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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나막신 ㅣ 우리문고 1
권정생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강아지 똥>..... 작가 권정생님을 알게 된 계기다. '권정생'이란 이름이 박혀 있어 읽고자 했다. 읽기 전엔 단순히 힘든 세월을 살았던 아이들의 성장기 정도일꺼라고 짧은 짐작을 했다. 예상대로 나의 짐작은 어김없이 빗나간다.
때는 일제강점기. 장소는 가난의 도쿄 혼마찌. 조선 아이들 준이, 분이, 용이.. 그리고 일본 아이들 하나꼬, 에이꼬, 이쯔꼬가 같이 산다. 저녁에 일본아이들이 조선아이들을 조선인이라고 놀려도 그 다음날 아침엔 모두 한덩어리가 되어 노는 그들은 전쟁에서 일본이 이겨야하는지 반대로 일본이 져아하는지엔 관심이 없다. 모두 각자에겐 넉넉치 못하고 그 작은 가슴 한 켯에 가난, 배고픔, 학대, 상실, 이별 등의 상처를 지닌 채 남을 때려눕히고 나 혼자만 잘 살자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마음의 공중 폭격을 한 몸으로 받아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준이와 하나꼬는 움에서 마주 앉아 까까중 인형을 만들어 노래를 부른다. '까까머리 도련님 까까머리 도련님 내일은 해가 반짝 나게 하셔요. 파랗게 개었던 어느 날처럼 맑아지면 내 은방울을 드리겠어요....... 우리들의 소원을 들어주시면 맛나는 사탕물을 드리겠어요'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폭탄이 내린 그후. 아이들은 비가 멈추고 폭탄이 멈추고 제발 내일은 해가 반짝, 희망이 반짝, 평화가 반짝 나길 바라며 기꺼이 '내 은방울'을 '맛나는 사탕물'을 드리겠다고 노래한다.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비록 그 시절 아이들의 마음을 어둡게 했던 어른은 아니지만 지금 현재 '어른'으로 커가는 나는 남을 도우며 서로 잘 살자며 올바른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이인자 선생님께서 보시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기에 괜찮게 쓴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착각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책을 내기 위해 읽어보니 얼굴이 활활 달아오를 만큼 부끄러웠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못 썼나, 너무 예쁘게만 쓰려다 보니 주인공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중략) 이렇게 서툰 글도 있었구나 하고 그걸 감안하셔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거듭 죄송합니다.'
작가의 말 中
이런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