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상 밀리언셀러 클럽 42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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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은 것은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선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항상 영상과 연계되어 있는 책들을 읽기 위해선 약간의 모험도 필요하다. 영화를 통해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의외로 책을 통해 만나는 것보다 더욱 쉽기 때문이다. 그냥 눈만 뜨고 가만히 화면만 지켜보면 된다. 책속의 활자를 통해 머리 싸매며 혼자만의 상상의 성을 쌓는 수고를 덜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영상으로 '스티븐 킹'의 작품 몇개를 만나긴 하였다. 암튼...활자로는 처음이다.
 
이 책은 상,하의 두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역시나 단편집이다. 하권을 먼저 읽든, 상권의 마지막 작품을 먼저 읽든... 책을 통독(?)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영향도 없다. 역시나 단편집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 단편집(스켈레톤 크루)의 상(上)권에는 9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많은 단편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단편의 특징이라 한다면 기승전결은 있되 세부적 사항들은 누락되어 있는 듯 하다. 그러니까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진행되며 결과적으로 어떻게 끝나는지에 대해서 짧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분명 일반 소설들과 마찬가지의 흐름은 존재하지만(물론 기승전결이 주는 의미는 크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 사건이 왜 일어나고 사건의 결과가 암시하는 교훈같은 것은 생각치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일어났다에 있다. 그리고 인물들의 빠른 감정처리...그것뿐이다.
 
가령...이 책의 최고 백미이자 결코 단편으로 분류할 수 없는 <안개>라는 이야기의 경우, 그 흐름은 매우 단순하다.
 
기(起) --> 태풍이 불어닥쳤다. 그리고 저 멀리 호수 반대편에는 안개가 끼어있다.
 
승(承) --> 식료품을 사러 읍내 마트에 왔다. 그리고 괴물을 만났다.
 
전(轉) --> 괴물을 피해 숨어있다.  가끔 마트안으로 괴물들의 습격을 받았다
 
결(結) --> 괴물을 피해 달아난다
 
이렇듯 사건의 발단과 발전 그리고 사건의 전환과 결말이 들어있지만, 어디에서도 이유는 없다. 그냥 현상과 감정만 나열될 뿐이다. 하지만... 이 <안개>를 읽으면서 세세히 느껴지는 현장감과 주인공들의 공포 그리고 살고자 하는 본능이 너무나 처절하게 읽혔다. 단편의 경우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결(結)의 부분이다. 만약 어떤 소설이 단편이라 한다면 그것은 결과 부분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이런 경우 결과 부분이 없다고도 생각되어질 수 있다. 그러니까..기 -- 승 -- 전 까지만 나와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안개>는 하지만 꽤 두꺼운 단편이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스티븐 킹'이 잠을 자다 꿈을 꾸고 "아...안개의 결말을 지어야겠어...!!"라고 외쳤으면 한다. 아니면...그의 와이프가 "여보... 갑자기 안개의 끝부분이 알고 싶어요..."라고 부추기던가...물론..'스티븐 킹'이 개인적으로 그의 아내에게만 말한다는 것은 절대 반대이다. ^^
 
다음으로 재밌게 본 것은 <조운트>라는 단편소설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SF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다. 공간이동(혹 '텔레포트'라 말할 수 있는...)에 관련된 이야기인데...공간과 시간의 뒤섞임... 이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소재이다. 물질의 공간이동과 정신의 공간이동과의 비교를 나타낸 매우 SF와 호러적인 면을 보인다. 누구나 공간이동에 관해 상상의 날개를 핀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동이 논리적 문제가 없다고 봤을때...그럼에도 공간이동에 대하여 비논리적인 것을 찾는다면 아마 '스티븐 킹'의 상상이 매우 그럴 듯 하게 보일 것이다. 상상이 주는 쾌감... 바로 이런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까? ^^
 
그 다음으로 재밌게 본 것은 <토드 부인의 지름길>이라는 이야기이다. 앞서 <조운트>가 공간에 얽힌 시간의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는 시간에 얽힌 공간의 이야기이다. 마치 일반 상대성이론에 나오는 '길이의 단축'과도 흡사한 이 이야기는 마찬가지로 토드부인이 달린다면 시간단축이 일어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를 곁에서 보는 인물의 회환이 담긴 그런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루트(과정)가 있다. 그러니까...앞서 <조운트>에서는 공간이동을 하고나자마자 목적지에 이르렀을 뿐 어떤 공간을 지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그 보여지는 공간이 있다. 그만큼 더 시각적이고 상상이 구체적이다. 괜찮게 본 이야기이다. ^^
 
그 다음은 <뗏목>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거의 모든 전개가 무시된다. 그러니까..사건의 정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사건속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리고 독자는 이 감정에 동화될 뿐이다. 하지만 만약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감정은 무시되고 사건의 정황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그래서 활자를 읽는다는 것은 영상을 본다는 것보다 더욱 세련된 행위 일 수 있다고 느낀다. ^^
 

 
그 다음은 재밌다기 보다는 매우 부정적인 이야기이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에서의 부정적 이야기...이 단편의 제목은 <원숭이>이다. 솔직히 이런 류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고, 또 많이 읽어봤으며, 심지어 영화로도 보기까지 했다. 이 이야기는 나에겐 매우 느려터진 이야기일뿐이다. 원숭이 인형을 버려도 버려도 다시 나온다는 이야기...그리고 이 인형이 악의 화신으로 묘사된 것등...따지고 보면 대단한 상상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물론 '스티븐 킹'이 이 작품을 지을 당시엔 생소한 소재일 수 있겠지만은...) 이 이야기는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라는 소설책(이 책은 '나는 전설이다'와 리처드 매드슨의 몇가지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나오는 몇가지 단편들 중 하나의 이야기와도 비슷하며 심지어 <사탄의 인형>과도 비슷하고...우리나라의 '목각인형'이 소재로 쓰인 영화와도 흡사하다. 이 영화의 제목은 <깊은 밤 갑자기>이다. 1981년작 '고영남' 감독의 영화인데...아주 오래전에 이 영화를 보고 개인적으로 한국 최고의 공포 호러영화로 정했다. '목각인형'에 따른 심리적 공포를 그린 영화인데..(갑자기..책 이야기에서 영화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조금은 이상...) 어렸을 때 단 한번 본 영화가 지금까지 뇌리에 깊숙히 박혀있는 것을 보면 굉장히 무섭게 본 듯하다. 개인적으로 <여곡성>이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실은 일부러 안봄..무서울까봐...) 아직까지는 이 영화가 제일 무섭게 기억된다...
 
다들 한번 보시라...이 <깊은 밤 갑자기>(링크는 네이버 영화 정보...)라는 영화를 ... '스티븐 킹'의 소설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암튼...스티븐 킹의 이 단편집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하(下)권을 마저 읽은 뒤에 써야할 듯 싶다. 하(下)권도 거의 다 읽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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