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추적자 - BBC 다큐멘터리 샹그리라.아르고호 원정대.시바의 여왕.아더 왕 이야기
마이클 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누군가가 말했다. 이 세상은 원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고... 만약 이 세상의 원초적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신화가 될 것이다. 다시말하면 이 세상 이야기들의 시발점쯤 되지 않을까?  이 책 『신화 추적자』는 그 시발점이 되는 것들 중 몇가지 이야기들을 시공간적으로 따라가보는 여정의 이야기이다.
 
신화는 비록 주로 고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아주 먼 옛날 어느 순간에 뚝딱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신화 자체는 또 하나의 구비문학(혹은 구전문학)이며, 수천년에 걸쳐 덧씌어진 인간사의 욕구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덧붙여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들이 절로 든다. 그러니까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신화속 사람들로 표현될지도 모를일이다. 약간은 방향이 다르지만...역시나 일부 SF에서는 우리가 발 디디고 서있는 현재의 지구도 신화속 공간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네가지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다룬다. 신화가 가질 수 있는 진실성을 바탕으로 그 당시의 지리적 여로를 추적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을 따라 여행에 동참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바로 지명때문인데... 생소하기도 하고 도저히 머릿속에서 쉽게 기억되지는 않았다. 물론 책속 그림들 중에 지도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먼저 첫번째 여정은 동양의 신화로 출발한다. 이 신화는 숨겨진 파라다이스 '샹그리라 Shangri-La'에 관한 것인데...서양인의 눈에 비친 동양은 아마 낙원을 품고 있었던 듯 하다. 1900년대 이후에 서양인들이 속속 티벳을 발견(티벳이 위치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맞을 듯 싶기에...)하기 시작했으며, 불교와 접목하여 동양인이 말하는 지상낙원의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매우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로 '샹그리라'가 쓰이고는 있지만, 예전 서양인의 눈에 티벳의 고원지대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에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험한 지형때문에 영적이고 신비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보통 신(들)은 높은 곳에서 아래의 속세를 지긋이 지켜 보고 있지 않은가. 책에 따르면 인도에서 처음 기록된 티벳 신화로 알려졌지만, 그 후 서양인들이 하나 둘 씩 인도를 통한 지리적 접근을 통해 티벳의 신비롭고 동양적인 그리고 불교적인 이미지의 베일을 벗기기 시작했으며, 1933년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 Lost Horizon>이 발표되고, 1937년 헐리우드 영화로 상영되며 무릇 정신적, 경제적 공황시대를 살고 있는 서양인들에게는 절망적 세계를 벗어날 수 있는 위안을 주고 꿈을 꾸게 만드는 지상낙원으로 믿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우드'는 티벳 지역과 히말라야 접경지대에 이젠 부서진 몇몇 건물만이 남아있는 '구게 왕국(9세기에 창건되어 17세기에 비극적 인 종말을 맞음...)'을 샹그리라로 굳게 믿고 있다.
 
 
두번째 여정은 '아르고 원정대'가 '황금양털'을 찾아서 돌아오는 원정을 그린 신화의 추적이다. '마이클 우드'는 이 원정대에 몇가지 의미를 부여했는데 첫째는 지중해 너머의 세상을 탐험했다는 것(당시의 그리스인들은 지중해 너머의 세계는 상상으로만 그리고 있었다함...)과 최초의 엘도라도에 관련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즉, 황금의 땅을 찾아나서는 최초의 모험기라 부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이아손'과  '메데이아(태양신 '헬리오스'의 손녀)'라는 신화속 인물이 등장하며, 더불어 '헤라클레스'도 이 여정에 동참한다고 하니 얼마나 오래된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참고로...'아르고 Argo'는 '이아손'의 배이며 '빠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여정은 지중해와 흑해를 지나 지금의 '그루지야인 당시 지명으로 '콜키스'라 불리는 곳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콜키스'는 세계의 동쪽 끝으로 믿었다 한다. 그만큼 '황금양털'을 차지하려는 그들의 모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짐작케한다. 이들의 원정 중심에 놓여있는 '황금양털'은 '이아손'이 '펠리아스' 왕에게 그의 왕국을 요구한 댓가로 '펠리아스'왕이 '이아손'에게 요구한 것인데...이는 고대의 제물로 쓰인 양을 신화로 재구성하여 폭력과 희생, 그리고 종교를 아우르는 하나의 이야기로 된 것이다. 결국 이 신화의 핵심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리적 지식을 늘림과 동시에 그리스인들의 흑해 진출을 신화로 표현했다는데에 있다고 간결히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여러 고대 영웅들의 영웅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성경과 코란에 나오는 '솔로몬'왕의 이야기중 조금 언급이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이 여인은 '시바 Sheba'여왕이다. 이 여왕을 '마이클 우드'가 찾아나선 이유는 바로 성경과 코란에 동시에 언급이 되기도 하며, 솔로몬 왕과 지혜와 부로 대비되는 여왕으로 호기심을 이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바의 여왕'을 찾아가는 여정은 바로 홍해를 넘나드는 여로이기도 하다. '시바'여왕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의 기원이 되는 인물이며,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왕을 만나러 가는 여정은 옛 고대의 향료 무역로를 추적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시바의 여왕'은 한쪽 발이 털이 많은 염소발을 가졌다는데...솔로몬이 이를 확인하고 고쳐주었다고 한다. 또 이 신화는 악숨('시바'의 여왕이 다스리던 제국)이라는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화와 아프리카 문화의 교역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고대 문명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네번째 이야기는 '아더 왕'의 영웅담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읽기 전까지 '아더 왕'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그게 아니었다. '마이클 우드'는 아더 왕의 원형은 달리아다 왕국의 왕자 '아루트이르'라고 소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더는 앵글로-색슨족에 대항한 브리튼족의 영웅으로 알고들 있는데 말이다. 아더 왕 이야기에서 또 하나 잘 알고 있는 것은 '원탁의 기사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에서 쓰인 '원탁'은 '로베르 드 보롱'이라는 작가의 상상속의 산물이며, 마찬가지 '크레티앵'이라는 작가는 성배와 결부시킨 이야기를 썼다 한다. 몇 세기를 지나오는 동안 여러 작가들에 의해서 살들이 하나 씩 붙고, 그러한 영웅담을 당대 유명한 영국 왕들이 차용하니 이미 상상속 인물 혹은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가는 인물의 이야기는 허구를 넘어 사람들 머리에 신화라는 이름을 차용하여 강하게 인식되어진 것이다. 이미 신화로 자리잡았다면 허구든 아니든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영국 왕은 이러한 신화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였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4가지 이야기이지만, 여정을 통한 신화로의 접근은 읽기에도 그리 쉬운것이 아니었다. 어려운 지명도 물론이려니와 간간히 곁들어지는 다른 신화의 이야기들과 고대인들의 이야기등은 또 다른 미로를 안겨주었다. 무엇이 진짜이고 허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분명 고대 문명은 존재했으며, 그 시대 사람들 또한 존재하였고, 신화는 세상과의 교류속에 탄생한 민족적 위안거리이자 자부심일 듯 하니 말이다.
 
단순히 역사를 넘어 우리나라가 가진 신화를 추적하는 책들도 기대하는 바이다.
 
<덧붙임>
 
개인적으로.. '샹그리라' 이야기와 '아더 왕'에 관한 이야기가 좋았고...'시바 여왕' 이야기와 '황금 양털'을 찾아 여정을 나서는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는 그리 흥미를 끌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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