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항상 조금 추운 극장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43
김승일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평점 :
표제작 <항상 조금 추운 극장>은 연인과 헤어진 후 극장에 간 이야기다. 극장 스크린에는 좀비로 분장한, 또는 분장했다고 믿고 싶은 옛 연인이 스쳐 지나가고, 그녀가 고양이였더라면 어땠을까 가정하고, 아직도 나를 좋아하는지 여전히 궁금하고, 그러면서도 그녀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심사들이 도시적인 언어로 담담하게 서술되고 있다.
죄다 산문시인 이 시집의 작품들은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나름대로 세련된 맛도 있다. 하지만 그의 시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을 성 싶지는 않다. 삶이든, 사랑이든, 인생이든, 그 무엇이든 체로 여러번 거르고 거른 뒤 다듬고 손을 보아 시어로 녹여낸 흔적이랄까, 고뇌랄까, 그런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시 작법에 관한 그의 재기발랄한 시들도 거북하다. 마치 마술사가 자신의 마술 비법을 까발리면서, '봐라, 내가 이렇게까지 진실하다' 라는 아이러니한 표정을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그거야 말로 기술이고, 시는 그런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고 믿는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취향의 문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08635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