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상당히 동화적인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책들은 읽는 도중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독자의 입장에서 구현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지지만, 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영화적 상상보다 동화적 상상을 하면서 읽었다. 이 이야기는 권선징악의 정통 동화의 끝맺음을 보여주진 않지만, 어찌됐던 매우 해피한 맺음을 보여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소설은 <레너드 위벌리>라는 신문기자 출신의 작가가 쓴 한편의 "그 당시 국제 사회의 정세를 풍자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위에서 동화적 상상력을 이끌어낸다고 하였는데, 어찌보면 신문 한 쪽 구석의 1컷 짜리 카툰의 느낌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정치적이나 매우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우리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한편의 마당놀이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분명 전체 이야기의 흐름은 가볍고 쉽게 웃음짓고 또..심하면 눈물지을 수도 있지만, 그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분명한 것은 신문기자로서의 사회적 여론을 이끌어가는 책임감도 좀 들어가있지 않나 싶다.  또한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로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강대국들의 유치함이나 비열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조국의 국제사회 지위로 인한 상대적 깨끗함(?) 대한 애절한 감정도 들어있을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아무튼..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시대가 꽃피기 시작하는(?)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이 소설에 쓰이는 소재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역시나 그러한 것들을 가지고 웃음짓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또한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약소국은 항상 처량하다. 이 책에서 미국이 아닌 뉴욕을 침공하는 이유도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와인의 수출로 번 돈으로 연명하던 작은 국가가 인구 증가와 더욱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조를 바라는 과정에서 나온 소위 국가 회의의 결과가 전쟁을 통한 동정심 유발이라니..전쟁이라는 심각한 상황만 제외하면 정말 풋풋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정말 눈물(?)짓게 만드는 것은 미국(정확히는 뉴욕)까지 갈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까지의 교통비 문제가 정말 백미다. 특소세를 만들어 품삯받듯..버스비를 가지고 마침내 그 항구에 도달하여..범선을 타고 간다니..정말 유쾌한 상상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그리고 <H.G.웰스>의 '우주전쟁'에서 쓰일 법한 이야기 과정도 독자의 흥미도를 배가시키며 당시 미국인들의 공황의 심리를 이 소설에 아주 부드럽게 차용했다고도 보여진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인슈타인>의 과학자의 양심에 비유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역시 작가의 시각이 비추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뉴욕에서 도달하여 일어난 일은 예전 <장르노>가 출연했던..[비지터]라는 영화가 나의 상상력에 한 몫을 하긴 했다. 그래도 결코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과학적인 논리는 없지만, 매우 강력한 과학적인 무기가 나오니까..(원자폭탄보다 더 무서운..) 그 당시의 미,소간의 냉전이 얼마나 세계인들을 가슴 떨리게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내용은 어찌어찌해서 모든 세계인이 특히, 강대국과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수 있는 약소국이 만족할 만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는 것도 어찌보면 작가의 이상향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대국들의 세력, 무력 시위에 번번히 피해를 보면서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약소국들간의 자신감,그리고 공동체 회복은 앞으로 우리 글로벌한 세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약소국들의 소리 높이기는 이 현실적인 사회에서 성공할지 어떨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요즘 국제 사회가 에너지 자원으로 개편되어 가고 있는 요즘의 이 구도가 결코  소설에서처럼 강대국들간의 쉬운 합의는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와인으로 시작한 이 소설의 진행은 그 차기작에 와인맛 껌으로 그 바톤을 넘기게 됐으니 그 뒷이야기도 사뭇 궁금하다.
 
 
** 이 소설속 맘에 들었던 부분을 몇자 적어봅니다..**
 
"생과 사를 결정하는 과학자들의 힘은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하등한 생명체를 능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같은 인간들조차 능가한다는 것 말입니다. 제 삶은 단지 식물보다 우월할 뿐입니다. .......(중략)........하지만, 이제는 전쟁에 참가한 나라만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는 전혀 관여하지도 않은 다른 나라들까지 고통을 받는 형국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나무들과 같이 이들 다른 나라들에겐 아무런 발언권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p. 217>
 
"사실 이 사람들이 이야기해야 할 내용은 그냥 한 마리의 돼지처럼 확실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돼지를 제멋대로 썰어서 베이컨을 만들고, 햄을 만들고, 족발을 만들고, 껍질을 말리는 식입니다. 그러니 결국 나중에 가서는 도대체 애초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완전히 까먹고 마는 거죠. 햄 위원회에 있었던 사람들은 돼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햄이라고 주장하고, 베이컨 위원회에 있었던 사람들은 베이컨이 아니었다면 돼지 따위는 존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식입니다. 그러니 결국 아무런 결정도 못 내리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 분명히 우리 앞에 있는 놈이 돼지인지 뭔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중략). " <p.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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