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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데이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지 않아.. 난 내가 의도했던 소설의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했다.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주인공이 AP(Artificial Person : 인조인간)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 인조인간의 불완전한 정체성을 그려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사실.. 이 예상은 맞았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결론은 이것이 아니다.
솔직히 나의 예상은 '스타워즈'에 나오는 "내가 니 애비다..." 와 같이...뒷통수를 내리치는 강렬한 느낌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이 문장도 이젠 식상하지만 말이다. 암튼..이런식의 강렬한 통한의 한마디 정도는 남길 줄 알았다.
"내가 인조인간 이었다니... 이럴수가... 나를 이 더러운 세상에 잉태시킨 인간을 .....용서치않겠어..." 대충.. 이런 한 마디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실은 그게 아니다. 또한 '블레이드 러너'에서 나오는 <리플리컨트>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보전하려는 그들의 애절한 사투를 벌였던 것 처럼.. 이 Friday라는 인조인간 여성도 쫓고 쫓기는 처절한 삶을 살 줄 알았다. (사실...이 Friday 또한 좋은 환경에서 살진 않는다. 이 인조인간의 직업은 마피아 같은 조직의 밀사이다.) 사실.. 소설은 영화보다 더 디테일하게 묘사를 할 수 있기에, '블레이드 러너'의 [헤리슨 포드]가 "나 또한 리플리컨트인가?" 하며 상상하며...막을 내렸던 것 같이.. 끝낼 순 없다. 소설이 주는 엄청난 상상력 때문에 그와 같이 막을 내렸다가는 아마 뇌가 터질 것이다. 영화에선 애매모함이 인정되지만, 소설은 전혀 인정할 수 없다.(적어도 나는..) 그래서... 이 소설은 마지막에 회고 처리를 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하나..이는 중요치 않다.
하나... 내가 앞서 주저리 주저리..떠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SF소설은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정체성도 블레이드 러너에서 나오는 정체성과도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이 640여 페이지나 되는 이야기는 우리의 암울한 미래를 투영시킨 디스토피아에서 꽃피는 처절한 "성장소설"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계속 나의 뇌리에 남았던 것은.. 천진무구했던..'링컨 6-에코'나 '조던 2-델타'보다 더욱 천진무구한 'Christopher'를 느꼈기 때문이다. 참고로...'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는 <마이클 베이>감독의 '아일랜드'에서 나오는 두 복제인간이다. 그리고 <Christopher>는 내가 얼마전에 읽었던...'Curious Incident in the Night-time'이란 책에서 나오는 자폐아 소년이다.
그만큼..이 소설은 SF형식의 성장소설이다. 사실 나는 400페이지나 넘게 읽는 동안 이 소설이 왜 SF소설이 되어야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단순히 인조인간이 등장해서 그런가...아니면...일부 지구인들이 정착하고 있는 정착행성들 때문인가..암튼.. 이 소설은 장르가 중요하지 않다. 초반엔 오히려.. 첩보 스릴러물(본 아이덴티티 같은)로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이 소설을 '성장소설'로 본다면... 이 소설은 훌륭하다. 비록 내가 원했던...SF적인 배경이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또 이게 '하인라인'식이라고는 하지만, 암튼.. 인조인간 Friday의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질문은 그녀를 결국 그녀가 바라는 환경으로 스스로 데려다주었다. 여기서 나오는 인조인간은 로봇과 같은 인조인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공학적 변칙 기술을 써서 만든 '강화인간'정도로 표현하면 맞을 듯 싶다. 건담 시리즈의 '코디네이터'라고 하는 것이 제일 나을 듯...모든 외형이 인간과 같고, 심지어 만든이 조차도 AP와 human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이지만, AP는 그들만의 자격지심을 가지고 산다. 다만, Friday는 워낙 암흑가에서 활동하다 보니, 그녀 스스로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인간보다 빨리 다닐 수 있고, 싸움을 훨씬 잘하며, 정신력 또한 강하다. 모든 것이 인간보다 낫다.)을 함부로 쓰진 않는다. 위급상황을 제외하고는.
이 책은 몇가지 사회적 이슈를 던져준다. 글로벌 기업간의 전쟁이라든지..이 부분에선 국가의 개념이 좀 희박해진다. 그리고 에너지 문제...그리고 성적인 문제.. 이 책에서 나오는 성적인 문제는 부부가 남,녀 한명씩이 아닌... 그룹으로 부부가 맺어질 수 있다는 히피 문화적 성격을 띄고 있다.
그런데..이 책에 나오는 미래의 배경은 어떠할까... 솔직히 이 작품의 연대는 1982년이다. 그리고 2006년의 시각으로 봤을때, 지구 말고 우주에 다른 정착행성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리 먼 과거는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요즘 이야기라해도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역시나 우주를 나갈 수 있고, 몇십광년을 짧은 시간에 갈 수 있다고 본다면..먼 미래의 일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우주를 나갈 수 있는 시대로 상상하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 책의 결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 아니..당연하다. 만약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가는 이 640여 페이지나 되는 이야기들이 시시해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소설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앞서 이 책을 '성장소설'로 한정 짓는다면..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그리고 그 속에는 충분히 로맨스와 사회성도 포함되므로, 특히 사회적 현상에 관한 한마디 교훈쯤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론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것이다. 그럼 인조인간이 나오는 소설속에서 주는 결론이 무엇일까... 대체적으로 이런 이야기들 혹은 소설들이 주는 결론은 인조인간의 '새로운 탄생'이다. 혹은 '새로운 자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새로운 탄생'은 인조인간이 과학기술이든, 신적 계시든 어떤 것으로 인해 인간으로 새로이 탄생한다던지, 아니면, 인조인간 그 스스로의 새로운 자각으로 자신의 부류들을 새로이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탄생 혹은 자각'은 '성장소설'이나 있을법한 이야기이고(그래서 성장소설일 수 있겠지만...), 미래소설, 혹은 SF소설이라 봤을 때는 마지막 이야기의 끝과 함께... 새로운 의문 혹은 궁금증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먼저...이 소설은 앞서 말했듯이...우주선을 통해...우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수 있는 과학기술력이 있다는 설정을 해 놓았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인조인간들은 인간과의 마찰에 매우 조심스러우며, 자신들의 정체성이 튀어 나오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이는 지금 현대의 사회상에 비추어봤을때 나올 수 있는 현상이다. 이 책에는 '외계인'이 나오지 않는다. 생물학적으로 인간과는 전혀 본질이 다른, 그리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외계인말이다. 이러한 외계인의 등장을 제한함으로써 이 소설은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왜.. 외계인의 등장이 없을까... <하인라인> 자신이 상상을 못했을까.. 외계인은 이 우주에 없다. 혹은 지구인이 우주를 떠돌아 다닌다해도..아직...'외계인'들과 조우할 그럴 기술력의 단계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전지전능한 인간이 아주 미계한 외계인들을 찾아내지 못한 것일까...
물론...이 이야기속에 '외계인'이 나타난다면...이 소설은 한낱 종이쪼가리에 불과할 것이다. 이 책은 인조인간의 정체성, 인간과 다름을 한탄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모든 SF가 '스타트랙'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지구인들이 '워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기 전부터 외계인이 지켜본다는 '스타트랙'의 설정은 이 소설과는 그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물론 전개방식조차도 다르다. 그럼...이 'Friday'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와 닮아있을까? 이 'A.I.'라는 영화도 결국은 인조인간 꼬마의 이야기이다. 물론 성장소설이자 모험담으로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내가 'A.I.'를 보고 정말 놀라웠던 순간은 이 꼬마의 모든 이야기가 끝났다 싶을때 ... 새로운 이야기의 전개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종말' 혹은 '외계인의 등장'이다. 지구의 새로운 종이 등장하며...이 꼬마와의 조우로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끌고가며, 거의 끝부분까지 달려왔던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가 완전 새롭게 변모했던것이다. SF의 특징에 더 놀라운 SF적 상상력을 더 했고..그것은 이야기속에서 충분히 발휘되었다. 그리고 이 꼬마 또한 소원을 이루며, 이것으로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를 우리는 받게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A.I'처럼 또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진 못했다. 어찌됐든...'외계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 인조인간은 그가 지난시절 겪었던 정체성에 대하여 극복한 일들을 통해 일생을 회고하며 웃음짓고 끝나기 때문이다.
얼마전..NFL(북미프로미식축구 리그)의 '슈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가 내한하였다. 그리고 <노무현>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인사와 만남을 가졌다. 그의 이야기는 진정 드라마틱한 '성장소설'이다. 혼혈아의 벽을 넘고 세계의 빅 리그에서 그의 이름을 펄펄 날렸으니까.. 그런데..이는 오직 우리 사회에서만 통용된다는 점이 문제가 있다(물론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적인 문제 또한 가지고 있다.). 미국이 보는 <하인스 워드>의 관점에 우리 사회는 혼혈아라는 사회적 편견을 더 덧붙였으니까.. 이 'Friday'라는 소설이 이러한 식이다. "<하인스 워드>는 혼혈아라는 시각을 극복하고... 그는 슈퍼볼의 영웅으로 잘 먹고 잘 살았다..." 이런식으로 보았을때...이 <하인스 원드>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과 이 소설이 던져주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는다. 비록 이러한 사실 또한 우리에게 던지는 큰 질문이며, 풀어야될 숙제이지만... 끝을 너무 미화시킨 감이 없진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이 '성장소설'에만 국한되어 보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말해 처음 이 소설이 SF일까..라는 의문이, 결국엔 처음 그 느낌대로 포장된 SF라는 답변으로 돌아온 꼴이다...
나는 이 부분이 아쉬웠다. 정말 무언가가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비록 인조인간이었던...우리의 'Friday'는 노후를 인간처럼 아니..인간과 인조인간을 구분짓는 세상이 아닌곳에서 편안히 보냈지만, 나는 결코 이 소설속에서 '그 후 이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단다'라는 동화속 편집된 인생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봤을때.. 한권짜리 640여 페이지는 매우 많다라고 느꼈지만, 오히려 너무 짧았다. 무수한 에피소드들만 나열되어 있었지만..(물론 그 에피소드들이 다 연관은 되어있지만 말이다.) 충분치 않았다.
그런데..난 이 소설을 하룻만에 읽었다. 매우 재미있었다. 왜냐하면....나는 '성장소설'도 매우 좋아하고 잘 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