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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오나리 유코 그림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3학년인 사키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사키의 엄마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어른들의 세계를 책으로 써내지만, 사키에게도 종종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사키가 잠들 기 전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자 엄마는 사나운 곰군 이야기를 들려준다. 곰군은 못된 녀석이었는데 신호등을 한 방에 부수기도 하고, 주위의 모든 걸 보라색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곰군 때문에 곤란해 하자 아라이네 아저씨가 곰군을 집으로 데려가 아들로 삼기로 한다. 그 뒤로 곰군은 양처럼 순해져서 매일 매일 시키는 대로 얌전히 빨래도 하면서 지내게 되었다. 사키가 왜 그런거냐고 묻자 엄마는 곰군이 아라이 아저씨네 집으로 갔으니 아라이곰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해준다.
(아라이 아저씨 성을 따서 쿠마가 아라이쿠마=빨래하는곰=미국너구리가 되었다는 언어유희)
다음 날 사키는 곰군이 아라이 아저씨한테 속아서 성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자 엄마는 사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성이 바뀐 곰 이야기에 사키가 동정심을 보인 것은 사키의 부모가 이혼해서 사키의 성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한 사키와 엄마의 이야기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 따뜻함이 녹아 있는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이어진다.
엄마가 하는 말을 아이다운 상상력으로 잘 못 들어 빚어진 오해, 무서운 이야기와 별자리 이야기, 동네 할머니와 나눈 식물 이야기,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엄마와 함께 집 안에서 정감 어린 대화를 나누다 잠드는 이야기 등등
그 중에 표제와 연관이 있는 이야기 하나.
가을로 들어선 어느 저녁 무렵입니다. 엄마는 고등어조림을 만드는 중이에요. 집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부엌 안은 된장 냄새가 그윽하고요. 사키는 식탁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 엄마가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달의- 사막을
사박- 사박-
고등어- 조림이
지나- 가네요-
그 노래에 사키가 연필을 쥔 손을 딱 멈추고 말했습니다.
"귀여워!"
"뭐?"
"방금 그 노래."
엄마는 고등어조림을 접시에 담으면서 말했어요.
"그래?"
"응. 넓디넓은 사막을 말야. 고등어가 종종거리면서 가는 모습이 되게 귀엽잖아요."
"...그렇고 말고"
교과서와 노트를 치우고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엄마는 말없이 조용합니다.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엄마, 왜 그래?"
"응. 있지 나중에 사키가 어른이 돼 부엌에서 고등어조림을 만들 때, 오늘 일이 생각날까... 해서."
"응... 그럴지도 몰라."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의 본명은 미야모토 카즈오로 1949년생이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 다닐 때부터 미스터리클럽에서 활동했고, 집안에 교육자가 많아 본인도 교편을 잡은 뒤 미스터리 소설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그러다 1989년 익명으로 투고한 미스터리 소설 <하늘을 나는 말>이 좋은 반응을 보인 뒤 <밤의 매미>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백로와 눈>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등 미스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은 작가가 '모녀' 가정을 보고 어린 친구들의 슬픔이라든지 두려움이라든지 기쁨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그 눈이 지켜보는 어린 사키를 써보고 싶어 집필했다고 동기를 밝힌 동화인데 오나리 유코의 귀여운 삽화와 잘 어울리는 울림 있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85760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