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세계 -상 - 우리는 어떻게 세계와 소통했는가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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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에게 경탄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안겨주었다. 약 1주간 이 책을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새로운 모험이고, 새로운 발견이었다. 또한,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조상들의 실체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음을 느끼며, 그들이 가지고 있었거나, 수용했던 여러 다양한 문화들을 제대로 세계만방에 알리지 못한 것에 애타는 감정이 솟는다.

우리가 그동안 책이나 교육을 통해 알아왔고, 본능적으로 예감했을 우리의 실체는 그동안 희뿌연 안개에 확실히 가려져 있는듯 하다. 그런 감추어져있던 실체들을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통감하고 체감하였으나 역시 그것에 대해 더욱 더 호기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 책에 빠져있던 기간동안 너무나 힘들었다. 결코 책이 두권으로 되어있어서가 아니다. 그리고 글이 재미없다거나 어렵게 쓰여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쉽게 빠져들 정도로 재미있으며, 내용 또한 쉬이 읽을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 방대하다.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엄청난 긴 여정을 이 책과 같이 한 느낌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책 속에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수많은 문물이 보물상자처럼 빽빽히 차 있다.

이 책이 주는 단 한가지 것은 '느껴라'이지 않을 까 싶다. 결코 과거 역사적 사실들을 '배워라'이거나 '습득하라'가 아니다. 단지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기 위해 보냈던 시간을 충분히 보상 받을 것이다. 아니 보상을 뛰어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한국속의 세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 이 제목이 얼마나 반어적이며 그동안 알고 있다는 우리의 역사만큼이나 소박한 말인지 알 수 있다. 결코 한국속에 내재하고 있는 세계성이 아니다. 좀 지나친 말 일 수 있고 겸손하지 않은 말 일 수 있지만, 내가 느낀 바는 한국이 바로 세계이다. 좀 겸손을 부린다면, '한국 또한 세계이다'라고 바꿀 수는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까.. 물론 지정학적 위치로는 다들 아시다시피 동북아의 끄트머리이다. 하지만, 그 끄트머리의 땅은 여러 문화와 서로 교류하며 소통하고 있었다. 가까이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몽골. 저 멀리 나아가서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전혀 다른 이질의 문화권인 아랍문명까지, 더 넘어간다면 로마와 그 주변의 서양까지. 우리는 육로로 그리고 해로로 수많은 이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문물을 건내주고 건내받아왔던 것이다. 어찌 숨어있는 나라라 부를 수 있을까.

문화적으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며, 세계 최고의 자기를 생산하였고, 역대 최고들 중 하나의 기행문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세계 4대 기행문중 하나)'과 <최부>의 '표해록'(3대 중국 기행문중 하나)을 기록으로 남겼다.

또한  종교적으로는 신라시대때 받아들였던 고대 동방 기독교와 고려시대때 받아들였던 이슬람교, 그리고 각자 그들에 맞게 받아들였던, 삼국시대의 불교까지..이는 어느 한쪽만을 우대하고 배척하지 않은 우리 조상들의 관용정신과 특유의 종교문화적에 부드러운 면모를 볼 수 있다. 비록 우리 역사속에서 얼마간의 종교 배척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그 시대에 처해있는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면모도 있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선사시대 때부터 일제강점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문화, 무역, 종교등 인류가 그 동안 배출해온 모든 것들을 우리의 위치에서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핏보면 우리는 받기만 한 것 같지만, 우리는 스스로 길을 내어 문물을 전수도 하였으며, 특유의 소통문화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우리는 한 순간의 역사적 실수로 많은 부분을 상실하였고, 가리워졌지만 역사가 허구의 기록이 아닌이상 그 진실과 그 이면의 것들은 서서히 차근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 가슴속에도 우리 조상들이 가졌던 얼과 기술은 여전히 들어서 있으며, 우리는 그와 같은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채 세계속에서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이 책은 이와같은 자각을 좀 더 빠르고 확실하게 보여주는데 많은 부분 도움을 줄 것이다.

과거에 있었거나 행했던 일들은 과거에만 묻혀있고, 과거속에서만 끝난것이 아님을 이 책을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현대나 미래의 사항을 보여주거나 예견하는 부분은 없지만, 충분히 우리의 미래를 투영시켜 볼 수 있는 시각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역사를 우리 안에서만 끌어안지 말고 확실하며 튼튼한 역사적 논리들을 찾아내 우리 역사를 지켜내는데 힘써야한다는 사실도 더불어 당부한다.



우리는 실크로드를 그들만의 길, 문화로 보아왔지만 더 이상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것이기도 하며 그들의 것이기도 한 것이다. 앞으로 뻗어나갈 한국의 기상을 생각한다면 머지 않아 실현될 현대의 실크로드를 개척하여 다시금 조상들이 보여주었던 소통을 이끌어냄이 바람직 할 것이며 그 소통을 통해 우리의 생존을 넘어서 세계의 생존에 우리가 한 몫 한다면 또한 우리 스스로의 멋지고 독특한 문화를 다시한번 계승하고 이어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여전한 세계 문화의 생산자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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