산맥이 되었다.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계승한 유럽에서 후에 지도를 그릴 때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를 그려 넣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그런 이유로 세계지도를 영어로 아틀라스라 부른다.

o 역에 남아 있는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의 허영심

로마력의 7월은 카이사르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Julius, 영어로 July)'라 부르게 했다. 그러자 옥타비아누스도 자신의 탄생월 8월에 자기 이름을 붙여 '아우구스투스(Augustus, 영어로 August)'라 부르게 했고, 카이사르의 달과 같은 날수로 하기 위해 2월에서 하루를 빼서 31일이라는 큰 달로 바꾸었다.

o 기원 전과 기원 후

525년에 로마의 수도원장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는 매년 부활절 날짜를 간단하게 계산하려고 532년 주기의 부활절력을 만들고, 계산의 기점이 되는 해를 예수 탄생일로 하여 라틴어로 Anno Domini(주님의 해, 기원 후)로 정했다.

한편, 기원 전인 Before Christ는 17세기에 뉴튼 등이 세계 공통의 연표를 만들려고 노력하던 17세기에 지어져서 라틴어가 아닌 영어가 되었다.

그런데 실제 예수가 태어난 것은 기원전 4년 이전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o 예루살렘이 세 종교의 성지가 된 역사적 이유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다. 지명은 히브루어로 예루(Yeru, 일족)와 샬렘(Shalam, 평화)의 합성어이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왕국 제2대 왕 다윗이 수도로 정하고 아들 솔로몬이 신전을 세운 유대인의 성도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해진 후 부활이 이루어진 신성한 도시다.

이슬람교 입장에서 보면, 예루살렘은 이슬람교의 창성기에 마호메트가 유대교도를 본받아 이 도시를 예배의 대상으로 삼았기에 성지다.(메카, 메디나에 이은 제3의 성지)

o 가축은 도살 방식에도 의미가 있다

유대인이나 이슬람교도들은 하느님이 이름을 외치면서 가축의 피를 빼내는 것으로 동물에게서 영혼이 빠져나가 '물건'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은 돼지고기, 죽은 고기와 함께 동물의 '피'를 먹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한편, 몽골은 채소가 부족해 '생피'는 중요한 비타민과 영양을 보급하는 원천이었기에, 짐승을 먹고자 할 때는 사지를 묶고 배를 갈라 짐승이 죽을 때까지 손으로 심장을 쥐어 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o 도시 성격은 접미사에서 알 수 있다

게르만인은 성과 요새 도시에 '부르크(-burg)' 라는 접미사를 붙였고, 슬라브인은 성채도시에 '그라드(-grad)'라는 접미사를 붙었다. 중국은 벽으로 에워싸인 취락 지구를 크고 작음에 상관 없이 '읍(邑)' 이라 불렀다. 동슬라브인은 '스크(-sk)', 이란인은 '칸드(-kand)', 터키인은 '켄트(kant))'를 도시나 마을의 명칭 접미사로 사용했다.

o 전 세계로 확산된 라틴계, 게르만계 지명의 특징

고대 로마에서는 지방명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이아(-ia)'를 이용했다. 이베리아는 '이베르인의 지방', 불가리아는 '불갈인이 사는 지방', 그리스는 '그라키에인이 사는 지방' 이다. 라이베리아는 자유의 나라라는 의미가, 소말리아는 소말리인의 나라라는 의미다. 펜실베니아 주는 '펜 숲의 지방'이라는 뜻이다.

한편 게르만 사회는 '란트(-lant)' 또는 '랜드(-land)'를 지방명으로 나타내는 접미사로 이용했다. 잉글랜드는 '앵글인의 지방', 네델란드의 모태인 홀란드는 '저지대 지방', 폴란드는 '폴란드인의 지방', 아일랜드는 '서쪽 지방', 핀란드는 '핀인들이 사는 지방' 이다.

o 거신 아틀라스는 바다에도 전설에도 살아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한 도시국가 아테네에 절망하여 이집트인의 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아틀란티스 섬의 '실락원' 이야기를 완성했는데, 이것이 아틀란티스 전승의 시작이다.

o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지금도 흔적을 남기고 있다.

7요일의 이름 중 게르만족이 섬기는 신들의 이름에서 유래한 요일이 있는데 주신 오딘(Odin=Wodan)의 이름은 Wednesday에, 그 아내이며 가정과 결혼을 다루는 신 프리그(Frigg)의 이름은 Friday에, 군신 티코르의 이름은 Tuesday에, 뇌신 릴의 이름은 Thursday에 흔적이 남아 있다.

o 파키스탄 국명의 유래

스탄(-stan), 이스탄(-istan)은 페르시아어로 지역, 지방, 나라를 의미하는 말이다. 파키스탄은 주요 네 지방, 즉 펀자브(p), 아프간(a), 카시미르(k), 신도(s) 주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o 왜 이슬람교에는 라마단이 있을까

630년 메카를 정복한 마호메트는 "모든 계급은 소멸했다. 당신들은 아담의 자손으로 평등하다"라고 선언했다. 이슬람력 제9월인 라마단(단식월)에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환자, 임산부, 유아 등을 제외한 이슬람교도들은 모든 음식이 금지된다. 가난하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신도의 고통을 함께 체험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o 카드 그림은 신분제를 상징한다

다이아몬드는 상인의 '돈', 스페이드는 기사의 '검', 하트는 성직자의 '성배', 클로버는 농민의 '나무막대'를 의미하며 조커는 '거리의 재주꾼'을 상징한다.

o 마녀재판은 사실 인텔리가 선동했다

마녀재판의 전성기는 르네상스, 종교개혁의 시대였다. 16, 17세기 마녀 사냥의 전성기에 대략 30만~50만이 희생당했다. 이때 카톨릭 뿐 아니라 프로테스탄트도 열렬히 마녀사냥에 뛰어들었는데, 인문주의자나 종교개혁자 등 인텔리가 자신들의 행동을 '정의'라고 긍정했다고 한다.

o 알렉산드로스의 무모함이 역사를 바꿔 놓았다.

기원전 333년경에 알렉산드로스군은 현재 터키의 앙카라 부근에 위치하고 있던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움에 들어갔다. 거기엔 '고르디우스의 수레'가 신전 기둥에 묶여 있었는데, 그 매듭이 어찌나 복잡한지 "이 매듭을 푼 사람은 누구든 전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리라"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었다. 허영심에 사로잡힌 알렉산드로스는 매듭을 풀려했으나 여의치 않자 칼을 빼서 매듭을 잘라 버렸다. 이때부터 규칙을 무시하거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다"라고 말하게 되었다.

o 아라비아 어원의 영어가 말하는 이슬람 문명의 선진성

영어화된 아라비아어 : admiral, caravan, magazine, check, cotton, sugar, syrop, coffee, pajamas, sofa...

o 세계사를 크게 바꾼 아일랜드의 감자 대흉작

1845년 감자가 말라 버리는 질병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이후 수년간 약 100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기아와 발진티푸스 등으로 사망했고, 15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고향을 버리고 영국이나 미국 등으로 이주했다. 이러한 '감자 농민'의 대거 미국 이주가 되풀이 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까지 무려 55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일랜드에서 국외로 이주하였다.

o 알래스카를 통째로 미국에 팔아 넘긴 러시아

19세기 중반 돈이 되는 30만 마리의 해달이 모두 절멸 직전까지 가자 러시아는 이 땅이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1867년에 720만 달러라는 헐값에 미국에 팔아넘긴다. 이후 19세기 말 대량의 금이 알래스카에서 산출된다.

o 이슬람 원리주의의 나라 사우디 아라비아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기에는 "알라 외에 신은 없다. 마호메트는 그 사도이다"라는 문구와 무력을 표시하는 '검',이 그려져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이름은 '사우드가'의 '아라비아'라는 의미이다. 사우드가의 압둘 아지즈(1880-1953)는 1902년에 쿠웨이트에서 10년간 망명생활을 하다 리야드의 성을 탈환하고 그후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을 지배하다 1932년에 사우디아라비아 건국을 선언했다. 그는 1953년에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는데 그의 몸에는 43군데나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o 기구한 인생이 낳은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스페인 사람 세르반테스(1547~1616)는 귀머거리에 가난해서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1571년 레판토 해전에 참가해 가슴에 두 군데 상처를 입고 왼손의 자유를 잃었으며, 1957년 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전쟁에 참가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오스만 제국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생활을 했다. 5년 뒤인 33세에 겨우 몸값이 지불되어 마드리드로 귀환한 세르반테스는 식량 징발원, 세금 수금원 등으로 일했으나 그가 공금을 맡기던 은행이 파산하고 상사의 범죄에 연루되어 투옥되기까지 한다. 1605년 궁핍한 형편에서 집필하고 있던 <돈 키호테>가 가까스로 발간되어 문인으로서 명성을 얻은 나이는 58세였다.

o 이문화와의 조우가 낳은 '모른다'는 이름의 동물

영국의 항해사이자 탐험가 제임스 쿡은 1770년 호주 동부 해안 지방에 상륙해 폴짝폴짝 두 다리로 뛰어다니는 기묘한 대형 동물을 보고 원주민에게 "저건 뭐지"라고 물었다. 원주민은 "캥거루!"라고 답했다. 그 뜻은 "모른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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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전투 코끼리 선스시 동물동화 3
선스시 지음, 이지혜 그림, 윤지양 옮김 / 다락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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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스시는 1952년 생으로, 1969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윈난 국경지대의 시솽반나 다이족 마을에서 18년간 지냈다고 한다. 류츠신의 <삼체>를 보면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홍위병들의 광기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들자 공산당이 이들을 전국 각지의 농촌으로 흩어버리는 내용이 나온다. 선스시 역시 이러한 정책의 희생양이었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때로는 '맨발의 의사'로, 때로는 동물을 관찰하는 과학자로 등장하는 데 공산당의 명령에 따라 그때 그때 오지 마을에서 필요한 업무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코끼리 발의 가시를 빼 주다>는 단기간의 의술 교육만 받고 오지 마을에 파견된 '맨발의 의사'인 화자가 집체만한 코끼리에게 이끌려가 아기 코끼리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내용이다. 코끼리는 그 댓가로 커다란 야생 벌집을 가져다 준다.

<최후의 전투 코끼리>는 뒷맛이 씁쓸한 작품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 되기 전 쉬솽반나 지역에는 코끼리로 구성된 '상병' 부대가 있었다. 이 부대는 왜놈들이 미얀마를 침략 하였을 때 80여 마리가 몰살 당하면서 해체되고 만다. 그 때 유일하게 생존한 가숴라는 코끼리가 사람들 손에 거둬져 50살이 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숴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전투 코끼리 차림을 한 뒤 코끼리 무덤을 찾아 간다. 다분히 선전적 느낌의 작품이다.

코끼리는 우두머리 수컷이 대규모 무리를 이끌다가 젊은 도전자에게 패배하면 무리에서 무리에서 떨어져 지낸다고 한다. 그러다 죽을 때가 되면 코끼리 무덤을 찾아가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고 하는데 <코끼리 무덤>은 한 우두머리의 쓸쓸한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코끼리가 대규모로 물을 마시러 나타나자 악어와 코뿔소가 조용해 지고 사자도 멈칫 거리다 털레 털레 어디론가 사라지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약육강식의 밀림에서 어쩌면 코끼리가 경찰일지도 모른다는 <코끼리 경찰>은 이러한 광경을 유쾌하게 담고 있다.

<죽음의 놀이>는 경찰견 라라가 폭주하는 코끼리를 차분하게 진정시켜 철제 우리에 다시 가둔다는 내용이다.

<멧돼지 발판>은 철저히 인간 우위의 시각에서 쓰여진 작품이다. 멧돼지와 함께 함정에 빠진 화자는 멧돼지를 발판 삼아 함정에서 탈출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멧돼지를 함정에 내팽개치고 떠나버린다.

<멧돼지 죄수>는 멧돼지들이 자진해서 호랑이를 따라 다니며 희생양이 된다는 내용이다. 멧돼지 입장에서는 그 편이 생존률이 높기 때문이라는데 동물의 습성이 아닌 인간의 시각에서 사회공학적 해석을 덧붙이고 있어 썩 잘 된 작품 같지는 않다.

<멧돼지왕>은 작품집에서 유일하게 동물의 입장에서 쓰인 소설이다. 어렸을 적에 사람 손에 의해 길러진 멧돼지가 야생성을 획득하고 자신의 돼지 무리를 이끌게 된다는 내용이다.

<반달가슴곰과 나의 역도 시합>은 어리석고 질투심 많은 반달가슴곰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꾀를 쓰는 내용이고, <갈색곰 이야기>는 우연히 어미곰과 떨어진 아기곰을 키우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기곰을 빼앗긴 어미곰은 인간을 집요하게 쫓아 다니며 공격하지만 정작 아기곰이 위험에 빠지자 인간을 찾아와 아기곰을 부탁한다.

선스시 동화의 특징은 동물들의 습성을 작품에 잘 담아 내면서도 철저히 인간의 관점에서 재구성 된 결말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공산주의적 인본주의 영향이라고 할까, 문학을 선전 도구로 이해하는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할까. 어딘지 모르게 계몽적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응당 ~하지 않겠는가?' 식의 당위에 호소하는 문투는 동화적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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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들어선 길에서 (구) 문지 스펙트럼 17
귄터 쿠네르트 지음, 권세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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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스펙트럼 외국 문학선 17권 <잘못 들어선 길에서>는 <잘못 들어선 길 및 또 다른 방황들 Auf Abwegen und andere Verirrungen, 1988년>에서 일부를 골라 번역한 작품집이다.

작품들은 사회주의 동독이라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비판, 전망 부재에서 오는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상상, 거대 담론과 세계 개조에 대한 불신 등이 담겨있다.

<변증법적 유물론>을 역사에 기계적으로 대입하여 만들어낸 <역사적 유물론>에 따라 자본주의는 종말을 고하고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곧 펼쳐지리라는 신흥 사회주의 종교에 좌절한 작가의 음울한 중얼거림이 작품 저변에 깔려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아담과 이브>이다.

소설이 시작되면 '나'는 "아내는 허연 수염을 기르고 있는 데다가 대머리다. 우리는 시리우스로 가는 중이며 아직 아이가 없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곧이어 "신이 자기 본래의 전형을 본뜬 존재를 창조하려는 기도는 그 복사품인 우리가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던 경솔한 착각이 아니었을까" 라고 중얼거린다.

얼마 전, '나'는 우주선이 연락 두절 상태에 빠지자 납으로 봉인된 함에서 긴급 상황을 위해 작성된 명령서를 꺼냈다. 마치 <요한 묵시록>과 같은 명령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두 우주 비행사는 첫째, 우주선을 궤도에서 이탈시켜 지구와 비슷한 혹성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리우스 방향으로 전진시킨다. 둘째, 인간 생명체가 재생산되어야 하므로 종족 보존의 불가피성을 통찰하고 한 명이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 한다.

화자는 명령서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동료 E를 마취시킨 뒤 성전환 수술을 시키고 내켜하지 않는 E를 설득시켜 관계를 맺어 가며 우주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혁명 직후, 소비에트와 적군은 제국주의와 결탁한 백군을 상대로 오랜 내전을 치루면서 스탈린 일당 독재로 전환된다. 자본주의에 승리하기 위해 생산력 증대가 제1 과제라는 미명하에 자본가 대신 국가가 직접 착취하는 기형적인 체제는 사회주의 이상과 매우 동떨어진 기묘한 사회였다.

이러한 사정은 동구권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났는데, 동독 같은 경우 국가사회주의 종주국 러시아의 하위 파트너로서 이중의 질곡에 시달렸다.

도그마에 빠진 광신도들이 소아병적 태도와 교조주의로 무장하고 현실 사회를 미화하는 것 외 어떤 사상과 행동도 용납치 않는 닫힌 사회에서, 작가 귄터 쿠네르트는 SF소설 형식으로 동독 사회를 그려낸다.

유물론적 사관에서 말하는 지상낙원이라는 목적지에서 한참 벗어나(우주선의 궤도 이탈), 알 수 없는 또 다른 낙원을 향해 나아가며(시리우스행),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스탈린주의 경전을 맹목적으로 믿으며(긴급상황 명령서), 인간의 욕망을 강제로 거세한 채 관계를 가져야 하는 정신 나간 현실(교조주의). 그것이 귄터 쿠네르트가 이야기하는 국가사회주의의 아담과 이브이다.

<바라던 아이>는 더욱 직접적이다. 아이가 말을 하고 사고를 할 시기가 되어도 반푼이처럼 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자 부모는 그 말을 제멋대로 해석하여 '아이가 미래를 예언한다'고 자위하는 내용인데, 형편 없는 동독 사회주의 체제의 현재를 밝은 미래를 예언하는 맹아적 시기에 불과하다고 선전하는 동독 지배자를 비아냥대는 것 같다.

이런 내용은 <잘못 들어선 길에서>에서도 반복된다. '바덴펠트'라는 곳을 향해 가던 두 부부는 어느 순간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깨닫는다. 길 한쪽에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것임에 분명한 집 한 채가 있었고, 작중 인물들도 그 집에 오줌을 내깔기고 악취가 난다고 질색한다. 그런데 그 집을 떠나 본래 목적지로 가려던 그 때 슐츠라는 인물은 머뭇대더니 "고향! 고향!"이라고 몇 번이고 외친다. 잘못 돌아가고 있는 동독 사회를 극복하지 못하고 퇴행적인 태도로 머뭇대며 "고향!"을 외치는 반동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그밖에 현대 SF 소설에서 꽤나 자주 차용해 먹는 아이디어가 담긴 소설이 있는데, <병 통신>은 영화 <매트릭스>처럼 인간육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여 사회가 굴러가는 디스토피아를 묘사하고 있고, <때아닌 안드로메다 성좌>는 P.D.제임스의 <콰이터스>에 나오는 노인말살계획과 유사한 이야기다.

<올림피아2>는 TV 뉴스 앵커가 어느 날 부터 나에게 이야기를 걸어와 -다른 의미로는 감시하는- 방송국에 찾아가 보니 로봇이 있었다는 결말이고, <G, 라는 남자와의 만남에 대한 검열관의 보고>는 시를 정치적 논리로 분해하고 검열하는 이야기다.

또, 자신이 살해한 사람은 그 집으로 배달해 처리토록 한다는 <가정 배달>, 감시와 통제 사회에서의 사랑과 불륜을 담은 <러브스토리-메이드 인 DDR(동독)><장례식은 조용히 치러진다>, 인간의 삶을 과학적 진화론으로 규정하려는 <대리인>, 18세기 프로이센부터 히틀러 시대까지를 살아낸 강철인간 이야기 <동화적인 독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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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카를로 프라베티 지음, 김민숙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루크레시오는 동료 수프가 점찍어 준 집에 좀도둑질을 하러 들어갔다가 열 살이나 열한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와 맞닥뜨린다. 꼬마는 머리칼 한 올 없는 대머리였는데, 자신의 이름이 칼비노라고 했다. 루크레시오는 말썽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칼비노에게 자신은 얌전히 집 밖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하지만, 칼비노는 집 안의 장치들을 조작해 루크레시오가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이어진 대화는 다소 이상했는데, 꼬마는 루크레시오의 과거에 대해 꽤 자세히 알고 있었다. 특히 루크레시오의 전과에 대해 위협하듯 언급한 뒤 이상한 제안을 했다. 자신의 아빠가 급히 어딜 가서 한동안 못 돌아올 것 같으니 아빠 노릇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루크레시오는 물론 제안을 받아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로키라는 이름의 개(사실은 늑대)까지 동원해 협박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대역을 하기로 하고 머리를 박박 민다. 그리고 이때부터 루크레시오는 상식과 매번 조금씩 엇나간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도서관에서 자신을 실버 선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루크레시오가 묻는다.

"그러니까 마음속으로는 당신이 실버 선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군요......"

"자네는 왜 내가 실버 선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실버 선장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작품 속 인물이잖아요."

"바로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나폴레옹의 삶이나 인생을 천분의 일이라도 똑같이 재현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나폴레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짜' 미친 거라네."

작가는 또 다시 자신을 후크 선장이라고 믿는 이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다른 책들처럼 <보물섬>도 말이야, 하나의 설계도면일세. 일개 집을 넘어서 상상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이 있는 도면 말일세. 매혹적인 인물들이 사는 하나의 세상이지. 그 도면은 간단해. 몇 장의 종이 위에 글자가 줄지어 있을 뿐이지.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독자가 자기 상상력으로 창조해내는 세계는 그 책-도면을 넘어서 무궁무진하다네."

"하지만 책은 우리를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들잖아요"

"거리를 두게끔 돕는 거죠......책을 읽을 때... 특정 등장인물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들의 모험을 재현하지요. 이게 당신이 말한 대로 잠시나마 우리의 일상에서 스스로를 멀어지게 하는 거죠. 하지만 만약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그러니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질문을 하게 만든다면, 나중에 우리가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좀더 강하고 지혜롭게 만들어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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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카를로 프라베티는 뉴욕 과학 아카데미 정회원인 수학자이면서 50권이 넘는 소설을 쓴 작가이다. 이탈리아 볼로냐 출생인데 여덟 살부터 스페인에서 자란 탓에 책은 스페인어로 쓴다고 한다.

얼핏 보면 농담 같은 대화들로 구성된 이 소설은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준다. 현실의 인물이 아닌 작품 속 인물이야 말로 우리가 감정 이입하고, 응원하고, 그 사람이 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대상이다.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계를 유영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달라진 모습으로 다음번 사상 속 여행을 것. 그것이 독서의 소박한 즐거움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루크레시오가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에 빠져 칼비노의 집에 좀도둑질을 하러 들어간 뒤 자신의 상식과 어긋나는 상황에서 엉뚱한 질문들을 받는 과정을 <아담스 패밀리>풍 스토리로 엮어 낸 이 작품은 2007년에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엘 바르코 데 바포르 상을 수상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70652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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