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 이 리뷰는 소설속 이야기에 관한 스포일러는 없지만...소설의 구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있으며..더불어..'미하엘 엔데'의 단편인 《긴 여행의 목표》라는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역시나 리뷰입니다. 프리뷰가 될 수 없겠네요... ~~~
 
이 소설은 많은 것들을 연상시켜준다. 가령 '뫼비우스 띠'라든지, '물방울'이라든지, 심지어 『모모』의 작가인 '미하엘 엔데'의 단편집『자유의 감옥』中에서《긴 여행의 목표》라는 단편 하나가 생각난다. 많은 것들이 생각났음에도 우선 이 세가지 정도로만 구체화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소설은 특이하다. 그러니까 장르를 따진다면, 미스터리쪽이 맞겠지만 소설의 마지막 한 자까지 읽고,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까지 읽어본다면 이 소설은 오히려 작가 '온다 리쿠'의 에세이의 느낌도 물씬 풍긴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작가가 쓰고 싶어하는 책을 미스터리의 성격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하나의 예고편쯤...
 
책을 읽고 난 뒤의 이런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볼 수도 있고, 자신의 머릿속에 날라다니는 상상을 붙잡고 제대로 관찰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소설은 누구를 위한 소설일까?' 라는 물음에 작가 자신을 위한 책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은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5편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고, 더 엄밀히 따진다면 단 한편의 이야기라고도 말 할 수 있다. 심지어 8편의 이야기라고도 말 할 수 있다. 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말할 수 있다. 가만생각해보니 거참..재밌다. 그만큼...작가의 상상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래서 결국, 앞서 말했던 세가지('뫼비우스 띠' , '물방을', '긴 여행의 목표')의 것들로 내 스스로가 정제 시켜버렸다.
 
먼저...뫼비우스 띠... 엄밀히 말해서..앞과 뒤가 없는 무한순환의 띠. 이는 이 소설의 마지막 단편인《회전목마》가 주는 의미와 비슷하다. 특히 4부의 마지막 부인 이 단편은 실제의 삶을 사는 작가와 작가의 소설속 인물들의 삶이 섞여있다. 그러니까 작가의 생각과 행동이 이 단편이 진행하는 도중 흘러나온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5편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속 세계가 '뫼비우스 띠'의 안쪽이라면, 작가가 몸담고 있는 현실세계는 '뫼비우스 띠'의 바깥쪽이 되는 것이다. 가상 세계와 현실의 혼돈속에서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의미있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지만, 소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구성(왜 이런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써야 하는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뫼비우스 띠와 엮어낼 새로운 시리즈의 첫 발이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물방울... 물방울이라고 해도 좋고 물(액체)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역시나 물방울이 맘에 든다. 물방울은 하나이다. 그런데 반으로 뚝 잘라 물방울 두개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이는 다른 물방울인가? 그러니까 독립된 개체인가? ...
너무나 깊숙히 들어가면 재미없다. 아뭏든... 이 소설은 하나의 물방울에서 여러개의 물방울로 갈라낸 것이나 다름없다. 서로 다른 이야기의 각 이정표들은 결국 통합된 하나의 큰 이야기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뫼비우스 띠'와 닮아있다는 부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전체 소설이라는 물방울은 또 다른 이야기(그곳에서 파생된)의 작은 물방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을 물방울을 닮아 있다고 부르고 싶다.
 
마지막...'미하엘 엔데'의 작은 이야기 《긴 여행의 목표》와 닮아 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앞서 《긴 여행의 목표》의 스포일러 부분이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긴 여행의 목표》의 목표의 세부적인 이야기는 다 치워놓고...대략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어떤 한 남자가 한 그림에 반하게 된다. 이 그림은 예술작품이다. 이 남자는 이 그림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지 알 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이 그림이 풍기는 특이함이 맘에 든다. 이 그림의 작품 이름은 '긴 여행의 목표'이다. 그리고 이 그림이 어떤 그림으로 되어 있는가하면...캄캄한 밤, 커다란 바위들만이 가득한 계곡위에 우윳빛의 반투명한 색을 내는 궁전이 있는데 아울러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수도승, 임금 기사, 요정..등등..). 그리고 궁전의 모든 창은 불빛이 새어나오고, 궁정 출입문 바로 위의 창가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는데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무엇을 만류하는 것 같기도 하는...좀 이상한 그림이다.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p. 44~46 中에서...)
 
그래서 이 남자는 이 그림을 구매하게 되고...주절주절...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결론은...이 남자는 일행들과 탐사 여행(그림의 배경이 될만한 곳을 찾아보는...)을 하게 되는데... 추위를 만나 얼어죽게 되고...이 남자는 어느 건물을 기어 오르다가 얼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7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 금방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앞서 말했던 그림속의 광경이다. 그림속에서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무엇을 만류하는 것 같기도 하는 이 그림자는 바로 그 남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이 광경을 그림속의 광경처럼 보고 있다(처음에 남자가 이 그림을 보고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것을 말함...).
 
이게 아주 대략적인 《긴 여행의 목표》라는 단편의 이야기이다.
 
그러니까...그림속 가상 세계가 결국엔 미래의 어느 현실의 시점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주인공(그림을 구입했던 남자)은 그림속의 등장 인물중의 한명(애석하게도 죽어간)이다. 책을 다시 읽을 수가 없어서 좀 더 세밀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지만...아뭏든..이 책이 내용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소설과 매치가 되는 듯 하다.
 
가만보면..'미하엘 엔데'의 솜씨도 대단하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현재 진행중이고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될(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설을 정말로 쓰기 시작할 때의 시점..) 이야기를 하나의 빨간 표지의 소설속에서 미리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소설속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4편의 단편소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소설에 불과하다. 그래서 결국 이 소설은 8개의 단편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소설 내용보다 구성이 치밀하다. 그만큼 작가의 계산속에 그려진 이야기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온다 리쿠'를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곘다.
 
다만...나는..잘 모르겠다...왜냐하면..이제야 한권을 읽었을 뿐이니까...
 
기회되면...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밤의 피크닉』과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읽어봐야 겠다...(물론 이 소설들은 단편들과는 무관함...)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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