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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이 체스판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전쟁이 자신의 뜻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가고 있어 판을 뒤엎고 싶다면..어찌겠는가?
상황은 호전이 안되고, 바로 윗 상관은 구역질나는 전쟁터로만 몰고 있고, 자신은 하루,하루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간다면...
전쟁은 더 이상 신분상승의 보증수표가 아님을 알고 있다면...그리고 붙잡은 포로중에 한 여인이 가난에 짓눌려 유곽에 팔려만가야했던 자신의 누이와 닮아있다면...
도모유키는 바로 이 상황에 처해있다. 그는 엄숙하기도 하며, 처절하기도 하다. 자신의 알량한 위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병졸들을 지휘할때는 엄숙하며, 비열한 상관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주군앞에서는 처절하다. 그는 바로 전쟁터 한 구석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다. 자신의 아군이 죽어가고 포로들이 죽어가고...그리고 이놈의 조선군들은 악바리같이 몰려든다. 이쯤되면, 그만 좋게 보내줘도 되지 않나.. 왜군은 명나라 장수에게 그만 길을 터주라하며 온갖 뇌물을 가져다 바쳐도 이 놈의 조선 수군 통제사는 어찌된 일인지 바닷길을 막고 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어찌 그런 사람이 있을까. 도망간다해도 끝까지 죽인단다. 도모유키는 살고 싶었다. 고향땅에 가서 다시 농사도 지으며, 자신의 누이도 찾고 싶었다. 그런데 바닷길을 막고 있는 조선의 한 장군은 이마저도 허락치 않는다. '도모유키'의 동료는 그게 바로 조선의 힘이란다. 그는 전쟁에서, 그리고 바닷속에서 죽으려한단다. 어찌 그런 사람이 있으리요. '도모유키'는 살고 싶은데...
이 이야기는 [도모유키]에 나오는 개괄적인 스토리다. 이 처절한 주인공의 이름은 '도모유키'. 그는 한 인간으로, 군인으로, 자식으로 전쟁터에 나왔다. 전쟁이 시작된지 벌써 꽤 오래전이고, 전쟁이 막판까지 왔다는 생각을 한지도 오래전이다. 밀고 올라가기는 커녕, 일본으로 가는 뒷길마저 봉쇄당하여 언제 퇴각할지 모른다. 과연 퇴각이나 할 수 있을지도 장담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소설이 전쟁이라는 상황을 묘사하기에 이 소설의 필체는 빠르다. 그리고 대담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 탄복했던 이유는 비록 왜군의 하급 지휘자의 시각에서 쓰여졌다하지만, [이순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며. 이름 자체도 거론되지 않는다. 다만 '수군통제사'로서 왜군들의 운명에 드리운 그림자같은 인물로만 묘사될 뿐이다. 그런데도 '이순신'장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일생일대의 마지막 전쟁을 그리고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막혀오는 것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이순신 장군]을 더욱 더 경지 높은 인간으로 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그는 정말 그림자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다. 심지어 거북선도 등장하지도 않고, 얼마의 조선함대만 묘사될 뿐이다. 그래도 훌륭하다. 탁월하다. 도모유키의 애절한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이순신 장군의 고귀한 모습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오히려 명나라의 장군은 실속파로 나온다. 왜군이 쌓아놓은 성앞에 진지만 쳐놓고, 조선과 일본 모두를 충족시킨다. 쳐들어가기도 하지만 그 반면 신속히 철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왜군 병졸들 몇몇을 언급시킴으로써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전쟁의 희생자로 묘사한다. 그들도 고향에 처자식과 자신때문에 애간장이 녹아만 가는 늙은 부모가 있다. 이 점이 은연중 왜군이 임진왜란에 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선의 강이 바다의 파도만큼 세차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막상 조선에 와보니 자신의 고향에 있는 강과 별반 다를게 없다. 왜군도 결국 그들의 주군과 그의 가신들에 속아서 출병했음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관심은 커녕 상상도 못해봤던 조선출병. 하지만 그들에겐 현실이 되어있고, 그 현실은 벌써 악몽 그 자체인 것이다.
일본의 '가도입명(假道入明)'은 커녕 '가도입왜'마저도 차단되어진 이 상황을 왜군의 하급 지휘자를 통해 감정적인 묘사와 전쟁의 정황묘사가 세밀하다. 이 하급 지휘자인 '도모유키'는 자신의 포로로 있다가 마지막 퇴각할 무렵 처형당할 것을 우려해 도주시킨다. 그동안 조선에서 모은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그만큼 그는 한 여인에게 절박하다. 자신의 목숨보다 절박했다.
이 '도모유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이 책을 보지 않으면..그 이후 조선의 운명은 알 수 있어도 힘없는 왜군 '도모유키'의 운명은 알 수 없다.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ps. 이 소설을 읽고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을 읽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불타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가만보니 이순신 장군 관련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없다는 사실에 한심해진다.
-- 임진왜란을 1592(선조 25)년 부터 1598년 까지 2차에 걸친 왜군의 침략으로 일어난 전쟁이라면, 정유재란은 1597년 제2차 침략전쟁을 따로 일컬으며, 일본에서는 분로쿠 게이초의 역(役), 중국에서는 만력(萬曆)의 역(役)이라고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