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이 책을 쓴 저자는 [모리 히로시]라는 일본 나고야 공대의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이 책을 냈다 한다.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대학교의 건축학 교수이다. 먼저 이 책은 재밌기는 하다. 그렇지만, 소설의 플롯이라든지 주인공들에게 쏙 빠져들은 흡인력은 약하다. 가끔 추리소설이나 어떤 스릴러 소설들은 소설을 읽고 큰 의미를 던져주진 않는다. 그러한 소설들을 읽고 그 속에서 주제를 찾는 것은 어찌보면 멍청한 짓거리일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의 기반이 인간의 가치나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어떠한 사상위에 갖추어져 있을때는, 일반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심지어 SF까지도 어떠한 문학소설만큼이나 재미와 더불어 크나큰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심지어 심리적 위안거리마저도 얻을 수 있다. 이 작가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윤리적 기반에 사고를 두고 그 위에 과학적 혹은 공학적 소재들로 차곡차곡 조립해나가는데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두가지가 잘 조합되어있지 않고 후반부에 어거지 조립공정을 거친다면 그 소설은 실패한 것이 된다. 이 책이 어거지로 맞추어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조립공정이 독자에게 큰 재미를 못주는데에 좀 실망을 했다. 한마디로 세련되게 추리적 단서들을 던져주지 않은 것에 있다. 그래서 몰입도도 떨어지는 듯 하다. 물론 번역과정에 있어서 딱딱한 번역을 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번역은 무난한것 같다.

하지만, 비록 몰입력에선 좀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이 소설의 소재는 독특하다. <<모든 것이 F가 된다>> 가끔 이런 메세지의 역할이 소설의 반전내지, 이야기 흐름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있지만, 이 소설의 경우 추리를 푸는데 있어서 한 가지의 열쇠가 될 뿐, F가 무엇인지 알고나서 '아 이것이었구나'하며 찬탄이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앞서 언급했듯이 과학적 추리소설이기에 나는 이러한 열쇠나 메시지에 큰 점수를 준다. 그리고 오히려 나를 가장 매혹시켰던 재료는 바로 '감시카메라의 녹화'이다. 어떤 방안에 있는 것을 24시간 내내 녹화해놓는 과학적 방식의 오류를 찾는거야 말로 단순하면서도 과연 무얼까..독자들을 끊임없이 생각의 계곡으로 몰아넣는 그러한 소재인것 같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인 'F'보다 더 공감을 하게되고 이 소설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었지않나 싶다. 또 하나의 이 소설의 거대한 뼈대는 바로 '밀실 살인사건'에 있다. 이러한 추리는 복고적인 추리 경향을 가지는데, 누가 사건을 저지렀느냐보다는 어떻게 사건을 저질렀느냐가 이 소설의 매력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의 밀실은 3중 밀실이다. 첫번째 밀실은 밀폐되어 있는 공간 혹은 방, 두번째 밀실은 그 방이 속해있는 연구센터, 마지막 세번째 밀실은 연구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섬.. 바로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가졌기에 독자들이 현실과 떨어진 상상의 그리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만들어감으로써, 이 소설은 추리적 성격을 넘어서 어찌보면 SF적인 면모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과학적 소재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기도하다.

이 소설은 분명 주제가 있다. 이 소설의 주제를 언급한다고 소설속의 추리적 성향까지 다 까발리진 않는 것이기에 주제에 관해 몇 마디 덧붙이자면, 이 소설의 주제는 '인간의 순수성과 과학의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이기'이다.

인간의 편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더욱 발전된 과학은 점점 시간이 흐르고 문명화되어짐에 따라 독립적이고 상호 보완적이 되어지지 않고, 점점 더 과학에 대한 의존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인간은 과학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 반대로 과학은 인간을 이해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과학이기에 과학은 인간을 생각하지 인간과 더불어 자연을 이루고 있는 다른 무수히 많은 생물들 입장은 더더욱 대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인간이라는 부류속의 개개인 까지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세상에서 천재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에 의해 과학은 더욱 더 발전하고 인간은 더욱 더 그 영역에 종속되어만 갈 것이다. 그런데 천재성을 가진 아니, 천재라고 불리는 그러한 사람들은 과학의 본성을 가지지 아니한, 인간의 본성을 가진 그러한 인물로 이 책에서는 묘사되어진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과학은 하나의 이용가치일 뿐 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에 비극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내용은 '사람들은 과학을 믿지, 인간의 순수성은 믿지 않는다'라는 것에 있겠다. 

참..이러한 주제를 소설속의 추리과정에서 찾는 다면, 그 독자는 추리소설을 그만 읽고 다른 인문서를 읽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러한 주제를 가진 이 소설은 주인공의 회상내지 사건을 돌아보는 순간에 모든 것을 알아서 작가가 정리해주는 나름대로 친절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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