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2 - 단순하고 아름다운 시선, 필름 카메라
이미지프레스 글.사진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에는 두가지 내용이 담겨져 있다. 제목 그대로 하나는 낡은 카메라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과 나머지 하나는 그 카메라를 들고 떠난다는 여행기로 볼 수 있는 글들이다.

 
역시 사진은 추억을 먹고산다. 카메라라는 밥공기를 품고 말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오래되고 기억속에서 아물가물한 클래식 카메라를 이야기하고 소개해준다는 것은 소수 매니아 뿐만 아니라, 필름을 갈아끼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아이들 혹은 젊은층에게는 훌륭한 부교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이든다. 또 그것은 셔터를 누르다라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一輝諸 (일휘구제)     한 번 휘둘러 모든 것 담아내니
    光剋山河 (광각산하)     산천이 빛으로 새겨지다
 
저자(다큐멘터리 작가 이상엽)는 이순신 장군의 검명을 조금 바꾸어 자신의 카메라와 사진촬영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좀 놀라웠던 것은 작가 '김훈'의 『칼의 노래』에 보면..이순신 장군의 검명 중 血染山河(혈염산하: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의 부분에서 색칠할 '도(塗)'를 버리고 물들일 '염(染)'자를 고집했다고 나오는데...저자(이상엽)는 새길 '각(刻)'을 버리고 이길 극 혹은 새길 '각(剋)'을 쓴 것을 보면...단어 한 자 취함에도 이순신 장군의 혼을  자신의 검(劍)과 같은 카메라에 불어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이 책의 프롤로그 부분에 통영(이순신 장군과 관계된 '세병관', '충렬사'등의 문화 유적지가 있다)의 여정이 잠깐 언급된 것을 보면 내 느낌이 맞을 듯도 싶다.
 
먼저, 이 책은 2004년에 나온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의 후속편이다. 그래서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선 더 나아졌는지, 아니면 형만한 아우 못봤다는 식의 전작보다 못하다느니 머라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참..그리고 나는 카메랑맹이다. 그렇기에 여기에 나온 카메라들의 기능적인 것에 대해서는 더욱 더 머라 말도 못한다.
 
그래도 굳이 이 책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번쯤은 나도 카메라를 다루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집에도 낡은 카메라가 있긴 하지만, 거의 써먹지도 않는 편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나니 카메라가 없어서 무언가를 찍을 수 없다는것 보단 낫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만약 이 책을 읽고 나서, 찍어볼 카메라가 없다면 어찌 낙담하지 않을수 있을까.
 
이 책의 필자진은 다큐멘터리 웹진 <이미지프레스 www.imagepress.net>의 대표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상엽'씨를 필두로 '임제천', '강제욱' '노순택'씨와 <타임>, <르몽드>, <리베라시옹>, <지오>등에 기고를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성남훈'씨 그리고 게스트로 방송작가겸 여행사진가인 '최승희(www.damotori.com)'씨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 프랑스 파리, 브라질, 파라과이, 러시아 그리고 국내로는 수덕사와 운주사, 탑리등을 돌아보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 재능들을 힘껏 펼친다. 그들의 이야기의 주변부에는 그들만의 클래식 카메라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 카메라에서 나온 사진들로 위용을 갖춘다. 하지만, 역시 카메라맹인 내가 보기에는 다큐멘터리적인 여행기는 괜찮았지만, 카메라의 용어와 기술 부분에서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오히려 내가 모르는 카메라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글들이 그들의 여행기보다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여행기는 직업적인 냄새가 많이 났고, 오히려 카메라 이야기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과 애환이 보여서 더 좋은 듯 싶다.
 
특히, 개인 사비를 털어서 카메라 박물관(www.kcpm.or.kr)을 세운 '김종세' 관장과의 인터뷰는 그 분의 열정을 볼 수 있어서 가장 기쁘게 읽은 부분이다. 참, 필름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다.
 

 
요즘은 무엇이든 너무 다양하다. 그리고 그 다양함을 조금만 노력하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카메라, 특히 클래식 카메라의 세계는 우스갯 소리로 웬지 저주가 걸려 있는 듯 하다.
 
한번 들어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러한 늪과 같은 세계. 그래도 그 세계에 더 못빠져서 서로들 아우성 거린다.
 
솔직히 이 모든게 상업적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상업적인 부분의 시작 또한 누군가의 열정으로 문을 열게 되었으니,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숙한 늪에 빠져도 왠만한 불평을 들을 수 없는 듯 하다.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필름없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과 필름을 아껴가며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와는 정말 천지차이인것 같다. 특히나 디지털 카메라는 인화과정이 없으니 또 다른 재미와 열정을 누락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디지털 카메라 또한 누군가의 추억이 될 수 있으며, 일부 기종은 벌써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추억이 똑같이 다 추억은 아닐 것이다. 사진의 인화와 복제는 분명 그 의미가 다를테니 말이다.
 
2006.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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