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전투 코끼리 선스시 동물동화 3
선스시 지음, 이지혜 그림, 윤지양 옮김 / 다락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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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스시는 1952년 생으로, 1969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윈난 국경지대의 시솽반나 다이족 마을에서 18년간 지냈다고 한다. 류츠신의 <삼체>를 보면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홍위병들의 광기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들자 공산당이 이들을 전국 각지의 농촌으로 흩어버리는 내용이 나온다. 선스시 역시 이러한 정책의 희생양이었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때로는 '맨발의 의사'로, 때로는 동물을 관찰하는 과학자로 등장하는 데 공산당의 명령에 따라 그때 그때 오지 마을에서 필요한 업무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코끼리 발의 가시를 빼 주다>는 단기간의 의술 교육만 받고 오지 마을에 파견된 '맨발의 의사'인 화자가 집체만한 코끼리에게 이끌려가 아기 코끼리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내용이다. 코끼리는 그 댓가로 커다란 야생 벌집을 가져다 준다.

<최후의 전투 코끼리>는 뒷맛이 씁쓸한 작품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 되기 전 쉬솽반나 지역에는 코끼리로 구성된 '상병' 부대가 있었다. 이 부대는 왜놈들이 미얀마를 침략 하였을 때 80여 마리가 몰살 당하면서 해체되고 만다. 그 때 유일하게 생존한 가숴라는 코끼리가 사람들 손에 거둬져 50살이 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숴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전투 코끼리 차림을 한 뒤 코끼리 무덤을 찾아 간다. 다분히 선전적 느낌의 작품이다.

코끼리는 우두머리 수컷이 대규모 무리를 이끌다가 젊은 도전자에게 패배하면 무리에서 무리에서 떨어져 지낸다고 한다. 그러다 죽을 때가 되면 코끼리 무덤을 찾아가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고 하는데 <코끼리 무덤>은 한 우두머리의 쓸쓸한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코끼리가 대규모로 물을 마시러 나타나자 악어와 코뿔소가 조용해 지고 사자도 멈칫 거리다 털레 털레 어디론가 사라지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약육강식의 밀림에서 어쩌면 코끼리가 경찰일지도 모른다는 <코끼리 경찰>은 이러한 광경을 유쾌하게 담고 있다.

<죽음의 놀이>는 경찰견 라라가 폭주하는 코끼리를 차분하게 진정시켜 철제 우리에 다시 가둔다는 내용이다.

<멧돼지 발판>은 철저히 인간 우위의 시각에서 쓰여진 작품이다. 멧돼지와 함께 함정에 빠진 화자는 멧돼지를 발판 삼아 함정에서 탈출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멧돼지를 함정에 내팽개치고 떠나버린다.

<멧돼지 죄수>는 멧돼지들이 자진해서 호랑이를 따라 다니며 희생양이 된다는 내용이다. 멧돼지 입장에서는 그 편이 생존률이 높기 때문이라는데 동물의 습성이 아닌 인간의 시각에서 사회공학적 해석을 덧붙이고 있어 썩 잘 된 작품 같지는 않다.

<멧돼지왕>은 작품집에서 유일하게 동물의 입장에서 쓰인 소설이다. 어렸을 적에 사람 손에 의해 길러진 멧돼지가 야생성을 획득하고 자신의 돼지 무리를 이끌게 된다는 내용이다.

<반달가슴곰과 나의 역도 시합>은 어리석고 질투심 많은 반달가슴곰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꾀를 쓰는 내용이고, <갈색곰 이야기>는 우연히 어미곰과 떨어진 아기곰을 키우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기곰을 빼앗긴 어미곰은 인간을 집요하게 쫓아 다니며 공격하지만 정작 아기곰이 위험에 빠지자 인간을 찾아와 아기곰을 부탁한다.

선스시 동화의 특징은 동물들의 습성을 작품에 잘 담아 내면서도 철저히 인간의 관점에서 재구성 된 결말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공산주의적 인본주의 영향이라고 할까, 문학을 선전 도구로 이해하는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할까. 어딘지 모르게 계몽적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응당 ~하지 않겠는가?' 식의 당위에 호소하는 문투는 동화적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77927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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