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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을 위하여 - 꼬마 아인슈타인 미구엘의 이야기
마크 웨이클리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아인슈타인을 위하여』는 자연과학을 쉽게 풀어쓴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인공으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는 책도 아니다. 단 권으로 되어있는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독자들에게 삶의 무게를 의미있게 전달한다.
한권으로 되어 있다보니... 이 책이 지닌 구성이 좀 단조롭긴 하다. 내용이 단순하다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이라는 인간에게 편리성을 부여해주는 일종의 툴(tool)에 대한 전문적이고 상세한 내용이 생략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긴...이런 것들이 제대로 들어가 있다면...SF 부류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SF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를 꼽으라면...글쎄...얼마전에 개봉했었던...메이저 제약회사가 가난과 질병에 찌든 아프리카인들을 무서운 결핵약의 실험체로 이용한다는 『콘스탄트 가드너』정도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즉, 과학과 대비되는 윤리적인 면에서는 비슷하게 부합되는 듯 하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역시나 많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가진자들의 재난(질병과 같은)을 대비해 준비한 복제인간의 생존욕구(ㅎㅎ..)를 다룬 영화『아일랜드』, 그리고...'에단 호크'와 '우마서먼'이 주연한 유전자 조작을 이용하여 태어난 우성 형질을 가진 인간들을 대우하고 그렇지 못한 열성의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은 배척한다는 미래상을 보여주고 윤리적인 문제를 다룬 『가타카』등도 더불어 떠오르는 영화이다...
이 몇편의 영화들이 주는 공통점은 마이너 인생 혹은 소수의 가지지 못한 자들은 인류의 발전과 진보라는 대의의 명제 앞에서 희생되어도 된다는 다분히 서양중심의 이기적인 사상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이 책은 과학기술과 이것들을 제어 해야 하는 혹은 제어 할 수 있는 '윤리'라는 소재를 서로 대칭점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는, 생명윤리를 존중해야한다는 계몽성을 가진 소설이다. 그러나...단순히 이러한 계몽(이미 이런 비윤리적인 것들은 독자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계몽이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하지만...)을 하거나 인간들에게 무자비한 과학기술의 오용과 남용을 경고 해주는 단순한 소설이었다면, 매우 건조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겠지만 이야기 한편으로 한 아이의 성장 드라마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차가운 이야기로 될 법한 흐름을 따뜻한 감성이 흐르는 이야기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이 순수하고 감수성이 넘치는 아이가 가진 시각과 감정으로 인해...그만큼...이 소설이 지녀야하는 어떠한 SF적 그리고 과학기술적 장치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지 못하더라도 깊이있는 이야기를 가지는 듯 하다.
(이 이야기가 과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비논리성을 추구한다기 보다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술적 도구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을 뿐이지...결코 과학적, 분석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작가는 간호사, 물리학자, 신경외과 의사등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해...자료 조사를 했다고 작가의 프로필에 나와있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기억의 이식'이다. 이 소설은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명망있고 노벨상 수상 경력이 있는 한 교수의 기억을 다른 사람..정확히는 다른 인격체에 주입시킴으로써...과학이 대변하는 대단히 효율적이며 진보한 세상으로의 관문을 과연 열수 있겠느냐에 대한 자답이다. (갑자기..영화가 떠올라서 하는 말인데..『이터널션샤인』이라는 '기억'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도 떠오른다. 주제가 '사랑'이었던가?) 그리고 마찬가지로 '기억의 이식'에 대한 다른 소설로 프랑스 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늑대의 제국』이 떠오른다.
이러한 기억 이식이라는 기술적 시술에 드리워진 암울한 그림자로써 이 책에선..인격체의 말살을 다룬다. 그리고 이 부분이 과학과 대비되는 윤리의 영역인 것이다.
너무 윤리적인 부분을 말하였는데...역시나 이것은 또 한편의 성장 소설이므로..한 소년의 따뜻한 감성의 발로에 절로 감동받는다. 이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이 작가가 아이의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 작가는 교직원으로 있다고는 했지만...)
가끔...나도 그렇지만, 누구나다 한번쯤은 상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무슨 상상? 가령...책이나..사전을 베고 자면..다음날 책속의 지식들이 다 머릿속으로 들어와있다면..얼마나 좋을까..하는 무지 몽매한 상상 말이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말도 되지 않는 욕심이며 본능이다. 이 책이 비록 과학이라는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지적 욕심을 다루었지만, 결국은 이 소설에서의 과학은 인간이 가진 아주 비논리적이면서 야비한, 좋지않은 의미에서의 본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속에서의 과학은 인간의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본능을 충족시키키 위한 수단으로 결코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소재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학이 가진 양면성...즉...긍정적인 요소가 지극히 위험한 부정적 요소를 끌어낼 수 있음을 이 책에서는 말하는 듯 싶다.
끝으로...이 책과 유사한 여러 영화들을 앞서 말했는데..그 영화들은 이 소설의 일부분을 대변하는 것들이고..전체적인 이 소설의 느낌은...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욕심을 부린 인간이 '스크루지 영감'으로 비치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이 책은 삶의 무게를 다시 돌아보게끔 만드는 것 같다.
2006. 0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