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시각으로 봤을때 이 소설은 그리 특이한 점이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런데 왜 프랑스 아마존 78주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명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프랑스 사람들은 자신의 문학이 범용성을 갖춘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듯 하다. 만약...프랑스 고유의 색채(이 색채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그냥 감이다)를 이 소설이 유지하고 있다면 아마도 78주 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조심히 든다. 그래서 '뤽 베송'도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프랑스에서 만들어졌지만...실제론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굉장히 소비적인 문화를 담고 있는 것들을...
 
이 책은 나도 잘 모르지만 프랑스 적이지 않다. 그래서 쉽게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가벼운 소설쯤으로 치부해도 괜찮을 듯 싶다. 이 소설은 로맨스로 시작한다. 매우 달콤하지만 결국엔 신데렐라를 꿈꾸는 한 프랑스 여인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치유되지 않은 사랑을 마음에 담아둔채 살아가고 있는 한 미국 남자의 이야기가 뒷 따른다.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운명이라는 실타래를 풀어버리는 그 순간에 조우하게 된다. 넉넉잡고 1초간의 운명. 1초간의 공존.
 
짧은 운명은 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들은 이미 사랑하게끔 예정되어 있었던 느낌이 든다. 소설이전부터.
 
그들의 지난 삶의 고통은 만남을 위한 준비된 아픔일뿐. 그리고 이 아픔에 대해 보상 받으려는 듯 이 두 젊은 남녀는 열정적인 사랑을 한다. 여기까지는 무척 흥미로왔다. 그들이 느끼는 사랑의 과정이 풀려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풀려나갈까 생각하니 무척 기대도 되었다.
 
그런데 이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로맨스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장르가 바뀐다. 스릴러로.. 그러니까...영화 '마이 걸'이 '데스티네이션'으로 바뀌어버린다. 사랑이라는 운명은 죽음이라는 운명으로 바뀌어버린다. 하지만 소설의 색깔은 영화 '온리이프'와 닮아있다.
 
작가는 어떤 감정을 우선순위에 두고자 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 죽음이라는 감정? 그러니까..비극과 희극중 어떤 클라이막스를 원했던 걸까.
 
 
분명, 작가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감정을 다루고 싶어했을것이 분명하다. 이 소설의 제목부터 '구해줘'아닌가. 그리고 죽음 이면에 순간적으로 감정을 휘돌릴 수 있는 사랑이라는 애틋한 것으로 포장해 버렸다. 로맨스가 없다면 구해주고 싶어도 구해줄 수 없지만, 로맨스가 있으므로 구한다면 무엇이든 한다로 바뀌어버렸다.
 
이제부터 본격 스릴러이다.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을 내뱉기 시작한다. 이젠 사회라는 자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문화인이 아니라, 사회속에서 격리되어 있는 그런 조난자들이다. 싫든 좋든 이 사회에 병든 치부를 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은 도시속 마천루가 가지는 위용을 더 이상 보려 하지 않고...그 이면의 그림자에 감추어있는 뒷골목을 보려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죽음이라는 운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은 '할런 코벤'의 소설과 약간 닮아있다. 모든 것은 관계에서 시작하고, 누군가 행한 행동은 그들의 관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숙명이 가져다주는 보복을 알 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가야 그들은 숙명이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알 수 있다.
 
구해줘...이는 누군가의 희생을 원하는 말일 수 있다. 어떠한 희생없이 누군가를 도울 수 없다. 결국 이 소설은 이 희생을 어떤식으로 최소화하고 무력화하는지에 대한 공상적 이야기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그래서 이 불가능을 사랑의 힘으로 무너뜨리려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을 충분히 희생시킬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이 소설은 던진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도우려는 자를 돕는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사랑과 죽음에 관한 작가의 자문자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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