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이 문구는 이 리뷰의 제목이 아니라, 한비야씨의 이 책의 뒷표지에 나온 말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한비야씨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곳에서 그렇게 가슴뛰는 일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존경심과 경외감마저 일었다. 누군가의 강요로 혹은 떠밈으로 긴급구조라는 일을 했다면, 그녀는 훨씬 더 나이를 먹었을테지만, 이 책의 표지와 간간히 책속에 등장하는 한비야씨는 그 얼굴 그대로다. 여전한..그녀..통통 튀는 그녀..
내가 처음 한비야씨 책을 접했던 때는 내가 군시절 무렵이었다. 책은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운좋은 내무반이었기에 일병임에도 불구하고 군 내 서점에 들러 책을 종종 사러 갔었는데, 아마 내가 군대시절 처음으로 샀던 책이 <<바람의 딸 :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라는 책이었을 것이다. 첫번째 편이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였고, 두번째 편이 [중남아메리카, 알래스카]였다. 지금도 내 책장 저 한편에 먼지를 풀풀 뒤집어 쓴채로 여전한 그녀 마냥..여전히 다른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책 두권이 그녀의 만남 전부였다. 그 이후로 계속 '바람의 딸' 시리즈는 계속 나왔고(찾아보니 4편까지 나온듯..), <<중국 견문록>>이라는 중국 여행기까지 나왔지만,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제대 후에는 책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아서이다.
그런데..얼마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이 나왔다.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녀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놀랐다. 그녀는 아직도 계속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예전에 그녀의 책들(해봤자 2권이지만..)을 읽을때..가장 큰 의문은 '과연 언제까지 여행을 할 것인가?' 였다. 그리고 과연 사회로 복귀하였을때, '무슨 일을 하게 될까?'였다. 아니..'과연 그녀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였다.이 두가지가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그녀가 무슨 책을 낼것인가는 솔직히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그는 여전한 뚜벅이로 세계 곳곳을 다녔던 것이다. 내가 한가로이 하품했던 그 어느 순간에도...
그녀는 정말 그녀와 딱 맞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긴급구조..라는 정말 특이하고 어떨때는 무섭기까지도 한 그런 일을 말이다. 나는 '여자의 몸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결코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성별을 떠나 사람으로 그리고 인간으로 할 수 있는 고귀하고 고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솔직히 말해..정말 무서운 직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긴급구조'라는 직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서 그녀가 높게 보여졌을수도 있지만, 이 책이 좋은것은, 아니 한비야 씨의 모든 책이 좋은것은(솔직히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더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을 것이다) 그녀의 여행은 항상 수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데에 있다. 그녀의 소통은 희한하다. 그녀는 '만국공통'(이 말은 모든 세계인이 그녀를 좋아한다라..쯤)이다. 앞에서 소개했던 <<바람의 딸>>시리즈 책에 있는 소제목이 무엇인지 아는가?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지금 자세히 보니 [세계 인간탐험]이다. 그는 정말 인간탐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의 이국적인 풍물, 가난, 범죄, 풍습..이런것들은 어찌보면 인간들이 내놓은 소산물이다. 그는 정말 이 세계의 본질인 [인간탐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인간'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내내..(이 글을 쓰고 읽어보니 이 부분서는 '그녀'가 아닌 '그'로 적었다. 내가 남성 우월주의자는 절대 아니지만, 이 부분을 썼을땐 '그녀'는 '그'였나보다..)
긴급구조에 대한 그녀의 글은 그녀의 정말 빠른 말과 어울릴 정도로 호흡이 가빠르다. 이 호흡이 빠른 글솜씨야말로 그녀의 긴급구조에 관한 여러 스토리들을 몸소 체험하는 것과 같이 글이 읽혀졌다. 그녀가 마치 내 손을 잡고 다닌듯 말이다. 이번 책에 나온 세계 여러곳의 긴급 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다. 물론 한비야씨가 서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그녀는 긴급구조 홍보부서에 있었을만큼..긴급구조 홍보에 정말 열심이다.) 하지만 나는 한비야씨가 긴급구조원이든 오지탐험가든 나에게 긴급구조원으로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저 그녀의 몸에 딱 맞는 티셔츠와 청바지와 등산화와 배낭을 가진 것 같은 그러한 직업을 가진 그녀가 좋을 뿐이다.
앞으로 그녀는 그녀의 전선(front line)에 뛰어들 것이다. 그녀는 또 다른 위험속에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녀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일은 아마 또 다른 책들이 한,두권씩 나올때마다일 것이다.
그녀의 안전과 세계의 평화와 더불어 내가 계속 안도할 수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