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 - 어머니 약손처럼 찌든 삶과 아픈 몸을 어루만진다
윤동혁 지음 / 거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비온뒤 아니면 아침이슬 머금은 숲속을 거닐다 보면 풀의 냄새, 땅의 냄새가 코끝에서 진하게 묻어나온다. 머라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냄새. 이 냄새가 과연 무엇이길래 편안한 마음이 들게할까? 저자인 윤동혁 PD는 이것이 일종의 '자연의 호르몬'에 의한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인간 또한 자연이 내놓은 산물중의 하나이기에 자연속의 인간이 제일 편안하고 인체의 모든 작용은 자연속에서 더욱 더 원만해지고 풍부해진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느 때부터인가 자연과의 동화를 스스로 거부하고, 자연속에서 무언가를 캐낼 궁리만 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항상 우리에게 그 알수 없는 무언가를 베풀어 주지만 인간은 자연의 고마움을 어느샌가 잊고 지낸다. 이는 자연과 인간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연위에 인간이 있을 수는 없다. 절대로.
 
요즘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어린이가 예전보다 부쩍 늘었다. 우리는 항상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한다라는 일종의 치료적 행위라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이런 점들을 지적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자연과의 동화는 아토피의 증세를 뚜렸이 감소시켜준다. 이는 저자가 국내에서 국외에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지켜본바에 따른 것이다. 그 흔한 식물조차 그들 자신을 자연환경에 맡기고 끊임없이 환경에 동화시키려 하는데...인간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자연이 주는 해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자연이 주는 가공되지 않은 해법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이 몸소 자연에 몸을 낮추고 있다. 그는 항상 맨발로 숲길을 거닐며, 땅에서, 숲에서 나는 음식으로 자신의 영양분을 채워간다. 물론 현대사회라는 각박한 생활 속에서는 쉽지는 않다. 저자 또한 자연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고백한다. 그렇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숲의 냄새를 쉽게 맡을 수 있는 곳은 의외로 많다. 다만 우리가 거기까지 발품 팔기를 원하지 않기때문에 자연과 멀어지지만 말이다.
 
숲이 인간에 맞출 수는 없다. 물론 인간은 숲을 불러오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인공 '피톤치드'일 것이다. 이 '피톤치드'라는 것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를 피하려고 내놓는 일종의 저항물질이다. 인간은 이렇게해서라도 자연을, 숲을 불러들이려고 노력을 한다. 물론 저자 또한 이런 인공물질들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숲에 갈 수 없다면 이런것이라도 써야 한다는 융통적인 사람이다. 특히, 저자의 식견대로라면 화분 또한 비중이 크다.
 
그러나 쳔연 자연의 기운을 느끼려면 역시 발품을 팔아야한다. 숲을 불러들이기 보단 숲으로 가야한다. 그곳에서 이름모를 수많은 풀들과 나무들, 그리고 시원스레 내려오는 물줄기의 기운을 받아야한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삶이다. 자연이 주는 것을 공짜로 받아먹는다 해서 전혀 수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나무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듯이, 우리 또한 나무곁으로 가 그 나무를 껴안아야한다.
 
좀 웃긴말 같지만 사실이다. 저자 또한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무곁으로 가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는 것과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숲이 주는 시원함을 느끼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에 계획했던 지리산 등반이 태풍에 의해 취소가 되어서 가지 못해 아쉬웠던 적이 있었는데...하지만 다시 가면 된다. 항상 산과 숲과 나무는 그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급할 것은 하나 없다. 여름이 가고...더욱 산과 숲에 가기 좋은 가을이 왔기 때문이다.
 
이 책속엔 여러 숲의 풍경들이 실려있다(물론 여러 식물들의 사진도 실려있다). 특히 표지에 실린 숲 사이를  내리쬐는 햇살은 정말 아름답고 포근하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숲(혹은 산)속 좀 높은 곳에 올라 침낭을 깔고 그곳에서 별을 보며 잠드는 것이다. 이 책은 숲도 숲이지만 하늘도 쳐다보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다.
 
자...짬을 내어 자연에 몸을 담가보자.... 자연으로 달려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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