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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행복한 물리학자 파인만에게 듣는 학문과 인생이야기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정영목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1981년에 학부를 졸업한 직후 나 지산이 겪였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세계 최고의 연구시설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칼텍으로 갔을 무렵 나는 풀이 죽어 방황하고 있었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분명치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내 연구실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리처드 파인만의 연구실 근처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서문 中에서>
이 이야기는 197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은 이스라엘과 중동간의 전쟁인 '중동전쟁'중 네번째 전쟁인 '욤키푸르 전쟁"이 벌어진 때이다. 저자인 <믈로디노프>는 전쟁중 그때는 거의 전쟁이 끝나가는 시기라 특별히 할 일이 없던 밤에는 키부츠의 작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봤다 한다. 그때 저자는 대학 2학년 생으로 전쟁때문에 자원을 한 학생이자 군인이자,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어린아이였다. 그는 그 도서관에서 <리처드 파인만>이 쓴 '물리학 법칙의 특징 The Character of Physical Law'과 '파인만 물리학 강의 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를 읽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버클리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받고, 1981년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 Caltech)'로 첫 교수직을 받고 그 곳에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는 분명 겁을 먹었다. 그의 논문은 훌륭하였지만(그러니까..칼텍서 오라고 했지..), 그는 자신이 없었다. 그 당시에 벌써 19명이 노벨상을 수상했고, 나머지 한명은 저자가 오고나서 받았다. 그는 그 당시 물리학의 거장으로 불렸던 <리처드 파인만>과 <머레이 겔만>과 한 복도를 쓰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떨리지 않겠는가.. 참고로 <머레이 겔만>은 1964년 소립자는 '쿼크(quark)'로 구성되어있으며, 그것의 전하는 정수(1/3 or 2/3)가 아닐 수 있다는 제안을 한다. 결국 1969년 미국의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에서 전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켜 수소원자핵 안에 있는양성자와 충돌시킨 결과 확인됐으며 이로인해 노벨 물리학상을 타게된다. 아무튼..이런 과학자들과 같이 일을 하고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초보 교수로서는 분명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거장들에게 조언을 얻기로 결심한다. 결국 양대 거장인 <머레이 겔만>과 <리처드 파인만>에게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머레이>의 경우 그는 연구에 파묻혀 살고 있으며, 그의 성질 또한 불같아서 자신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그와 마주치는 것을 조금은 피해야할 정도였으니까..반대로 <리처드 파인만>은 그에게는 좀 더 쉬운 접근 상태였다. 하지만, <파인만>도 그의 주관이 확실하며 물리 이야기 외의 다른 이야깃 거리들로는 쉽게 다가서기가 껄끄러웠다. 그리고 그는 암에 걸려 있어서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믈로디노프>는 <파인만>과 자주 물리에 관하여, 그리고 자연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우었다. 교정안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더욱 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파인만>은 쉽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파인만>은 자신의 일을 남에게 묻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파인만>에게 접근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그는 심리학이나 심리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파인만>은 항상 <파인만>의 답은 '네 답은 이미 네가 가지고 있다'라는 투의 대답이 최선이었다.
<믈로디노프>는 두려웠다. 어쩌면..그는 머지않아 칼텍에서 쫒겨날 수도 있으며, 그것으로 그는 끝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과연 물리로 어디까지 승부를 해야하는 지도 몰랐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이론이 학계를 휩쓸고 있었다. 바로 '끈이론'혹은 '초끈이론'이라는 것인데, 이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죽을때까지 연구했던 '통일장 이론'과 매우 관련이 깊었다. 아니, '통일장 이론'을 완성시키거나 아니면 폐기시기거나 하려면, '끈이론'에 대한 정답이 나와야했다. 그리고 이러한 '끈이론'은 <머레이 겔만>이 이끄는 quark나 여러 소립자들과 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어려운 말 다 집어치우면, 즉, 줄을 서야한다는 것이었다. <파인만>쪽에서서 '끈이론'을 무시하든지 (<파인만>도 '끈이론'은 무시하지 않았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 자신의 동료 교수와 같이 그 당시 획기적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든지, 아니면, <머레이>쪽에서서 '끈이론'을 옹호하든지...그는 그 자신의 연구를 어느쪽과 이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때 <믈로디노프>는 n차 시,공간에 대해서 연구중이라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시,공간을 n차로 놓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그는 그 와중에도 계속 <파인만>과 대화를 나눈다. <믈로디노프>는 자신이 글쓰기를 좋아하고 물리쪽보다는 그쪽으로 선회하고 싶어했지만, 글쓰기 쪽도 쉽지가 않았고 그 당시 학자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리 평판에 맞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파인만>에게 왜 물리를 공부했냐고 묻는다. <파인만>은 한마디로 '열정과 재미'라고 말했다. 와병중에서도 그를 이끈것은 바로 '하고 싶다는 욕구와 하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 그리고 제일 큰 동기인 재미'였다.
이 책은 분량도 작지만 그렇다고 쉽게 보는 책이 아니다. 솔직히 물리쪽의 전문지식이 좀 나오지만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당시 과학계의 흐름정도로만 이해하고 보면 큰 무리가 없다.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은 바로 <파인만>의 생각과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의 생각을 매치시키고 대입시킴으로써 생기는 감정을 곧 바로 정리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연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종종 힘들다고 호소하곤 한다..난들 어쩔 도리가 없다. 그냥 그런 하소연을 들어줄 수 밖에... 마침 이 책을 읽고 있는 와중에도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은 해주었지만,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파인만>의 이야기가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파인만>의 입장과 자신의 어려울때의 상황을 대입시키지 않은 결과이다. 파인만은 과학적 행동이어야 말로 '상상'이라고 말했다. 물리혹은 다른 과학 전공자들이 수학 공식을 풀고 어려운 책들을 읽고 하는 것은 '상상' 그 이후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한 수학적인 과정은 그 '상상'을 단순히 진짜로 만들어주거나 '상상'이 말 그대로 '공상'이게 만드는 단순한 일련의 작업이지 결코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상상'이 있어야..모든 것이 차례대로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quark'나 '끈이론' 같은 것도 '대단한 과학적 상상'이 아니다. 그것은 '어처구니 없는 개인적 상상'이다. 누가 전하의 양이 정수 차원을 떠난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한 예로 전기는 3v 뿐만 아니라 3.5v라는 정수범위를 넘을 수 있는 크기를 가질 수 있지만, 전하가 1/3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상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속에서 수많은 과학적 이론들이 제시되었으며, 이 이론들은 결국 그들을 지금까지 밥먹고 살게 해주는 거대한 원동력인 것이다.
<믈로디노프>가 <파인만>에게 자신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파인만>은 작가의 상상력과 과학자의 상상력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부분이 있다. 작가의 상상력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그래서 그 자신 또한 작가들을 존중은 하지만, 자신은 작가적 상상력과는 다른 과학적 상상력이 있다면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나한테는 새로운 이야기를 아주 잘 꾸며내는, 그런 종류의 상상력은 없다고 생각했지. 그렇다고 나한테 좋은 상상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사실 나는 소설을 상상하는 것보다 과학자의 일이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해. 즉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파악하거나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지. 소규모로 또는 대규모로 벌어지는 일들은 처음 예상과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네! 원자를 그려보는데도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하지. 원자가 이렇게 저렇게 움직일 거라고 예측하는데 말이야. 원소의 주기율표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지.
과학자의 상상력은 제어를 당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과는 다르네. 과학자가 뭔가를 상상하면, 신은 '부정확하다'거나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말하지. 물론 여기서 신은 실험이야. 신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 '아, 아니야, 그건 일치하지 않아.' 우리는 이렇게 말해. "나는 그것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해. 그렇다면 이런 것을 보게 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게 보일지 않을 수도 있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우리가 잘못 추측한 거니까. 하지만 글쓰기에는 이런 것이 없네. ....(중략).... 또 글이라는 것은 수학이나 과학과는 달라 계속 확장되어 나가는 지식의 덩어리가 아닐세. 수학이나 과학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합쳐 거대한 괴물 덩어리를 만들지. 그리고 여기에는 진보가 있네. 하지만 전에 씌어진 것 덕분에 매일 더 나은 작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나? 다른 사람들이 전에 글 쓰는 법을 보여준 덕분에 이제 그 바탕에서 글을 더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말을 들어본적이 있냐고? 과학이나 수학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본문 中>
<파인만>의 이말은 결코 글쓰는 작가들이 과학자보다 못하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들의 능력이 과학작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의 요지는 과학적 상상력은 자신으로부터 나오며, 이는 곧 또 다른 사람에게 상상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이런것이 과학의 진보와 결부되어 세상은 더 많은 진실을 알게된다는 그런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믈로디노프>는 과학자의 상상력 대신 글쓰는 작가의 상상력을 택하게 된다. <파인만>의 과학자로서 상상력에 대한 가르침도 매우 큰 것이었지만, 결국 <파인만>과 줄곧 곁에 있으면서 얻었던 가르침인 '열정과 재미, 그리고 흥분'을 할 수 있는 그 자신만의 영역을 찾은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깨달았으며, 그는 좀 더 있다 칼텍을 떠났다.
결국 그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된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라는 이 책은 그 때 당시 파인만과의 대화를 허락하에 녹음했었고, 그리고 20년이 지나서 그는 녹음테이프가 든 상자를 발견하고 이 책을 썼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유명한 '스타트랙' 시리즈의 'Next Generation'의 글을 썼으며, 그후에도 여러 헐리우드 영화를 위해 글을 썼다 한다.
이 책은 역시나 '젊은 과학도가 걸어야할 과정'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과학도를 넘어서 우리 시대 사람들이 가져야 할 열정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머레이>와 <파인만>의 성격 비교부터 그들의 입심대결..그리고 그 외 다른 주변의 연구인들과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들도 같이 소개되어 있다.
짧기도 하거니와 무언가 얻고 싶다면, 그리고 그 무언가도 흐릿한 상태라면, 이 책을 한번쯤 읽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참..자신이 무언가를 상상함에 있어서..그 저변에 깔려있어야 하는 것은 확실한 '이해'이다. 그 '이해'의 과정을 끝난 후에야 자신은 '믿음이 가는 상상'을 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상상은 '공상'에 머무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