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언 - 전3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 이 리뷰는 작년에 책을 읽고 썼던 것인데...한번 올려 봅니다.. (스포일러 있음)**

우선 이 소설은 '엘리자베스 코스토바'의 처녀작으로 이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조사한 기간이 무려 10년이다. 글쎄.. 정말 10년동안 조사할 것이 그렇게 많았나? 이 책은 세권짜리로 구성되어있는데, 10년이라는 조사 기간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긴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이 소설의 배경으로 유럽 곳곳을 펼쳐놓는다. 당연히 드라큘라의 고장인 루마니아(특히 드라큘라가 있었던 지역은 '왈라키아'라 불렸음)를 비롯한 프랑스, 영국, 헝가리, 터키등..유럽 여러나라를 그려놓는다. 그러니 당연히 저자가 책을 쓸 기간이 길 수 밖에..

이 책은 한 소녀의 드라큘라 추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드라큘라를 찾으러 간 아버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드라큘라를 찾으러 간 어머니를 찾으러 떠난 아버지를 뒤쫓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이게 다이다..^^"

이 책의 제목은 '히스토리언'이다. 드라큘라와 별 상관없이 보이는 이 '히스토리언'은 이 책을 덮고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족의 역사이자,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싶어하던 드라큘라에 관한 이야기이니까. 이 책도 역시나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책이라 할 만하다. 나에게 있어서 긍정이란 쉽지 않은 소재를 단순히 흥미위주에서 벗어나 유럽의 역사를 소개하고 유럽속의 여러나라의 독특한 배경을 아름답게 묘사를 하였으며, 그리고 드라큘라가 '왈라키아'지방의 영주로 있을 때 대립하고 있었던 오스만투르크제국의 메메드 황제와의 관계등...여러 역사적 사실을 잘 버무려 멋진 소재로 썼다는데 있다. 반면 단점이란 휘황찬란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 배경이 소설속에 쉽게 녹아들지 않았다는 점(이 점은 마치 영화를 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영화속에서는 지루한 글들이 생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소설이 대부분 화자가 여럿이다보니 이야기 진행 자체가 약간은 산만하다는 점,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드라큘라와의 조우 부분이 10년이라는 조사기간과 3권이라는 책의 분량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점, 그리고 이 소설 역시 '팩션'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다보니(책 부록에 나와있는데, 이렇게까지 장황히 '팩션'에 관한 글을 쓸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이 책의 매력은 허구와 실제 있었던 사건들간의 적절한 조합인데, '팩션'부분을 강조한 부분을 읽고 나서는 이 작가의 10년 조사를 무위로 돌릴 수 있을 정도까지이다. 결말은 10년간의 조사후에 돌아오는 기차편에서 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속에 빨려 들어간 내 자신이 왠지 허구속에서 놀아났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위인지 도통 헛갈렸다. 그 예로 이 책이 홍보로 비교했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고 있는 당시엔 이 소설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신경쓰이지도 않았고, 또 내가 인터넷을 뒤져가며 사실 부분과 허구 부분을 구명지으려고 가상한 노력(?)도 하였지만, 이 [히스토리언]에서는 '팩션'을 강조하다보니 그러한 의욕이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장황스런 배경 묘사는 분명 내가 소설 속 사건에 빠져들어가는데 지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사건 속에 있다보면 다음에 쳐들어 올 사건이 기대되는 부분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말 그대로 장황한 배경 묘사 역시 소설 속에서 비추고 있던 햇살만큼이나 나를 취하게 만들었던 적도 없진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장르엔 첩보 소설이 끼어있다. 그 첩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것은 주인공이 나에게 주는 비장미가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하는 스릴이다. 이 소설 역시 드라큘라를 향한 추적, 반대로 드라큘라가 인간(주인공쯤으로 생각하면 됨)에 대한 추적이 쌍방향간의 추적이 되어 나에게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하는 스릴감을 던져 주었다. 게다가 이 쌍방향의 추적이 언젠가 한 지점에서 조우할 것을 기대하는 나를 소설 밖에서 소설 안으로 밀어 넣는 괴상한 쾌감도 함께 했다.

이 책은 역시나 역사소설이다. 솔직히 유럽 역사에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무슨무슨 유럽사..라고 포장된 책은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외국소설속에서 유럽사를 어느 부분 들여다보는 것은 일종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준다. 앞서 말했지만, 드라큘라와 메메드 황제간의 대립,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종교와 미신간의 대립등등 수많은 대립이 있으며, 그 대립을 소설과 함께 잘 섞어서 또다른 재미를 준다. 참, 여기서 말한 대립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의 적대적 대면이 아니라, 단순히 두 가지를 대조해 볼 수 있는 관계 로 생각하면 되겠다. 아무튼 이러한 역사적 대립 혹은 관계라는 거대한 세계속에서 이러한 세세한 것을 채워주는 것은(그러한 대립과 관계를 설명해주는 것은) 디테일한 묘사이다. 소설에서 상세히 풀어낸 역사를 보면 드라큘라는 역사속의 어느 영주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폭력과 과대망상의 한 인물로 피사되어 나타난다 . 인간이 가지고 있던 두려움, 허영심들이 과거로부터 시간이 흐르고 있는 지금을 지나 앞으로 흘러가게 될 미래에도 인간은 똑같은 드라큘라를 만들어내고 있을 지 모른다는 그러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 책에는 로맨스가 있다. 어찌보면 드라큘라가 빨아먹는 '피'라는 속성을 가지고 에로틱하게 표현하기에는 이 책이 이 가지는 소재와 주제는 무겁다. 말 그대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코스토바'는 '피'라는 또 다른 속성을 가지고 로맨스에 접근했는지 모르겠다. 이 부분서 말하는 또 다른 속성은 바로 '혈통'이자 '가문'이다. 드라큘라를 추적하는 이 용감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딸은 어찌보면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아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의 드라큘라를 잘 표현한다. 가족이라는 혈로 맺어진 이들과 부녀로 맺어진 또다른 혈..(여기에선 드라큘라를 추적하는 소녀 아버지의 대학교수와 소녀 어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원래 드라큘라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소녀 어머니의 어머니..그러니까 할머니의 복잡한 스토리가 에로틱한 '피'가 아닌 로멘스의 '피'로 나타난다.

이 책엔 드라큘라가 폭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실이 있지만, 사실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잘 모르겠다. '팩션'이라고 장황히 설명만 하지 않았어도 믿는 것인데, 좀 찾아보기가 귀찮은 면도 있다. 아무튼 이 [히스토리언]이라는 책은 결코 에로틱하지도 공포스럽지도 않은 그러한 소설이며, 또한 결코 십자가가 괴력을 발한다던지, 마늘이 무적의 건강식품이라든지 은이 성스러운 물질이라든지 하는 이러한 것들을 엮어내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것들이 이 소설속에서 무시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읽어볼 만 하다(시간과 3권짜리 책을 사볼 여유만 있다면). 물론 자신이 책을 좋아해야만한다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할 듯 싶다. 그렇다고 매니아적인 책도 또한 아니다. 자신이 [다빈치 코드]를 즐겨봤다면 흥미 면에서 좀 차이는 느껴지겠지만...어느정도 매력을 발산하는 책일 듯 싶다(소설이 주는 역사적 배경 지식과 관련하여...). 그렇다고 3권짜리가 2권짜리만큼 긴박감 있게 진행하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나 몰입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몰입에서 빠져나오는 자신을 보더라도 다음 몰입을 기대하며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개인에 따라서 다음 몰입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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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06-09-0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평들이 다 좋진 않네요... 아마도 홍보때문인듯..저 또한 홍보가 이 책을 구매하는데 역할이 제일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책이라는 느낌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