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조병준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1999년도에 나온..『길에서 만나다』의 개정증보판이다. 그렇다고..예전에 나왔던..이 책을 봤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그렇다는 것...그만큼..오래전에 했던..여행의 기록이고..조병준은..그렇게..지금까지도..여행을..기록을..되새김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지독한..열병에 걸려있다. 길에 대한 열병... 사람에 대한 열병... 떠남에 대한 열병...만남에 대한 열병... 그리움에 대한 열병...반가움에 대한 열병...그리고..자신의 삶에 대한 열병...

길들이 내게 데려다준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

인생이 그렇듯 길도 때로 행복했고 때로 쓸쓸했다.

하지만 길에서 아주 많은 선물을 받았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선물들.

길 위의 친구들은 그들이 내게 무엇을 주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이 어떻게 내 인생을 바꾸었는지도 역시 짐작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당신들이 내 삶을 바꾸어주었음을.

-- p.12... 낯선 길로 떠나다...中

부러운 양반...케케묵은 자신을 놓아 버리고...새로운 자신을 보게된 아주 부러운 양반...

왜 이리 부럽지... 질투나서..글도 안써진다.

이 책을 읽고...한동안 멍하니 지냈다.

답답한..곳에서..이 책을 읽고 있었던..내 자신이 무척 슬펐다.

누구는..끝없는 길위를..광활한..대지위를..삭막한 사막위를...걷는동안.. 또다른 누구는...그가 보고 듣고 느낀 삶들을 꽉막힌 사각공간..콘크리트 건물속에  틀어박혀...읽으려 하니..답답해서 내 자신이 굳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누구는 자연을 닮아가는데...누구는 콘크리트를 닮아가고 있구나...

여행에서...길은..최종적인 목적지가 아니다. 길은 하나의 과정이다. 이 길속엔..설레임이 있고..반가움이 있다.. 물론..반면에 쓸쓸함과..아쉬움도 같이 묻어있다. 어딘가로 나선다는 것은...이 작가의 말을 빌려쓴다면...무언가를 '싶어하는 것..'과 같다. 멀..싶어할까... 가만히 이 책을 읽으면서..새록 새록 떠올랐던 느낌이 저 아래로부터..밀려온다.

사람들이..그토록...떠나길 원하는 것은 정말..자신이 무언가를 '싶어하기'때문이 아닐까?

보고싶고..느끼고 싶고..대상의 차이지만...결국...사람들은 떠나는 것을 '싶어하는 것' 하나로..통하나보다..

가는 비 내리는 날 독일 외틀링엔의 검은 숲 속을 홀로 걷고 싶어한다.

어느 아침 런던 교외에서 안개 속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한다.

안달루시아 황무지 사이로 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싶어한다.

벨기에 플랑드르의 들판에 서 있던 풍차를,

풍차가 있던 시골 농가의 담벼락에서 아우성치던 담쟁이 잎들을,

풍차의 배경에 깔리던 가을 저녁의 노을을 다시 만지고 싶어한다.

싶어한다, 싶어한다, 싶어한다.

내 마음은 떠나고 싶은 소망들이 그려낸 추억의 지도다.

-- p. 126... 때로는 길을 잃어도 좋다...中

이 작가는..사이(間)를 매우 좋아하나 보다...

그러니까...공간(空間)속에 자신을 떠 맡기지..

그러니까...인간(人間)속에서 빈자리를 보고 싶어하지..

그는 항상..빈자리를 보려 한다. 자신이 석가인듯...먼가를 계속 비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는..'채우려'하는 데에는 익숙치 않나보다. 

이 책엔...낭비가 없다... 감정의 낭비가...

놓치면..흘러가는 것이고... 잡으면..만나는 것이다.

"티벳에서 왔니?"

"아니, 한국에서."

"인도에 왜 왔니?"

"몰라, 그저 오고 싶었어."

그는 다시 강물로 얼굴을 돌렸다. 나도 강물로 얼굴을 돌렸다. 그의 입에서 세 음절의 단어가 빠져나와 내 귀로 흘러왔다. 옴 샨티, 옴 샨티......샨티, 평화. 최면처럼 내 입에서 느리게 말들이 빠져나왔다.

"나는 이곳에서 처음 죽음이 평화가 되고, 평화가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나는 언제나 평화는 가볍고 밝은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 이렇게무겁고 어두운 평화는 무엇이지?"

나는 그를 쳐다보지 않으며 이야기했고, 그도 강물에서 얼굴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Let it flow, let it go, let it be."

오렌지빛 석양이 스러지고 어두워졌을 때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고 헤어졌다. 렛 잇 플로우, 렛 잇 고우, 렛 잇 비...... 어두운 밤, 강물 위에 촛불 몇 개가 흔들리며 흘러갔다.

...(중략)

인생은 강물이다.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또는 흐르지 않는 듯 흐르는 강물. 그 강물에서 잠시 만날 뿐이다. 모든 삶은 결국 강물에 실려가는 여행이다. 강물은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꽃도, 어느 춧불도 머물지 않는다. 흐르다가 보면 언젠가 그 강물에 다시 합쳐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내게 눈길을 돌리지 않고, 강물을 바라보며 읊조리는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흐르게 하고, 떠나게 하고, 그저 그대로 내버려두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 사람. 어쩌면 이미 수천 번 그 사람을 만났던 것인지 모른다.

-- p. 253.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中...

이 책엔..큼지막한 사진들이..(책 한페이지 혹은 양쪽, 두 페이지로 차지하는 것들이..)꽤 있다. 길 위의 풍경들을 상상하기엔 좀 벅찬것들을 이 사진들이 대신한다. 그래서..좋다..

글로는...작가가 느낀 감정들을 맛 볼 수 있고...

사진으로는 작가가 보았던...풍경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매우 느린 듯 히면서...무언가를 게워내고 있는 듯한 이 책은...

작가의 시간이..그리고 땀이.. 그리고 그의 사랑이 충만하게 담겨져 있는 듯 하다.

그리고...한장 한장..넘기기엔...아까운 책이다.

조병준 작가는 지금 한국을 떠나있다. 6년만의 외출이라는데..(그의 블로그 에 가보니..^^)

앞으로도...좋은 글..좋은 사진으로 만나길 고대해본다. 내가 느끼지 못한, 못할..새로운 감정들을 듬뿍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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