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의 매그놀리아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
안도 미키에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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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에피소드는 주인공 도코와 최근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미호의 이야기다. 도코는 미호가 안쓰러워 함께 레인보 빌딩에 놀러가는데 거기서 거대한 심해어가 휙 스쳐 지나는 것을 보게 된다. 도코는 미호에게 할아버지가 작별 인사를 하러 왔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고지식하지만 정의감 넘치는 친구 린이 등장한다. 린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기 때문에 친구가 별로 없다. 도코는 어느 날 린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내려야 할 정류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내린다. 어쩌면 우정은 아주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지나츠와 함께 한 학교 괴담이다. 친구가 두고간 돈보 다마를 슬쩍 하려던 아이들과, 정직한 후카이 선생님의 괴담이 아이들의 여물지 못한 도덕의식과 어우러져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네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쿠로모리의 축제에 참가한 도코가 평소 좋아했던 세키타와 만난다다. 도코는 '개화의 춤' 공연에서 등나무 역할을 맡는데 거기서 사자춤을 추는 이가 세키타였다. 세키타가 무언가 고백할 것이 있는 눈치여서 도코는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지지만 사실은 등나무 역할을 안정적으로 맡아줄 사람을 구하려던 세키타의 행동이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왕따를 당해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키짱과 도코가 스키장에 고립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부여주며 세상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여섯번째 에피소드는 외숙모와 외삼촌의 추억이 서려 있는 동백나무를 이웃집 심술궂은 부자가 베려 들자 외삼촌이 옆집 아이를 놀래켜서 나무를 보존한다는 동화적 이야기다.

주인공 도코는 열 네살의 중학교 1학년 소녀이다. 어머니 심부름을 귀찮아 하고, 친구들과 갈등을 겪기도 하며, 잘생긴 남자애가 말이라도 걸라치면 얼굴이 빨개지는,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다.

소설은 5월 부터 이듬 해 3월 까지 도코가 겪은 에피소드를 따뜻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도코가 해질녘 느끼는 이질적인 감각이나 미지의 존재들도 도코를 조용히 어루만지는 온화한 아우라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이것은 소설 속 이야기다' 라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에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읽고 위안 받고 싶었으므로, 불만은 없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253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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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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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서세현은 아버지 윤조균의 연쇄 살인을 어쩔 수 없이 거들며 인체 해부를 익힌다. 불가해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던 어느 날, 운 좋게 윤조균을 죽인 세현은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의과대에 진학한다. 세현은 천재적인 해부 솜씨로 동기들은 물론 교수까지 경악하게 만들지만, 이후 병원에서 자신만의 치료법을 실험하려다 들통 나 쫓겨난 뒤 법의관이 된다.

수많은 시신을 사법해부 하며 보내던 어느 날, 용천경찰서 강력반 정정현 팀장이 부검을 의뢰한 시신에서 세현으은 강력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 수법은 윤조균의 그것이었다. 시체가 연달아 발견 되고, 언론은 범인에게 '재단사 살인마'라는 별칭을 붙였다.

세현은 만약 '재단사 살인마'가 윤조균이라면, 그가 검거되어 조사 받는 과정에서 시체 처리를 돕던 자신의 과거도 까발려질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세현은 자신이 먼저 윤조균을 찾아내기 위해 정현에게 유력한 단서를 제공하면서 수사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완성도가 떨어지는 구성과 문장, 난잡한 인물 묘사, 허술한 설정으로 인해 정식 출간된 소설이 맞는가 의문이 들 정도의 작품인데, 드라마화 되어 현재 디즈니+에서 방영중이다.

작가가 경찰행정학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경찰 조직과 수사에 관한 묘사는 문외한이 쓴 듯하고, 생활인으로서의 흔적이 글에서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등장인물의 내면심리는 일관되지 못하고, 간간히 서술트릭까지 되는대로 섞어대니 조잡한 야바위에 놀아나는 느낌이다. 매력적인 인물이 없어 소설에 몰입할 수가 없다.

한밤중에 차 배터리가 나갔다며 점퍼 케이블을 빌리자는 낯선이의 말에 선뜻 문을 열어준다든가, 경찰서장이 자신과 다른 이유를 제시한다는 이유로 강력계 팀장의 귀싸대기를 갈긴다든가, 언니와 닮은 사진을 들고가 지문 검사도 없이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는다든가, '탑차' 인데 '포장'을 쳤다는 묘사에 갸우뚱해가며 고통스럽게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종국에 신파적 결말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20856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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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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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블레리오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생계를 위해 전기면도기나 의약품 설명서 따위를 닥치는 대로 번역한다. 벌이는 그다지 시원치 않아 아내 사빈이 안정적으로 벌어 들이는 수입에 기생하고 있으며, 때때로 옛 동성 애인을 찾아가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주고 그 댓가로 푼돈을 우려낸다.

어느 날 영국 여자 노라가 블레리오에게 돌아온다. 그녀는 2년 전 블레리오의 곁을 훌쩍 떠났다. '2년 동안 시련의 시간에 갇혀서 늙어 가는 일에만 스스로를 체계적으로 적응'시켜 가던 블레리오는 노라에게 왜 자신을 떠났는지 묻는다. 노라는 '돌아와 자기를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나는 그런 여자야. 나는 내가 자유롭다는 걸 느껴야만 하지' 라고 대답한다.

한편 노라는 영국에서 증권중개인 머피의 선의에 기대어 생계를 의탁하다 그를 훌쩍 떠나 블레리오에게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노라는 떠나면서 5천 유로를 들고 왔지만 머피는 그 돈을 도둑 맞았다고 생각하기는 커녕 더 달라면 더 주었을 남자였다.

다시금 욕망에 사로잡힌 블레리오는 노라와 정사를 벌인다. 욕망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블레리오는 사빈을 속이는 일을 점차 힘겨워하다 결국 노라와의 전화 통화를 들키고 만다. 사빈의 냉담한 태도에 묵인의 분위기가 풍겼으므로 블레리오는 사빈의 출장지를 따라가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하지만 그 여행이 노라의 심기를 건드려 블레리오와 노라는 심하게 다툰 뒤 헤어진다. 이후 사빈이 블레리오에게 퇴거 통보를 내림에 따라 블레리오는 비 맞은 떠돌이 개 신세가 되고 만다.

영국으로 돌아간 노라는 신경쇠약에 걸려 미쳐버리고, 머피는 미국으로 떠난다. 블레리오는 노라를 찾아가지만 과거와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자끄 라깡은 <정신분석의 윤리>에서 궁정풍 연애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욕망이란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현대 사회에서 궁정풍 연애와 유사한 상황에 투신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불륜이 아닐까 한다. 이미 실현된 관계를 버리고 실현될 수 없는, 즉 법과 도덕이 금계를 쳐놓은 관계를 바라보는 순간 그는 기사가 되고 상대방은 The Lady로 화한다. 금계를 느끼는 순간순간 욕망은 증폭된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기존 관계가 해소되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관계, 즉 당초 혼인관계가 파국을 맞는 순간 '불륜'은 '건전한 연애' 로 변화한다. '건전한 연애'에는 금계가 없고, 금계가 없는 곳엔 욕망이 없다. 속된 말로 '새것이 헌것' 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욕망은 지금의 이 관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금계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 뿐이다. 이것이 욕망의 변증법인지도 모른다.

블레리오는 기사로 남았어야 했지만 사빈과의 관계가 단절됨에 따라 기사 작위를 잃어버린다. 기사가 아닌, 법적으로 정사를 벌임에 아무 제약이 없는 블레리오는 노라를 적극적으로 욕망하지 못하고, 노라 역시 블레리오가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블레리오는 새로운 여자와의 관계에서 대단히 수동적이고, 욕망의 대상을 잃어버린 노라는 분열 상태가 되고 만다. 한편 이러한 욕망의 관계에서 '선의'로 노라를 대한 머피는 나선의 계단을 벗어나 미국으로 떠난다. 그의 행동준칙은 욕망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0년 프랑스 페미나 상 수상작으로 오즈 야스지로의 지루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소설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1767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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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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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칼손은 100세 생일 축하 파티가 열리기 1시간 전 말름셰핑 마을 양로원 창문을 넘어 탈출한다. 얼마 후 백 세 노인은 말름셰핑 터미널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Never Again이라는 글자가 세겨진 청재킷을 입은 청년이 매우 불손한 태도로 잠시 맡아 달라고 요구한 커다란 회색 트렁크를 훔쳐 버스에 오른다.

지폐가 가득 든 트렁크를 잃어버린 갱단 Never Again은 조직원을 보내 알란 칼손을 뒤쫓지만 어찌된 셈인지 알란 칼손과 좀도둑 율리우슨 욘손, 핫도그 노점상 베니, 코끼리를 키우는 '예쁜 언니'로 구성된 일행에게 번번히 격퇴 당한다.

2013년에 선물 받은 책인데 이제서야 꺼내 읽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구성과 아이디어를 완벽히 표절한 책으로, 주인공 알란 칼손이 100년을 살면서 세계사의 중요 장면 마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해 공화파에서 싸우다 엉뚱하게도 프랑코 장군을 구해 친구가 되는가 하면, 미국과 소련의 핵폭탄 개발에 참여하여 핵심 역할을 하고,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란과 북한을 종횡무진한다.

문제는 알란 칼손은 철저히 탈정치적 인물이라는 설정이라 세계사의 중요한 국면이 가지는 의미나 교훈 따위는 개나 주고 철저히 희화화하여 소설 소재로 써먹을 뿐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책들은 중립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작가의 빈약한 세계관을 고백할 뿐인, 교훈 없는 시시껄렁한 농담에 불과한 책이다. 소설이 중립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철저히 사유를 거부할 때 반짝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을 견디기는 어렵다. 농담은 유행을 타니까.

And no other attitude is to be expected, for there can be no "impartial" social science in a society based on class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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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조금 추운 극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43
김승일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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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항상 조금 추운 극장>은 연인과 헤어진 후 극장에 간 이야기다. 극장 스크린에는 좀비로 분장한, 또는 분장했다고 믿고 싶은 옛 연인이 스쳐 지나가고, 그녀가 고양이였더라면 어땠을까 가정하고, 아직도 나를 좋아하는지 여전히 궁금하고, 그러면서도 그녀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심사들이 도시적인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되고 있다.

죄다 산문시인 이 시집의 작품들은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나름대로 세련된 맛도 있다. 하지만 그의 시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을 성 싶지는 않다. 삶이든, 사랑이든, 인생이든, 그 무엇이든 체로 여러번 거르고 거른 뒤 다듬고 손을 보아 시어로 녹여낸 흔적이랄까, 고뇌랄까, 그런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시 작법에 관한 그의 재기발랄한 시들도 거북하다. 마치 마술사가 자신의 마술 비법을 까발리면서, '봐라, 내가 이렇게까지 진실하다' 라는 아이러니한 표정을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거야 말로 기술이고, 시는 그런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고 믿는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취향의 문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0863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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