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순전히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기억력에 의존하여 씌여진 글이다. 자연스레 어느새 유럽의 촉망받는 작가라는 이름을 얻은 츠바이크는  가장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시대를 살아야 했다.  철저한 자유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였던 츠바이크는 이 무질서하고 난폭한 세상의 칼날을 피할 수도 없었으며 세상의 서릿발 같은 칼을 받아치기에 그 자신의 방패는 너무나 약했다.

문단에 츠바이크 자신의 이름을 올린 후 수많은 예술가, 철학자들과 교류하면서 때론 그들에게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찾기도 하고 그들의 숭고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배우기도 하였다. 자신의 그들과의 교감에 대한 추억 저편을 여행하면서 남긴 이 글은 지금의 독자들에게 그 당시의 정열적인 예술가, 철학자들과 관계를 맺을 기회와 그들 옆으로 한걸음 다가서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의 방대한 분량의 글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 없이 순전히 츠바이크의 기억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츠바이크 자신이 누구를 만났으며 만난 시기는 언제이며 그때의 느낌은 어땠는지 아주 상세히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이러한 글들이 과연 그의 기억력의 승리라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그당시 작가의 심정이 약간은 이해가 된다. 돌아가려해도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의 장소를 먼 타국의 땅에서 자신의 옛 시절, 친구, 가족들을 생각하는 가슴 저린 작가를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작가는 좀 더 자신의 기억이 세밀하길 바랐을 것이다.

츠바이크 자신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글이 완성되길 원한것이 아니라 한 시대가 주인공인 시대의 전기가 완성되길 바랬다.  그 시대의 時生이 너무나 사연이 많고 기구했기에 작가의 기교가 없더라도 그 시대의 아픔과 시대속의 지성인들의 아픔이 전해진다.

내가 살았던, 살아가고 있는, 살아갈 나의 시대는 과연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것인가. 나의 세월, 시대가 가슴아픈 추억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길 바란다. 또한 이 시대의 사람들 또한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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